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푸색마 19 EP.257 별로 다를 것도 없군 (2)
성연군주는 스스로 제법 사고가 유연하다고 믿는 편이었다.
금지옥엽으로 자라난 그녀는 스스로가 새장 속의 새처럼 자라났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다.
그 때문에 그녀가 알지 못하던 새로운 사실을 납득할 수 있다면 비교적 저항하지 않고 받아들이는 편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눈앞에 실물이 있는데도 그것을 납득하지 못하는 상황은 그녀에게 있어 제법 드문 일이었다.
"마, 말도 안 된다... 어찌..."
사람의 몸에 저런 것이 달려있어도 되는 것인가? 저런 것을 여인의 뱃속에 밀어넣었다간 내장이 뭉개져 죽는 것이 아닌가?
남편의 물건을 떠올려보고 그것과 동류의 물건이라고는 도저히 생각할 수 없는 우람한 양물을 보고 성연군주는 남만 오지에 군사를 이끌고 갔을 때의 제갈무후의 기분이 이런 것인가 생각했다.
차라리 아무것도 몰랐다면 쓸데없이 크기만 하여 어떤 여인도 받아들이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었다.
'야, 양 언니는 대체, 저것을 받아내고도 어찌 무사할 수 있다는 말인가?'
톡
"으으으으으읍...!"
손끝으로 그 끝을 두드리자 사내는 어떻게든 몸을 틀어보려고 안간힘을 썼다. 하지만 단단히 묶인 상태로는 전혀 거기서 벗어날 수 있을 것 같지가 않았다.
조장이 말하기를 이 자에게는 산공독이 투여되어있다 하였으니, 더욱 그럴 것이었다.
'이렇게나 싫어한다면, 이 자를 좀 더 괴롭혀주는게 어떨까?'
몸부림치는 사내의 모습을 본 성연군주는 심술궂게 입꼬리를 올렸다.
[군주마마, 그 자의 목소리가 울렸사옵니다만 혹...]
"이 자의 포박은 건드리지 않았느니! 본녀의 명을 우습게 여기는 것이 아니라면 썩 물러나거라!"
[예, 마마!]
잠시 호위 중의 한 사람이 사내의 목소리를 듣고 찾아왔지만 성연군주는 그가 들어오기도 전에 호통을 쳐서 쫓아냈다.
포박을 건드리지 않았다는 것을 알았으니, 웬만한 소란이 일어나더라도 그들은 그다지 걱정하지 않을 터.
'흥... 하물이 커봤자... 커봤자니라...! 내 단단히 혼을 내줄 것이야...!'
큼직한 양물이 뻣뻣하게 일어선 그 모습에, 성연군주는 자신의 생각과 달리 미세하게 떨리는 손끝과 타는 것처럼 말라가는 입 안을 깨닫지 못하고 있었다.
'대체 누구야!'
다짜고짜 납치당한 것도 억울해죽겠는데, 사정 설명 하나 없이 바지가 벗겨진 나는 미칠 지경이었다.
분명 손끝이 부드럽고 만지는 손길이 서툰 것을 생각해보면 여자, 그것도 창녀는 아닌 여자일 가능성이 높기는 하다.
하지만 상식적으로 생각해보자. 사람을 납치해서, 차라리 취조를 하거나 아예 고문을 한다면 모를까 바지부터 벗기는 여자가 정상이겠는가?
'모르긴 몰라도 어마어마한 하자가 있으니까 이러고 있겠지.'
무림생활 시작부터 언소영을 납치, 강간한 내가 말하기에도 참 우스운 일이지만 아무튼 확률적으로 그렇다는 말이다.
하지만 내 거부감과는 별개로, 시각, 청각이 완전히 차단된 내 몸은 자지를 가볍게 어루만지는 손길에도 미친듯이 반응하고 있었다.
정말 세우기 싫은데, 부드러운 손길이 톡톡 자지를 건드리다 기둥을 가볍게 쥐고 살살 쓸어주는 것에 더욱 자지를 단단하게 세우는 것이다.
의식을 안 하려고 애를 써도 실제로 만지고 있는 손길에서 완전히 신경을 끊을 방법은 없었다.
'미친년, 개같은 년... 걸레년...!'
아무리 욕을 해도 때때로 서툰 손길이 혈관을 스칠 때마다 허리가 경련하는 것만은 어쩔 수가 없단 말이다.
술냄새 사이로 희미하게 풍기는 달콤한 냄새를 들이키면 나는 목덜미가 오싹해지면서 이를 악물어야만 했다.
냄새와 외모의 상관관계는 없지만, 어쩌면 이 손길의 주인은 꽤나 미인이 아닐까 기대하게 되는 것이다.
"으으읍...!"
그렇게 아무리 버텨도, 결국 내 자지는 조금씩 조금씩 사정의 압박을 받기 시작하고 있었다.
서툴기 짝이 없는 손놀림에도, 결국 언젠가는 사정하게 되어있는 것이 자지라는 물건이었으니까.
아랫도리가 우쭐거리고 고환이 저릿거리며 당장이라도 사정하고 싶다고 난리를 치기 시작하자, 나는 더욱 이를 악물었다.
하지만 손길의 주인은 내가 궁지에 몰린 것을 용케 알아차리고 더욱 자지를 힘주어 움켜쥐고 빠르게 손을 오르내리며 사정을 재촉하는 것이 아닌가.
얼굴을 바짝 들이대고 있는 것인지, 입김 같은 것이 귀두를 계속 간질이는 것이 느껴졌다.
'젠장...!'
내 감정과는 상관없이, 희미한 쾌감이 아랫도리에서 점점 그 덩치를 불려나가는 것을 막을 수가 없었다.
손길의 주인은 솜씨도 서툰 주제에 손가락을 제법 바쁘게 움직여가며 자지를 훑어올렸고, 나는 더는 참을 수가 없었다.
터져나올 것 같은 정액의 흐름이, 견디지 못한 내 몸을 떠나 바깥으로 힘차게 뿜어져나갔다.
"꺄아... 흡!"
성연군주는 비명을 지를 뻔하다가 얼른 입을 다물었다. 비명을 질렀다간 호위들이 달려와서 이 꼴을 보게될 터.
그것만은 절대 안 될 일이었다.
'어, 어떻게 사람이...!'
오늘 몇번째인지 모를 생각을 하며 성연군주는 제 얼굴에 묻은 질척한 것을 손으로 쓸어냈다.
새하얀 정액이 진득하게 손에 묻어나오는 것이, 지독한 냄새를 풍기고 있었다.
그녀가 아는 정액이라는 것은 이렇게 진하지도 않고 엄청난 양을 쏟아내지도 않았다.
본래 그녀가 원했던 것, 사내가 정액을 쏟아내고 수치심에 몸부림치는 것에는 관심조차 두지 못할만큼, 사내가 쏟아낸 정액은 상상을 뛰어넘었다.
'짐승의... 교미...!'
조장의 말이 떠오르자, 성연군주는 머리가 어질어질해지는 듯했다.
이런 것을 양하정의 뱃속에 쏟아넣으면서도, 사내는 아무런 걱정이 없었다는 말인가?
짐승의 것과도 같은 이런 정액을 여인의 뱃속에 쏟아넣는다면 그 여인은 틀림없이 임신하고야 말 것인데...
"하아아...!"
무심결에 제 입에서 긴 숨을 뱉어낸 성연군주는 제 아랫도리가 간질거리는 것을 느끼고 당황했다.
'미쳤구나, 미쳤어!'
성연군주는 황제의 손녀이자 주왕의 장녀였다. 또한 그녀의 남편은 대명의 건국에 힘을 보탠 공신의 자손이기도 했다.
이 대명에서 그녀만큼 지체높은 여인은 손에 꼽을 정도, 그런 그녀가 마치 동물처럼 수컷의 정액을 뒤집어쓰고 아랫도리를 경련시키고 있었다.
성연군주는 허겁지겁 손과 얼굴에 묻은 정액을 소매자락으로 대충 닦아냈다.
"하아, 하아... 술이, 술이 과했던 게야."
그렇게 스스로에게 변명을 늘어놓고 몸을 돌리려던 찰나, 성연군주는 사내의 바지가 벗겨진 것을 호위들이 보았다간 무슨 일이 있었는지 그들도 짐작할 것이라는 사실에 생각이 미쳤다.
다시 입혀야했다. 어째 한 번 사정하고 나면 물렁물렁해지는 남편의 것과는 달리 사내의 물건은 여전히 단단하게 일어나 꺼덕이고 있는 모습이 꺼림칙했지만, 안 했다가는 그녀의 체면이 박살나는 것이다.
사내의 옷을 입히는 것은 처음이지만, 대략 벗기는 것의 역순으로 하면 될 터.
"어, 어서... 가라앉히거라..."
귀가 막혀 듣지 못할 것을 알면서도, 성연군주는 눈앞에서 꺼덕거리며 진한 살냄새를 풍기는 양물을 뚫어져라 바라보며 말했다.
보면 볼수록 짐승같은 양물이었다. 길다란 그 형상은 마치 암컷의 가장 깊은 곳까지 확실히 씨를 쏟아내기 위한 것으로 느껴질만큼.
"하아... 하아..."
죽을 것이다. 이런 것을 받아들이면 내장이 뭉개져 죽고야 말 것이다.
그런 것을 알면서도, 성연군주는 거칠게 숨을 몰아쉬며 수컷의 향기를 콧속으로 빨아들일 때마다 뱃속이 꿈틀거리는 것 같은 착각을 느꼈다.
'이런 것을 받아들인다면, 반드시 아이가...!'
[군주마마, 안에 계신 시간이 길어지고 있사옵니다. 혹여 문제가 있으신 것이라면...]
"어, 어찌 그리 급하게 구느냐! 곧 나설 것이니 염려할 것 없느니라!"
화들짝 놀란 성연군주는 얼른 사내의 바지를 억지로 올렸다.
풀려있던 허리끈을 대강 여며주는 와중에도, 허리끈이 묶일 위치까지 치솟아오른 남근이 느껴졌지만 그것까지 신경쓸 여유가 없었다.
황급히 문을 닫고 나온 성연군주는 허겁지겁 자신의 침소로 돌아갔다.
마치 더러운 것을 피하는 것 같은 그 태도를 멀리서 지켜본 호위들 가운데 의아함을 느낀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하물며 성연군주가 사내의 정액을 흠뻑 머금은 자신의 소매자락에 슬쩍 코를 가져다대는 동작에 의문을 느낄 자는 더더욱 없었으리라.
"없다구요?"
언소영은 고개를 가로젓는 주약선의 대답에 본격적으로 심각함을 느끼기 시작했다.
날이 어두워져 시전의 장사치들은 대부분 오늘 장사를 파했기에, 혹시나 싶어서 늦게까지 문을 여는 기루나 주점까지 다 뒤지고 마지막으로 의원에 들른 것이었다.
혹시나 집에 들어갔을지도 모르지만, 아니라면?
"뭔가를 고안하고 있던 것 같은 흔적은 있습니다만... 꽤 전부터 의원에서 모습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주약선이 내민 바둑판 같은 것이 그려진 종이를 보며 언소영은 잠시 고개를 갸웃거렸지만 그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혹시?'
강윤이 스스로 모습을 감췄을 가능성 따위는 고려대상도 아니었다.
그녀들이 괜찮다고 해도 어떻게든 무림 전체가 그들을 부정하지 못하도록, 언젠가 강호에 모습을 드러낼 준비를 하나하나 진행하고 있는 남자였으니까.
'그렇다면 누군가에게 납치당한 것인가?'
남편은 주변머리가 꽤나 돌아가는 편이었다.
그녀들을 제외한 다른 여인에게 손을 뻗고 있을 가능성은 있지만, 문제가 될 소지가 있다면 틀림없이 그녀들에게 이야기하고 의견을 구했을 터.
그 점을 고려해보면 남는 가능성은 하나뿐이었다.
'혜아의 혼례를 망친 흑의인들...?'
그들은 대체 뭐가 목적이었는지 알 수 없지만, 강윤이 주도적으로 나서서 그들의 판을 망쳐버린 것은 사실이었다.
게다가 강윤은 이미 꽤나 전부터 그들과 본의아니게 충돌하고 있다고 하지 않았던가. 그들의 표적이 되었을 가능성은 충분했다.
"언 여협...?"
의아하게 지켜보는 주약선의 얼굴이 시야에 들어오자 언소영은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란 사실을 깨달았다.
이미 당혜원의 출산 때문에 한 번 안가를 방문한 적이 있는 주약선에게 혹시나 강윤이 온다면 알려달라는 당부를 남기고, 언소영은 급하게 몸을 돌리고 나는 듯이 달리기 시작했다.
"어억!"
그 때, 벽 뒤에서 몸을 드러낸 어떤 남자가 언소영을 피하려다 바닥에 나자빠지려는 모습이 보였다.
언소영이 부드러운 내기를 일으켜서 권을 후려치자, 순간적으로 남자의 하체가 그 부드러운 내기에 밀려나 엉겁결에 다시 일어섰고, 그것을 확인한 언소영은 다리에 실린 내력을 배가시켜 그대로 그 자리에서 사라져버렸다.
그렇게 볼썽사납게 넘어지는 꼴을 면한 사내는 작아져가는 언소영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이 의원은 대체 정체가 무엇이길래 드나드는 고수가 한둘이 아닌 것인가..."
물론 그 물음에 대답할 사람은 누구도 없었다.
그가 중얼댄 목소리가 바람에 흩어져 사라질 무렵, 사내 역시도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는 사실을 알아차리는 사람 역시, 누구도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