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푸색마 19 EP.176 씻어야겠네 (1)
빠악
"아버지!"
팔이 부러지는 것 같은 고통과 함께 영호경의 비명 같은 외침이 뒤따랐다.
검면으로 두드려맞은 덕분에 어디 잘려나가지는 않았지만, 반사적으로 들어올려 검을 막아낸 오른팔이 부러져나갈 듯 아팠다.
"그대로 맞고 있을 참이라면 말리지는 않겠네. 하지만 순순히 맞는다고 해서 덜 맞을 거란 기대는 접어두는게 좋을 거야."
'솔직히 조금 기대했는데.'
나는 포기하고 회피에 전념했다.
애초에 협소한 공간에서는 피하는 쪽이 압도적으로 불리했다. 나는 보법에 다섯 번의 변화를 주면서 검로를 흐트러뜨리려고 시도했지만 어림도 없었다.
배, 다리, 어깨, 가슴, 그 외에 가리지 않고 사정없이 두들겨 맞았다.
그리고 다시 배를 칼자루 끝으로 얻어맞자 속이 뒤집어지는 것 같았다.
"크억...!"
"뭐하는가? 설마 자네 수준에서 내 공격을 피하려고 애를 쓰면 뭔가가 바뀐다고 생각한 건 아니겠지? 그 사이 절정에 오른 건 대단하지만 반격하지 않으면 정말 죽을지도 모르네."
"아버지, 제발..."
다시 검을 내게 겨눠오는 교주의 모습에 난 머리가 어지러웠지만 때려도 된다고 굳이 허락해준 것만은 고마웠다.
"그래, 덤벼보게."
교주가 왼손을 들어 손바닥을 까딱거렸다.
나는 초장부터 현천지기를 폭발시켰다. 애매하게 간을 봤다간 이 인간을 열받게 만들 뿐이다.
죽이겠다는 생각으로 덤벼야, 그나마 속이 풀릴까말까겠지.
오른손 장심에 모인 내력이 하얗게 빛나고, 나는 오른손을 허리에 붙인 다음 왼손을 내밀며 교주를 중심으로 돌았다.
교주는 어떻게 하는지 보겠다는 양 눈으로만 나를 쫓았고, 나는 천천히 돌다 출구를 향해 뛰었다.
혀를 차는 소리와 함께 검영이 뱀처럼 허공을 휘감아오르며 나를 향해 쏟아져오는 것이 보였다.
그 순간 나는 내력을 실은 소매를 펼치며 검을 감싸며 몸을 낮추는 것과 동시에 방향을 바꾸었다.
아주 짧은 한순간, 검기를 가득 머금은 검이 내 소매에 봉쇄된 틈을 노려 오른손에 실린 내력을 해방시켰다.
슈왁
교주는 왼손 손날로 가볍게 장력을 갈라버렸고, 이미 회수한 검으로 나를 내리치려고 했다. 상대가 낮은 자세라면 내리치는 수밖에 없겠지.
'지금!'
나는 몸을 급히 낮추느라 무너진 자세에서, 교룡보로 급하게 교주의 뒤쪽으로 돌아서면서 한 번 더 현천장을 날렸다.
교룡보가 근력은 거의 필요로 하지 않고, 거의 대부분을 내력의 제어로 이뤄지는 초식이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어, 어!"
미친.
차라리 교주가 팔이든 다리든 뻗어서 장력을 다시 갈라버렸다면 그냥 납득했을 거다.
하지만 장력을 손으로 휘감아서 틀어쥔 다음 잡아당긴다는 재주가 사람에게 가능한 일이란 말인가?
뻐억
"크윽..."
완전히 털어내기 전의 장력을 잡아당기자 기가 막히게도 장력을 날리던 나까지 끌려가서 교주에게 다시 한 번 배를 걷어차였다.
"콜록콜록..."
나는 바닥에 엎드려서 기침을 하면서도 억지로 일어나려고 했지만 몸이 잘 따라주질 않았다.
"이걸로 끝인가? 수고했네. 이젠 자네가 진심으로 반성할 때까지, 조용히 맞고 있어도 좋아."
인정사정없는 놈이었구나. 어쩌면 사부가 없어져서 그런 건지도 모른다. 이 강약약강한 새끼!
천천히 가까워져오던 교주의 걸음이 내 앞에서 멈추고, 나는 눈을 질끈 감았다.
깡
"비키거라, 경아야."
"대낮부터 사내와 그런 관계를 벌인 것은 잘못했어요. 하지만 제가 아버지께 하나하나 보고드릴 나이는 수십년 전에 지났다구요!"
엎드리고 있어서 안 보이지만 아무래도 영호경이 직접 검을 들고 교주를 막아선 모양이었다.
"그런게 아니다. 네가 만약 다른 녀석을 데려왔다면 나는 사위와 즐겁게 술 한 잔을 나누고 있을지도 모르지. 하지만 저 자는 안 된다."
"어째서죠? 마교도가 아니라서? 나이가 너무 어려서인가요? 어차피..."
"저 자는 너말고 다른 여자가 있다는 말이다!"
"그건 저도 이미 알고 있어요!"
"뭐, 뭐라고...?"
어, 이건 좋지 않다.
"아, 안다는 녀석이, 그렇게 아비 가슴에 대못을 박을 수 있느냐? 다른 좋은 남자도 있는데 하필..."
두 사람이 말하는 '다른 여자'란 같은 인물이 아니다. 교주는 채수란, 영호경은 언소영의 존재밖에 모른다.
"어차피 정식으로 혼인을 올릴 것도 아닙니다. 아버지가 걱정하실 문제가 아니에요. 물론 태어나는 아이는 후계로 제대로 키울..."
"그런 이야기가 아니다! 본교는 지금도 강성하고 굳이 후계에 목을 맬 이유도 없어! 경아야, 아비는 네가 제대로 혼인을 올려서 행복하길 바란다는 것을 왜 모르느냔 말이다!"
"그래서 경현동 같은 자가 제 주변에서 껄떡대는데도 지켜만 보셨나요? 아버지가 보시기엔 그 자가 좋은 남자로 보이셨습니까?"
나는 배가 찢어질 것 같은 고통이 서서히 가라앉는 것을 느꼈지만 여기서 몸을 일으키기에는 굉장히 불편한 상황이 되어있었다.
역시 교주는 내가 다른 여자랑 떡치고 있던 주제에 자기 딸까지 따먹으니까 화가 났던 상황이었는데, 아무튼 영호경이 이를 알고서도 받아들였다고 하니 부녀싸움으로 상황이 바뀌어버린 것이다.
"적어도 그놈은 온전히 네게 집중하겠다는 생각은 있었지! 하지만 저놈은 그게 아니지 않으냐! 혼인은 안 해도 된다고 하니 육체관계를 목적으로..."
"분명히 말씀드리죠. 저는 그 자가 제게 보내는 단 하나의 사랑을 전부 가지는 것보다 강 소협의 사랑을 둘로 나눠가지는게 훨씬, 훨씬 나아요!"
둘이 아니라 열이 넘어갈 지경인데, 이걸 어떻게 하지?
그건 그렇고 어느새 교주는 날 저놈이라고 부르고 있네.
"그 사랑조차도 없다는 말이다! 알겠느냐? 저놈은 교주전에서 이미 한 번 여자를 끌어들여 안은 전적이 있단 말이다! 내가 그 때는 너그럽게 넘어가주었기에 망정이지..."
"예...? 그게 무슨 말이죠? 언소영이 어떻게... 아니, 잠깐..."
"무슨 말이냐? 언소영? 그게 누구지?"
교주의 질문을 끝으로 찾아온 무거운 침묵 아래에서, 나는 뒤통수를 뚫어버릴 것 같은 시선을 느끼며 고개를 들었다.
냉랭한 시선이 2배로 늘어나있었다.
교주는 딸자식 키워봤자 다 소용없다는 진리를 너무 늦게 깨닫고 있었다.
절대의 경지에 오른 덕에 팽팽한 얼굴을 하고 있지만 실은 이미 일흔을 넘긴 몸, 마교 소교주로서 무엇 하나 흠잡을데 없었던 딸이 뒤늦게 맞이한 반항기에 이제야 고통받고 있는 것이다.
'다 사랑하기는...'
사내는 순순히 딸을 제외하고도 복수의 여성과 관계를 가지고 있음을 실토했다.
이로써 순조롭게 딸과의 관계를 끊어버릴 수 있을줄 알았는데, 두 손을 잡고 당신도 사랑한다는 겉치레 발언에 딸이 홀랑 넘어가버린 것이다.
<아버지, 이 문제는 제 문제에요. 제가 알아서 처리할테니까, 교에 누가 되지 않는 한은 제게 맡겨주세요.>
'나쁜 녀석... 그런 놈이 뭐가 좋다고...'
능력은 확실히 뛰어났다. 딸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걸고 싸운 결과, 고작 23살에 절정의 벽을 뚫었다고 하지 않은가.
외모는 준수한 편이고, 조직을 운영함에 있어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알아보는 안목도 있으며, 상재도 제법 있는 것 같다.
하지만 많은 여인들을 겁간해 고통을 주었던 혈마의 제자가, 이미 복수의 여인들과 관계를 맺고 있다니 믿음이 가지 않는 것도 사실.
'너무 순순히 용서해주면 안 되는데...'
그런 아버지의 걱정을 짐작했는지, 영호경은 순순히 넘어가주지는 않은 상태였다.
"흐윽... 아경... 이제 좀..."
"안 돼, 더 참아."
마혈을 짚인채 발가벗겨 누워진 남자는 전신을 어루만져지는 쾌감에 절여지면서도 절대 사정하지 못하도록 남근 밑둥이 아프게 묶여있는 상태였다.
당장이라도 괴사할 것처럼 피가 몰리다못해 검어진 그 남근은, 어처구니없게도 사내가 익힌 색공 덕분에 억지로 회복되는 중이었다.
"내가 묻지 않았다는걸 핑계로, 적당히 넘어가려고 했던 벌이야. 설마, 그렇게 많은 여인이 있는데도 날 속일 작정이었나?"
"아읏...! 저 진짜 이러다 죽을 것 같은데..."
"이 붓을 만든 장인은 이런 일에 붓이 쓰일 거라고는 차마 상상하지 못했겠지만 이렇게 붓을 부드럽고 고르게 만들어준 덕은 보는군."
붓으로 사내의 젖꼭지를 살살 자극해주었지만 사내는 몸을 움직여 그것을 피할 수조차 없었다.
"저 좀... 싸게 해주세요, 제발..."
"내 기분이 풀리기 전까지는 안 돼."
사실 영호경은 그렇게까지 기분이 상하지는 않았다.
자기도 모르는 사이, 이미 마교도 여인 한 명과 몸을 섞었고, 며칠 전에는 황보효선과도 몸을 섞었다는 사실에 조금 섭섭하기는 했다.
하지만 애초에 자신도 처음 만났을 때부터 눈독을 들이고 있었다고 하지 않았나.
게다가 미주알고주알 사실대로 이야기해주는 모습은 어쩐지...
'귀여워.'
기분은 진작 풀렸다. 단지 너무 무분별하게 아랫도리를 놀리고 다니면 곤란하기 때문에, 약간의 벌을 주는 것뿐이었다.
이대로 풀어줬다간 얼마 지나지도 않아서 떼를 쓰면서 둔부에 남근을 비벼올 것이 분명했다.
그렇게 되었다간 또 남자가 마음대로 하도록 내버려두는 셈.
'철저하게 혼내줘야... 아!'
"아으윽...! 그만, 그마안...!"
목부터 아래는 전혀 움직이지 않는 사내는 고개를 도리질을 치며 멈춰달라고 사정했다.
"그대가 해달라고 했던 일이지 않은가? 에잇, 에잇."
부드러운 젖가슴을 꺼내 사이에 남근을 끼우고 살살 흔들어주고 있으니, 사내는 정신이 나갈듯한 쾌감과 고통을 동시에 느낄 것이었다.
매끈한 젖가슴이 남근을 쓸어댈때마다, 미칠듯이 치솟아오른 남근의 선명한 혈관이 펄떡펄떡 뛰는 것이 느껴졌다.
이런 흉악한 것을 몇 시진이고 여인의 안에 넣고서 흔들어대니 어떤 여인이 거부할 수 있겠는가?
"용서해주세요, 하윽...!"
간절하게 용서를 구하는 목소리에 마음이 무심코 약해졌지만, 영호경은 이를 악물었다.
앞으로 일 각, 그 정도면 사전에 정해둔 한도와 비슷한 정도일 것이다.
독하게 마음을 먹은 그녀는, 계속해서 남근을 기분좋게 하기 위해 계속해서 젖가슴을 위아래로 움직이다, 고개를 아래로 내렸다.
쪽
"으으읏!"
귀두에 입술을 맞추자 사내가 자지러지는 소리를 냈다.
젖가슴의 움직임에 맞춰서 입에 귀두를 머금고 상체를 서서히 왕복시키자, 정말 이대로 두어도 괜찮을까 걱정될 정도로 사내의 남근이 단단해졌다.
영호경은 남자가 방사 중에 몸을 여기저기 더듬어대는 이유를 완벽하게 이해했다.
기분 좋은 것을 못 참고 마치 악기마냥 소리를 내는 모습을 볼 수 있지 않은가. 그녀라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자, 반성하게..."
그렇게 속삭여준 다음 귀두를 입 안에 넣고 혓바닥으로 꼼꼼히 핥은 순간, 영호경은 예상치못한 공격에 당했다.
뷰루루루루룻 뷰욱 뷰욱
"으읍!"
분명 단단히 묶어두었던 비단끈이 끊겨나가며 풀려난 남근이, 질식할 정도의 정액을 끝없이 입 안에 쏟아내기 시작한 것이다.
이렇게 찐득한 것이 자신의 안에 들어갔다는 놀라움도 잠시, 영호경은 허둥지둥 남근에서 입을 뗐고 아직도 사정할 것이 남아있던 남근은 힘차게 주변에 정액을 분출하기 시작했다.
덕분에 그녀의 얼굴과 옷 역시도 하얗고 끈적한 정액 범벅.
"하아, 하아..."
사내는 두 눈을 꼭 감은채 숨을 헐떡이고 있었다. 영호경은 입을 열어 사내에게 물었다.
"이제 많이 반성했나? 이제 다시 날 안 속일 거라고 믿어도 되겠지?"
"네..."
기운이 쭉 빠진듯한 남자의 대답에, 영호경은 땀에 젖은 남자의 이마를 손바닥으로 쓸어주고는 마혈을 풀어주었다.
"휴우... 일단 씻어야겠네. 금방 씻고 나올테니, 그대도 몸을 추스리고 나면 씻을 준비하게나."
황보효선은 아직 모르지만, 채수란은 명백하게 사내와의 관계를 받아들였다고 하니, 언젠가 한 번 시간을 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나중의 일을 생각하며 침실에 딸린 욕실에 들어간 영호경은 알지 못했다.
그녀의 생각 이상으로 사내는 회복력이 굉장하다는 사실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