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밀푸색마-222화 (222/383)

밀푸색마 19 EP.222 최악이라고? (1)

"형수님? 어쩐지 기분이 좋아보이십니다?"

"네, 네?"

남궁학의 아내이자 남궁세가의 가모가 된 종리소소는 시동생인 남궁창의 말에 살짝 놀랐다.

"아, 아뇨? 별 일 없는데요?"

"...아닌 것 같은데..."

남궁창은 고개를 갸웃거렸지만 그리 중요한 일도 아니었기에 곧 다시 젓가락을 놀리기 시작했다.

그 틈에 종리소소는 남궁혜를 몰래 훔쳐보았다.

'아가씨, 다행이네요.'

종리소소는 가문의 안주인인만큼, 가문 전체에서 벌어지는 일의 대소사를 전해듣는 위치에 있었다.

당연히 시비들로부터도 특별한 일에 한해서 보고를 듣고는 하는데, 남궁혜 부부의 침소를 정리하는 시비들로부터 며칠째 방사의 흔적이 보이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들었던 것이다.

강윤이 알았다면 '아니, 그 문제는 당연히 해결을 했어야지!'라며 한소리 했겠지만, 두 사람은 강윤처럼 나쁜짓에 통달한 사람들이 아니었다.

애초에 방사에 경험이 없는 두 사람이 그런 흔적을 위장했어야한다는 발상조차 못하는 것은 당연한 일.

남궁혜의 옆에서 한잠도 못 잔 얼굴로 젓가락을 움직이고 있는 황보준을 보며 종리소소는 침을 꿀꺽 삼켰다.

<마, 마님께 말씀 올리기는 매우 망측합니다마는, 그, 그것이... 꼭 소나 말 같은 가축의 흔적처럼... 아유, 더 말 못하겠습니다!>

혼례를 올리고 며칠, 황보세가로 출발해야할 일정도 늦추고 초야의 소식도 없으니 내심 노심초사하고 있었는데 드디어 소식이 온 것이다.

가축에 비교될만큼 압도적인 흔적과 냄새를 남기면서.

'사람은 정말 겉모습만 봐서는 모르는구나...'

피로한 표정의 황보준의 순후한 인상만 봐서는 상상도 못한 일이었다.

한편 남궁혜는 피로 한 점 느껴지지 않는 얼굴인 것을 보니, 시누이의 의외의 일면을 알게 된 것 같아 종리소소는 가슴이 두근거렸다.

어쩌면 머지않아 시조카 소식을 들을 수 있을 것 같다고 순진하게 기뻐하는 종리소소의 생각과 현실은, 말할 것도 없지만 전혀 다른 것이었다.

"강 소협 아닌가? 또 보는군."

"간밤에 편히 주무셨습니까, 대부인."

언소영은 또다시 후원에 있었고, 나는 '별로 상대하기 재미있는 것은 아니지만 무림 선배에 대한 예의로 어쩔 수 없이 동석하는' 시늉을 내며 그녀와 마주 보고 앉았다.

그녀를 수행하는 남궁세가의 고수가 내게 안쓰러운 시선을 보내는 것을 보면 아마 내 연기가 나쁘지 않은가보지.

하지만 오늘만큼은, 조금은 연기가 아닌 기분이었다.

"그래서, 간밤에는 어땠어요?"

"...아주 좋았습니다..."

쪽팔려서 죽고 싶다.

처음에는 언소영에게 반쯤 떠밀려서 수락했지만, 막상 할 때가 되어보니 남궁혜도 어마어마하게 꼴렸던 것이다.

인스턴트 밀프라고, 갓김치 처녀 밀프라고 무시했는데...! 이게 무슨 꼴이냐...!

언소영은 내 말에 특별히 뭐라 하지 않고 그저 푸훗거리며 웃기만 했는데 그게 더 굴욕적이었다.

그렇지만 다행히 언소영은 나를 그 이상 몰아세우지 않을 정도로는 자비로운 여자였다.

"그럼 곧 출발할 수 있겠군요?"

"아마도요."

남궁혜가 말하기를 마침 지금이 위험한 기간, 즉 임신할 수 있는 기간이라고 했다.

즉 그 기간이 끝날 때까지만 밤마다 질내사정을 반복하면 높은 확률로 임신할 것이라는 의미.

내가 말해주지 않았기 때문에 언소영은 내가 확정임신이 가능하다는 것을 모른다.

'사실 해줄 생각도 없고.'

임신섹스는 가능한 한 길게 가져가는 것이 좋다는 진리를 깨달았는데 일찍부터 끝낼 이유가 없는 것이다.

나는 여길 떠나는 이야기가 나온 김에 사람은 얼마나 데려갈 것인지, 장원은 어떻게 정리할 것인지 한동안 언소영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리고 너무 오래 이야기를 나눠 혹시 의심을 받기 전에 적당한 시점에서 대화를 끊고 뜨는데, 새삼 아쉬움이 느껴졌다.

'저런 24시간 철통경비만 아니었으면 모녀덮밥도 노려볼만 한데.'

물론 두 사람이 그걸 받아들일지는 미지수고, 황보준도 어디로 치워놔야겠지만.

나는 그렇게 내 처소로 걸어가는 길에, 마치 생사대적이라도 만난 것 같은 맹렬한 기세를 느끼고 걸음을 멈추었다.

주변의 사람들을 돌아보니 별 반응이 없는 것을 보면, 이런 기척이 느껴져도 별로 상관없다는 뜻. 아마 연무장이라도 있는게 분명했다.

하지만 수련 중에도 이런 적의마저 느껴지는 기척을 뿌리는 사람이 누구인지 궁금해서 슬쩍 가까이 가본 나는, 그 사람과 눈이 마주치고 말았다.

"강 소협? 여긴 어쩐 일이오?"

예전에 황보효선도 보여주었던 별무리 같은 검기가 주변을 하얗게 수놓고 있는 광경은 굉장히 아름다웠다.

그 가운데에 서있는 것이 황보준이 아니었다면, 나는 정말 순수하게 그 아름다운 광경을 즐기고 있을지도 몰랐다.

"별 일 아닙니다. 지나가다, 그..."

"...추한 꼴을 보였군. 부끄럽소."

황보준이 뿜어낸 맹렬한 기세는 결코 어젯밤 일과 무관하지 않겠지. 황보준 역시도 내가 왜 여기로 왔는지 알아차린듯 했다.

괜히 둘이서 마주쳐버린 탓에 서로 어색한 침묵을 유지하던 도중, 황보준이 문득 입을 열었다.

"강 소협은 무공실력이 굉장하더군. 사문이 어떻게 되오?"

"사문이라고 할 것도 없습니다. 산 속 오두막에서 사부 한 사람에게 배운 무공이라..."

"그렇소? ...혹시 괜찮다면, 한 수 가르쳐주지 않겠소?"

"예?"

혹시 한 판 붙어보자는 의미인가 싶었지만, 황보준의 표정에서는 적의를 읽을 수 없어 정확히 무슨 뜻인지 알 수가 없었다.

"저 같은 사람보다는 좀 더 대단한 분께..."

"아니. 강 소협이라면 충분히 대단한 사람이오. 한 수 배울 수 있게 해주시오."

막무가내였다. 내가 검객이었다면 검을 안 들고 와서 못하겠다는 핑계라도 대겠지만, 권장법을 익혀 아쉽다고 생각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무슨 생각이지?'

서로의 무공 수위는 이미 다 알려졌다. 나는 절정 초입이지만 황보준은 일류 상급.

나를 손봐주려고 해도 애초에 불가능하니, 진정으로 배움을 청하는 것이 아니라면 의미가 없다.

"그럼 잠시만 하는 걸로 하죠."

"고맙소."

황보준은 내게 포권을 한 다음 곧 기수식을 잡았다.

'오... 제법.'

흔들림없는 안정감 있는 자세가 오히려 나보다 나았다. 오랜 세월 무공을 익혀온 명가의 자제다웠다.

게다가 그가 뿜어내는 장중한 기세에서는 의외로 나에 대한 적의는 느껴지지 않았다.

서로를 응시하며 맞붙는 기세가 어느 순간 어긋났을 때, 황보준은 그 거검을 드디어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다지 쾌속하지도 무게감있지도 않은 검격은, 마치 천에 물이 스며드는 것 같았다.

검기조차도 얼마 실린 것 같지 않은 일격에 맞서 손바닥을 밀어낸 나는 내가 잡아낸 느낌의 정체를 알아차리고 곧장 손날로 찍어눌렀다.

극도로 압축된 검기가 내 장력을 가르고 들어오다 마찬가지로 손날에 압축시킨 경력과 맞부딪혔다.

"특이한 검이군요."

"본가에서도 나처럼 검을 쓰는 사람은 몇 없소."

처음에는 당황했지만 나는 어렵지 않게 황보준을 압도할 수 있었다.

황보효선과는 검을 풀어내는 방식이 전혀 달랐지만 근본적인 검초는 같기 때문에 더욱 수월했다.

절정고수는 제 나름대로 무공을 해석해서 자기만의 방식으로 소화해내지만, 아직 일류인 황보준에게는 그게 없는 것이다.

생사결도 아니었기 때문에 나는 몇 번이나 황보준을 제압하고서도 그를 풀어주는 것을 반복했다.

그러기를 일 각 남짓, 셋으로 갈라져 짓쳐들어가는 권경을 간신히 받아내며 황보준이 입을 열었다.

"아직도... 혜매에게 마음이 있소?"

"...오해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이제 보니 이걸 확인하고 싶었나보다. 애초에 아직도는 무슨 아직도야.

"진정 그런 것이오?"

"물론입니다."

이번 기회에 남궁혜를 정말로 다른 여자들처럼 데리고 가버릴까 고민을 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지금으로서는 너무 장벽이 많다.

황보세가 쪽은 황보준이 고자가 되어버린 것을 들어서 어찌어찌 막는다고 치자.

하지만 대외적으로는 나와 무관한 것으로 하고 있는 여자들의 불만은 피할 방법이 없는 것이다.

'게다가 애초에 남궁혜가 받아들이지 않겠지.'

어머니와 같은 남자를 사이에 두고 형님 동생이 된다는 것을 순순히 받아들일 리가. 언소영도 그건 난색을 표할 것이다.

"그렇구려..."

황보준은 안심한듯 했다. 그리고 8번째로 황보준의 사혈에 손가락이 겨누어지는 것을 끝으로 황보준과의 대련이 마무리되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남궁혜의 몸에 쾌락을 각인하는 작업을 게을리할 생각은 없다고, 황보준에게는 알려주는 편이 좋았을까?

그 날 밤.

남궁혜는 황보준을 침소 바깥으로 내보냈다.

눈가리고 아웅이나 다름없는 짓이지만 눈앞에서 그런 것을 보고 있게 두는 것은 그에게 너무 가혹한 일이라고 느꼈기 때문이었다.

"내 자지 마음에 들었어?"

"저, 전혀요...!"

하지만 사내가 서슴없이 천박한 말을 하며 둔부에 남근을 비벼오자, 남궁혜는 황보준이 여기에 있는 편이 더 나았을까 후회하기 시작했다.

남궁혜는 제 날씬한 육체를 가려주던 침의가 순식간에 벗겨져내리고, 실오라기 하나 안 걸친 알몸이 사내에게 희롱당하는 것에 소름이 돋았다.

"당신은 착각하고 있어요. 여인은 이런 것만으로 가질 수 없어요. 진실한 사랑이 없는 관계는 공허할 뿐... 하움...!"

고개를 돌려 사내를 비난하던 남궁혜는 사내에게 턱을 잡혀 강제로 입맞춤을 당했다.

그녀의 입을 마치 제 음식을 맛보듯 혀를 밀어넣어 난폭하게 범해오는 감각에 남궁혜는 그를 밀어내려했지만 그의 몸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숨이 막힐 지경까지 입 안이 범해지고 나서야 남궁혜는 간신히 사내를 밀어낼 수 있었다.

"이제 조금은 덜 공허해졌어?"

"...말이 안 통하는군요."

사내에게 한 마디 쏘아주려던 남궁혜는 아랫도리가 홧홧해지는 느낌에 잠시 이를 사려물었다.

입맞춤만 해도 정신이 없는 사이 사내는 그녀의 다리 사이로 남근을 밀어넣은채 다리 사이를 몇 번이나 왕복하며 음문을 쓸어대고 있었다.

지난 밤에 분명 몇 번이고 쏟아냈을텐데 대체 왜 아직도 이 모양이란 말인가.

"가, 강호의 대협이라면 예의를 지켜요. 이, 이런... 아읏...!"

"예의는 사람이 지켜야할 일이지. 그리고 우린 지금 가장 동물같은 짓을 하려고 있는 거잖아?"

당장이라도 쑤셔박힐 것처럼 음문을 훑어대는 양물과 봉긋한 젖가슴을 쓸어오는 손길.

"...당신은 정말... 하악♥"

"최악이라고?"

사내의 손이 닿는대로 마음대로 저려오는 육신에 남궁혜는 말문이 막혔다.

어제 몇 번이나 입에 담았던 남궁혜의 말조차도 가로챈 남자는, 남궁혜가 가장 진절머리내는 말을 속삭이며 본격적으로 그녀를 범할 준비를 했다.

"오늘도 가득 싸줄게...! 내 아기 임신해..."

쑤우우욱

숨막히도록 굵직한 남근이 단숨에 그녀의 속살을 후비기 시작하면서, 오늘도 남궁혜는 지옥 같은 쾌락의 늪에 빠져드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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