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밀푸색마-243화 (243/383)

밀푸색마 19 EP.243 않으면? (3)

미치겠네.

아까 내 방으로 가는데도 나를 붙잡더니, 이번에는 팔자에도 없는 달구경을 하게 생겼다.

"아, 저기입니다. 특별히 달구경을 생각하던 것은 아니지만, 소협이 말을 꺼낸 순간 바로 떠오르더군요."

확실히 정원수 옆에 놓인 바위가 딱 앉기 좋게 생기긴 했다.

그런데 중요한 건 그게 아니고!

"스님, 그보다..."

"예?"

역시 쉬어두시는 편이 좋지 않을까, 라고 말하려고 했던 나는 호연의 입가에 살짝 걸린 미소를 보고 말을 도로 삼켰다.

"아닙니다. 그보다 이쪽이 더 앉기 편하게 생겼는데, 스님께서 먼저 앉으시죠."

내 말에 몇 번이나 사양하던 호연은 그냥 빨리 앉고 구경이나 하자고 하니 고분고분 바위 위에 앉았다.

아무튼 말 못하겠다. 겨우 이런 걸로 좋아하는 티를 내고 있으니까 빨리 들어가서 쉬라는 얘길 못하겠어.

꺼지기 일보 직전의 촛불처럼 불안하던 호연의 얼굴을 기억하고 있으니까 더더욱 어려웠다.

"소협은 당가로 간다고 했었지요?"

"예."

"외람되지만 당가에는 어쩐 일로...?"

"어머니와 친우되시는 화절 팽연화 여협께서 당가에 계신데, 인근에 좋은 의원을 알고 계시다고 하셔서... 몸조리를 거기서 하시는 걸로 이야기가 되었습니다."

"아... 혹시... 병환이라도...?"

"아닙니다. 조만간 동생이 태어날듯 해서..."

"다행히 좋은 일이었군요. 축하드립니다."

"감사합니다."

호연은 환하게 웃으면서 축하해주었지만 그 애가 내 애라는 걸 알게 되면 어떻게 될까...

"제갈 여협은 제가 젊었을 때 뵌 적이 있지요. 굉장히 아름다운 분이셨습니다."

그야 삼봉이니까 미모는 기본이긴 했을 거다. 하지만 어머니는 지금도 충분하고도 남을만큼 예쁘니까 별로 궁금하지는 않네.

"스님도 아름다우십니다."

"아미타불... 빈니는 불자입니다."

지금껏 불호라고는 외운 적도 없으면서 갑자기 불자 행세를 하는 것을 보니, 갑자기 칭찬을 받으니 어지간히 부끄러운 모양이었다.

"저 같은 사람보다는, 남궁 대부인 같은 분이 정말 아름다운 분이시죠. 저와 비슷한 연배라고는 도저히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대부인께서도 아름다우시지만, 스님께서도 지지 않을만큼 아름다우십니다."

"그, 그만하십시오, 소협. 부, 불자를 희롱하다간 부처께서 노하십니다."

"절대 희롱은 아닙니다만... 부처님이 보시기에 어떨지 모르니 이쯤에서 그만하도록 하죠."

"흠흠, 잘 생각하셨습니다."

헛기침을 하며 입가를 가리는 호연의 손 너머, 그녀의 입술은 과연 어떤 형태일까?

조금은 좋아해주면 좋을텐데.

"스님께서는, 이대로 소림으로 돌아가시는 거지요?"

"맞습니다. 이미 무림맹 편으로 본사에 소식이 들어갔을 겁니다만, 남궁세가에서도 일이 벌어질 정도라면 본사에서도 준비가 필요할테니까요."

"음? 그런데 생각해보니 이쪽은 남궁세가에서도, 구화산에서도 소림사로 가는 방향은 아니지 않습니까? 이쪽에는 어쩐 일로..."

"그, 그건..."

호연은 눈을 이리저리 굴리면서 내 눈을 피하다가, 결심한듯 입을 한 번 꾹 닫고 다시 입을 열었다.

"소협, 실은 빈니가 소협께 숨기고 있던 것이 있습니다."

"예?"

호연의 진지한 표정에, 나는 나도 모르게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그, 그게 실은..."

호연은 역적모의라도 하듯이 바짝 목소리를 낮추었다.

"실은?"

"비, 빈니는 우연히 이 곳에 오게 된 것이 아닙니다."

"네?"

뭔가 대단한 심모원려라도 가지고 여기로 오기라도 한 건가?

하지만 이어지는 호연의 말은 내 추측이 틀렸다는 사실을 알려주었다.

"사, 사실, 혹시나, 여기에서 소협을 만날 수 있지 않을까 해서 찾은 것인데... 물론 그럴 리가 없다고도 생각했습니다만..."

"...네?"

"혹시나 만에 하나라도 만날 수 있다면, 소협에게 꼭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어서..."

호연은 우물대며 말했지만, 나는 그 말을 충분히 알아들을 정도의 청력을 가지고 있었다.

"별 일 아닙니다. 도울 수 있었던 상황이었으니 작은 도움을 드렸을 뿐..."

"그렇다고 해도, 도움이 필요할 때 진실로 도움을 주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소협, 소협은 저를 구해준 겁니다."

호연이 손을 뻗어 내 손을 감싸쥐었다. 내 손에 비하면 훨씬 작고 부드러운 손이 힘있게 감싸오는 느낌이 기분좋았다.

그건 그렇고, 숨기고 있던 것 운운하던 것치고는 참 조촐한 걸 숨기고 있었구만.

불망어 따윈 쌩까고 숨쉬듯이 구라치는 몽아와는 달리, 정말 참된 불자 그 자체다.

"감사합니다, 소협. 빈니가 대단한 일은 해드릴 수 없습니다만, 빈니가 할 수 있는 일이라면 뭐든지 도울 것을 약속드립니다."

뭐든지?

"스님, 이러시지 않으셔도 됩니다. 제 도움은 작은 도움에 불과했으니, 다른 분께 스님께서 베푸시면 될 일 아니겠습니까?"

뭐든지.

"그저 그것만으로도, 저는 스님께 작은 도움을 드린 것을 기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뭐든지이이이이이이!

"그것이 사람 사는 세상의 선의가 끊이지 않고 오고가는 방법 아닐까요?"

섹스!

"강 소협..."

호연은 내 손을 쥔 채 감동한 표정으로 나를 올려보았다.

나는 정말 섹스하게 해달라고 외치고 싶었지만, 머릿속에서 외치는 STAY 사인이 나를 막아섰다.

"정말 의인이군요. 소협의 의기에 감복했습니다. 하지만 소협..."

"늦은 시간에, 여기서 무엇들 하고 계신가요?"

다시 한 번 호연이 내 말을 부정하려던 찰나, 불청객이 끼어들었다.

아니, 객이 아니라 주인이고, 사실 나와 원래 약속한 쪽은 저쪽이었지만.

"남궁 대부인..."

바람맞아서 뿔이 잔뜩 난 언소영이 사박사박 발소리를 내며 모습을 드러냈다.

<나중에 밤에 몰래 갈게요.>

굳이 가까운 방에서 지낸다는 것을 알려줄 필요는 없을 것 같아서 비어있는 객방으로 보냈을 때, 남자는 분명 그렇게 전음을 보냈었다.

언소영은 당연히 올 거라는 태평한 마음으로 남자를 기다렸는데, 남자는 시간이 꽤나 지났는데도 오지 않았다.

혹시나 싶어 나와보니, 아니나 다를까.

"대부인께서도 달을 보러 나오셨습니까?"

아무래도 호연과 달구경을 하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그냥 잠이 안 와서 나와보았을 뿐일세."

언소영은 퉁명스럽게 대꾸했고, 남자는 찔끔한 표정을 지었다. 잘못한 것은 알고 있는 모양이었다.

호연과 꽤나 가까운 곳에 앉아있는 그 모습이 눈에 밟힌 언소영은, 성큼성큼 그들의 사이에 다가가서 자연스럽게 그들 사이에 자리잡고 앉았다.

"대, 대부인?"

"왜 그러시죠?"

강윤이 앉은 바위가 좀 더 컸기 때문에 그를 자연스럽게 몸으로 밀어내며 그와 같이 앉은 언소영은, 호연의 당혹스러운 표정을 보고 내심 승리감을 느꼈다.

한편 호연은 그런 언소영의 모습에 숨이 막히는 듯했다.

'어, 어떻게, 저런...'

좁은 자리에 둘이 뭉쳐 앉은 탓에, 언소영과 사내는 바짝 붙어있었다.

평소에 그랬어도 놀랄 일인데 하물며 언소영은 침의에 간단한 겉옷을 걸치고 있어 아슬아슬하게 정원에나 나올 수 있을만큼 얇은 차림이었다.

"달 생각은 못하고 나왔는데, 경치가 좋기는 하군요."

그런 차림으로 남녀가 바짝 붙어있다니, 망측스럽기 그지없는 일인데도 호연은 쉽게 그 문제를 지적하기 어려웠다.

남녀라고 보기보다는 모자라고 봐야 알맞을 두 사람의 나이 차이와,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듯한 언소영의 반응 때문이었다.

하지만 호연의 본능은 단아한 가운데 한가닥 요염함을 감추고 있는 언소영의 자태를 보고 뭔가가 이상하다고 계속 경고성을 발하고 있었다.

"저, 대부인..."

벌떡

호연이 좀 자리를 떨어뜨려 앉는 것이 어떻겠느냐고 말하려던 그 때, 강윤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 아무래도, 저 때문에 두 분께서 편히 쉬시질 못하는 것 같군요. 저는 후원을 한 바퀴 돌아보다 들어가겠습니다. 들어가 쉬시죠."

"소협?"

뭐가 어떻게 되었든 두 사람의 밀착 상태가 해소되었으니 됐다고 생각하던 호연은, 갑자기 휑 자리를 떠버리는 강윤을 멍하니 지켜보기만 했다.

"그도 그렇군. 스님, 저도 이만 들어가 쉬려합니다만, 어찌하시겠습니까?"

"저, 저는 조금만 더 보다 들어가겠습니다."

"그렇군요. 그럼 즐거운 시간 되시기 바랍니다."

언소영은 예의바르게 인사하고는 자리를 떴다. 그렇게 두 사람이 자리를 떠난 다음에도, 호연은 한동안 그 자리에 남아있었다.

그녀의 뇌리에서는 언소영과 강윤이 바짝 붙어앉은 모습이 이상하게 사라지질 않았고, 그것을 되새길 때마다 호연은 목 아래가 뜨겁고 따끔거리는 느낌이 들었다.

우연히도, 두 사람이 사라진 방향은 같은 방향이었다.

"사, 상공... 안에, 들어갈 때까지만... 아앙♥"

"안 돼, 못 참아요."

나는 건물 뒤편 으슥한 곳에서 언소영의 앞섶을 풀어버리고 즉시 자지를 꺼냈다.

"이, 이러다 들켜요오... 흐으응♥"

쑤우우욱

이미 진작부터 질척하게 젖어있었던듯, 언소영의 축축한 속곳을 살짝 옆으로 밀어내고 나는 허겁지겁 자지를 밀어넣었다.

"들킬 것 같았으면 그런 짓을 하지 말았어야지."

두 겹의 가운 같은 옷의 앞섶이 벌어지고, 가슴과 보지를 훤히 드러낸 언소영은 내게 매달려서 억눌린 교성을 흘리기 시작했다.

호연 쪽에서는 보이지 않았겠지만, 언소영은 내게 몸을 밀착해서 앉은 정도가 아니라 내 몸을 여기저기 더듬으며 도발해왔다.

내 허벅지를 부드러운 손으로 살살 쓰다듬으며 몰래 자지 부근을 톡톡 두드리는 짓을, 아무것도 모르고 있는 호연 앞에서 하고 있는데 배겨?

"그 자리에서 들켰으면 어쩔 뻔했어요? 아니, 그냥 붙어앉은 것만으로도 소문이 퍼지기라도 하면 치명적인데."

"아응♥ 하지마안..."

나는 언소영의 옷 안으로 손을 밀어넣어 매끄러운 엉덩이살을 꽉 움켜쥐고 허리를 세게 올려쳤다.

그 쾌감에 헐떡이던 언소영은 칭얼대면서도 결국 입을 열었다.

"나, 바람 맞히고... 나도 해본 적 없는 달구경... 같이 하고 있었잖아요... 하윽♥ 왜, 왜...! 허리, 빨라앗...♥"

"귀여워서...!"

쑤컹쑤컹쑤컹쑤컹♥

"뭐, 뭐가요... 으읏♥"

"달구경 못했다고 질투해서 자지 도발하는게 그럼 안 귀여워...?"

"그, 그런가아...?"

언소영은 아닌척하면서도 기분이 좋은듯 입꼬리가 씰룩씰룩 올라갔다.

"그리고 사실 달구경 못한게 내 책임이야? 당신 책임이지..."

"그건 또 왜요?"

"밤에 달 같은 거 볼 생각을 못하게 만들잖아... 이 야한 몸이..."

"아이, 차암...!"

언소영이 손으로 내 가슴을 찰싹 때렸지만 아프지도 않은 앙탈이었다.

말이야 바른 말이지, 나이 먹을만큼 먹은 아줌마 주제에 음란한 몸매로 밤마다 섹스 마렵게 해놓고서 달구경은 무슨 달구경.

"그래놓고 달구경을 못했다고 나한테 따지면 돼요, 안 돼요?"

도리도리

언소영이 고개를 젓는 것을 확인한 나는 즐겁게 허리를 놀리며 자존감 충만해져서 자지를 성심껏 조여오는 음탕한 여체를 만끽했다.

나를 기쁘게 하는 법을 완벽하게 터득한 중독될 것 같은 여체에 페이스 같은 것은 생각하지 않고 쉬지 않고 자지를 밀어넣다보니 어느새 사정감이 올라오고 있었다.

"소영, 쌀게요."

"으응... 안에 싸아...♥"

언소영 역시도 브레이크고 나발이고 없이 허리를 미친듯이 놀려댄 보람이 있는지 쾌락에 허덕이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내가 안에 쌀 것을 알고 이젠 물어보지 않아도 안에 싸달라고 하는 것이 기특해서 나는 그녀의 입에 입술을 맞추며 용광로처럼 뜨거운 고기구멍에 철저하게 쾌락을 부어넣었다.

"받아들여...!"

"아아앙♥"

뷰루루루루루룩

끈적한 정액을 실컷 자궁에 털어넣고 나니, 마치 극락에라도 온 것 같은 쾌감이 머릿속을 점령했다.

원래는 호연이 이상하게 생각하기 전에 빨리 돌아가기 위해서 서두른 것이었는데, 이렇게 빠르게 하나도 참지 않고 정액을 싸질러버리는 것도 제법 나쁘지 않은 기분이었다.

내 몸에 매달려서 헐떡이던 언소영이 내 귀에 대고 입을 열었다.

"역시... 오늘은 이게 마지막이겠죠?"

"아무래도, 그래야겠어요."

너무 오랫동안 처소로 돌아가지 않으면 호연이 이상하게 생각하고 찾으러 나올지도 모른다.

은신하고 살금살금 튀어나오는 것도 알아차릴 정도면 대체 얼마나 대단한 고수인 건지는 모르지만, 아무튼 내가 드나드는 것에도 관심을 가지고 있다면 안 들어갔을 경우 뒷감당이 안 된다.

언소영은 가르릉대는 소릴 내며 내가 신겨준 신발을 신고 바닥에 내려섰다.

그 다음 다릴 벌리고서 진득하게 차오른 정액을 손가락으로 긁어냈다. 아마 가는 길에 흘리면 골치아플 수도 있어서 그런 것 같았다.

'이럴 거면 이번만큼은 바깥에 쌀걸 잘못했나...?'

아니, 아니다.

언소영이 달덩이 같은 엉덩이를 내밀고서 바닥에 주저앉는 모습을 본 나는 즉시 내 판단을 수정했다.

"소영."

"네?"

언소영은 다리 사이에서 정액을 빼내면서 대수롭지 않은 태도로 대답했지만, 그 태도는 아마도 곧 깨질 예정이었다.

"역시 난 달구경은 이쪽 달구경이 좋은 것 같아요."

내 말이 무슨 뜻인지 곰곰이 곱씹던 언소영은 뒤늦게 그 뜻을 깨닫고 억눌린 비명소리 비슷한 소릴 냈다.

나는 그 소리를 뒤로 하고 내 처소로 돌아가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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