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푸색마 EP.233 어땠어요? (2)
남궁혜는 종리소소의 순박하고 아이 같은 성격에 이런 질문이 들어올 줄은 몰라 순간 말문이 막혔다.
자신도 굴곡없는 삶을 살아온 아가씨였지만, 어린 시절부터 태중혼약한 오라비의 과보호를 받으며 자란 종리소소는 자신보다도 더했기에, 이런 부담스러운 관심을 보여올 줄은 몰랐다.
"시비들이 말하기로는 흔적이 엄청났다던데..."
종리소소의 말을 듣고서야 그 흔적을 다른 사람도 볼 것이라는 사실을 깨달은 남궁혜는 제 이마를 후려치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야 엄청난 흔적이기는 했다. 땀과 애액과 침과 정액이 스며든 침상은 침상이라기보다 음란한 냄새의 결정체에 가까운 무언가였으니까.
남근에 죽도록 시달린 남궁혜가 침상에 엎드리면, 거기서 올라오는 냄새만으로도 온몸이 저릿거릴 지경이었다.
"벼, 별로 재미없을 거에요. 그보다 다른 얘기를... 아니, 하던 일이나 마저 하죠."
"어머? 어딜 가요?"
종리소소는 남궁혜의 팔을 덥석 잡아 일어나지 못하게 붙잡았다.
"재미가 없을리가 있겠어요? 얌전한 두 사람이 만난 결과가 그런데..."
그 두 사람이 아니니까 그렇죠.
남궁혜는 내심 그렇게 생각했지만 차마 그것을 입에 올릴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아, 하지만 오해는 하지 말아요. 저는 어디까지나 흥미본위가 아니라 가문의 안주인으로서 물어보는 것뿐이니까요. 흠, 흠."
만약 견이가 말을 할 수 있다면, 그 젖먹이조차도 이 핑계가 얼토당토 않은 소리라고 말할 것이 분명했다.
충실한 밤생활로 빨리 아이를 낳아야 혼인생활이 안정된다고 주장하는 종리소소의 슬하에는 아직 아이가 없다는 것만 보아도 그것은 명백했다.
남궁혜는 한숨을 쉬며 자신의 팔을 잡은 손을 부드럽게 풀어냈다.
"어머니께선 그런걸 물어보지 않으셨답니다. 새언니, 이상한 호기심은 그만 접는게 좋겠어요."
"그, 그럼 하나만요! 하나만 대답해줘요. 이건 중요하니까..."
"...일단 들어본 다음에요."
종리소소는 제 입으로 화제를 꺼내놓은 주제에 주변을 잠시 두리번거리다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
"그, 그렇게 많이 하는데, 힘들지는 않았어요? 아침에 많이 피곤할 것 같은데..."
힘들다?
정신적으로는 당연히 힘들었다. 쾌락에 노곤해진 정신은 손가락 하나 까딱할 생각조차 하지 못할 정도로 끔찍하게 시달리는 밤이었다.
하지만 육체적으로는, 강제로 내력으로 육신이 회복되니 지치기는커녕 잠 한숨 자지 않아도 다음날 생활에 지장이 전혀 없었다.
"어머나...!"
"자, 잠깐, 새언니... 아니에요...!"
종리소소가 내지르는 탄성에 남궁혜는 자신이 대답을 너무 끌었다는 사실을 깨닫고 말았다.
적어도 쉽게 힘들다고 할 수는 없을만큼, 뭔가가 있는 밤을 보냈다는 대답을 언외로 하고 말았던 것이다.
"남편과 금슬이 좋다는 건 좋은 일인데, 왜 그렇게 부끄러워해요? 어디 가서 말하고 다닐 생각은 전혀 없으니까 걱정하지 않아도 돼요."
상대가 남편이 아니라는 이야기를 하지 못하니 남궁혜는 답답하기 그지 없었다.
"안심했어요. 앞으로도 사이좋게 부부가 오래도록 해로할 수 있겠네요."
'오래도록?'
남궁혜는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그리고 그 사실을 깨닫자 그녀는 애써 피하고 싶었던 깨달음을 얻었다.
이제 그녀가 황보세가에 들어가게 되면, 당연히 이런 생활은 끝이다.
아이를 낳고, 자상한 남편과 함께 행복하게 살아가겠지만 그 불한당 같은 남자와 다시는 살을 섞지 못하게 되리라.
'각오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평생동안, 남편이 있는 몸이면서도 마치 수절한 여인처럼 쾌락을 잊은 척 살아야한다고 하니 정신이 아득해졌다.
순간 이후에도 이런 관계를 이어나갈 생각을 떠올렸지만, 남궁혜는 그 생각을 얼른 지웠다.
스스로가 이런 여자가 되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인정하게 되어버린 이상, 이대로 가만히 있을 수는 없었다.
자신을 위해서, 그리고 무엇보다 자신 같은 여자에게 희생당해서는 안 될 황보준을 위해서라도.
"아가씨?"
종리소소는 자기가 무엇에 불을 댕겨버린 것인지, 전혀 알지 못하는 표정을 지으며 의아한 목소리를 냈다.
황보준은 몰래 두 사람의 침소에 딸린 곁방에서 숨을 죽인 채 의원의 말을 떠올리고 있었다.
<호오... 분명히 물리적으로 통로가 파괴되었기에 불가능할 거라고 생각했습니다만...>
의원은 틀림없이, 환골탈태라도 하지 않는 이상 제 양물을 고칠 수는 없다고 했었다.
하지만 묘하게 아랫배를 맴도는 기운의 정체가 궁금하여 의원에게 확인을 받아본 결과, 어쩌면 우회적으로나마 나을지도 모른다는 말을 들을 수 있었다.
<분명 신체적으로는 이미 어렵습니다만... 내력을 활용해서 간접적으로 자극한다면 가능할 수도 있습니다.>
아랫배에 있는 뜨거운 기운은 분명 그것을 황보준의 몸이 무의식중에 알아차리고 내력을 나눈 것이 분명하다고 했다.
남들 앞에서는, 특히 남궁혜 앞에서는 보여서는 안 될 모습이기 때문에 황보준은 몰래 숨어서 허리춤을 풀고 있는 것이었다.
강윤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황보준 자신은 남들과 비교해본 적이 없어 몰랐지만 평균을 살짝 밑도는 크기의 남근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가 황보세가에 있을 적 수음(자위)을 위해 몰래 써먹었던 춘화는 없지만, 황보준은 춘화보다도 더 좋은 것을 알고 있었다.
'혜매...!'
그는 남궁혜의 나신을 상상하며 일어서지 않는 남근을 부지런히 주물렀다.
그녀가 기뻐하며 그에게 안기는 모습, 남근이 너무 격렬하게 쑤셔져 힘들어하는 모습을 상상하며 뱃속의 기운이 남근을 일으켜 세워주기를 기다렸다.
이것이 되살아난다면, 어쩌면 자신도 부인과 방사를 하여 아이를 가질 수도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계속 주무르고 문대보아도, 머릿속으로 남궁혜의 모습을 아무리 상상해보아도 남근이 일어서지를 않았다.
비록 세우지는 못했지만 분명 한 번 사정한 적도 있을텐데도, 미동도 하지 않는 것이다.
"이익...!"
춘약 같은 것은 소용이 없을 거라고 했다. 이것은 어디까지나 내력을 보조적으로 사용해 강제로 일으켜세우는 것에 지나지 않으니.
남궁혜의 온갖 모습을 상상하며 양물을 쓰다듬던 황보준은, 어느 순간 내력이 흘러 남근이 살짝 단단해지는 것을 느꼈다.
남궁혜가 다리를 활짝 벌린채, 강윤에게 남근이 쑤셔지며 외치던 순간.
<조, 좋아요오...! 나, 남편 자지보다, 훨씬 큰 자지...! 너무 좋아...!>
그녀의 잔인한 외침을 떠올리자, 황보준은 내력이 원활하게 흐르며 남근을 일으켜세우는 것을 느끼고 기뻐했다.
하지만, 그 기쁨은 오래 이어지지 않았다.
'어, 어떻게... 이런...!'
남궁혜가 자신에게 안겨오는 모습을 상상했을 때는 미동도 하지 않던 양물이, 사내에게 안기는 모습을 상상했을 때는 빳빳하게 일어섰다.
문제는, 다시 자신이 그녀를 안는다는 상상을 하자마자 치솟았던 양물이 다시 죽는 것이었다.
"안 돼, 안 돼!"
뭔가가 잘못되었다. 어째서, 황보준 자신이 부인을 안으려고 하면 일어서지 않는 남근이, 외간 남자가 부인을 안는 모습을 상상하면 일어선다는 말인가?
자신이 숨어있다는 것도 잊어버리고 떠나가라 고함을 쳐대던 황보준은, 사방에서 시비와 하인들이 침소 근처로 몰려와 웅성대는 기척을 느끼고 나서야 우선 억지로라도 마음을 진정시켰다.
"아, 아무 일도 아니다. 모두 물러가거라!"
이렇게 고함을 질러댔는데 그들이 납득할 리가 없었기에, 황보준은 그들이 의아해하며 흩어질 것을 짐작했다.
하지만 무어라 말한다는 말인가? 자신의 양물이 사실은 꽤 전부터 고장났고, 그것을 고치던 와중이었다고?
'차라리, 가망이 전혀 없었다면 좋았을 것을...!'
자신이 안는다고 상상했을 때는 내력이 꼼짝도 하지 않았던 것을 보면, 이것은 몸의 문제가 아니라 마음의 문제일 가능성이 높았다.
'나야말로 몹쓸 음적이로구나...!'
어떻게 사랑하는 아내를, 외간 남자에게 내어주는 상상을 할 때 더욱 흥분한다는 말인가?
황보준은 자신이 그런 쓰레기였다는 사실 때문에 머리가 어지러웠다.
몰랐으면 모르되, 이대로 있을 수는 없었다.
자신이 그저 하물을 쓰지 못하는 신세라면, 남궁혜와 어떻게든 살아갈 수 있었으리라.
하지만 자신의 정신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직시한 이상, 황보준은 남궁혜 같은 선량한 여인의 인생이 자신 같은 자 때문에 망가져서는 안 된다고 판단했다.
황보준은 자신이 남궁혜를 외간남자에 안기게 하며 스스로의 쾌락에 몰두하는 미래 따위, 가능성조차 용납할 수 없었다.
그것이 그가 발휘할 수 있는, 마지막 애정이리라.
이번 남궁세가의 습격에서 마교를 용의선상에서 지우는 것은 역시 깔끔하게는 어려울 것 같았다.
"마교가 상업으로 중원에 진출한다는 건, 기밀인 거죠? 그럼 방법은 하나밖에 없겠네요."
언소영이 내게 설명한 방법은 이랬다.
무림의 모든 문파, 특히 거대문파는 타 문파의 무공에 대한 정보도 허투루 다루지 않는 것이 보통이었다.
즉, 최소한 유명한 무공의 투로 정도는 자료로서 보존해둔다는 것.
자칫 잘못하면 타 문파의 무공을 훔치려고 했다는 트집을 잡힐 수 있기에 공개적이지는 않지만, 아무튼 그랬다.
"그 모든 자료를 비공식적으로 취합해서 보유하고 있는 곳이 무림맹이에요. 그러니까 무림맹 측에서 그들이 사용한 검법이 마교의 것이 아니라고 판단한다면..."
"적어도, 마교에 대한 의심은 크게 줄어들겠네요."
언소영은 고개를 끄덕였다. 조금 아쉽지만, 그 정도만 되어도 감지덕지지.
무림맹 조사관은 남궁세가를 떠난지 오래지만, 남궁세가에서도 무림맹에 파견된 고수가 있다고 하니 그 사람을 통하면 될 것이라고 했다.
"그러고보면 무림맹에서는 이번 혼례식에 사람을 안 보냈네요?"
"그야 황보세가 자체가 무림맹의 종가 같은 거나 다름없으니까요."
하긴 검성이 수십년째 맹주를 해먹고 있다고 하니 그럴 수도 있겠다.
문득 황보준이 생각난 나는 측은함을 느꼈다.
눈이 돌아가서 남궁혜에게 남편 자지보다 훨씬 좋다 운운을 시키긴 했지만, 사실 난 황보준이라는 사람의 성격 자체는 제법 마음에 들었으니까.
앞으로도 남궁혜의 보지 맛은 모른채로 살아갈 가능성이 높지만, 부디 아이라도 키우면서 작은 행복이라도 찾기를 속으로 기원했다.
그 때의 나는, 정말 일이 어떻게 꼬일지 생각도 못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