소설리스트

밀푸색마-258화 (258/383)

밀푸색마 19 EP.258 아기씨를 내놓아라 (1)

감긴 눈 사이로 햇빛이 들어오고, 양하정은 눈을 떴다.

꿈속에서 어린 시절의 성연군주가 실망한 눈초리로 바라보는 통에 눈을 떠도 몸이 영 개운하지가 않았다.

평소대로라면 좀 더 일찍 일어나서 운기조식이라도 했을 일인데, 지금은 너무 늦게 일어나기까지 했다.

빠르게 채비를 마친 양하정은 서둘러서 성연군주의 침소가 있는 곳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팽 부인, 좋은 아침이오."

"예, 좋은 아침입니다, 조장."

그런데 성연군주의 침소 앞에 도달하기까지 얼마 안 남은 곳에서, 호위 조장이 모습을 드러냈기에 양하정은 걸음을 멈추었다.

"오늘은 군주마마께서 의원을 찾지 않는다고 하셨소. 물러가서 쉬고 있으라는 군주마마의 명이시오."

"예?"

양하정은 더럭 겁을 먹었다. 혹시나 간밤에 군주의 마음이 바뀌어 즉시 강윤을 관아에 넘기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 것이다.

"혹시..."

"그 자를 관아에 넘기러 가기 때문은 아니오. 군주마마께서는 우선 그 자를 그대로 두라고 하셨으니..."

조장은 무뚝뚝하게 대답했지만, 양하정은 그가 굳이 대답할 필요가 없는 것을 대답해주었다는 사실을 알았다.

"감사합니다, 조장."

"고마워할 일은 아니오. 그저, 팽 부인께서도 군주마마를 모시고 있는 몸이니 정보공유를 했을 뿐이오."

양하정은 조장에게 살짝 고개를 숙여 고마움을 표시한 다음, 다시 그녀의 처소로 돌아갔다.

당장은 괜찮다. 아마도 군주의 고민은 며칠은 이어지리라.

'그동안... 군주마마를 설득해야하는데...'

대체 어떻게 설득해야할지도 알 수 없었다. 그녀에게 더없이 실망한 듯한, 허탈한 성연군주의 표정이 머릿속을 떠나질 않는 것이다.

게다가 아무리 의원에 가지 않는다고 해도, 그녀를 굳이 돌려보낸다는 것은 성연군주가 대화를 원치 않는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만약 양하정이 성연군주의 상황을 알았더라면 조금은 안심했을지도 모르지만, 애석하게도 그녀에게 그런 천이통 같은 재주는 없었다.

'미쳤구나, 미쳤어...!'

성연군주는 머리를 침상에 웅크려 앉아 머리를 싸매고 있었다.

시간이 흘러 취기가 가시고, 성연군주는 스스로가 지난밤 저지른 소행을 객관적으로 돌아볼 수 있게 된 것이다.

사내의 바지를 벗겨 양물을 끄집어내고, 그것을 괴롭힌 끝에 사정시킨 정액을 얼굴에 뒤집어쓰기까지 했다.

'이래서야 내가 이모님을 무슨 염치로 비난한다는 말인가...!'

그뿐만이라면 그나마 변명의 여지가 있을지도 몰랐다. 하지만 성연군주에게는 더한 문제가 있었다.

정신이 멀쩡해진 지금도, 시도 때도 없이 그 우람한 양물이 머릿속을 맴도는 것이다.

그 모습은 기묘하게도 사내의 양물에 번뇌하던 양하정과 비슷했는데, 성연군주 쪽은 더욱 중증이었다.

'어, 어떻게, 사정한 직후에도 그렇게 단단할 수가 있지? 게다가 그렇게 진하다니...'

성애에 대한 피상적인 지식밖에 없던 양하정은 사내의 남근이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 그다지 잘 알지 못했다.

하지만 이미 경험이 있는 성연군주는 그것이 얼마나 비상식적인지 잘 알았다는 것이 문제였다.

굵고 냄새나는 양물, 그리고 그보다 더 냄새나는 끈적한 정액이 성연군주의 머릿속에 남긴 흔적은 상상 이상으로 강렬했다.

이런 상태로 양하정의 얼굴을 본다니, 과연 아무렇지 않은 척 그녀를 속여넘길 수 있을까?

성연군주는 자신이 없었다.

배꼽시계가 울린다.

앞도 안 보이고 소리도 안 들리기 때문에 정확히 시간이 얼마나 지났는지는 가늠하기 어려웠지만, 상당히 시간이 지난 모양이었다.

'아마 잡혀온 이후로 하루는 족히 지났을 것 같기는 한데...'

무공을 익힌 이후로 체내시계가 훨씬 정확해졌지만, 내력을 마음대로 쓰지 못하는 지금도 그럴 것인지 나는 확신할 수 없었다.

내게는 음식도 주어지지 않았다. 이 꼴로 계속 묶어놓을 셈이라면 화장실도 해결못할테니 차라리 다행일지도 모르지만.

일반인을 이렇게 계속 묶어놨다가는 진짜 피말리는 경험이겠지만, 나는 어차피 풀리지도 않으니 머릿속으로 무공수련을 하면서 시간을 때웠다.

상대는 주로 사부나 교주, 팽연화였다. 솔직히 지금으로선 죽었다 깨어나도 이길 수가 없는 것 같은 사람들이다보니, 뭐라도 해보려고 머릿속으로 과제를 부여하고 무리한 동작이나 속도를 상정하는 것은 꽤 재미가 있었다.

'그나마 신법으로 용을 써보면 어떻게든 될 것도 같은데... 아, 이건 안 되겠다.'

결과적으로는 그들이 보여준 초식 가운데 무언가로 꼭 잡혀서 박살이 나지만, 풀려나면 시험해보고 싶은 수법이 몇 가지는 생겼다.

'풀려나면 말이지.'

지금까지 누구도 내게 뭔가를 물어보거나 폭행을 가하지는 않은 것을 보니 더욱 알쏭달쏭했다.

내가 당한 거라고는 얼굴도 알지 못하는 여자에게 당한 대딸 뿐이었다.

나는 그 생각만 하면 머릿속이 혼란스러웠다.

'차라리 창녀 같은 여자가 저놈 자지 실하겠다 싶어서 잡아왔다고 하면 이해라도 하겠는데.'

그 여자의 손길은 창녀라고는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처음부터 끝까지 서투르기 그지없었다.

게다가 사정하기 직전까지 그 숨결이 자지를 간질이던 것을 보면, 정액을 뒤집어썼을지도 모를 일이다.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닌데...'

나는 웬만해서는 외박을 해본 적이 없다. 밤마다 떡치느라 바쁜데 외박은 무슨 외박이란 말인가.

이미 하루가 지났다면, 모르긴 해도 다들 걱정하고 있을 것이 분명했다.

빨리 내력을 쓸 수 있게 되면 당장이라도 탈출하는데, 아니 손발이라도 쓸 수 있으면 탈출하는데 정말 방법이 없다.

어차피 안 될 것을 알면서도 나는 뒤로 묶인 손에 힘을 주다 허리춤이 느슨해지는 것을 느끼고 비명을 질렀다.

"으으으읍!"

바지를 내리는 손의 감촉은 어제와 마찬가지로 부드러운 여자의 손.

어제와는 달리 술냄새는 나지 않았지만, 코 끝을 간질이는 여자 냄새. 어제 그 여자가 또 온 것이 분명했다.

억지로 바지가 끌어내려지고 아랫도리가 바깥에 드러나는 것을 느끼고, 나는 대체 이 빌어먹을 포박은 언제 풀리는지 누구에게라도 좋으니 하소연하고 싶어졌다.

'아무도, 아무도 모를 것이야...!'

늦은 밤, 성연군주는 저항하는 사내의 바지를 강제로 내리고 있었다.

오늘 하루 그녀는 종일 머릿속을 괴롭히는 남근의 기억을 지우려고 노력했다.

모름지기 정숙한 여인이라면 그런 음탕한 생각을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려 애를 썼지만, 그녀는 사내의 남근을 보고 도출되는 단 한 가지 매력적인 가능성에서 눈을 돌릴 수가 없었다.

<적어도 제가 파악하기로는 성 부인의 신체에는 아무런 이상이 없으십니다.>

<혹시 그 아이가 부마의 씨앗이 아닌 것은 아닐지...>

주약선은 그녀의 신체에 문제가 없다고 단언했고, 양하정은 애첩이 외도를 하여 아이를 가진 것이 아닌가 의심했다.

'본녀가 아이를 갖지 못하는 몸이 아니라면...?'

그 가능성을 지금껏 생각해보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다만 자신은 갖지 못하는 아이에 대한 질투로 폄하되는 것이 싫어 따지고 들지 않았을 뿐.

그런데 여인의 뱃속에 싸질렀다간 반드시 임신할 것 같은 진한 정액이 머릿속을 어지럽힌 끝에, 성연군주는 한 가지 가능성에 도달했다.

'그 망할 계집이 진정 외도를 한 것이라면...'

이대로 바보같이 가만히 있어봐야 성연군주는 이대로 남은 평생을 애첩이 어깨에 힘을 주고 사는 꼴을 보아야 할 터.

'그럴 바에야, 본녀도...'

아이가 만약 생긴다면, 남편의 아이로서 키우면 그만이었고, 안 생기면 그건 그것대로 그만이다.

마침 아무것도 보지도 못하고 듣지도 못하는, 오로지 씨만을 뿌릴 수 있는 자가 있지 않은가?

그토록 진한 정액이라면 적어도 그녀의 몸에 문제가 없는 한 무조건 아이가 생길 터였다.

'하지만...'

이것은 빼도 박도 못할 외도였다. 게다가 남편을 속이는 행위이기도 했다.

그 때문에 하루종일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다, 결국 적자가 태어난다면 남편도 기뻐할 것이라는 자기합리화를 마치고 나서, 성연군주는 지금 사내의 바지를 내리고 있는 것이다.

꿀꺽

"다, 다시 봐도 사람의 것 같지가 않구나..."

어제와는 달리, 일찌감치 발기한 사내의 남근은 여전히 흉악한 크기를 자랑하고 있었다.

저런 것을 여인이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지는 않았지만, 굳이 전부 밀어넣지 않아도 정액은 받아낼 수 있는 것이다.

손으로 기둥을 쓸어올리자, 남근이 부르르 떨리는 감촉이 전해져왔다.

"하아, 하아..."

성연군주는 다시 숨결이 거칠어지는 것을 느꼈다. 강호를 몰래 암약하던 사악한 색마의 양물이 그녀의 손 안에 있었다.

대명에서 손꼽히게 고귀한 여인인 그녀가, 지금부터 이런 자의 씨앗을 받아서 아이를 품을 생각을 하니 가슴이 떨리는 것은 어쩔 수가 없었다.

"여, 영광으로 알거라...!"

물론 사내는 아무것도 듣지도 보지도 못하기 때문에 어디로 가서 이 사실을 말하지도 못하겠지만.

성연군주는 떨리는 손으로 치마를 걷어올리고, 속곳을 내렸다. 희미하게 뜨거워진 아랫도리에 손이 스치자 등골이 저릿거리는 느낌이 났다.

당장이라도 그만두고 싶은데, 미친 짓이 아닌가 다시 한 번 생각해보다가도, 뭔가에 홀린 것처럼 손이 멈추질 않았다.

성연군주는 속곳을 완전히 벗어내린 다음 품 속에 집어넣고 나서, 매끄러운 곡선을 그리는 둔부를 완전히 바깥에 드러냈다.

"후우..."

숨을 한차례 고른 다음, 성연군주는 꺼덕이는 양물을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어려운 일도 아니었다. 음부에 넣어준 다음 조금 둔부를 움직여주면 알아서 사정할 것이었다.

그녀가 경험해본 것보다 조금 심하게 굵기는 하지만, 그런 기본 원리는 같을 것이라고 되뇌이던 성연군주는 양물을 가볍게 잡은 다음 살짝 끌어내렸다.

손으로 잡자마자 사내는 어제처럼 격렬하게 저항하기 시작했지만 별 의미는 없었다.

"가만히 있거라..."

몸을 뒤로 돌려 둔부를 내민 채, 귀두 끝에 음문이 맞닿는 감촉을 느끼고서, 성연군주는 심호흡을 했다.

이대로 둔부를 내리면, 그녀는 선을 넘게 된다. 지금껏 아슬아슬하게 넘지 않았던 선 앞에서, 성연군주는 이 선택을 되돌릴지 말지 망설였다.

"으으읍!"

하지만 사내의 신음소리를 들은 성연군주는 가학심이 일어나는 것을 느꼈다.

그렇다. 그녀는 이 자와 외도를 하는 것이 아니었다. 이 자에게서 일방적으로 아기씨를 강탈하는 입장인 것이다.

한결 마음이 가벼워진 성연군주는 이를 악물고 서서히 둔부를 내리기 시작했다.

"으으으으읍!"

'아프구나...!'

사내와의 교접이 익숙해진 여인들도, 지금의 성연군주처럼 무식하게 충분히 풀리지 않은 음부를 들이댈 엄두를 내지 못했다.

하물며 사내의 양물을 처음 받아들이는 그녀로서는 아픈 것이 당연했다.

"으으으읍!"

"이놈...! 순순히, 으윽! 본녀에게, 아기씨를 내놓아라...!"

하지만 이 사내가 격렬하게 거부하는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니, 그 아픔도 훨씬 덜하게 느껴지는 것 역시 사실이었다.

조금씩, 조금씩 둔부를 내리며 사내의 양물을 받아들이고 있는 성연군주의 입은, 이를 악문 채 입꼬리를 올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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