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푸색마 19 EP.205 안 들키면 되죠 (2)
"말 잘하네? 저런 사람이었구나..."
강윤이라는 인간에 대해서 별 관심이 없었던 견예진과는 달리, 능휘연은 그가 얼마나 말을 잘하는지 알고 있었다.
동생인 능풍연이 말하길, 싸우는 와중에도 몇 번이나 상대를 조롱하여 격장지계를 노렸다고 하지 않았던가.
사내는 능휘연과 눈이 마주치고 가볍게 목례만 하고 자리를 뜨려다가, 소란을 전해듣고 왔는지 허겁지겁 달려온 남궁혜에게 붙잡혔다.
목소리가 크지 않아 잘 들리지 않았지만 남궁혜는 인정사정없이 사내를 몰아붙이고 있는 것 같았다.
"둘이 사이가 꽤 좋은가보네?"
"...그런가봐요."
능휘연은 견예진의 해석에 동의했다.
사람들이 많이 흩어졌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남들이 뻔히 보는 상황 아닌가.
그런 상황에 타박을 당하는데도 사내의 얼굴에는 불쾌함 한 점 떠오르지 않았고, 남궁혜 역시 남들의 시선 따윈 무시하고 화를 내고 있었다.
그러다 황보준이 빼꼼 고개를 내밀고 나서야, 뒤늦게 얌전을 떠는 남궁혜의 모습을 보고 견예진은 실소했다.
"남궁 소저도 혼인할 상대 앞에서는 저렇게 행동하는구나, 너도 좀... 휘연아?"
능휘연의 시선이 옮겨가는 곳을 향해 고개를 돌려보니, 남궁혜가 황보준과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슬금슬금 몸을 빼는 강윤의 모습이 보였다.
손발을 뻗으면 나무 한 그루는 우습게 부러뜨릴 것 같은 장대한 사내가 양상군자처럼 꼬리를 마는 모습이었지만, 능휘연의 시선은 그에게서 떨어질 줄을 몰랐다.
'오호...?'
특별히 정감이 느껴지는 시선은 아니었지만, 능휘연이 이렇게까지 집요하게 사내에게 시선을 준 경우는 적어도 견예진이 아는 한 없었다.
애초에 감정표현이 두드러지지 않는 능휘연의 기준이라면, 이것이 애정어린 시선일지도 모르는 일.
능휘연이라는 동토에 드디어 봄바람이 불기 시작한 것은 아닐까, 그렇게 의심해보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상대가 조금, 아주 조금 문제가 있는 것처럼 보였다는 것이 옥의 티였지만.
죄도 없이 남궁혜에게 된통깨진 나는 황보준 방패의 가호를 받아 도망쳐나오는데 성공했다.
아마 이성을 찾고 자초지종을 들으면 남궁혜도 내가 죄가 없다는 것을 잘 알겠지.
"여, 여기는 어쩐 일인가?"
"소협을 여기서 다 보는군. 제대로 인사하는 것은 처음이지? 반갑네, 강 소협. 무당의 단유란이야."
향암정 쪽으로 돌아가보니, 제갈룡의 어그로에 이끌린 사람들이 아직 돌아오지는 않았는지 매소향과 40대 초반 정도로 보이는 여자 한 명만이 있었다.
눈이 약간 작아 여우 같아 보이는 인상의 여자였는데, 솔직히 이쪽도 꼴리지만 일단 지금은 매소향 쪽이 급하다.
"처음 뵙겠습니다, 여협. 강윤입니다."
"그래, 소향이가 마음에 들어한다는 소협이라기에 한 번쯤 꼭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었네. 남궁세가와는 친분이 깊은가?"
"남궁혜 소저와 안면이 있는 사이입니다."
일전에 매소향을 따라다니면서 항문을 따먹었을 때 매소향이 적당히 둘러댄 이야기를 아직도 기억하고 있던 모양이다.
[여, 여기는 왜 온 거야?]
매소향의 전음이 불안하게 떨렸다. 내가 너무 심했나?
나는 단유란이 하는 이야기를 적당히 받아주면서 주의깊게 매소향에게 전음을 보냈다.
[어제는 결국 내가 하고 싶은 일만 하고 아무것도 못 알려줬잖아요. 그래서 알려주러 왔어요.]
[지, 지금은 필요없어. 나중에 내가 찾아갈테니까...]
[꼭 지금 들어야해요, 꼭.]
매소향은 단유란의 눈치를 보며 울상을 지었다. 내가 왜 이런 고집을 부리는지 모르겠지.
아무도 없이 두 사람만 남은, 이런 좋은 상황이 아니라면 나도 굳이 지금을 고집할 생각은 없었다.
나는 매소향에게 전음으로 성혈단에 대한 정보를 이야기해주었다.
굳이 마교라는 단체를 특정할 필요는 없었기에, 효능과 해약의 존재만.
매소향에게는 그것만으로도 충분한지, 눈에 생기가 돌아왔다.
[그럼, 그 해약은 어디서 구할 수 있지?]
[그걸 구하려면 제가 힘을 조금 써야할 것 같은데...]
[어떻게 구할 수 있는지, 방법만 알려줘. 나머지는 내가 알아서 할테니까.]
[그게 저도 그러고 싶습니다만, 다른 분께 알려드려도 소용이 없어서...]
물론 해약은 이미 내가 가지고 있지만, 순순히 그것을 알려주기에는 너무 아깝다.
상황을 파악한 매소향은 나를 경멸어린 눈으로 보았다.
[알겠어. 오늘... 또 찾아갈테니까...]
하지만 결국 치솟은 눈꼬리는 다시 내려앉을 수밖에 없었다. 비빌 언덕이 나밖에 없는 이상, 그녀로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일 것이다.
그녀의 유일한 오산은, 내가 그냥 떡치는 것으로 만족하지 않을 것이란 사실을 짐작하지 못했다는 거지만.
[그걸로는 부족해요.]
내가 내 요구조건을 자세히 전음으로 전달하자, 매소향은 기어코 비명같은 외침과 함께 몸을 일으켰다.
"뭐, 뭐...?"
나는 모른척 어깨를 으쓱했고, 단유란은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나와 매소향을 번갈아보았다.
하긴, 그럴만도 하다.
단유란 몰래 보지 보여주면서 자위하라고 하는데 순순히 수긍했으면 내가 더 놀랐을걸.
단유란과 담소를 나누면서 그럭저럭 진정되었던 매소향의 머릿속이 다시 엉망으로 헝클어졌다.
사내가 말하기를, 의술이 신선의 경지에 다다른 노인이 있는데, 그 노인의 성정이 괴팍하기 그지없어 자신이 직접 찾아가지 않으면 결코 해약을 내주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사실인지 거짓인지는 알 수 없지만, 매소향으로서는 그것을 파악해볼 방법조차 없었다.
[제정신이야? 유란 언니에게 들키면 어쩌려고...!]
[안 들키면 되죠. 그러니까 몰래 하라는 거잖아요.]
사내는 주변 경계는 자신이 하고 있을테니 단유란에게만 들키지 않으면 된다고 했다.
이런 일을 시키면서도 사내는 전혀 두려움을 느끼지 않는듯, 몰래 손짓하며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우리 예진이도 혼인이 아직인데, 남궁 소저는 어째서 이렇게 혼례를 서두르는지 소협은 들은 바가 있는가?"
"마음에 맞는 짝을 만나면 빨리 결혼도 할 수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단유란과 화기애애하게 이야기를 나누면서도 사내는 중간중간 눈짓하면서 빨리 할 것을 종용했다.
단유란의 위치라면 마주 앉은 사이에 두고 있는 탁자가 가려서 안 보일 것이기는 했다.
옆에 앉은 사내에게만 살짝 허리를 들어 치마를 걷어올리면 된다. 조심하기만 하면 될 것이었다.
[지금부터 열 셀 거에요, 그 안에 치마 걷어요.]
조금이라도 시간을 끌어보려는 의도를 금방 알아차렸는지, 사내는 전음으로 숫자를 세기 시작했다.
[...셋, 넷, 다섯...]
화산의 자부심, 매화나무가 수놓인 아름다운 치마를 움켜쥔 흰 손이 덜덜 떨렸다.
[...일곱, 여덟...]
더는 버틸 수 없었다. 매소향은 결국 사내의 재촉을 이기지 못하고 손을 움직였다.
사르륵
부드러운 촉감의 비단 치마가 소리없이 올라가고, 새하얗고 아름다운 다리가 바깥 공기를 맞아 시원함이 느껴졌다.
[잘했어요.]
사내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칭찬해주었지만 당연히 그것을 순수한 칭찬으로 받아들일 리 없는 매소향은 모멸감으로 가슴이 터질 것 같았다.
단유란에게 들키지 않게 손을 뻗어 그녀의 매끈한 허벅지를 쓰다듬는 손길이 그녀의 솜털을 오소소 일어나게 만들었다.
뒷골목 창기나 할 짓거리, 사내에게 치마를 들어올려 치부를 드러내고 있다니.
그런 상황에서 사내는 매소향의 속곳을 가리키며 손가락을 까딱거렸다. 스스로를 위로하라고 명령하는 것이다.
"소향이 너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니? 사실 내가 마음만 먹었으면 지금 남편이 아니라..."
"하지만 형부처럼 언니에게 잘하는 사람은 못 찾았을 걸요."
매소향은 스스로도 놀랄 정도로 차분하게 단유란의 말을 받으면서 살살 속곳을 옆으로 치워 음부를 조금씩 바깥으로 드러냈다.
자신이 이런 음란한 행동을 하고 있다는 사실에 욱신거리는 아랫도리가, 스치는 손가락을 한없이 예민하게 느끼고 전율했다.
'똑똑히 봐...!'
아들의 장래를 인질로 잡힌채 이런 음행까지 벌이게 된 이상, 매소향은 반드시 사내에게서 받아낼 것을 모조리 받아낼 생각이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사내에게 딴 소리를 할 여지를 조금도 주어선 안 되었다.
매소향은 열심히 그녀가 기분좋아하는 곳을 그녀 스스로 살살 만져주었다.
한편, 그녀의 손가락이 아름답게 여문 음부를 서서히 쑤시는 것을, 사내는 눈을 크게 뜨고 지켜보았다.
당장이라도 남근을 놀리고 싶은지 들썩거리는 허리 위쪽은, 명문 정파의 귀부인을 능숙하게 상대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지만.
매소향은 조금씩 젖어들어가는 음부에, 두 검지손가락을 깊이 밀어넣었고, 그것을 활짝 열어젖혔다.
덜컥
사내는 용케 아무 소리도 내지 않고 참았지만, 사내의 양물은 그것을 참아내지 못했다.
이미 하늘이라도 찌를 것처럼 우람하게 일어나있던 남근이 꿈틀거리며 탁자를 두드리는 상황은 그녀가 반쯤 의도한 것이었다.
하지만 단유란이 고개를 갸웃거리더니 탁자 아래를 보기 위해 고개를 숙이려고 하는 상황에는 두 남녀 모두 비명을 지를 뻔했다.
"아, 무릎을, 탁자에 부딪혔군요. 죄송합니다"
"그런가? 다리가 긴 사람은 고생이군."
고개를 내리다 말고 다시 두 사람을 마주 보며 여유로운 미소를 짓는 단유란을 앞에 두고 매소향은 공포심에 경직된 아랫도리가 인정사정없이 손가락을 조여대는 것을 알고 신음을 참았다.
사내의 남근보다 한없이 가는 손가락조차도, 이런 비상식적인 상황 아래에서는 그녀의 정신을 이상하게 만들 것처럼 환상적인 쾌감을 주었다.
'안 돼, 안 돼...!'
단유란의 시선이 사내에게 고정될수록, 매소향은 이 안타깝도록 가느다란 손가락이 주는 쾌감에 점점 매몰되어갔다.
뜨거운 속살이 분출하는 애액이 희미하게 찔꺽이는 소리를 내는 와중에도, 매소향은 점점 격렬하게 손가락을 넣고 뺐다.
'기분좋아서 하는게 아니야...! 이 남자라면, 이런 걸 요구할테니까...!'
매소향은 계속해서 스스로를 속였다.
괴로우리만치 큼직하게 발기된 사내의 양물이 당장이라도 여인의 속살을 맛보고 싶다는듯 꿈틀대는 광경을 눈에 담으면서 여리여리한 손가락을 계속해서 음부 속으로 찔러댔다.
이 모든 것이, 사내에게 트집을 잡지 못하게 하기 위한 방편이었다.
'조금만 더, 하면...!'
"흐읏...!"
"소향아?"
"아, 아무것도 아니에요, 언니..."
고개를 갸웃하며 자신을 바라보는 단유란에게 애써 웃음을 지어보이며, 매소향은 계속해서 손가락으로 꿈틀거리는 속살을 문대었다.
이제 또다시 단유란이 그녀에게서 고개를 돌리는 순간만을 오매불망 기다리던 매소향은.
혼례식에 참석하는 것은 처음이라며 너스레를 떨어 단유란의 시선을 끈 사내가 눈짓하는 순간 비로소 근질거리던 아랫도리에 주었던 힘을 풀었다.
'아아아앙...♥'
절대 입에서 소리가 나지 않도록, 목과 얼굴에서 의도적으로 힘을 뺀 매소향의 표정은 역설적으로 더없이 음란한 것으로 바뀌었다.
수십년 전부터 몹시도 따랐던 단유란 앞에서 몰래 치마를 걷어올린채 음부를 위로한다는 이 상황은, 매소향에게 배덕적인 쾌감을 선사한 것이다.
'좋아, 좋아아앗...!'
제멋대로 경련해오는 아랫도리를 손으로 꾹 누르고, 매소향은 표정을 감추기 위해 탁자에 잠시 이마를 들이댔다.
"소향아?"
이상하다는 듯 다시 물어오는 단유란의 목소리가 맞은편에서 들려왔지만, 이마를 숙인 매소향은 잠시 음탕하게 녹아내린 표정으로 절정의 여운을 즐겼다.
"괜찮니?"
"아, 죄송해요, 잠시 다리에 실 같은 것이 감긴 것 같아서..."
그리고 다시 고개를 들어올린 매소향의 얼굴은 평소와 다름없었다. 이미 애액에 젖은 음부는 속곳으로 가렸고 치마는 다시 내렸다.
탁자 밑으로 몰래 엿보이는 단단하게 발기한 남근이 아니라면, 어느 누가 살피더라도 매소향이 자위하다 절정했을 거라는 가능성조차 떠올리지 못할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