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푸색마 19 EP.239 내 청을 들어준다면 (2)
황보준은 내 앞에 엉거주춤 선 채로 머뭇대고 있었다.
뭐지? 솔직히 불편한데?
"무슨 일이십니까?"
내가 묻자 황보준은 시선을 내리깔고 잠시 고민하는듯하더니 결국 입을 열었다.
"혜매에게 대강 이야기는 들었소."
"...그렇습니까?"
얼굴이 어두운 이유가 이해된다.
애초에 남궁혜와 헤어지고 싶지 않아서 나를 끌어들인 사람이니, 결국 이혼이 확정되었다는 이야기를 반가워할 수는 없겠지.
그런데 그럼 왜 이제 와서 이혼을 받아들인 거지?
"그런데 혜매에게 물어보니 소협이 당장 혜매와 혼인하는 것은 아니라고 하더군. 혹, 이유를 들어볼 수 있겠소?"
"아... 그건 조금, 어렵겠습니다. 개인적인 사정인지라..."
언소영을 비롯한 다른 여자들 이야기를 할 수도 없고, 다른 합리적인 이유를 꾸며내기도 어려웠다.
"그렇소? 그렇다면 어쩔 수 없겠구려."
그래도 이게 주된 용건은 아니었는지, 황보준은 고개를 흔들고는 다시 입을 열었다.
"소협도 익히 짐작하고 있겠지만, 내... 문제를 세간에 덮은 상태로 혼인을 없던 일로 만들게 될 경우, 혜매는 강호에서 온갖 의혹을 받게 될 거요. 그리고 그건 여인에게는 꽤나, 무거운 짐이겠지."
그건 나도 알았다. 최종적으로 내가 데려갈 거라고는 해도, 남들이 떠들어대는 소리가 아무런 타격이 없지는 않을 거다.
무엇보다 남궁세가와 황보세가 사이의 관계가 급격하게 냉각될 가능성이 높다. 윗사람은 사정을 알아도 아랫사람은 그게 아니니까.
내가 바로 혼인을 해버리면, 나한테 '사랑꾼+불한당' 이미지가 씌워지고 끝이니, 더욱 신경쓰이겠지.
"정확한 사정은 알 수 없지만, 이 모든 것을 감안하고도 혜매와 혼인을 해주지 못할만큼 중대한 이유가 있는 것이오?"
착하기는 오지게 착하다. 이혼을 결정한 이유가 뭔지는 몰라도 남궁혜가 마음에 안 들어서는 절대 아닐 것 같다.
미련이 철철 흘러넘치고 있는 것을 보면 충분히 짐작할 수 있었다.
"...예."
하지만 나 역시 남궁혜 말고도 책임져야할 여자들이 있다.
남궁혜 역시도 그 중 하나지만, 당장 안일하게 혼인을 결정해서 나머지 여자들의 희생을 강요하고 싶지는 않았다.
지금은 알지 못하지만,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서...
"그렇다면 한 가지, 제안이 있소. 아니, 청이라고 해도 좋겠군. 이걸 들어준다면..."
황보준의 이어지는 말을 들은 나는 귀를 의심했다. 하지만 정말 그대로 해준다면, 나로서는 더 바랄 것이 없는 전개이기는 했다.
"정말 괜찮겠습니까? 혹시 세가의 웃어른들께서..."
"내가 알아서 할테니 염려하지 마시오. 들어주겠소? 그것만 답해주시오."
나를 응시하는 눈에서 기이하고 음울한 열기가 느껴졌다.
나는 대답을 했다.
다시 밤이 찾아왔다.
남궁혜는 몸을 뒤척였다. 그녀가 잠을 못 이루는 이유는 몸을 뉘인 그녀의 옆이 텅 비어있기 때문이었다.
'상공...'
그녀와 황보준은 갈라섰다. 황보준이 순순히 받아들인 이유는 알 수 없지만, 남궁혜는 자신이 그를 배신한 것이 결별의 주된 이유라고 생각했다.
황보준에게 느끼던 애정이, 여인으로서 느끼는 애정과는 본질적으로 다르다는 것을 깨닫기는 했지만 그에 대한 친애의 감정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었다.
같은 침상에 누워있던 그가, 오늘은 처음부터 다른 방에서 잠을 청하고 있다고 생각하니 잠이 오질 않았다.
똑똑
그런 감상에 젖어있던 남궁혜는 창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몸을 벌떡 일으켰다.
그녀가 잠을 청하는 침소를 창문으로 드나들 사람이라고 해봐야 뻔했다.
"강... 소협?"
[맞아요, 나에요.]
남궁혜가 머뭇머뭇 창문을 열자, 사내가 가벼운 동작으로 창을 뛰어넘어 안으로 들어왔다.
그러고는 바로 침의 차림인 남궁혜를 끌어안았다.
"자고 있는데 깨운 거에요?"
"아직, 자던 건 아닌데..."
남궁혜는 자신의 간사한 마음에 조소했다. 조금 전까지 황보준을 애틋하게 여기던 마음을, 사내가 그녀를 찾아온 기쁨이 서서히 잠식해들어가는 것을 느낀 것이다.
여인을 자연스럽게 안아오는 단단한 몸은 자신이 보호받고 있다는 확고한 안정감을 주었다.
코를 스며오는 사내의 살냄새를 느끼며, 남궁혜는 조심스럽게 사내의 등에 손을 뻗어 그녀도 마주 안았다.
"이, 이 시간에는 왜..."
"왜 왔겠어요?"
이미 그 답을 뻔히 알고 있었지만, 남궁혜는 모른척했다.
조금 전까지 황보준을 염려했던 그녀로서는, 적어도 오늘만큼은 사내에게 안기지 않음으로써 자신의 양심을 지키려고 했다.
"...오늘은 안 돼요. 돌아가줘요..."
그녀의 어깨를 감싼 사내의 팔이 살짝 쳐지는 것이 느껴졌다. 실망한 것이 분명했다.
"미안해요, 오늘만큼은... 이해해줄 수 있죠?"
남궁혜는 사내의 등을 부드럽게 토닥이며 달랬다. 그 때, 사내의 속삭이는 목소리가 들렸다.
"미안해요."
"아니에요. 내가 거부한게 잘못... 꺄악?"
사내의 팔이 그녀의 허벅지를 받치면서 그녀를 안아올리자, 남궁혜는 그제야 상황을 파악했다.
"왜, 왜 이래요... 하루만, 하루만 참아달라는데..."
"미안해요, 나도 오늘만큼은 꼭 해야돼요."
남궁혜는 그녀를 붙잡은 사내의 손을 벗겨내려고 했지만 요지부동이었다. 아까까지 그녀를 단단하게 지켜주던 팔은 그녀를 옴짝달싹 못하게 붙들어서 침상까지 데리고 갔다.
침상에 내려놓인 남궁혜는, 사내가 급하게 자신의 옷을 벗기는 손길을 멈출 수 없었다.
얄팍한 침의와 속곳이 벗겨진 남궁혜는 순식간에 알몸이 되어 사내에게 붙들렸다.
대체 사내가 왜 이러는지 이해할 수 없었지만, 남궁혜는 큰소리도 내지 못하고 작은 목소리로 사내에게 따졌다.
"저, 정말 왜 이러는 거에요..."
자신의 옷 역시 벗어내리던 사내는 잠시 그 손을 멈추고 말했다.
"...나중에, 기회가 되면 말해줄게요."
확실하게 말해준다는 확답조차 해주지 않는다는 말인가? 하지만 남궁혜 역시 자신이 하기 싫은 이유를 말하기 조금 난감한 입장이었기 때문에 조금은 이해가 되는 것이 더 기가 막혔다.
달빛 아래에 사내의 건장하면서도 날렵한 육신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 그 중심에서 이미 팽팽하게 치솟은 하물은, 시선을 피하려고 해도 자연스럽게 눈길이 가는 어처구니없는 상황.
그녀의 의사와 상관없이 떠오르는 열락의 기억은 친애의 정 따위로 억누를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오늘 하루만, 내게 맞춰줘요. 다음에는 내가 혜매에게 맞출테니까. 응?"
결국 사내의 뜻에 따를 수밖에 없으리라. 남궁혜가 거부한다고 해도, 사내는 어떤 식으로든 매달리고 구슬려서 그녀를 안고야 말테니까.
그것이 바로, 남궁혜가 감상에 젖었던 자신을 부정하고 사내의 품 안에 안겨들어가는 변명이었다.
황보준은 눈을 크게 뜬 채 두 사람의 나신을 바라보았다.
원래 비어있던 옆방에 몰래 숨어든 그는, 강윤이 약속을 지키는 것을 지켜보고 있었다.
<내 오명을 뒤집어써서라도, 혜매가 아닌 내게 혼인 무산의 책임이 있다고 강호 전체를 납득시켜주겠소.>
대신, 남궁혜와 벌이는 정사를 몰래라도 봐야겠다는 황보준의 제안에, 강윤은 당혹스러운 기색이었지만 결국 그의 제안을 수락하고 말았다.
그의 무공은 남궁혜보다는 윗줄이었기 때문에, 최대한 기척을 죽이고 은신한 그를 남궁혜가 찾아낼 방법은 없었다.
"그래요, 그렇게... 잘한다..."
그리고 남궁혜는 사내의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아 예쁜 입을 벌려 남근을 물고 있었다.
선녀처럼 아름다운 그녀가, 그가 모르는 사이에 저런 것까지 꺼리낌없이 하게 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황보준의 하물은 전에 없이 팽창했다.
'혜매, 혜매...!'
남근을 입에 물고 있다가 도로 빼낸 남궁혜는 혀를 내밀어 핥기 시작했다.
사내의 통나무 같은 허벅지를 고운 손으로 잡은 채, 당과라도 핥아서 녹이듯이 맛있게 핥아올리는 모습.
아이를 키우며 행복하게 살고 싶다는 말과 함께 부드럽게 웃던 남궁혜가, 마치 탕녀처럼 사내의 육체에 매달리고 있었다.
부스럭부스럭
그렇게 훔쳐보는 흥분을 이기지못한 황보준은 바지춤을 천천히 풀어내렸다.
사내에 비하면 한참 부족하지만, 힘껏 부풀어오른 남근은 그의 손 안에 잡혔다.
남궁혜의 입 안은 어떤 감촉일까, 혓바닥은 어떤 감촉일까.
검을 수련해 굳은살이 빼곡하게 박힌 자신의 손과는 전혀 다른 감촉일 것인데,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허리가 빠질 것처럼 기분이 좋았다.
"으윽, 혜매...!"
그 때, 남궁혜가 다시 한 번 남근을 물면서, 상당한 깊이까지 남근을 머금는 것이 보였다.
저렇게까지 깊이 머금으면 목이 상하지 않을까 염려가 될 정도였지만, 남궁혜는 열심히 사내의 남근을 빨아대면서 입으로는 미처 받아들이지 못한 부분을 섬세한 손길로 더듬었다.
사내가 입에서 터뜨리는 쾌락성만으로도 그것이 얼마나 커다란 쾌감을 주고 있을지 상상할 수 있었다.
"혜매, 나 이제 나올 것 같아...! 크윽...!"
사내가 못 견디겠다는듯 몸 전체를 움찔거렸고, 남궁혜의 조막만한 머리가 힘차게 위아래로 움직이며 사내의 남근을 훑어올렸다.
황보준 역시 제 손을 급하게 놀려서 남근을 훑어냈고, 당장이라도 사정할 것 같았다.
"혜매, 안에 쌀게... 전부 받아들여...!"
사내는 남궁혜의 머리를 붙잡아 더욱 깊이까지 눌러넣었다.
그 모습을 본 황보준은 크게 당황했지만 아랫도리가 더욱 아려오는 것을 느끼고, 본능적으로 손으로 격렬하게 남근을 쓸었다.
"싼다...!"
"으으읍...!"
사내가 사정한듯 싶었다. 남궁혜는 손을 허우적대면서 당황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황보준은 그 모습마저도 흥분의 재료로 삼아 허리를 뒤틀었다.
그리고 황보준 역시도 사정했다.
퓨웃 퓨뷰웃
엄청난 사정이었다. 지금껏 스스로 위로하던 어떤 때에도 이렇게까지 많은 양의 정액을 사정하지는 않았다.
마치 아랫배가 텅 비어버린 것 같은 감촉에, 황보준은 허리를 경련시키며 숨을 골랐다.
"미, 미안해요, 혜매. 괜찮아요?"
사내가 흥을 이기지 못하고 남궁혜의 머리를 억지로 밀어넣은 문제를 뒤늦게 깨달았는지 얼른 남궁혜의 머리를 놓고 제 남근을 입에서 뽑아내도록 했다.
그리고 황보준은 볼 수 있었다.
강제로 사내의 가랑이에 파묻혀있던 남궁혜의 얼굴이, 진한 정액을 코와 입으로 질질 흘리면서 몽롱한 시선을 하고 있는 것을.
그리고 그녀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무작스러운 양의 정액은 그가 엄청나다고 평가했던 그의 손과 벽에 묻은 정액에 비하면 마치 동정호와 연못만큼의 차이가 났다.
"쿨럭... 쿨럭... 정말, 이럴 거에요...?"
"잘못했어요..."
남궁혜는 움츠러들어 고개를 숙이는 사내의 얼굴을 보고 눈을 흘겼지만, 황보준은 그녀의 시선에 애정이 듬뿍 섞여있다는 것을 쉽게 알아볼 수 있었다.
수컷으로서의 패배감이 황보준을 덮치고 가슴이 아려왔지만, 이상하게도 남근은 다시금 물렁하게나마 치솟아 그들이 다음에는 어떻게 몸을 섞을지 보고 싶어했다.
아직도 밤은 길었고, 두 남녀의 몸은 식으려면 멀었다.
여인이 모르는 단 한 명의 관객은, 오늘밤 충분히 아랫도리를 달랠 수 있을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