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밀푸색마-211화 (211/383)

밀푸색마 19 EP.211 배신하게 만들지 말아요 (2)

나는 매소향의 애걸에 허리를 멈출 수밖에 없었다.

이런 짓을 해선 안 된다고 자각을 했거나 말거나, 다시 한 번 정액절임으로 만들어버리면 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어쩐지 말하는 내용이 의미심장한 것이, 단순히 자지로 매소향 안의 암컷을 일깨운다고 해결되는 문제가 아닌듯했다.

'딸을, 배신...?'

나는 지금까지 능풍연을 미끼로 매소향을 협박하고, 범했다. 아들을 포기할 수 없을 거라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매소향의 안에서는 '내게 범해지는 것을 받아들임 = 아들을 위한 것'이라는 등식이 성립되어있었을터.

그리고 아무래도 이번에는 반대로 능휘연을 위해서 나와의 관계를 유지해서는 안 된다는 결론을 내려버린 것 같다.

"말해줘요. 이게 왜 능 소저를 배신하는 일이 되는 건지."

"..."

물론 애초에 외간 남자와 배를 맞추는 일 자체가 가정에 대한 배신이다.

하지만 한 번 납득한 관계가 다시 뒤집혔다는 것은, 뭔가 새로운 사실이 있다는 뜻.

매소향이 간단히 답을 말해주면 쉬울 일인데, 입을 우물거리기만 하는걸 보니 그럴 생각이 없는 것 같았다.

'젠장.'

대체 능휘연과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모르지만, 나는 직감적으로 느꼈다.

여기서 더 밀어붙여서 매소향이 내 자지 없이는 살 수 없는 몸으로 만든다고 해도, 섹파 관계는 유지할 수 있을지 몰라도 그 이상은 갈 수 없다.

매소향을 임신시키는 것이 목표인 나로서는 그건 절대 안 될 일이었다.

"흐읏...!"

나는 매소향의 허리를 붙잡은 손을 떼고 자지를 뽑아냈다.

자지 모양으로 둥글게 벌어진 구멍이 애처롭게 떨리면서 그 허전함을 채워주길 원하는 모습이 뻔히 보였지만, 나는 인내력을 발휘해서 매소향을 놓아주었다.

"고, 고마워, 요..."

"...말 못할 이유가 있는 거죠?"

매소향은 내 말에 얼굴이 굳었다. 나는 그걸 확인한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일단 지금은 갈게요. 힘들게 해서... 미안해요."

나는 벗어던졌던 옷을 주섬주섬 챙겨입고는, 창문을 통해 바깥으로 나갔다.

별 일 없을 거라고 생각하고 기세좋게 쳐들어왔는데, 이렇게 꽁무니를 마는 신세가 될 줄이야.

'일단은 능휘연이다.'

매소향에게서는 정상적인 방법으로 알아낼 수 있을 것 같지 않다.

쾌락고문으로 알아낼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못 알아낼 경우 별 소득도 없이 매소향의 눈물만 보게 될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면 능휘연 쪽을 털어보는 수밖에.

'그런데, 젊은 아가씨한테는 어떻게 말을 걸어봐야되는 거지?'

생각해보니 내 쪽에서 무림의 젊은 아가씨들한테 용건없이 말을 걸어본 적이 거의 없다는걸 떠올린 나는 속이 더부룩한 기분이었다.

다음날.

견예진은 향암정 주변을 계속 어슬렁대는 강윤을 주의깊게 보았다.

그들이 하는 것이 자발적인 교류인 이상, 사내가 굳이 오래도록 이 근처에 머물면서 인간관계를 배양하지 않는 것은 어디까지나 본인의 선택.

하지만 의례적으로 적당히 사람을 상대하고 넘기는 남자가, 그를 사윗감으로 노리는 몇몇 명숙과 대화하는 것을 제외하면 대화 한 번 없이 계속 어슬렁대고 있는 것이다.

"누구 찾는 사람 있어요?"

안 그래도 능휘연의 문제로 부쩍 관심이 늘어난 강윤이 상대라면, 그녀가 보아넘길 이유가 없었다.

사내는 아무것도 아니라며 얼른 자리를 뜨려고 했지만 오히려 그런 대응은 그녀의 호기심을 부채질할 뿐이었다.

"아까부터 계속 여기 있는 것 같던데, 혹시 찾는 사람 있으면 내가 도와줄 수도 있어요."

"정말, 그런 건 아닙니다만... 소저께서 신경쓰실 일이 아닙니다."

"휘연이라면 여기 없는데."

기습적으로 능휘연을 언급하자 사내의 얼굴에 순간적으로 당황한 기색이 일어났다가 사라졌다.

'뭐야, 정말이야?'

견예진은 내심 히죽 웃었다. 안 그래도 연심을 겉으로 드러낼 생각도 하지 않고 시간만 낭비하는 능휘연이 답답하기 그지없었던 그녀였다.

마치 짜맞춘 것처럼 이번에는 사내 쪽에서 관심을 보여오니, 이 한심한 남녀를 올바른 길로 계도해야되겠다는 사명감마저 느껴지는 것이다.

"잠깐 이리 와봐요..."

엄연히 견예진은 사내보다 연상이었기 때문에, 힘을 주어 잡아끌자 사내는 오래 못 버티고 따르는 수밖에 없었다.

남들이 잘 드나들지 않을만한 외진 곳으로 사내를 인도한 견예진은, 전음으로 사내에게 물었다.

[휘연이한테, 관심있는거 맞죠?]

[...아닙니다.]

물론 사내는 능휘연에게 관심이 무척 많았다. 주로 그녀가 최근에 보인 행적에 대해서.

하지만 견예진이 보이는 관심이란 당연히 남녀간의 애정에 관한 이야기일 것이고, 설령 아니라고 해도 그것을 순순히 긍정할 이유는 없었다.

[정말 이럴 거에요? 내 눈에는 다 보이는데?]

문제는 그것이 견예진의 눈에는 여인을 대하는 것이 서툰 남정네 특유의 허세로 보였다는 점이었다.

[휘연이가 소협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정말 궁금하지 않은가보죠?]

[...별로 관심없는 것으로 보입니다만.]

쯧쯧.

이래서 남자들은 문제다. 솔직하게 상대에게 귀를 열면 얻을 수 있는 이득의 절반 정도는 내버리고 사는 것이 틀림없다.

견예진은 사내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커다란 체구였지만, 그렇다고 곰처럼 둔해보이지는 않는 날렵한 육체.

그런 부분이 다소 견예진의 취향과는 어긋났지만, 그 외에는 그럭저럭 합격점을 줄만한 남자.

조금 더 명확한 답이 듣고 싶었지만, 견예진이 자신이 양보해준다는 심정으로 다시 전음을 보내려던 그 때였다.

"잡풀이 많이 자라 구경할 것도 없는 곳을 만들어두다니 본가의 준비가 부족했군요. 두 분, 편히 쉬고 계십니까?"

이런 사람도 안 다니는 곳에 뭐하러 몰래 숨어있느냐는 말을 한껏 돌려 내뱉는 남궁혜가 그들의 앞에 나타났다.

명백히 불편한 심사를 드러내는 남궁혜의 얼굴을 보고 견예진은 잠시 잊고 있던 '강윤과 남궁혜의 꽤 깊은 사이' 설을 떠올렸다.

"예, 남궁 소저. 이게 다 남궁세가에서 배려해주신 덕분입니다."

"본가의 부족함을 계속 내보이는 것도 부끄러우니, 좀 더 잘 정돈된 곳으로 가시지요."

혹시 남궁혜가 아직도 정을 끊지 못한 강윤과 단둘이 이런 곳에 있는 것을 불쾌하게 여겨서 이렇게 나오는 것인가?

견예진은 그렇게 추측했고, 그 추측은 반만 정확했다.

남궁혜는 안 그래도 능휘연 때문에 불안한데, 강윤이 이번에는 견예진과 으슥한 곳으로 숨어드는 모습을 보니 애가 달았다.

하지만 견예진이 생각하는, 곧 황보준과 혼인할 상황인데도 강윤에 대한 애정을 끊어내지 못했다는 사실은 일체 없었다.

'어머니는 내버려두고, 왜 여기서 시시덕대고 있는 거야?'

아직 세간에 떳떳하게 내보일 수 없는 관계인 이상, 어머니를 찾아가기 어렵다는 것까지는 이해했다.

하지만 그렇다면 마땅히 다른 여인과 가까이 하는 것을 삼가는 것이 올바른 도리가 아닌가?

두 사람의 관계가 비밀인 이상 남궁혜는 그것을 남에게 밝힐 수도 없는 노릇이니 답답하기 짝이 없었다.

그리고 그런 사실을 남궁혜가 밝히지 않는 지금, 남들이 보기에 강윤에게 과하게 간섭하는 남궁혜의 태도는 마치 마저 털어내지 못한 연심의 흔적처럼 보였다.

황보준의 시각에도 그것은 크게 다르지 않아보였다.

나는 결국 남궁혜에게 끌려나와 또 적당히 많은 사람들 틈에 껴서 어울려주다가 눈치를 봐서 슬쩍 빠져나왔다.

그리고 남궁세가의 후원을 걸으면서 생각에 빠졌다.

'하지만 견예진 덕분에 대강 답은 알았다.'

능휘연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고 싶지 않느냐, 라는 것은 능휘연이 내게 뭔가 확고한 감상을 품고 있다는 뜻이다.

나를 좋아하거나, 싫어하거나 둘 중 하나겠지만 '걔가 너 싫어한다던데?' 라고 말하는 것치고는 마치 내게 시혜를 베푸는 것 같은 태도.

'실화냐...'

아무래도 능휘연이 나한테 어느 정도는, 그래, 어느 정도는 마음이 있는 것 같은 눈치였다.

매소향의 태도에서 사실의 일부 정도는 짐작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애초에 나는 뭔가 특별한 일을 한 기억도 없고, 내 신경은 온통 예쁜 밀프한테만 가있었으니 짐작이 갔을리가.

'이거 어떻게 하지?'

이렇게 되고 나니 매소향과의 관계를 어떻게 살려내야될지 감도 안 잡힌다.

능휘연을 받아들이더라도, 거부하더라도. 나와의 관계를 유지하는 매소향은 나쁜 어머니가 되어버리는 것이다.

'모녀덮밥? 말도 안 되는 소리.'

지금까지 수많은 밀프들을 따먹으면서 사실상 일부다처제를 이룩하고 있는 나였지만 모녀덮밥 같은 것이 실제로 가능할지는 회의적이었다.

애초에 처녀는 어떻게 공략하면 되는 건지도 모르겠다. 내가 지금까지 따먹은 처녀라고 해봐야 자지에 아주 관심이 많은 처녀밀프 양하정 뿐이었으니까.

그런 특수 케이스를 제외하면 과연 모녀덮밥을 만드는게 가능할까?

"사... 강 소협?"

"...대부인을 뵙습니다."

나는 멋쩍게 웃으며 우연히 마주치게 된 언소영에게 포권을 하며 인사를 올렸다.

다른 밀프 자빠뜨릴 생각으로 머릿속을 꽉 채우고 있던 주제에, 나는 내 첫번째 여자를 만나고 나니 가슴이 벅차올랐다.

"오랜만일세, 편히 쉬고 있는가?"

[보고 싶었어요, 상공.]

"무엇 하나 부족함없이 잘 지내고 있습니다."

[나도요.]

언소영은 남궁세가의 무사 한 명과 시비 두 사람을 동행하고 있었기에, 오랫동안 전음을 주고 받을 수도 없었다.

"본가의 후원은 어떠한가? 제법 볼만하지?"

[한 번도 보러 안 왔으면서...]

"예, 정말 아름답습니다. 고아한 취향이 그대로 드러나는군요."

[미안해요...]

남들 눈에 안 띄고 찾아가기가 어렵기 때문이었지만 이런 투정에 핑계를 대봐야 좋은 꼴 못 본다.

설령 그게 어머니를 감싸고 도는 남궁세가주가 철통경비를 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하더라도.

"고맙네, 하지만 이는 내 취향이 아닐세. 내 가모에게 소협의 상찬은 전해주도록 하지."

[다른 여자 만나고 있는 거죠?]

나는 숨이 턱 막혔다. 하긴,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나치고 말지, 이렇게 밀프가 모여있는데 내가 한 명쯤 건드릴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 것이 이상하다.

"가, 감사합니다."

약간 대답이 이상했지만 주변인들은 딱히 관심을 가지는 눈치는 아니었다.

나는 언소영과 잠시 침묵 속에 시선을 마주하다 다시 전음을 보냈다.

[화... 많이 났어요?]

"그래, 소협은 화초에는 조예가 있는 편인가?"

[별로요. 딱히 기대도 안 했는걸.]

내용만으로는 꽤나 화가 난 것 같지만 음성은 의외로 평온했다.

"부끄럽습니다만 사실 잘 알지 못합니다."

[미안해요, 나중에 말하려고 했는데...]

"있다면 내가 놀랄뻔했네. 사실 사내가 가질 취미는 아니니 말이야."

[미안할 건 없어요.]

나를 안심시키듯 부드럽게 웃은 언소영은 겉치레 말은 없이 전음으로 말했다.

[여자가 아무리 늘어도, 나하고 우리 견이 계속 사랑해줄 거잖아요? 아니에요?]

[그건 당연히...!]

[그럼 됐네요. 난 상공이 어떻게든 해줄 거라고 믿고 있을게요?]

이미 전에 한 번 진통을 겪었기 때문인지, 언소영은 의연한 태도로 받아들이며 미소를 지었다.

여기저기 좆대가리를 휘두르고 다닌 내가 부끄러울 정도로 환한 미소였다.

'아!'

그 순간 나는 언소영의 말에서 어떤 실마리를 잡았다.

"대부인, 이만 물러나겠습니다. 편안한 시간 되십시오."

"소협도, 편한 시간 보내게나."

맥락도 없이 급하게 대화가 마무리되자 주변인들의 눈길이 곱지 않았지만 언소영은 예쁘게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빠른 걸음으로 후원을 가로질렀다.

완전한 해결책은 될 수 없겠지만, 급한대로 미봉책은 될 수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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