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밀푸색마-218화 (218/383)

밀푸색마 19 EP.218 반대하지 않는답니다 (2)

남궁혜가 언소영의 말도 안 되는 의견에 자리를 박차일어나고, 강윤이 자신이 과연 '보통'에 대해 논할 자격조차 없는 것인지 고민하고 있을 무렵.

황보준은 검을 휘두르며 자신의 심란한 마음을 달래고 있었다.

하얗게 뿜어져나오는 검기가 별무리처럼 빛나며 어두워지고 있는 주변을 밝히고 있거늘, 황보준의 마음 속만은 어두컴컴한 상태 그대로였다.

<준아... 혹시 새아가랑 무슨 문제라도 있니?>

손자의 상태를 민감하게 알아차린 조모의 물음에 황보준은 기운차게 웃어보이며 아니라고 대답했지만, 실은 아닌게 아니었다.

다른 사내에게 제 여인을 안아달라고 부탁하는 자의 마음 속이 아무렇지도 않을리가 없는 것이다.

'하지만 그 길을 선택한 건 나다...'

남궁혜를 포기하지 않기 위한 고육지책이었다. 남궁혜는 끊임없이 자신을 설득하려고 시도했지만, 황보준은 이것만이 유일한 길이라는 생각을 버리지 않았다.

아마 강윤도 일부러 남궁혜를 위해 시간을 벌어주고 있으리라. 그만큼 두 사람이 보기에 자신이 내린 결정은 비정상적이라는 의미이겠지만...

'이제 시간이 얼마 없다.'

지금까지는 모른척하고 있었다. 강윤에게 제안을 한 주제에, 그가 그것을 거절하기를 원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조모가 의심하기 시작한 것을 보면 다른 사람에게도 들키지 않는다는 법이 없었다.

이젠 정말로, 대답을 들어야할 순간이 찾아오고 있었다.

언소영의 갑작스러운 커밍아웃 이후, 남궁혜는 나를 거의 쓰레기 보듯 하고 있었다.

사회통념상 쓰레기가 맞기는 하지. 게다가 그 여자들이 사실 자기 어머니처럼 남편이 있거나 있었던 여자들이라는 걸 알면 더 기겁할 거다.

자연스럽게 남궁혜가 언소영을 대하는 것도 어색해졌는데, 이미 한 번 겪은 일이라서 그런지 언소영은 그다지 타격을 입은 것 같지 않았다.

"그런데, 정말 진심으로 하는 소리에요?"

나는 언소영과 정자에 마주 앉은 채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호위와 시비는 제법 멀찍이 떨어진 상태였기 때문에 딱히 대화에 부담이 되지는 않았다.

"뭐가요?"

"그, 따님이랑..."

밀프만 골라따먹는 변태지만 나는 상식이 없는게 아니다. 필요에 따라 과감하게 무시하고 있을 뿐이지.

말끝을 흐렸지만 질문의 의도는 명확했기에, 언소영은 내게 되물었다.

"왜요? 며칠 전까지 다른 여자는 건드렸으면서 새삼 혜아는 건드리려니 죄책감이 드나요?"

매소향을 건드린 업보를 내세우자 명치가 먹먹한 것이 정말 한 대 얻어맞은 기분이었다.

"아니, 그게 아니라... 아무래도 따님이니까... 알잖아요?"

아무리 진짜 남편이 따로 있다지만 정말 내가 딸과 떡을 쳐도 아무렇지도 않을까?

"상공, 저는 만족스러운 밤생활도 사람의 행복 가운데 하나라고 생각해요. 적어도 지금은요."

"..."

"하지만 오랫동안 모르고 살았죠. 만약 그것을 예전부터 알았더라면, 저는 다른 인생을 살지 않았을까 생각해요."

언소영은 가볍게 손뼉을 친 다음 싱긋 웃었다.

"만약 사위가 그런 제안을 하지 않았더라면 모르겠지만... 이런 기회가 온 이상 혜아가 일찍부터 깨닫기를 바라는 것이 꼭 이상하기만 한 일일까요?"

기회, 기회라.

고자가 되어버린 황보준에게는 가혹한 말이었지만, 언소영의 관점에서는 그렇게 볼 수도 있다는 사실은 납득이 되었다.

"하지만 따님은 싫다고 하는데요?"

"음... 사실 지금 중요한 건 혜아의 뜻이 아니랍니다."

응? 그건 무슨 소리지?

"지금 이 상황이 벌어진 이유는, 사위의 뜻을 혜아가 거부하지 못했기 때문이죠."

그건 그렇다. 애초에 남궁혜가 나든 누구든 다 싫다고 황보준한테 바로 못을 박아놨으면 간단히 끝날 일이었다.

황보준이 스스로 자책하는 삶을 살아가게 만들 각오가 남궁혜에게 있었다면, 그게 가능했겠지.

"하지만 제 문제도... 아."

"그래요. 이젠 깨달은 것 같지만, 저도 딱히 반대하지 않고 있죠?"

애초에 내가 남궁혜에게 협조한 건 언소영이나 남궁학의 눈치를 보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언소영이 허락한 이상, 나는 수락하더라도 별 부담을 짊어지지 않게 된다.

"그러니까 상공이 받아들인다면, 혜아에게는 사실 선택권이 없답니다."

과연 그럴까? 나는 조금 의심스러웠지만 언소영은 푸근하게 웃으며 말했다.

"상공, 혜아를 안아주세요. 여인의 행복이 어떤 것인지 알 수 있게 해주세요."

황보준의 제안을 받아들여도 남궁혜에게 욕을 대차게 먹은 다음 쫓겨나는 미래밖에 보이지 않지만, 나는 우선 이 자리에서는 그러마 하고 대답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시간은 충분히 있었다고 생각하오만, 소협께선 고민해보셨소?"

황보준의 목소리가 떨려나왔다.

그로부터 다시 이삼일 뒤, 저녁놀이 지는 시간에 나는 황보준의 부름을 받았다.

남궁혜의 눈치는 보지 말라는 뜻인지, 그녀는 동석하지 않은 자리에 나는 황보준과 둘이서 마주 앉아있었다.

"...후회할 겁니다."

"그럴지도 모르지. 하지만 소협이 거절하면 반드시 나는 후회하게 될거요. 하긴, 꼭 그렇지 않을지도 모르지."

황보준이 말하길, 이번에 대답해주지 않으면 다른 사람을 찾으러 가야한다고 했다. 그리고 곧바로 그러고 싶지 않다는 말도 덧붙였다.

"소협의 도움 덕분에 혜매가 무사할 수 있었소. 으르렁대는 사이를 가장하고는 있지만 두 사람이 서로를 얼마나 깊이 아끼는지 확인할 수 있었소."

그런 사람이라면 남궁혜도 조금이라도 거부감을 적게 갖고 받아들일 수 있을 거라는 말이었다. 사실 그거 아닌데.

"그래서, 어찌 하시겠소?"

황보준은 음울한 열기를 담은 시선을 내게 보내며 다시 물었다.

"...하겠습니다."

"고맙소."

황보준은 짧게 대답하고는 나를 안내했다. 검푸르게 마지막 빛을 머금은 하늘 아래에서, 나는 가슴이 쿵쿵 뛰는 것을 느끼며 그 뒤를 따랐다.

황보준이 제안했고 언소영이 동의한 일이었지만, 나는 여자를 안는 이유를 남에게서 구할 생각이 없었다.

그래, 결국 나는 남궁혜가 꼴리기 때문에 그녀를 안기로 선택한 것이다.

남의 아내이자, 내 여자의 딸을 안는다는 사실이 몰래 흥분되어 가슴이 두방망이치고 있을 때, 황보준이 여전히 앞을 보면서 내게 말했다.

"...소협. 한 가지 부탁이 있는데... 괜찮겠소?"

"말씀해보시죠."

"나도 그 자리에서... 함께 지켜보고 싶소."

나는 걸음을 우뚝 멈추었다. 황보준은 내 쪽을 돌아보지 않고 마찬가지로 멈춰섰다.

"힘들 겁니다."

"그럴 거라고 생각하오."

"그렇다면 어째서 그런 얘길 하는 겁니까?"

"그녀 역시 힘들거요. 내 욕심으로, 다른 남자의 품에 안기는 것 아니오?"

요컨대, 자기 혼자 도망치고 싶지 않다는 의사표현이었다.

"...미련한 짓입니다. 그래도 상관없다면 저는 반대하지 않겠습니다."

"고맙소."

그로부터 말없이 걸어간 끝에, 등불이 켜진 침소에 도착했을 때 나는 배신감에 일그러진 남궁혜와 얼굴을 마주할 수 있었다.

이미 이야기를 듣고 있었는지, 남궁혜는 침의 위에 옷을 꿰어입고 있었다.

"당신... 결국...!"

"부인, 부탁하오. 나를 위해서라고 생각하고..."

황보준이 애처롭게 말하자 남궁혜는 결국 입을 다물었다.

나를 원망스럽게 올려다보는 눈이 내게 처음 범해지던 때의 언소영을 떠올리게 했다.

이제 나는 그녀의 딸을 범할 것이다.

남궁혜는 당장이라도 폭발할 것 같은 마음을 간신히 억누르고 있었다.

이 음적을 애초에 혼례식에 부르는 것이 아니었다.

황보준이 겪는 불행을 틈타서 여인의 몸을 탐하는 자에게 결국 자신의 청백지신을 내어주게 된 것 아닌가.

이럴 줄 알았으면 혼례식에서 그 자의 검에 목이 꿰뚫려 죽는 것이 더 나았을지도 모른다.

"부인... 벗기겠습니다."

짐짓 망설이는 것 같은 태도였지만, 그의 손은 전혀 막힘없이 그녀의 겉옷을 벗겨내고 그 밑에 걸친 침의에 손을 뻗고 있었다.

침의를 고정하고 있는 매듭이 조금씩 풀려나가고, 이제 벗겨내기만 하면 되는 상황에서 남궁혜는 사내의 손을 붙잡았다.

"자, 잠깐만요."

[내키지 않으시는 것은 알겠습니다만, 할 거라면 시간을 끌어봐야 남편분이 마음아플 뿐입니다.]

남궁혜는 사내의 말이 옳다는 것은 알았지만, 옆에서 침상 위의 두 사람을 말없이 지켜보는 황보준 쪽을 향해 감히 눈을 돌릴 수도 없으니 미칠 노릇이었다.

그 순간 사내의 손이 부드럽게 움직여 남궁혜의 침의를 벗겨내고야 말았다.

"보, 보지 말아요...!"

속옷만 걸친 아름다운 몸이 모습을 드러내자, 남궁혜는 허겁지겁 두 팔로 몸을 가리려고 애썼다.

전체적으로 풍만함은 부족했지만 매끈하게 뻗은 팔다리와 봉긋하게 솟아난 젖가슴의 조화는 마치 여신처럼 아름다웠다.

사내의 투박한 두 손이 그녀의 가녀린 팔을 잡아 들어올리며 입을 열었다.

"그렇게 가리지 말아요."

수치스러웠다. 남궁혜는 처음으로 겪는 이 모든 경험을 본디 사랑하는 그녀의 남편과 겪었어야했다.

하지만 하필 어머니를 품은 이 남자와 몸을 겹쳐야한다니.

"흐읏...!"

남궁혜가 수치심에 신음하는 사이 사내는 속옷을 벗길 생각은 하지 않고 그녀의 몸 구석구석을 주무르고 있었다.

"뭐, 뭐하는, 으읏..."

"가만히 있어요. 몸을 풀어줘야하니까."

다른 여자도 있다더니, 그의 손놀림은 아주 익숙했다.

옆구리에서 등, 목덜미와 어깨. 종아리부터 허벅지까지를 빠짐없이 주물러줄 때마다, 남궁혜는 시원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런 건... 잘 하나보네.'

근육을 풀어주려면 내력으로 풀어주는 방법도 있지만, 이렇게 직접 주물러주자 조금 다른 느낌이었다.

조금씩 몸이 따스해지면서 점차 노곤노곤하고 잠이 올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것이었다.

어느새 사내가 마음껏 몸을 주무를 수 있도록 서서히 그 움직임에 호응해주기 시작한 남궁혜는, 사내의 손이 그녀의 젖가리개를 풀어내고 있는 것을 알지 못했다.

"앗!"

가슴에 시원한 공기가 스칠 때가 되어서야, 남궁혜는 허둥지둥 소담한 가슴을 가리려고 했지만 사내의 손이 먼저였다.

"무, 무슨 짓이야...!"

남궁혜의 손보다 훨씬 큰 손이 부드러운 젖가슴을 조금씩 주물러주자 그녀의 가슴도 신체의 다른 부위가 그랬듯이 서서히 열기가 올라왔다.

하지만 남궁혜가 아무리 남녀관계에 어둡다고 해도 젖가슴을 주무른다는 것이 무슨 의미인지 모르지는 않았다.

"소, 손 떼요, 어서...!"

섬세하게 젖가슴을 자극해오는 손은, 남궁혜의 손이 억지로 떼어내려고 다가오기 직전까지 그녀의 가슴을 주무르다 떨어져나갔다.

사내의 손이 빠져나가자마자 자신의 젖가슴을 두 팔로 가린 남궁혜는, 곧 사내의 시선이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를 깨닫고 허리를 뒤틀며 하체를 뒤로 뺐다.

남궁혜의 아랫도리가, 사내의 시선을 받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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