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푸색마 19 EP.225 못할 건 또 뭐니? (1)
언소영은 묘한 기분이었다.
물론 제 어린 남편에게 딸을 안아달라고 말한 것은 자신이었다.
다소 비상식적일지는 몰라도 적어도 딸이 밤생활의 즐거움의 가치를 아는 상태로 제 인생을 선택할 수 있기를 원했기에 내린 결정이었다.
그런데 이 기분은 대체 뭐란 말인가.
"소영... 정말 괜찮은 거 맞아요?"
사내는 조심스럽게 눈치를 살피면서 그녀의 손을 잡아왔다. 그 모습을 보고 밤에는 마치 폭군처럼 덮치는 사람이라고 누가 생각할까.
"괜찮지 않으면요?"
이런 아줌마를, 억지로 범해서 제 것으로 만든 주제에, 되묻는 말 한 번에 전전긍긍하던 남편의 손이 그녀의 손을 놓아버렸다.
의아한 표정의 언소영 앞에서, 남자는 손가락을 튕겨 옆을 향해 지풍을 쏟아냈다.
"뭐, 뭐하는..."
풀썩
거의 소리조차 내지 않으며 날아간 음유한 지풍은 먼 곳에서 그들을 지켜보던 호위의 수혈을 정확히 때렸고, 호위는 볼품없이 바닥에 자빠졌다.
호위라고 해봐야 일류 상급.
보통 거대문파라고 해도 보유한 절정고수가 20명 전후인 것을 고려하면, 그 정도만 되어도 상당한 수준이기는 했다.
하지만 결국 절정고수가 작정하고 몰래 기습하는 것을 당해낼 수는 없는 것이다.
혼비백산한 언소영은 사내가 다시 제 손을 잡으며 확 당기는 것을 느꼈다. 그녀는 충분히 저항할 수 있었지만 그러지 않았다.
"후음..."
사내의 뜨거운 입술과 그녀의 보드라운 입술이 맞닿고, 그녀의 등을 사내의 단단한 팔이 안아오는 감촉을 즐기며, 언소영은 그제야 돌발행동의 의미를 이해했다.
말캉한 혀가 뒤엉키고 서로의 침이 상대방의 입에 제법 침투했을 무렵, 언소영은 자신도 마주 안고 있던 사내의 등을 톡톡 쳤다.
그러자 족쇄처럼 단단히 감긴 팔이 순순히 떨어져나가고, 사내의 눈이 자신의 안색을 살피는 것을 보며 언소영은 달뜬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 남들이 보면 어쩌려고 이래요?"
"그래서 재웠잖아요."
그녀가 노골적으로 한숨을 쉬긴 했지만, 그래서 사내가 얼른 그녀를 달래기 위해 벌인 돌발행동이었지만 언소영은 가슴 속이 충만해지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언소영은 그제야 자신의 미묘한 기분의 정체를 깨달을 수 있었다.
"그래도 자주 써먹을 생각은 없었어요. 어쩌다 한 번씩만 써먹을 거니까 너무 걱정은 하지 않아도..."
"고맙지만, 여기 있는 동안은 다시는 안 돼요."
아마 반응을 보아 자신이 공격당하는 것도 모르고 잠에 들었겠지만, 그래도 매번 이렇게 잘 될 것이라는 보장은 없었다.
'그래도 좋은 구실은 하나 얻었어.'
어쩌면 굳이 미리부터 남궁혜를 설득할 필요도 없어질지 모른다.
언소영은 아주 잠시, 호위를 깨우는 시간을 늦추고 사내의 손을 만지작거리며 부드럽게 웃었다.
그 무렵, 하북팽가.
진원진기가 손상되어 한동안 원래의 무위를 발휘할 수 없는 가주는 빠른 회복을 위해 폐관수련에 들어갔었다.
가모인 양하정은 가주 대리로서 팽가의 전력을 정돈하는 한편, 외부에 파견된 인력의 규모를 축소해 약화된 본가의 전력을 강화하느라 눈코뜰새 없이 바빴다.
제자들을 통솔하는 것이야 소가주인 팽월에게 맡긴다고 하더라도, 서류와 씨름하는 것은 그녀인 것이다.
'그래도 가주가 폐관수련을 마쳐서 다행이야...!'
남궁세가에서 벌어진 소식을 들은 양하정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아무리 보강하고 재배치해도 결국은 약화된 전력, 가주가 그 부족분을 메워주지 못하면 아무래도 불안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나마 사건 직후에 당가에서 급파해준 고수들 덕분에, 팽가는 최대한 빠르게 전력을 재정비할 수 있었던 것이 불행중 다행이었다.
"이제 곧 당가에 그들을 돌려보낼 준비를 해야하니, 그것을 고려해두어야 한다."
"예, 어머니."
의붓아들인 팽월과 제자들이 물러나자, 양하정은 그제야 어깨에서 힘을 빼고 쉴 수 있었다.
같이 일하면서 아들과 사이가 제법 좋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다른 제자들 앞에서까지 위엄을 유지하지 않을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이제 곧 가주가 자리에 복귀한다. 그렇게 되면 양하정의 부담도 상당히 줄어들 것이었다.
[가모, 손님이 찾아오셨습니다.]
양하정은 문 밖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순간 미간을 찌푸렸지만 차분한 목소리로 물었다.
"어디의 누구라 하더냐? 혹, 유가상단에서 찾아오기로 한 날이 내일이 아니라 오늘이었느냐?"
[그, 그것이... 조카가 이모님을 찾아왔다고 하면 알 것이라고만 하였다고 합니다.]
"조카?"
피로한 양하정의 머리가 힘겹게 움직여 자신의 조카가 누가 있는지 기억을 뒤지기 시작했다.
그러다 문득 이모님이라는 호칭에, 양하정은 가까스로 누군가를 떠올릴 수 있었다.
[짚이는 곳이 없으시면...]
"아니, 내가 나갈테니 준비하게! 어디로 모시... 아니 어디에 있느냐?"
[우선 안으로 모셔 객관에서 대접하고 있다고 합니다.]
"곧 가겠다고 전하거라!"
양하정은 구르는듯 급하게 준비를 마치고 객관을 향해 가벼운 신법까지 동원해가며 서둘러 걸음을 옮겼다.
"이모님, 참으로 오랜만에 뵙겠소."
빙긋 웃으며 맞이하는 30대 초반 정도의 여인에게 양하정은 급하게 고개를 숙였다.
"구... 아니, 조카님, 여기는 어떻게...!"
"이모님을 뵈러 왔지 달리 무엇이 있겠는가?"
여인은 신분을 밝히지 않았다. 양하정은 눈치껏 그녀의 호칭을 바꾸어 불렀지만 그녀에 대한 예의마저 내려놓을 수는 없었다.
양하정의 가문은 산동 양가. 주로 관부에 투신하는 경우가 많은 무가였다.
결혼하기 전의 양하정은 고위 무관이었던 아버지의 명으로 눈앞의 여인의 호위로서 일했던 적이 있었다.
"이모님은 여전히 아름다우시구려. 내 역시 그 때 무슨 수를 써서라도 무공을 배웠어야했어."
"귀하신 몸께서 어찌..."
"어허. 조카에게 그런 언사를 쓰는 이모가 어디에 있다는 말이오?"
양하정은 당시 그녀를 이모라고 불렀던 어린아이가 훌쩍 자라 완연한 여인이 된 모습에 대경하며, 그저 고개를 숙일 뿐이었다.
내심 이모에게 그런 언사를 쓰는 조카도 없다고 생각했지만.
여인은 양하정이 그녀의 말을 받아주지 않고 묵묵무답이자 한숨을 한 차례 내쉬고는 목소리를 낮추며 말했다.
"좋소. 내 잡아떼는 짓은 그만두도록 하지."
그제야 양하정은 여인과 눈을 맞추면서 그녀의 말을 경청하기 시작했다.
"나는 이모님의 도움이 필요해서 온 것이오."
20여년 전의 인연으로 도움을 청할 일이 무엇인지 알 수 없었던 양하정은 그녀, 성연군주가 속삭이는 말에 귀를 기울였다.
날이 저물고, 나는 언소영이 알려준 곳을 향해 몰래 움직였다.
대체 왜 장소를 바꿔야했는지 물었지만, 언소영은 대답도 없이 그저 자신만만하게 내게 걱정하지 말라고 말했다.
그 자신감의 원천이 무엇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사실 안 되더라도 조금 아쉬울 뿐 문제는 없다.
난 그보다는 언소영의 얼굴이 풀어진 것이 더 중요했으니까.
'없으면 없는대로 마는거지, 뭐.'
급발진한 업보려니, 하고 생각하던 나는 곧 어떤 오래된 건물에 도착했다.
세월의 흔적은 지울 수 없지만 나름대로 잘 관리되어온 것 같은 건물에 숨어든 나는, 곧 침소를 발견하고는 그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뭔가 묘하게 건물이 독특했는데, 나는 콕 집어서 이유를 설명하기가 어려움을 느꼈다.
끼익
천천히 문을 열어젖히는 순간, 나는 누워있던 사람이 일어나는 것을 발견하고 우선 남궁혜에게 사과를 하려고 입을 열었다.
"...어?"
하지만 나는 말문이 막혔다. 일어난 사람이 한 명이 아니었던 것이다.
차라리 황보준이었다면 악질적인 농담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소영, 여기서 뭐해요?"
지금껏 철통경비 때문에 한 번도 손을 대지 못했던 언소영이 여기에 같이 있는 모습은 상상도 못한 것이었다.
"당신이야말로 여기서 뭘 하는 거에요?"
화가 난 남궁혜가 잔뜩 가시를 세우고 말했다. 두 여자는 한 침상에서 잠을 자고 있었다는 이야기였다.
'대체 왜?'
게다가 남궁혜의 반응을 보아하니 따로 이야기가 된 것 같지도 않았다.
"내가 상공을 불렀단다."
"네? 어째서...!"
언소영은 내게 손짓했고 나는 그녀의 곁으로 다가갔다. 대체 뭘하려는...
"어, 어머니!"
내 바지가 단숨에 내려가고 남궁혜가 비명을 지르며 고개를 홱 돌렸다.
"왜 그러니? 처음 보는 것처럼..."
"대, 대체 무슨 생각이세요? 저 남자를 부르실 거면 저는 왜... 설마!"
"그건 아니란다. 전에도 말했지 않니? 어미는 결코 강요할 생각은 없단다."
"읏... 소영... 잠깐만...!"
어처구니없는 상황에 발기할 정신조차 없던 내 자지는 언소영의 보드라운 손길에 노출되었다.
조그맣게 쪼그라들어있던 내 자지는 곧 당당한 위용을 되찾았고, 남궁혜는 여전히 고개를 돌린채 입을 열었다.
"그, 그럼 전 가겠어요! 강요하지 않으신다면 제가 여길 뜨더라도 잡지 않으실 거죠?"
"아무렴. 상관없단다."
남궁혜는 그 말이 떨어지자마자 옷을 챙겨 침소를 나가려고 했지만, 역시 언소영은 호락호락 보내줄 생각이 없었나보다.
"다른 사람들의 눈에 띄지 않도록 조심하렴. 혜아 네가 왜 여기를 떠났는지, 그들에게 잘 설명할 수 없다면 말이지."
정확한 사정은 모르지만, 목소리만 부드럽다 뿐이지 협박이나 다름없는 말이 틀림없었다.
그렇지 않다면 저렇게 경악하는 표정으로 남궁혜가 멈춰설리 없었으니까.
"대체 왜 이러시는 거에요? 저는 어머니 딸이라구요..."
"들어보렴."
언소영은 남궁혜에게 오늘 한 번만 한다면 확실하게 임신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었다.
"어떠니? 지금까지 했던 것이 무의미해지는 것보다, 오늘밤만 보낸다면 확실하게 결실을 볼 수 있는게 더 현명한 선택 아닐까?"
남궁혜는 갈등하는 것으로 보였다. 내가 알려줬다면 아마 무조건 사기꾼으로 봤겠지만, 언소영이 하는 말이기에 어느 정도 신빙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는 듯했다.
그녀가 갈등하는 사이에도 언소영은 끊임없이 내 자지를 훑어주었다.
은근한 시선으로 나를 올려다보는 언소영과 눈이 마주친 순간, 나는 그녀의 의도를 깨닫고 자지를 배꼽에 닿을만큼 빳빳하게 일으켜세웠다.
"서, 설마 어머니도...?"
"못할 건 또 뭐니? 자, 선택하려무나."
아무래도 언소영은 이참에 모녀덮밥을 한 번 해보고 싶었던 모양이다. 이걸 꼴잘알이라고 해야되나.
아니, 그냥 딸이 어떻게 하는지 한 번쯤 보고 싶다거나 그런 이유겠지?
"그, 그럼, 한 번만... 한 번만 하면 되는 거죠...?"
남궁혜는 결국 언소영의 구슬림에 넘어가고 말았다. 나로서는 잘 된 일이긴 한데...
'분명히 처음 얘기 꺼낼 때까지만 해도 조금 내키지 않는 기색이었는데...'
어쩌다가 언소영은 모녀덮밥이라는 결론까지 도달한 걸까?
나는 도무지 알 방법이 없었다. 그리고 모녀덮밥이라는 상황에 흥분한 내 자지는 내 의문 따위에는 관심이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