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푸색마 EP.232 어땠어요? (1)
황보준의 손에 반쯤 끌려가다시피 하는 남궁혜는 죄책감으로 가슴이 터질 것만 같았다.
그의 손에 담긴 조급함과, 그럼에도 남궁혜의 몸상태를 염려해서 차마 서두르지 못하는 어색한 걸음걸이를 느낄수록 그 압박감은 더해만 갔다.
남궁혜의 치마 속에는 질척하게 젖은 속곳이 입혀져 있었다. 물론 속곳을 적시고 있는 액체는 대부분이 그녀의 애액이었다.
'어떻게 눈앞에 사람이 있는데...!'
치마 속에 바람이 들어와 흠뻑 젖은 음부를 스치고 지나가면, 그 차가운 느낌 때문에 남궁혜는 싫어도 자신이 저지른 짓을 다시 떠올리게 되었다.
외간 남자의 남근을 입으로 빨아주고, 남편 앞에서 그에게 음부를 애무당했다.
절정하지 못해 후끈거리는 음부는 아직도 안에서 애액을 조금씩 분비해내며 움찔거리고 있었다.
이것이 배신이 아니면 무엇이란 말인가? 남궁혜는 의원에게 진맥을 받는 순간까지도 그런 양심의 가책을 느끼고 있었다.
"아가씨께선 아무 이상 없으십니다, 염려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렇소? 하지만 안색이 창백했는데..."
"심적인 문제인지도 모르겠군요. 하지만 최소한 신체적으로는 지극히 건강하십니다."
"그렇구려..."
심적인 문제라는 말에 황보준은 아무도 몰래 표정이 살짝 어두워졌다.
남궁혜가 심적인 고통을 겪고 있을 것으로 짐작되는 것이 당장 떠오르는 것만 해도 한두가지가 아니었다.
그렇게 두 남녀가 서로에 대해 미안함을 품고 스스로를 책망하며 의전을 빠져나올 때, 한 여인이 그들의 앞에서 마주 걸어오고 있었다.
"아가씨, 몸은 괜찮아요?"
"새언니...? 네, 괜찮아요."
남궁학의 아내 종리소소가 의전으로 걸어오는 것을 보며 남궁혜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혹시 새언니도 안 좋은 곳이 있는 건가요?"
"네? 아, 아니에요."
종리소소는 방긋 웃으며 고개를 젓고는 남궁혜의 의문에 대답해주었다.
"최근 벌어진 일 때문에 세가 의전의 인력을 비롯해서 외부 의생들까지 있는대로 긁어모았잖아요? 그 때문인지 의료물자의 소모가 심해서..."
남궁혜는 종리소소의 설명에 고개를 주억거리며 납득하고는 그렇다면 자신도 돕겠노라 나섰다.
"하지만 아가씨, 정말 괜찮은 것 맞아요? 의전까지 왔을 정도면..."
"정말로 괜찮아요. 이미 진맥은 받았고 전혀 문제가 없다고 했어요."
언소영이 가모로서의 일에 손을 놓은 뒤로, 남궁혜는 일에 익숙하지 못한 종리소소를 도우며 둘이 함께 일한 경우가 많았다.
최근에나 혼례 준비 혹은 신혼이라는 점을 고려해서 종리소소가 눈치껏 혼자서 일을 처리하고 있었을 뿐, 아직도 힘에 부친 것은 사실이었다.
"정말 괜찮겠소?"
"물론이에요."
황보준은 걱정스럽게 남궁혜를 돌아보았지만, 흔들림없는 그녀의 표정을 보고 한숨을 쉬며 고개를 끄덕였다.
"절대 무리하지 마시오."
염려를 담아 다시 한 번 말하는 황보준에게 고개를 끄덕여보인 다음 남궁혜는 종리소소의 뒤를 따랐다.
'다행이야...'
남궁혜는 멀어지는 황보준을 곁눈질하며 내심 안도했다.
종리소소의 일을 도와주겠다고 말한 것도, 사실 진심어린 염려를 보이는 황보준의 옆에 있는 것이 미안했기 때문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런 몸으로 황보준의 옆에 있고 싶지 않다고 생각하던 남궁혜는 알지 못했다.
사실 황보준 역시 그녀의 옆에 있는 것이 죄스럽게 여겨졌고, 남궁혜가 알아서 종리소소와 동행해주자 마음을 놓았다는 사실을.
언소영을 만나서 같이 남궁학을 만나러 갔지만, 나는 허탕을 쳐야만 했다.
남궁학이 장로들과 함께 회의를 하고 있기 때문에 만날 수 없다는 것이었다.
나나 언소영이나 곧 같이 살 수 있을 거라는 생각에 잠시 눈이 멀어있었던 탓에, 지금 남궁세가에서 마음 편히 빈둥대는 것은 아마도 우리나 남궁혜 부부 정도라는 사실을 잊고 있었다.
"이번 일로 바쁠만도 한데, 저도 잊고 있었네요."
혼례식 때 벌어졌던 습격.
거대문파 사람의 경우 비교적 안쪽에 있었던데다 애초부터 고수의 질이 높아 별 피해가 없었지만 외곽에 자리하고 있던 군소문파의 경우에는 피해가 상당하다고 들었다.
군소문파는 아무래도 안휘성에 있는 문파들이 대부분이었고, 그 안휘성을 터전으로 삼고 있는 남궁세가는 그런 문파들의 맹주격으로서 그들을 돌봐줘야할 의무가 있는 것이다.
"대체 뭐가 목적이었을까요? 정말로 사람들이 말하는 것처럼 혈마일리는..."
없을텐데, 라고 말을 맺으며 언소영이 나를 힐끗거렸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사부는 처녀만 따먹는 색마로 강호에 이름높았지만, 정작 나는 사부의 그런 면모를 본 적이 없다.
하다못해 남궁혜를 처음 잡아왔을 때조차도 내게 처녀를 양보할 생각으로 고이 남겨두지 않았던가.
꽃처럼 아름다운 아무개 소저가 혈마의 마수에 걸려 순결을 잃었다더라, 같은 소문도 들어본 적이 없으니 나는 사부가 색마행을 하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몰래 하고 있을 가능성이 없지는 않지만.'
그렇지만 몰래 하고 있다고 해도 남궁혜를 손댈 가능성은 없다.
남궁혜는 언소영의 딸이고, 언소영을 내가 데리고 살 거라는 건 사부도 알았으니까.
"사실 그들의 정체에 대해서 아는 것이 딱 하나 있어요."
"뭐죠?"
나는 언소영에게 그들의 검술을 이미 한 번 접한 적이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었고, 언소영은 깜짝 놀라서 내게 물었다.
"그럼 혹시... 상공을 노리고 온 걸까요?"
"그건 아닐 거에요. 만약 그랬다면 기습하기가 좀 더 힘들었겠죠."
압도적으로 인원이 많았던 하객 쪽이 오히려 피해를 더 크게 입은 것은 경사스러운 자리라 무장이 안 되어있었기 때문.
나는 그 문제를 해결하느라 몇 번이나 습격자의 뒤통수를 까버리고 검을 빼앗아 하객들을 무장시킨바 있었다.
내가 표적이었으면 그렇게 몇 놈씩이나 내게 뒤통수를 허용하진 않았겠지.
"그렇다면... 마교인지, 다른 사파인지까지는 모르는 상태인 거네요?"
"음, 아마 마교는 아닐 거에요. 적어도 마교 전체의 뜻은 아닐 거에요."
"네? 그건 왜죠?"
나는 슬슬 쫄리기 시작했다. 원래 영호경과 채수란에 대해서는 사천으로 돌아가고 나서, 다른 여자들의 지원사격을 받아가면서 밝힐 생각이었는데.
하지만 지금 입 다물고 나중에 밝혔다가 '그 때는 왜 말 안 했어요?' 같은 상황이 되는 것도 조금 그렇고...
게다가 웬만하면 마교와의 충돌도 피하고 싶기 때문에 언소영의 의견도 구하고 싶었다.
'마교와의 내 관계성을 언급하지 않으면서 이게 마교 짓이 아니라고 설득력있게 말할 방법이 필요해.'
그러니까 소영 마망... 화내지 말아요, 응?
"상공."
"...네."
언소영은 떨떠름하게 말했다. 제 어린 남편이 말한 사실이 얼마나 충격적인지를 감안하면 꽤나 침착한 태도라고 할 수 있었다.
"지금까지 말한게 농이었다면 저도 재미있게 듣고 웃을 수 있을 것 같은데."
"..."
언소영의 바람과는 달리, 사내는 말없이 어깨를 움츠리며 자신이 말한 것이 사실임을 몸으로 피력했다.
그러니까, 그게 전부 사실이라고?
다른 건 다 제쳐두고라도, 마교 소교주와...
"상공은, 혹시 중원무림을 정복할 생각인가요?"
도리도리
남자는 고개를 열심히 저었다. 하지만 언소영의 상식으로는 그 이외의 목적을 떠올릴 수가 없었다.
이미 제 것으로 삼아버린 아내들의 면면만 해도 화려했는데, 이젠 마교 소교주까지?
무림 전체에 마교를 제외하면 초절정고수를 둘 이상 보유한 문파가 없다는 점을 고려하면, 그의 여인들만 해도 어지간한 거대문파 하나와 동등 이상의 무력이었다.
마교 소교주라는 직함의 무게가 너무 무거워서 또다른 마교 여인 정도는 차라리 정상적이라고 생각될 정도인 것이다.
'게다가 마교가 상업을 기반으로 중원에 녹아든다니...'
대체 못 본 사이에 무슨 짓을 저지르고 다녔는지, 어깨를 붙잡고 하나부터 열까지 모조리 털어내고 싶은 심정이었지만 멀지 않은 곳에 있는 호위무사가 걸리적거렸다.
"...그러니까, 마교는 아닐 가능성이 높다는 말이죠?"
"네."
마교가 당분간은 무력 투사를 할 의지가 없다는 점과, 마교 소교주에게 습격자의 초식을 일부 보여주고 마교의 검술이 아니라고 확인받았다는 점을 들면 확실히 아닐 것이었다.
물론 그들이 강윤을 속일 의사가 없었다는 가정 하의 결론이지만, 강윤은 딱히 무림에서의 위치가 높지 않으니 속일 가능성도 없다.
하지만...
"그런데, 그걸 다른 사람들에게 어떻게 설명하죠?"
"그걸 지금부터 같이 생각하고 싶었어요."
마치 공명의 비단 주머니를 보는 것처럼 기대어린 시선으로 보내오는 남자를 보고, 언소영은 머리가 지끈거리는 것을 느꼈다.
한동안 서류를 열심히 읽던 남궁혜는 눈이 빠질 것 같은 느낌에 잠시 손바닥으로 눈을 덮었다.
단순히 취합하는 일이라고는 해도, 의전에서 대량으로 소모한 의료물자를 확인하는 것만 해도 진이 빠지는 일이었다.
"아가씨, 잠깐 쉴까요?"
"...그래야할 것 같아요."
종리소소 역시 기진맥진한 모습이었다. 그래도 남궁혜보다 훨씬 많은 양이 처리되어있는 것을 보니 그녀가 지난 몇 달간 해왔던 외로운 싸움은 확실히 결실을 맺은 듯했다.
한쪽에 준비된 탁자에 함께 앉아 시원하게 우려낸 차를 마시자 노곤노곤하던 몸에 조금은 힘이 돌아오는 것 같았다.
"오랜만에 하니까 많이 피곤하죠?"
"아니라고 하고 싶은데, 할 수가 없네요..."
두 사람은 재잘재잘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이야기거리는 많았다.
남궁세가에서 치러진 혼례식에 찾아온 손님들은 당연히 그들의 소관이었고, 다양한 사람과 사건을 마주하면서 겪었던 일은 굉장히 많았다.
"아, 그랬군요? 어쩐지 청성 분들을 본 기억이 잘 나지 않더라구요."
"네, 오 여협께서는 다른 분들과 그다지 교류하는걸 즐기시지 않는 것 같았어요."
남궁혜는 정신없이 다른 일에 몰두하고 나면 머릿속이 편안해진다는 진리를 체험하고 있었다.
일을 해서 노곤해진 머리가, 시원한 차와 가벼운 담소를 즐기고 있으니 다른 잡생각이 떠오르지 않았다.
그래, 예를 들면...
"네, 네?"
"여, 여자끼리만 있으니까... 이런 얘기도 할 수 있는 것 아니겠어요?"
사람이 아니라 짐승 같은 흔적을 남긴 방사에 대한 이야기라던가.
"그래서... 어땠어요, 아가씨?"
남궁혜가 모처럼 잊고 있던 문제를 도로 일깨웠다는 사실조차 모른채, 종리소소는 호기심 어린 시선을 보내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