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푸색마 19 EP.197 같이 가줄래요? (1)
남궁혜의 혼례는 며칠 남지 않았다.
이미 황보세가에서 올 예정이던 사람들은 다 남궁세가에서 머물고 있었고, 언소영 역시도 이제 세가로 돌아가지 않으면 슬슬 곤란할 시기가 다가오고 있었다.
신부의 어머니로서, 이토록 늦게까지 자리를 비우고 있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었지만 언소영은 마지막까지 기대를 놓지 못했다.
일찌감치 며느리에게 안주인 자리를 물려준 덕에 가능한 일이기도 했지만, 혹시나 어린 남편이 뒤늦게라도 오지 않을까 하는 기대 때문이었다.
그리고 다행히, 언소영의 기대는 보답받았다.
"마님! 부군님께서...!"
시비가 무례하게도 갑자기 문을 열고 들어온 사실을 지적할 여유조차 없이, 언소영은 나는듯이 몸을 움직였다.
어린 남편과 가졌던 교접은 그녀의 내력을 정순하고 강력하게 만들어주었고, 지금에 와서는 완전히 다른 수준의 고수가 되어버린 상태.
때로는 산들바람처럼, 때로는 벼락처럼 내달린 그녀는 곧 말에서 내리고 있는 사내의 뒷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상공...!"
꽉 막힌 목소리에 언소영은 자신이 얼마나 다급한지 깨닫고 부끄러움을 느꼈지만, 뒤를 돌아본 사내는 그런 것은 신경 안 쓴다는듯 환하게 웃으며 다가왔다.
"소영...! 나 왔어요."
그리고 든든한 팔이 뻗어와 언소영의 등을 감으며 꼭 안아주자, 언소영은 열여덟 소녀라도 된 것 같은 감각에 몸서리를 쳤다.
언소영의 발달된 감각에는 몇이나 되는 시비들의 시선이 느껴졌지만, 주책맞게도 그녀는 자신의 콧대가 하늘 높은줄 모르고 높아지는 기분이었다.
사내의 넓고 단단한 가슴에 폭 안겨있던 언소영은 그녀의 이마에 가볍게 입맞춤을 하는 사내의 몸이 천천히 떨어질 때가 되어서야 이성을 되찾았다.
"다, 다들 보는데..."
"보라고 한 거잖아요."
지난번에 왔을 때 이미 두 사람의 밤 사정까지 까발린 상황이었기에 새삼스러운 이야기이긴 했다.
"우리 아기는요?"
후끈거리는 얼굴을 가라앉히던 언소영은, 사내가 건네는 질문에 반색을 했다.
"아들이에요."
"그것도 궁금하기는 했는데 우선 만나보고 싶어서..."
"아... 그런데 지금 자고 있는데요?"
"그럼 조용히 얼굴만 보고 올게요."
남자는 당장이라도 아기 얼굴이 보고 싶어서 근질근질한 기색이었기에, 언소영은 기쁘게 아이가 자고 있는 방으로 남자를 안내하기로 했다.
몇 달 동안 그를 만나지 못한 외로움이 봄눈 녹듯 사라지는 것이 느껴져, 언소영은 행복했다.
"아들... 아빠야..."
얼굴만 봐도 알겠다. 아들, 견이는 나를 많이 닮았다.
나는 잠든 아기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았다. 소율이보다 조금 더 큰 것도 같은데, 1개월 남짓한 차이가 그렇게 큰가 싶기도 하고 미묘하다.
반쯤 쥐고 있는 작달막한 주먹에, 나는 조심스럽게 새끼손가락을 밀어넣었다.
"어, 잡았다, 잡았어요."
"쉿...!"
언소영은 조심스럽게 아기의 손을 펴서 내 손가락을 풀어주었다.
"일단 지금은 잘 수 있게 내버려둬요..."
유모가 있기는 하지만, 자고로 세상에서 가장 착한 아기는 자고 있는 아기라던가.
일단 잠에서 깬다면 몰라도 굳이 자고 있는 아기를 깨워서는 안 된다는 것은 어느 시대나 똑같은 모양이었다.
나와 언소영은 뒤꿈치를 살짝 들고 조심조심 아기방을 빠져나왔고, 잠깐 쉬던 유모가 다시 방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나서 나는 언소영의 옆방, 지난번에 내게 쓰도록 배정된 방에 짐을 내려놓고 몸을 씻었다.
"어, 이거..."
다 씻고 나서 방으로 돌아와보니 그 방에는 내가 입을만한 치수의 옷들이 몇 벌이나 마련되어있었다.
간편한 무복이나 집안에서 편안하게 입을 수 있는 옷들 위주였지만, 일부는 격식있는 자리에서 차려입을 수 있는 옷도 있었다.
시간도 늦었겠다, 편안한 복장을 골라입은 나는 언소영의 방으로 찾아갔고, 언소영에게서 답을 들을 수 있었다.
"옷을 잘 짓는 시비가 있어서... 마음대로..."
나한테 점수나 따라고 옷을 지어주었다는 모양인데, 여전히 좋은 방향으로 명령 불복종을 벌이고 있는 모양이라서 참 보기가 좋았다.
"남궁세가에 있을 때도 이랬어요?"
"거기에는 다른 사람들도 있으니까..."
여기에 있는 시비들은 언소영이 진주언가에서 시집올 때 데려온 시비들, 다시 말해 언가의 아가씨였을 때부터 모시던 사람들과 그 딸들.
반쯤은 공주님, 반쯤은 친구를 대하는 것 같은 그 태도가 아주 재미있었다.
"그보다 내일 출발할 생각인데, 세가로 오는 길은 알고 있어요?"
"조금 설명을 해줘야될 것 같은데요."
언소영은 민망한지 이야기의 방향을 틀어버리려고 했다. 나는 남궁세가로 가는 길을 잘 모르기도 했기 때문에 순순히 그 시도에 따랐다.
같이 가고 싶기는 했지만 나와 언소영의 관계는 여전히 떳떳하지 못하다. 별 이유없이 같이 있는 것조차도 조심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다.
나는 남궁세가로 가는 길을 듣는 과정에서, 언소영이 내가 온다는 사실을 전해듣지 못했다는 것을 비로소 알았다.
"남궁세가 쪽에는 답신을 보냈는데, 남궁 소저가 전해주지 못한 모양이네요."
"그럴 거에요. 꽤 오래 전부터 머무는 손님들도 있어서 혜아는 세가를 계속 지키고 있어야 하니까요."
실책이었다. 그럴 줄 알았으면 답신을 장원에 바로 보냈어야했나 싶지만, 믿을 수 없는 사람에게 여기를 알려주긴 조금 그랬다.
"혜아도 견이를 많이 좋아해서 꽤 자주 왔거든요."
"의외네요?"
이미 말했지만 견이는 누가 봐도 내 아들로 보이는 얼굴이었다.
저번에 언소영과의 관계를 들킨 이후로 나에 대한 호감도는 바닥을 찍었으니, 당연히 날 닮은 견이도 싫어할 줄 알았는데.
"아버지가 다르기는 해도 동생이니까 그런 것 아닐까요?"
"아... 동생..."
생각해보니 두 사람 모두 어머니가 언소영이니 이부 남매이긴 하다. 전혀 그런 관계성을 생각해보지 못했던 나는 이제야 약간 납득이 갔다.
"한 달에 두어번 정도는 왔으니까, 견이도 혜아를 알아보고 좋아했구요."
언소영은 뿌듯한 미소를 지었다. 하긴, 자식들끼리 사이가 좋다는데 싫어할 어머니가 어디 있겠어.
"이제 혜아가 황보세가로 가면, 견이도 혜아를 못 만나서 섭섭해할텐데..."
"아, 그 이야기 말인데요."
사실 남궁혜가 황보세가로 가거나 말거나, 언소영이 지금 내 말을 수락하면 견이는 이제 남궁혜와 자주 만나지 못할 운명이었다.
"지난번 왔을 때, 소영을 데려간다고 이야기했었잖아요?"
"네, 분명히... 설마?"
"네, 맞아요."
애초에 이번 남궁세가 방문의 가장 큰 목적이 이것이었기에, 나는 언소영의 짧은 질문에 즉시 긍정했다.
"소영이 싫지만 않다면, 이번에 저와 함께 가줘요. 사천으로."
"저, 정말요? 벌써? 몇 년은 걸릴 거라고 생각했는데..."
"사실 아직 준비가 완전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지내는데 불편하지는 않을만큼 준비했어요."
당혜원을 통해 당가에서 융통한 초기비용은 이미 상환이 끝났다.
그렇게 예산이 남아나는 상황은 아니지만, 최악의 경우에는 마교가 운영하는 전장에서 지원받을 수도 있으니, 기회는 지금이었다.
이번에 언소영을 데려가지 못하면 계속 지지부진해질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같이 가줄래요? 우리 이렇게 너무 멀리 살다가 마음도 멀어질까봐 걱정이에요."
"절대 그럴 일은 없지만..."
언소영은 얼굴을 환하게 밝히면서 어깨를 들썩거렸다. 저렇게 알기쉽게 기뻐해주니까 나도 기분이 좋았다.
"그, 그럼... 같이... 가도 될까요?"
"네!"
내가 분명히 같이 가달라고 했는데 수줍게 되물어오는 것을 보니 언소영이 너무 귀여워보였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서 언소영을 다시 껴안았다.
"그럼 같이 사는 거에요. 이제 무르기 없어요."
"아, 그런데..."
통통 튀는 것 같던 언소영의 목소리가 갑자기 가라앉았다.
이제 언소영도 같이 살 수 있겠다고 기뻐하던 나는 그 급전직하하는 느낌에 등골이 싸해졌다.
"학이한테는, 뭐라고 말하죠?"
아.
남궁세가주이자 언소영의 장남인 남궁학.
전에는 어떻게든 해결하겠다고 큰소리를 탕탕 쳤는데.
"제가 여길 떠나면 학이도 곧 알아차릴텐데..."
사람이 생활을 하려면 돈이 있어야되고, 당연하지만 이 장원의 돈 역시 남궁세가의 호주머니에서 나오고 있다.
내부 사정까지는 모르겠지만, 아예 사람이 없어지면 남궁학도 얼마 가지 않아서 알아차리겠지.
결국 남궁학에게 진실을 밝혀야하는 때는 반드시 온다.
"제가 어떻게든 해볼게요. 걱정하지 말아요."
사부에게 고집을 부려서 언소영을 택했던 건 나고, 억지로 사부가 걸어놓은 정어법을 풀어버리고 임신시킨 것도 나다.
책임감 따윈 내팽개치고 언소영을 여기에 방치해둘 거라면 모르되, 엄연히 내 여자로서 책임을 질 거라면 이 문제도 당연히 내가 해결해야했다.
최악의 경우에는 도게자를 해서라도 어떻게든 설득해봐야겠다.
언소영이 마지막으로 남자와 관계를 가졌던 것이 작년 가을.
임신했던 몸으로 사내와 음란한 관계를 가졌던 기억이 아직도 머릿속에 생생했다.
그 당시 이미 남녀의 관계를 알게 된 시비들은, 오늘 해가 지자마자 안개처럼 사라져버렸다. 아기를 돌보는 유모를 제외하면 단 한 사람도 남지 않고 제 처소로 돌아가버린 것이다.
마음놓고 회포를 풀라는 듯한 그 노골적인 태도가 민망하기 짝이 없었지만,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채로 사내와 마주하고 있노라면 가슴이 쿵쿵 뛰는 것이, 시비들이 그럴만도 하다는 생각을 들게 했다.
"흐읏...!"
사내는 홀린 것 같은 눈으로 모유를 머금은 가슴을 아래에서 쥐고 살살 주물러댔다.
머지않아 조금씩 젖을 분비하는 가슴에 사내가 입술을 들이밀고, 아기와는 전혀 다른 혀놀림으로 젖꼭지를 살살 건드리며 젖을 빨아마시는 것이 느껴졌다.
"...정말 그렇게 좋아요? 별로 맛 없을텐데?"
끄덕끄덕
입을 떼는 시간도 아쉽다는 듯, 남자는 고개만 살짝 끄덕일뿐 딱딱해진 젖꼭지를 부드러운 혓바닥으로 살살 굴리면서 젖을 빨아먹었다.
가슴에서 치밀어오르는 은은한 쾌감에 몸을 이리저리 틀어대던 언소영은 흉폭하게 부풀어오른 남근에 시선이 갔다.
꼬옥
검붉은빛을 띠는 우람한 남근을 한 손으로 꼭 쥐자 사내 역시도 허리를 들썩거리며 남근을 경련시켰다.
불뚝 튀어나온 혈관을 살살 손끝으로 문질러주며 손을 왕복시키자 사내는 오래 참지 못하고 젖가슴에서 입을 뗐다.
"항복, 항복...!"
선공을 가해온 주제에 이렇게 쉽게 항복을 하다니 장수로 치면 졸장이 따로 없었지만 언소영은 사내가 쩔쩔매는 모습을 보고 만족스러움을 느꼈다.
그리고 사내 역시 그것을 알아보았는지, 언소영의 손을 남근에서 떼어낸 다음 그녀를 침상에 눕혀버렸다.
그 다음 언소영의 완벽하게 개방된 여체를 내려다보는 사내의 눈.
'괘, 괜찮겠지?'
임신해서 군살투성이인 몸매를 봤을 때도 좋다고 매달리던 것이 눈앞의 사내였다.
아이를 낳은 다음, 무공을 열심히 수련해서 완전히 군살을 제거했다고 언소영은 생각했지만 이전의 자신의 몸매가 어땠는지 사실 잘 기억이 나질 않았다.
하지만 언소영은 그것은 별로 중요한 문제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이제 넣을게요...?"
"와줘요..."
사내의 눈에서 들끓는 진득한 욕망.
여인에게 양물을 밀어넣고 쾌락을 탐하겠다는 의지만이 가득가득 담긴 그 눈빛이, 언소영의 불안감을 지우고 확신을 돋우었다.
언소영은 여전히 눈앞의 사내가 자신을 매력적인 암컷으로 보고 있다는 사실을 재확인하고, 사내의 형태로 바뀌어버린 음부를 요염하게 들이밀어 남근을 받아들이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