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푸색마 19 EP.192 정말 고맙습니다 (1) - 삽화있음(후방주의)
고가표국에서 하루를 간단히 쉬고, 나는 어머니와 함께 마차를 타고 사천으로 향했다.
일단 대외적으로는 의원에 머무는 것이기 때문에 거기까지만 갔다가, 밤에 몰래 안가로 옮길 예정이었다.
한편 나는 마차에 탄 채 남궁세가에서 보내온 서신을 읽으며 골머리를 싸매고 있었다.
어머니만 일단 데려오면, 당분간 아무데도 안 갈 줄 알았는데, 남궁세가에 가게 생긴 것이다.
기왕 초대를 받은 거, 이참에 언소영을 데려오면 괜찮을 것 같기는 한데 아기가 아직 돌이 안 됐는데 안휘에서 사천까지 데리고 와도 되나...?
'애초에 초대는 왜 했지?'
원래 남궁혜와는 사이가 그럭저럭 나쁘지 않은 편이었지만, 언소영과의 관계가 발각되고부터는 거의 반강제로 협력시키고 있는 것이 현실이었다.
서찰은 지극히 정중한 문체로 작성되어있었기에 짐작이 가는 것도 없다.
"혹시 가기 싫으니?"
"아뇨, 그런 건 아닌데..."
나는 어머니의 배를 살짝 쓰다듬었다. 팽연화랑 비슷한 크기. 겨우 한 달 남짓 차이니까 비슷할 정도의 사이즈였다.
아이가 들어있다는 것을 확연히 알 수 있으면서 질에 자지가 마음대로 드나들 수 있는 사이즈임이 분명하다. 넣어보진 않았지만.
배를 만지작대는 것을 보고 어머니는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단숨에 알아차린듯 픽 웃었다.
"지금은 안 돼. 마부가 같이 가고 있잖니?"
"지금은 아니구요..."
그저, 오랫동안 보테배 섹스로 뽕을 뽑을 작정이었는데 그게 물거품이 된게 아쉬울 뿐이었다.
좋은 쪽으로 생각하자. 아직 아들인지 딸인지도 모르는 첫째 아기도 만날 겸, 언소영도 데려올 겸.
최대한 빨리 다녀오면 출산 전까지는 돌아올 수 있겠지.
"그보다, 다녀온 이야기 좀 해주렴. 어제는 계속 아버지가 같이 있어서 말하지 못했잖니?"
"...네. 그러니까 지금 마교가 어떤 상황이냐 하면..."
팽연화나 당혜원에게 말하는 것보다, 어머니에게 말하는 것이 배는 긴장되었다.
일단 마교 밀프를 직접 만난 두 사람과는 달리, 내 입으로 또 여자를 늘렸다는 사실을 이실직고해야한다는게 가장 큰 난관이었다.
그리고 팽연화와 이야기할 때는 주로 마교의 준동이 없을 거라는 사실을 중점으로 이야기했다면, 어머니와 이야기할 때는 마교와 손을 잡고 있다는 내용이 주를 이루었다.
"물류업... 재미있는걸 생각해냈구나. 확실히 그런 편리한 업종이라면 차별화가 가능하겠지. 그런데 혹시 배송료를 지불하기 어려울만큼 형편이 안 좋은 사람을 대상으로는 생각해둔게 없니?"
"차차 도입되는대로 추가할 생각이었는데, 취급 품종을 줄이고 일정기간에만 구매할 수 있는 대신 시세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하는 걸 생각 중이에요."
어머니는 어렵지 않게 물류업의 이점을 파악하고, 단점이나 보완점 같은 것에 대해서 짚었다.
하지만 내가 생각하지 못한 것이 있었으니...
"이 물류업이 성황을 이루게 되면, 자연스럽게 표국업은 타격을 입겠구나, 그렇지?"
그건 바로 고가표국을 전혀 계산에 넣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이런 병신... 이런 빡대가리...
이미 마교에 알려줄 건 다 알려줬고, 세부적인 실행 계획을 조정하는 한편 예산과 인력 배치가 이루어지고 있을 터였다.
나는 어디까지나 입안자라서 이제 진행을 막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말이다.
"생각하지 못했어도 너무 염려하지 말거라. 당장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면 시간을 들여 대처를 준비할 수 있으니까..."
"그래도, 전혀 걸림돌이 없는 경우와는 비교가 안 되지 않습니까?"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다면 그랬겠지만... 아무튼 그 문제는 어미에게 맡겨두렴."
어머니는 아무렇지 않은듯 말했지만 정말로 아무렇지도 않은 건지 그런 척만 하는 건지 잘 모르겠다.
복잡한 머릿속으로 그렇게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마차는 곧 사천에 도착했다.
젊은 남자 무림인들의 꿈이 구룡이라면, 젊은 여자 무림인들은 삼봉이 되는 것을 꿈꾼다.
하지만 구룡쟁패라는 명확한 선발기준이 있는 구룡들과는 달리, 세인들이 입을 모아서 선출하는 삼봉은 기준이 매우 주관적이기 나름이었다.
그렇다보니 삼봉들끼리 사이가 나쁘다는 평가를 받으면 별로 유리할 것이 없었는데, 비봉 능휘연이 처한 현 상황은 그것과 관련이 있었다.
"어머니, 혼인이라는 건 남자와 여자가 서로에게 종속될 것을 선언할 뿐인 행사에 지나지 않아요. 두 남녀의 앞날을 굳이 저희가 축복해줘야할 이유가 없다는 말이죠. 경사스러운 일도 뭣도 아니니까."
매소향은 지끈거리는 이마를 짚었다.
세인들은 딸에게 비밀스럽다는 의미로 비봉(秘鳳)이라는 호칭을 붙여주었지만, 그야 비밀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미남자인 아버지의 얼굴을 훌륭하게 물려받은 그녀의 미모에 사형제들조차도 정신을 차리지 못하니, 도통 집 밖으로 나가지를 않게 된 딸이었으니까.
"내가 다른 사람들 혼례까지 따라오라고 하지는 않잖니? 하지만 혼인하는 사람이 남궁혜야. 같은 삼봉이란 말이다."
"왜 이렇게 빨리 혼례를 올려버리는 걸까요? 아직 나이도 여유가 있을텐데..."
삼봉이라는 딱지가 붙은지 얼마 되지도 않은 어린 아가씨가 시집을 가는 것에 의문을 품는 것은 타당했다.
하지만 자칫 방심했다가는 딸이 원하는대로 엉뚱한 화제에 집중하게 되니 반응하는 것은 금물이었다.
결국 요리조리 빠져나가려던 능휘연은 끈질기게 매달리는 매소향에게 가겠노라 대답할 수밖에 없었고, 날벌레처럼 귀찮게 구는 사내들을 어떻게 하면 효과적으로 차단할 수 있을까 생각에 빠졌다.
한편 매소향은 매소향대로 진이 빠져버렸다.
안 그래도 아들에 대한 생각으로 최근 머리가 복잡한데, 딸까지 자잘한 일로 속을 썩이니 피곤하기 짝이 없었다.
'그 자 말이 사실이었어...'
아들인 능풍연이 먹었다는 마단, 그 효과가 정확히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다.
은거에 들어간 사조들 가운데 사부 검절과 사이가 각별한 사조를 통해 확인해본 결과, 아들인 능풍연의 몸에서 희미한 마기가 느껴진다는 것.
그리고 지난 몇 달 동안 아들의 내공 수련이 지지부진하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그 자에게 급하게 연통을 넣어보았지만 당가에 머물고 있지 않다는 소식뿐.
혹시 고가표국에 머물고 있나 싶어 그 쪽에도 물어보았지만 제갈미령과 매소향의 사이를 알고 있던 고천이 강윤의 부재를 알려주고 자기 선에서 소식이 왔다는 사실을 뭉개버렸다.
결국 어디서부터 알아봐야할지도 알기 어려운 상황에서, 매소향이 받는 심적 압박은 장난이 아니었다.
게다가 그 자와 연락이 되면 되는대로, 또 그런 더러운 짓을...
"부인? 무슨 생각을 그리 깊이 하고 있소?"
"사, 상공..."
한바탕 수련을 마친듯 땀에 젖은 남편 능유환의 모습을 뒤늦게 발견한 매소향은 숨이 멎는 것만 같았다.
다른 남자에게 강제로 범해진 기억을 얼른 머릿속에서 몰아낸 매소향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예쁜 호선을 그리는 입을 열었다.
"휘연이와 남궁세가에 다녀올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이제야 갈 생각을 굳혀주더군요."
"그렇소? 아직도 안 가려고 질질 끌고 있던 모양이군. 나이가 몇인데 아직도 그렇게 철이 없는지... 부인이 고생이 많구려."
무림에 한창 이름을 날리던 미남자였던 남편은, 나이를 먹었음에도 중후한 매력을 풍기고 있었다.
젊어서부터 연심을 품고 있던 남편은, 역시 그 따위 음적하고는 비교조차도 할 수 없을만큼 멋진 남자인 것이다.
<남편한테 이제 보지 벌려줄 생각하지 마요.>
하지만 그 더러운 음적이 가끔씩 떠오르는 것은 어쩔 수가 없었다.
아름답게 갈고 닦은 몸에 전혀 관심을 내보이지 않는 남편과 살갗 하나 스치지 않는 밤이 계속되다보면, 야수가 덮쳐오듯 정신없이 범해지던 그 날 밤의 기억이 한 번쯤은 떠오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저항하리라.
어느 날 그 남자가 아들의 문제를 깨끗하게 해결할 방법을 들고 와서 다시 그녀의 몸을 사내가 요구하더라도.
그가 쏟아넣는 쾌락이 얼마나 대단하더라도.
평생동안 남편을 향해 쌓아온 마음만은 절대 지지 않을 거니까.
"상공..."
"무슨 일이오, 부인?"
몸을 돌려 자리를 뜨려던 능유환이 멈춰섰다. 별빛을 머금은 것 같은 그 눈을 보고, 매소향은 또박또박 말했다.
"사랑해요."
"...왜 그러시오, 갑자기?"
"저, 저도 잘 모르겠네요, 그, 그냥 말하고 싶어져서..."
"흐, 흠! 나이 먹고 갑자기 무슨 주책이오. 남궁세가로 간다면 준비할 것이 많을텐데, 서두르는 편이 좋겠소."
그렇게 말을 남긴 남편이 몸을 돌려 떠나가는 것을 본 매소향은, 자기도 사랑한다고 말해주지 않은 남편의 등 뒤를 잠시 지켜보다 자신도 몸을 돌렸다.
별 일도 아니었다. 그냥 자신이 주책을 부렸을 뿐.
정말 별 일도 아니었다.
주약선 의원에게 잠시 건강검진을 받은 어머니는, 완전히 건강하다는 판정을 받고 마부를 돌려보낸 다음에서야 안가로 왔다.
"나만 아니었어도 령 동생도 의원에서 있을 수 있었을텐데..."
"왜 그래요, 언니. 그게 뭐 언니 잘못인가요?"
어머니가 비죽 웃으면서 내 쪽을 곁눈질했고 나는 두 손을 드는 수밖에 없었다.
암, 내 탓이지, 내 탓이야. 남편 있는 여자 임신시키는데 눈 돌아간 내 탓이고 말고.
잠시 화기애애하게 재회를 반기는 시간이 지나가고, 세 여자를 앞에 두고 나는 다시 잘 떨어지지 않는 입을 열어야만 했다.
"남궁세가라니... 또 간다고?"
"금방 다녀올 거지만요... 이제 소영도 아이를 낳았으니까 데려올 수 있을 것 같아서요."
임산부 상태에서 이동을 못하는 이유는 딱 하나다. 배가 산처럼 불러버린 모습을 만에 하나 다른 누군가에게 보이면 끝장이거든.
이제 출산을 끝냈으니, 적당히 다른 사람을 동행시키면 어렵지 않게 아이와 함께 언소영을 데려올 수 있다.
"하여간 가만히 있는 법이 없다니까..."
팽연화의 발언은 나로서는 억울하기 짝이 없었다. 보테배 섹스를 신나게 즐길 예정이었던 사람을 불러들인 건 남궁세가인데...
이번 초대를 거절했다가 언소영을 데려온다고 다시 남궁세가로 가면 퍽이나 좋은 대접을 받을 것이니 거부권도 없었다.
그 정도 사실을 팽연화도 모를리는 없었으니, 결국 그냥 섭섭해서 해본 소리였을 것이다.
과연 어머니가 달래자 팽연화는 곧장 수긍했고, 우선 여독을 풀 겸 어머니는 몸을 씻기로 했다.
섬서에서는 그리 먼 길도 아니고, 마차도 그렇게 급하게 오지 않았기에 괜찮았지만...
[아들, 밤에 보자꾸나.]
표국에서는 할까말까 정말 고민을 많이 했지만 결국 못했기 때문에 어머니도 나도 꽤나 쌓여있었다.
애초에 임신 상태에서 안 하기로 한다면 모를까, 당혜원이 당당하게 선례를 보여준 상태가 아닌가.
결국 몸을 깨끗하게 씻은 다음, 밤이 될 때까지 기다린 나는 어머니의 방에 찾아갔다.
"어머니...?"
[들어오렴.]
나는 천천히 문을 열어젖힌 다음, 문 안의 광경을 보고 환희의 비명을 지를 것만 같았다.
머릿속에서는 축포가 있는대로 터지고 있는 와중에도, 나는 떨리는 손으로 문을 천천히 닫은 다음 문 안의 광경을 다시 보았다.
그리고 덜덜 떨리는 턱을 움직여 어떻게든 말을 자아냈다.
"정말, 고맙, 습니다...!"
"그렇게 좋니?"
대답할 필요도 없는 질문이었다.
나는 내 아기를 임신한 두 명의 밀프를 보고 지난 1년하고도 반 년이 가까워지는 색마 인생에서 자지가 가장 맹렬하게 반응하는 것을 느꼈다.
"짐승...!"
그 짐승한테 따먹히러 온 팽연화가 어머니 옆에 앉은 채 숨막히는 목소리로 말했지만, 막상 그녀의 다리는 활짝 벌려진 상태였다.
"잘 먹겠습니다!"
어머니의 저 득의양양한 미소를 쾌락으로 녹아내린 표정으로 바꿔줘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