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푸색마 19 EP.217 반대하지 않는답니다 (1)
생명의 은인과 둘이서만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은 결코 부자연스러운 일이 아니다.
그 사실을 확인한 나와 언소영은 조금씩 조금씩 둘이서 만나는 시간을 늘려나갔다.
"앗, 거긴, 안 돼..."
하지만 말이 둘이서 만나는 거지, 지금까지는 언소영의 수발을 들어주는 사람이나 경호가 따라다녔다면, 오늘은 정말로 둘이서만 만나고 있었다.
"정말 안 되는 거에요...?"
객들이 빠져나간 결과 오히려 언소영에게 위협이 가해질 가능성은 낮다는 논리로 호위를 치웠고, 시비들에게는 다과의 기준을 까다롭게 지정해서 잠시 자리를 비우게 했다.
그 결과.
"누가 오면 어떻게 해요, 흐읏...!"
다과가 들어오기까지의 짧은 시간 동안, 나는 언소영의 가슴을 주물거릴 수 있게 되었다는 이야기였다.
"오기 전에 알 수 있잖아요. 조금만, 응?"
남궁세가의 장로 한두사람을 제외하면 언소영은 거의 남궁세가의 최고수가 되었다고 하니, 일부러 기척을 최대한 죽이고 오지 않는 이상 누군가 접근해도 금방 알 수 있다.
옷이 흐트러지지 않게 주의하면서 만지는 것은 감질났지만, 목덜미를 살살 핥으면서 매달리자 언소영은 못 이기는 척 몸을 내주었다.
"으윽...!"
대신 언소영도 내공이 쌓여서 그런지, 내 허리끈을 살짝 느슨하게 만들고 바지 안에 쓱 손을 밀어넣었다.
대체 어떻게 그렇게 강맹한 권풍을 내뿜을 수 있는지 수수께끼일만큼 부드러운 섬섬옥수가 자지를 살살 문지르자 허리가 흠칫거렸다.
매끈한 손끝이 자지를 훑어주는 쾌감 때문에, 나 역시도 가슴과 엉덩이를 주물대는 손이 거칠어졌다.
"우리, 언제 떠나는 거에요? 하읏..."
언소영은 달뜬 목소리로 내게 속삭였다.
사실 떠나도 애저녁에 떠났어야했다.
남궁학과는 나름대로 호감도도 높여뒀으니, 장원에 덜렁 가있는 것보다야 당가에서 잠시 안전하게 모시는게 낫지 않겠느냐고 구슬릴 생각이었다.
역시 당장 새아빠 선언을 하기에는 내가 많이 쫄렸기 때문이다. 적어도 내가 무공으로 누를 수 있을 때까지는 버텨볼 생각이었다.
남궁혜 문제만 아니었더라도 이미 견이 데리고 짐싸서 출발했을텐데...
"혹시 무슨 문제라도... 하읍..."
나는 염려를 드러내는 언소영의 입을 내 입술로 막았다. 미끈한 혀에 무심코 게걸스럽게 달라붙은 나는, 시간을 가늠해보며 치마를 살살 걷어올렸다.
서로의 침을 격하게 교환하던 입술이 다시 떨어지고, 두 입술 사이에 침이 길게 늘어지는 것에 잠시 시선을 주면서 나는 언소영의 속곳 안에 손을 밀어넣었다.
"안 돼... 지금은, 정말... 아응♥"
허리를 비틀어대며 점점 자세가 낮아지는 언소영은 내 어깨에 한 손을 걸친채로 자지를 격렬하게 쓰다듬었다.
질세라 쪼물쪼물거리는 음란한 구멍에 검지를 찔러넣고 살살 문대던 나는, 언소영이 흠칫하는 것과 거의 동시에 이 방을 향해 급하게 걸어오는 기척을 느꼈다.
나와 언소영은 즉시 서로 떨어져 차림새를 정돈했다. 언소영의 낯이 조금 상기된 상태였지만, 이걸 가지고 뭐라고 하는 사람은 없...
'망했다.'
기척이 어느 정도 다가오자 언소영은 눈을 질끈 감았다.
[어머니, 들어갈게요.]
언소영의 허락이 떨어질 때까지 얌전하게 기다려주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잠시 있었지만, 거의 통보하듯이 문을 열어젖힌 남궁혜에게 그런 것 없었다.
"...강 소협? 여기에 있었군요?"
유일하게 나와 언소영의 관계를 이미 알고 있는 남궁혜는, 상기된 언소영의 얼굴을 보자마자 상황을 알아차린 듯 미간을 찌푸렸다.
언소영은 딸의 표정을 보고서 어깨를 움츠렸고, 나는 그 앞을 당당하게 가로막고 섰다.
"무슨 일로 이렇게 급하게 들어오시는 겁니까?"
그런데 나는 당당해서는 안 될 상황이었던 것 같다.
원래 탁자로 가리고 있을 예정이었던 아직 가라앉지 않은 자지가 위용을 드러내고 있다는 것을 깜빡한 것이다.
남궁혜는 얼굴이 뻘개지면서 아예 돌아서버렸고, 나 역시 허겁지겁 다시 의자에 앉아서 그것을 가렸다.
"그, 급하게 들어온 건 죄송해요... 하지만, 꼭 이럴 때..."
"이럴 때?"
언소영의 물음에 남궁혜는 순간 움찔하더니 내 쪽을 힐끔 보고는 몸을 다시 돌렸다.
"그, 그게 그러니까..."
남궁혜의 설명으로는 무림맹에서 사람이 나왔다고 한다. 사유는 당연히 남궁세가가 당한 사건에 대한 조사.
하지만 겨우 이걸 말하는데 당황할 이유는 없는 것 같고, 역시 '이럴 때' 라는 건 공인 탁란 섹스에 대한 이야기겠지?
"아무래도 당시 상황에 대해서 알고 싶은 것 같아서, 어머니를 꼭 뵙고 싶다고 했어요. 강 소협도요."
당시 상황의 중심에 있던 것은 언소영과 남궁혜였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지, 지금은 오라버니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어요. 아무래도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 편이 좋을 것 같아서 급하게 모시러 온 거에요."
어찌어찌 상황을 얼버무리는데 성공한 남궁혜는 언소영이 미심쩍게 여기기 전에, 서둘러 나와 언소영을 이끌고 나가려고 했다.
시비들에게는 미안하게도 온갖 까다로운 주문을 해서 준비해온 다과는 그녀들에게 먹으라고 한 다음 우리는 무림맹에서 온 손님을 맞으러 나갔다.
남궁혜는 가슴이 쿵쿵 뛰었다.
'또, 또 그런 짓을...!'
자신은 황보준을 어떻게 설득해야할지 머리가 아플 정도로 고민하고 있거늘, 어머니와 몰래 그런 짓을 하고 있었다니!
이번에는 천만다행으로 현장을 목격하지는 못했지만, 어머니의 상기된 얼굴과 촉촉하게 젖은 입술, 살짝 느슨해진 가슴팍을 보면 사정을 아는 자라면 누구나 알아볼 수 있으리라.
어머니는 사내를 만난 이후로 오히려 점점 아름다워지고 있었다.
남궁혜만의 착각이라고 느끼기에는, 이미 몇몇 시녀들이 비슷하게 소곤대는 것을 들었다.
그렇게 아름다워진 얼굴이, 하필 자신과 비슷하게 생긴 얼굴이라서 남궁혜는 더욱 심란했다.
'게다가 양물까지 그, 그렇게...'
"이제 돌아가도 됩니까?"
"히익!"
남궁혜가 괴상한 비명을 지르며 돌아보니, 어느새 무림맹에서 나온 조사관과 이야기를 마쳤는지 강윤이 멀뚱하게 그녀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왜 그런 소릴 내는 겁니까? 꼭 제가 소저... 아니지, 부인께 이상한 짓이라도 한 것 같잖습니까."
"미, 미안해요..."
남궁혜는 사과말고는 할 수 있는게 없었다. 저 혼자 음란한 광경을 떠올리다 지레 놀란 것이었으니 당연했다.
하지만 곧 생각이 바뀌었다.
'그런데 이런 생각을 하게 만든 건 이 남자가 잘못한 거 아니야?'
아무리 서로 합의하에 하는 일이라지만 시도 때도 없이 어머니와 그런 짓을 해놓고서.
남궁혜의 가슴 속에서는 희미한 원망이 일어났지만 그런 그녀의 마음 속까지 짐작할 도리가 없는 사내는 사과를 받고 납득한듯 몸을 돌렸다.
"어, 어디 가요?"
하지만 남궁혜에게 붙들린 남자는 걸음을 멈추고 의아한 표정으로 돌아보았다.
"무림맹에는 제가 아는 것을 전부 말했습니다만?"
실은 남궁혜 스스로도 사내를 왜 붙잡아세웠는지 알지 못했다. 일단 급한대로 남궁혜는 떠오르는대로 입에 올렸다.
안 그래도 제법 위급한 용건이기는 했다.
"저, 저 좀 도와주세요. 이대로 가면..."
"...급한 건 알겠습니다. 하지만 그런 이야기를 이런 곳에서 한다구요?"
사내는 어렵지 않게 남궁혜가 황보준의 이야기를 한다는 것을 알아차렸지만, 동시에 주변을 휘휘 둘러보며 그녀의 부주의함을 탓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전음을 쓴다고 해도 여기서 멀뚱멀뚱 서로를 바라보며 전음을 보내고 있으면 '밀담을 하고 있으니 제발 좀 알아봐달라' 라고 외치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나중에 적당히 기회를 봐서 제 처소를 찾는게 좋겠습니다.]
[알겠어요.]
육욕을 참지 못해 어머니를 희롱하다 저한테 발각된지 2시진이 채 지나지 않은 사람이 할 말은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남궁혜는 굳이 따지지 않았다.
사내는 경쾌한 걸음걸이로 그 자리를 벗어나 아마도 제 처소를 향해 나아갔다.
어쩐지 그 걸음걸이마저도 밉살맞다고 생각하던 남궁혜는, 고개를 홱 돌리자마자 그 자리에 유령처럼 자리하고 있는 인물을 보고 기겁을 했다.
"어, 어머니...!"
"우리 딸... 무슨 일인지 어미에게 이야기 좀 해주겠니?"
어디까지 들었는지 알 수 없는 언소영이, 눈을 가늘게 뜨고 남궁혜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게 말을 꺼내면 안 되는 거였는데..."
"미안해요..."
오늘따라 남궁혜가 나한테 사과를 참 많이 한다. 벌써 몇 번째야?
무림맹 조사관이 찾아온 그 날 저녁, 나는 남궁혜의 방문을 받았다. 단지 특이한 점이라면 언소영도 같이 방문했다는 점이었다.
그것이 의미하는 바는 명확했다.
"그런 일이 있었으면 내게도 말을 해줬어야죠..."
"미안해요, 말하기가 쉬운 일은 아니잖아요."
남궁혜는 언소영에게 무슨 소릴 들은 건지, 아주 완벽하고 깔끔하게 모조리 토설하고 말았다.
다행이라면 내가 남궁혜를 냉큼 먹지 않았다는 사실에 언소영이 기쁨 반 기막힘 반의 표정을 짓고 있다는 것.
"아무튼 이렇게 된 이상 저도 의견을 내볼게요. 이대로 가면 계속 이상한 고집을 부릴 것 같으니까..."
"아니, 전 그걸 따지려고 온 건 아니에요."
같이 머리를 맞대서 해결했어야지 지금껏 뭘하고 있었냐고 따질줄 알았는데, 그건 아닌 모양이었다.
"지금 문제는... 사위가 혜아에게 아이가 없을 것을 미안하게 여겨서 생기는 일이죠?"
"그렇죠."
언소영이 뭔가 그럴싸한 이야기를 꺼내는 것 같아서 나는 귀를 기울였다. 남궁혜도 마찬가지인듯 했다.
"그리고 혜아 너는, 사위가 죄책감을 느끼면서 살기를 원하지 않고."
"맞아요."
서로 헤어지기는 싫은 주제에 불가능한 목표를 가지고 있으니까 골이 아파지는 거다.
그걸 모두 충족하는 루트는 황보준이 고자를 치료하거나, 또 하나는...
"상공."
언소영은 내 손을 잡았다. 맑게 빛나는 두 눈동자에서, 어쩐지 음험하고 소름돋는 뭔가를 느낀 순간 언소영이 다시 입을 열었다.
"저는, 반대하지 않는답니다?"
두번째 루트를 제시받은 나는 잠시 그 말을 이해하지 못하고 넋이 나갔다.
"어머니-!"
남궁혜가 비명처럼 외쳤고, 그 소리를 듣고 나서야 나는 정신을 차리고 언소영에게 해명을 원하는 시선을 보냈다.
[대부인 마님, 혹시 무슨 일이라도...]
"별 일 아니니 자네들은 물러가게."
여상한 태도로 밖에서 대기하던 사람들을 도로 물린 언소영에게 남궁혜가 목소리를 낮춰 말했다.
"어머니,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반대하지 않으신다니요! 이 사람은..."
"그래. 내 남편이지."
언소영은 잠시 간격을 두고 다시 입을 열었다.
"그리고 나 말고도 많은 아내를 두고 있는 사람이기도 하고."
"뭐, 뭐라구요?"
경악한 남궁혜가 내게 배신감 담긴 시선을 보내왔다. 난 갑자기 여기서 언소영이 커밍아웃할 줄은 몰랐기 때문에 전전긍긍할 뿐이었다.
"다, 당신...! 어떻게 사람의 거죽을 쓰고...!"
"중요한 건 그게 아니란다. 중요한 건 어미 말고도 많은 여자들이 이미, 상공과 정을 통하고 있다는 사실이지."
남궁혜는 숨도 쉬기 힘들 지경으로 보였다.
"자기 말고 다른 여자도 있다는 것을 뻔히 아는 사람들이 왜 결국 상공과 정을 통하고 있다고 생각하니?"
"...몰라요, 알고 싶지도 않아요."
"상공은, 여자를 황홀하게 해주는 방법을 정말 잘 알고 있단다..."
나는 쥐구멍에라도 들어가고 싶은 심정이었다. 꿈꾸는 듯 속삭이는 언소영의 폭주를 감당할 자신이 없었다.
"전 그 따위 것, 알고 싶지도 않다구요."
"몰랐을 때는 어미도 그랬단다."
언소영은 아름다운 섬섬옥수를 내 소매 안쪽으로 밀어넣으며 내 팔을 부드럽게 더듬었다.
"강요할 생각은 없단다. 그저, 이런 것을 모른채 살아가는 것이 안타까워서 한 말이야."
"전, 어머니의 딸이라구요! 모녀가, 한 남자를 섬기라는 말씀이세요?"
"무슨 말이니? 아이를 가질 때까지의 일시적인 관계일 뿐이잖니?"
언소영의 관점에서 남궁혜는 어디까지나 황보준의 아내일 뿐, 나와 잠시 관계를 맺는 것 자체는 문제가 없다고 여기는 것 같았다.
솔직히 이것도 별로 정상적인 시각은 아닌 것 같은데.
"오히려 내 딸이기 때문에, 네 미래가 행복하길 바란단다. 전에도 말했었지?"
"...강요할 생각은 없다고 하셨죠?"
"물론이란다."
남궁혜는 이를 악물더니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그럼 전 가겠어요! 이런 말도 안 되는 이야기로 더 시간낭비하고 싶지 않아요!"
내가 말릴 틈도 없이 남궁혜는 그대로 몸을 돌려 문을 열고 나가버렸다.
"어머... 혜아도 참..."
"...저러는게 보통 아닐까요?"
"보통이요...?"
언소영은 동그랗게 변한 눈으로 나를 돌아보았다. 보통이 무엇인가 논할 자격조차 없는 상대를 보는 눈.
내가 가장 큰 죄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