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푸색마 19 EP.210 배신하게 만들지 말아요 (1)
쾅
늦은 밤, 제갈룡은 홀로 처소에서 탁자를 내리쳤다. 흔들리는 탁자 위에 놓여있던 술잔에서는 술이 흘러넘쳤지만 그런 것에 신경쓸 정신이 아니었다.
'천한 놈 따위가...!'
제갈룡의 머릿속에서는 계속해서 그가 수모를 당한 기억이 반복되고 있었다.
술잔을 받아내지 못하고 놓친 순간, 주변의 시선이 변화하는 것을 민감하게 알아차린 제갈룡은 모멸감에 눈이 튀어나올 것 같았다.
마치 소변이라도 지린 것처럼 바지를 적신 술을 급하게 닦아내고, 그는 허둥지둥 그 자리를 벗어나야했다.
'빌어먹을!'
자신은 제갈세가의 적통이었다. 문무겸전의 능력까지 갖추었다.
성격이 조금 급하기는 하지만 사내가 그 정도 성격이 급한 것 정도는 결코 흠이 되지 않을 거라 믿었다.
일신의 무력 말고는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는 그런 자와는 본래 비교될 이유조차 없었다.
삼봉의 혼례식이라고 하여 아버지에게 고집을 부려 왔는데, 막상 두 명의 삼봉은 자신에겐 관심조차 없었다.
'황보준 그 유약한 놈까지 남궁혜와 혼인하는데...! 왜 내게는...!'
내성적으로 보이는 능휘연은 그렇다쳐도, 서글서글하고 대화를 나누는 것을 즐기는 견예진도 자신을 데면데면하게 대할 뿐이었다.
쾅
다시 한 번 탁자를 내리친 제갈룡은 술이 넘쳐서 얼마 남지 않은 술잔을 한 번에 들이켰다.
그 때, 문 앞에서 그를 부르는 목소리가 들렸다.
제갈룡은 내심 구시렁대며 문을 열었는데, 의외의 인물이 문 앞에 있었다.
"이, 이 시간에 여기는 어떻게...?"
당황한 제갈룡의 물음에 상대는 대답하지 않고, 다른 이야기를 꺼냈다.
제갈룡은 상대가 딴소리를 하자 미간을 잠시 찌푸렸다가, 서서히 미간이 펴지기 시작했다.
"이, 일단 드시지요."
한밤의 방문자를 방으로 들이면서, 제갈룡은 가슴을 가득 채우는 음험한 기대에 전율했다.
"소향, 오늘따라 표정이 좋은데?"
"그, 그런가요?"
단유란의 말에 매소향은 저도 모르게 제 얼굴을 매만졌다.
"무슨 좋은 일이라도 있어?"
"그, 그게... 별로, 아무 일도 없는데요..."
매소향은 적당히 얼버무리면서 시원하게 우린 차를 한 모금 마셨다.
자신의 표정이 그렇게 바뀌었다는 말에 매소향은 몰래 생각했다.
'풍연이 문제가 해결되서 그럴까, 아니면...'
뒤늦게 시작된 불장난 때문일까.
아들뻘 남자와 결국 관계하는 것을 받아들인 매소향의 밤은 감미롭기 그지없었다.
몇 번이고 다시 일어나 그녀의 음부를 범하는 사내의 남근은 그녀에게 꿀처럼 달콤한 쾌락을 한없이 불어넣었다.
집요하게 그녀의 속살을 후벼오는 단단한 양물이 사랑스러워 어쩔 줄 모르게 된 매소향은 어젯밤 또 하나의 선물을 받았다.
사내는 괘씸하게도 이미 능풍연을 위한 해약을 마련해두고 있었던 것이다.
<당신이 너무 좋아서 그랬어요...>
진실을 밝히자 분통을 터뜨리는 매소향에게, 사내는 질척하게 매달린채 단단한 남근으로 계속 음부를 쑤셔대며 그녀가 아름답기 때문이라고 속삭였다.
아랫도리의 쾌락이 덧붙여진 사탕발림에 매소향은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납득하고야 말았다.
자신을 그렇게나 사랑한다는데, 어쩔 수가 있겠는가? 자신은 이미 남편이 있는 몸, 자신을 얻기 위해서는 그런 야비한 수작도 어쩔 수 없었으리라.
막상 남편에게서는 받아본 적 없는 집착에 가까운 애정과 만족스러운 밤생활, 거기에 아들에 대한 근심까지 해결되었으니 매소향의 표정이 어두운 편이 오히려 정상이 아니었다.
"그래? 혹시 휘연이 때문에 그런 것이 아닌가 했는데..."
"휘연이요?"
사내에게 휘둘리는 동안, 매소향은 적극적으로 끌고 다니던 딸 능휘연을 어느새 반쯤 방치하고 있었다.
견예진도 생각은 있으니 아무데나 가서 나팔을 불어대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주변인들은 다 알고 있던 사실을 매소향이 이제야 듣게되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휘연이가 무슨 일 있나요?"
"...혹시 못 들었니?"
단유란이 조곤조곤 설명해주는 이야기를 듣자마자, 매소향은 머릿속이 새하얗게 변하는 것 같았다.
전혀 몰랐다. 사내라면 질색을 하는 그 아이가, 하필 자신과 부적절한 관계를 맺고 있는 사내에게 연심을 품을 것은 또 무엇이란 말인가.
바닥이 꺼지는 것 같은 절망감이 들었지만, 밀랍처럼 굳어버린 매소향의 얼굴은 간신히 미소 비슷한 것을 유지하고 있었다.
"듣기로는 마땅한 사문도 따로 없다는데, 혹시 잘만 되면 화산파에 데릴사위로 데려갈 수 있는 것 아니니? 좋겠다, 얘."
"그, 그건 일단 이야기가 성사되고 나서 생각할 문제 같네요."
자신이 뭐라고 대답하는지도 사실 잘 몰랐다.
하지만 매소향은 단 한가지만은 확실하다고 생각했다. 이 관계를 그만 끝내야한다는 것.
이제 사내와 그녀를 옭아매고 있는 문제는 사라졌다.
사내가 건넨 환단이 진품이라면, 그것을 먹이기만 하면 능풍연은 아무런 흠결없는 몸으로 돌아갈 수 있다.
'어쩔 수 없어... 나는, 휘연이의 엄마니까...'
그 색마에 대한 능휘연의 연심을 어떻게 해야할지는 아직 결정할 수 없었다.
응원해줘야할지, 막아서야할지, 무시해야할지.
하지만 어느 쪽이 되었든 간에, 매소향은 어머니로서 지금의 관계를 이어가선 안 되었다.
셋 중 어느 것도, 딸이 연심을 품은 사내와 배를 맞추는 어미가 해서는 안 될 일이었기 때문이다.
이미 일은 저질러버렸지만, 적어도 지금이라도 딸을 위해서 사내와의 관계를 끊어내야하리라.
그가 그녀에게 가르쳐준 쾌락이 아무리 감미롭다고 하더라도.
"그만 보자구요?"
"...미안해."
밤이 오면 또 매소향을 침상에 끌어들여 정액절임으로 만들어줄 생각으로 가득차 있던 내게, 해가 지기도 전에 찾아온 매소향은 관계의 끝을 고해왔다.
"왜죠? 내가 당신을 실망시킬만한 일을 했습니까?"
"...미안해, 말할 수 없어."
좋은 느낌으로 내연관계가 진행되고 있는데 이게 웬 날벼락인가.
남편보다는 덜 사랑해도 된다고 했지만, 언젠가는 조금씩 조금씩 순위를 올려서 남편 몰래 내 아기를 임신시킬 생각이었는데!
'경솔했나?'
그녀가 이렇게 나올 수 있는 가장 큰 이유는, 내가 해약을 줘버린 것이 클 것이다.
매소향에게 어떤 일이 벌어졌든 간에, 해약을 쥐고 있었으면 절대 나를 내칠 수가 없는 것이다.
아들의 장래를 포기한다면 모를까.
"오늘은 이걸 말하러 온 거야. 애초에... 오래 지속되면 안 될 관계였어."
서로 잠깐의 꿈이었다고 생각하자고 말하며 자리를 털고 일어나는 매소향에게는 미안하지만, 나는 전혀 그렇게 끝을 낼 생각이 없었다.
"어쩔 수 없죠. 그동안 즐거웠습니다."
"...미안해."
말하는 걸로 봐서는 나에 대한 인식이 특별히 바뀐 것 같지는 않다.
대충 짐작은 간다. 뭔가 다른 계기가 촉발이 되었고, 그것 때문에 자신의 역할을 떠올린 거겠지.
능유환의 부인이든, 두 남매의 어머니이든, 화산파의 여협이든. 그런 자신이기에 이런 불륜관계는 빨리 끊어야된다고 생각한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착각하면 안 되지.'
매소향은 마치 비련의 여주인공 행세를 하며 내 처소를 떠나갔지만, 나는 확신이 있었다.
이제 무슨 짓을 하더라도, 매소향은 나를 잊어버릴 수 없다. 나는 그 사실을 당장 오늘밤부터 확인시켜줄 생각이었다.
매소향은 침상에 누웠지만 쉽게 잠이 들 수 없었다.
바로 어젯밤까지만 해도 그녀에게 있어서 밤이란 진한 쾌락에 범벅이 되는, 낮보다도 활활 타오르는 시간이었던 탓이었다.
스스로를 다잡은 덕에 가랑이에 손을 뻗는 망측한 짓은 하지 않았지만, 잠이 오지 않는 것만은 어쩔 수 없었다.
결국 그녀는 한밤중이 되어서야 잠들 수 있었다. 하지만 그것도 오래 이어지지는 않았다.
"흡...!"
살풋 들었던 잠에서 깨어보니 그녀의 침의는 이미 반쯤 벗겨져있고, 사내의 손이 여체를 여기저기 더듬고 있었다.
잠에 취한 그녀의 머리로도, 이것이 누구의 짓인지는 명백했다.
"너, 이게... 흐윽...! 무슨 짓이야!"
투박한 손으로 마치 장난감처럼 그녀의 몸 여기저기를 유린하며, 서서히 성감을 높이는 그 손길은 멈추지 않았다.
등 뒤에 매달린 탓에 사내를 떨쳐내는 것도 쉽지 않았던 매소향은 다시 입을 열었다.
"이제, 이제 그만해야한다고 했잖아! 대체 왜 이러는 거야..."
사내는 대답하지 않고 그녀의 몸을 정신없이 더듬었다. 사내가 기억시킨대로, 매소향의 몸은 빠르게 데워지며 쾌락을 받아들일 준비를 했다.
"그만, 그만해엣...! 아응♥"
"당신 마음대로?"
처음으로 입을 연 사내의 말에 매소향은 소름이 돋았다. 속곳 틈으로 파고든 손가락으로 뜨거워진 아랫도리와는 달리, 뒷덜미는 얼음처럼 차가웠다.
"무, 무슨...!"
"내가 말했잖아요. 이제 이건... 내 거라고."
사내의 손놀림에 뜨거워진 고기구멍은 깊은 곳까지 채워줄 무언가를 갈망하며 움찔거렸다.
"내 허락도 받지 않고, 나한테서 멀어진다는게 정말 가능할 줄 알았어요?"
"아윽...♥"
그제야 매소향은 깨달았다. 순순히 납득한 것처럼 대답하던 그 순간에도, 사내는 이미 이렇게 나올 생각을 품고 있었던 것이다.
"저, 정말 안 돼. 제발... 흐으응♥"
"그걸 정하는 건 나에요."
달궈질대로 달궈진 육체를 그야말로 지배하듯이 더듬어대던 사내의 손이, 그녀의 허리를 억세게 잡았다.
"멈춰, 제발...!"
또다. 또다시 이 남자는 자신을 정신이 이상해질 정도로 범할 생각인 것이다.
'휘연아...!'
달뜬 숨을 내뱉으며 딸의 얼굴을 떠올리던 매소향은, 단단한 남근이 둔부를 쓸어내려오며 제 음부를 향해 귀두를 겨누는 것을 깨달았다.
"안..."
쑤우우욱
"크흐으읏...!"
단단하게 여물어 그녀에게 여인의 쾌락을 다시 떠올리게 만든 흉악한 남근이 뱃속을 찔러들어오는 것이 느껴졌다.
매소향의 나약한 점막은 남근이 문대올 때마다 끈적한 애액을 새로이 토해내며 쾌락을 노래했다.
"빼줘... 빼줘...! 아윽...!"
이것을 오래 뱃속에 담고 있어서는 안 된다. 매소향은 허리를 뒤틀며 어떻게든 남근을 빼내려고 했지만, 사내는 결코 그렇게 내버려두지 않았다.
"부탁, 부탁할게요, 이러지 말아요, 네? 제발...!"
매소향은 절실하게 매달렸다. 지금의 그녀는, 그녀를 장식하던 모든 이름을 내려놓는 한이 있더라도 비굴하게 매달려야했다.
"내가, 내가 우리 딸을 배신하게 만들지 말아요..."
자신의 반쪽을 이어받은 딸, 아기일 때부터 소중하게 길러온 모든 순간을 떠올릴 수 있는 딸을 배신하는 일만큼은 하고 싶지 않았다.
어느새 허리를 움직이는 것을 멈춘 사내에게 고개를 돌려 눈이 마주친 매소향은, 제발 그 희미한 희망을 사내가 꺼뜨리지 않기를 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