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푸색마 EP.170 아이를 가질 수 있도록 (1)
"그, 섹스...? 란 것이 무엇인지 잘은 모르겠네만 그대가 원한다면 최대한 맞춰주겠네."
그 전에 그게 무엇인지를 알려줘야겠지만 말이야, 라며 웃는 영호경을 보며 내 등에는 식은땀이 흘렀다.
뭔지 못 알아들어서 다행이기는 한데, 그 때문에 나는 다시 고민에 빠졌다.
'적당히 둘러대서 넘길까, 이대로 사실대로 말할까.'
상식적으로라면 둘러대서 넘기는 것이 맞다. '섹스하자는 건 사이좋게 지내길 바란다는 기도 같은 겁니다!' 라고 적당히 넘기는 거지.
싸우지 말고 섹스해 같은 일이 생길지도 모르지만 아무튼 그게 무난하다.
'근데 생각해보니까 이번에 내가 너무 잘했어...'
나보다 한참 윗줄인 고수를 상대로, 목숨을 걸고 싸워서 소교주를 지켜내지 않았나.
게다가 만약 내가 없었더라면 이미 두 여자는 시체가 되었을 거고 이장로가 원하는대로 렛츠 정사대전 루트만 남았겠지.
그뿐인가? 꼼짝없이 죽을 수도 있었던 영호경을 치료한 것도 나다.
'이 정도면 정말, 한 번 하게 해달라고 하면... 해줄 수도...?'
가슴이 쿵덕쿵덕 뛰고, 좁아진 시야를 어둠 속에서 보이는 영호경의 얼굴이 가득 채웠다.
부드러운 웃음을 짓는 와중에도 한가닥 위엄을 느낄 수 있는 그 얼굴을 암컷처럼 만들어버릴 생각을 하니 단숨에 자지가 섰다.
나는 마음을 정하고, 손을 뻗어 영호경의 손을 잡아당겼다. 영호경은 의아한 표정이었지만 그대로 내가 손을 잡아당기도록 내버려두었다.
"소교주, 제 입으로 말하기는 참 그렇지만, 저는 귀교에 많은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지요?"
"물론이네."
"그렇다면, 조금 과한 요구가 되더라도, 용서해주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하, 그런 것을 걱정하고 있었는가? 내 소교주로서 맹세하지. 본교에 해가 되는 일이 아니라면, 무엇이 되더라도 그대의 바람을 들어주겠노라고."
보드라운 손이 내 손을 마주 잡아오는 가운데 손끝에 전해져오는 맥동이 말해주는 것 같았다.
가라고. 들이받으라고.
나는 가슴에 얹었던 손을 더욱 잡아당겼다. 그러자 영호경이 당혹스러운 눈으로 날 쳐다보았다.
그러고도 천천히 당겨져오던 영호경이 더는 안 되겠다고 생각했는지 내게 몸을 기울인 자세로 버티기 시작했다.
"왜, 왜 이러는가? 아무리 그래도 이건 너무 가깝지 않은가..."
영호경의 입에서 나오는 숨결이 내 얼굴을 간지럽히는 것이 느껴졌다.
"분명 어떤 것이라도, 들어준다고 하셨지요?"
"그렇기는 한데... 흡!"
나와 눈이 마주친 영호경은 뒤늦게 깨달은 듯 숨을 들이삼켰다.
"저는 소교주와 밤을..."
"머, 멈추게! 잠깐, 멈춰!"
영호경이 허겁지겁 손을 뺀 다음 내게서 확 거리를 두었다. 거의 방의 끝까지 간 영호경이 고작 그 거릴 움직여놓고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어, 어, 그러니까, 밤에, 그래, 밤에, 무공을 가르쳐주면 되겠는가?"
"아뇨. 저는 밤을 보내고 싶다고 말한 겁니다. 소교주."
현실도피를 하던 영호경은 내 명확한 요구에 뜨악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나는 쉬지 않고 몰아붙였다.
"남자와 여자로서,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알몸으로 침상에서 같이..."
"잠깐, 잠깐! 그대, 정말로 괜찮은 것인가? 혹, 아직 몸에 이상이 있어서 이상한 소릴 한 건 아닌가? 잠시만 기다리게, 의원을..."
"저는 지극히 정상입니다. 정신은 또렷합니다."
도망치려고 몸을 돌리려던 영호경은 내가 즉시 부정하자 명분을 잃고 멈춰섰다.
나는 이불을 걷고 몸을 일으켰다. 피폐한 상태로 잠이 든 이후 운기행공도 하지 않아서 몸 안이 헛헛했지만 그럭저럭 움직이긴 했다.
침상에서 내려온 나는 천천히 영호경에게 거리를 좁혔다.
"당신을 처음 봤을 때부터 계속 생각했습니다."
"그, 그만하게..."
"매력적인 여자라고. 안고 싶은 여자라고."
"이, 이 이상 희롱할 셈이라면..."
"당신은 소교주로서 맹세해주셨죠. 제가 원하는 보답은 당신입니다. 이게 귀교에 해가 되는 일입니까?"
영호경의 바로 앞에 선 나는 영호경의 몸을 폭 끌어안았다.
여자치고 제법 키가 큰 영호경이었지만 나를 밀어낼까 말까 고민하며 어깨를 움츠리고 있었기 때문에 그 몸이 유난히 작게 느껴졌다.
"이, 이거 놓게, 그댄 역시 의원이 필요... 히익!?"
"당신이 아름다워서 그래요..."
발딱 일어선 자지가 아랫배에 닿자 영호경이 기겁한 목소리를 냈다.
시종일관 위엄있는 태도를 유지하던 그녀가 새된 목소리를 내자 나는 웃음이 나왔다.
"내, 내가 여지껏 그대를 잘못 봤었군. 그대는..."
"네, 색맙니다. 음적이고, 변태고... 당신을 안고 싶어하죠."
숨을 훅 들이키자 그녀의 살냄새가 코 끝을 스쳤다.
"색마 제자가 색마가 아닐 거라고 생각한 것부터가 이상한 일 아닙니까?"
"...나는 지금 당장이라도 그댈 제압하고 그대의 사부에게 이 사실을 항의할 수 있어."
"하지만 안 하시겠죠. 소교주로서 맹세하셨으니까."
사실 약간 쫄았지만 나는 강하게 나갔다. 영호경은 지금까지 자기가 한 말은 다 지켰으니까, 그럴리가 없다.
과연 생각대로인지 영호경은 말머리를 돌렸다.
"나를 안는다고 해도 본교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는 꿈도 꾸지 말게. 설령 아이가 태어난다고 해도 그 아이는 온전히... 꺄악!"
이런. 임신시킨다고 상상하니까 자지가 꿈틀거린 모양이었다.
"오, 온전히, 본교의 후계로서 자라날 것이야. 그대가 아비로서 마음대로 조종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는... 말게."
"만나서 이야기도 못하나요? 같이 간식을 먹는다거나?"
"기, 기어코 나를 안을 셈인가? 본교는 절대..."
"아, 말하는게 늦었네요. 명교를 뒤에서 조종한다거나 그런 생각은 추호도 없으니까 안심하시길."
나는 영호경을 세게 끌어안으며 속삭였다.
"난 그냥 당신이 안고 싶은 거에요..."
그래봤자 영호경이 한 번 힘을 주면 단숨에 떨어져나갈 비루한 힘이었지만, 영호경은 그 안에 갇혀버린 것처럼 나를 밀어내지 못했다.
영호경은 가슴이 세차게 두근거렸다. 아들뻘, 아니 그보다도 어린 사내의 열정적인 고백에 그녀는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었다.
미색이 뛰어난 시비를 몇 붙여주었지만, 전혀 반응이 없다는 보고가 이제야 이해가 되었다.
자신에게 빠져있었다면 말은 되는 것이다.
'아니, 아니야!'
말도 안 되는 이야기였다. 초절정의 경지에 들어 더는 늙지 않겠지만, 그녀가 초절정에 오른지는 얼마 되지 않았다.
이미 눈가나 입가에는 약간 주름이 생긴 이런 추레한 여인을, 한창 젊은 나이의 후기지수가 탐을 낸다고?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
"그대 같은 자들은 많았어. 하지만 결국 그들도 본교를 마음대로 좌지우지 할 수 있다는 사실에는 눈이 뒤집혔지."
이미 세상을 떠난 남편을 택한 것은, 그가 나약하고 심성이 여렸기 때문이었다.
아무리 영호경의 뒷배를 업더라도, 명교의 무인들에게 존중은 받을지언정 교를 쥐락펴락할 수는 없을테니.
"필요없다니까요... 그런게 필요했으면 좀 더 세련된 방법으로 접근했을 거라고 생각 안 해요?"
그 말에 다시 반박하려던 영호경은 사내가 비벼오는 양물의 감촉에 말문이 막혔다.
그녀가 알던 것과는 많이 규격이 다른, 굵고 단단한 그 감촉은 당황스러움을 넘어 경이롭기까지 했다.
"맹세할 수도 있어요. 나는 명교의 권력 따위가 아니라, 영호경이라는 꼴리는 여자를 따먹고 싶어서 이러는 거라고."
"따먹...! 그, 그대...!"
천박한 말에 정신이 아찔해진 영호경은 눈을 질끈 감았다.
"내 눈이 어두웠어. 이런 자인줄 알았더라면, 절대 본교에 들이겠다고 애를 쓰지 않았을 거야."
"...실망하셨나요?"
사내는 조심스럽게 물어왔다.
"당신이 너무 아름다워서 그런 거에요... 다른 뜻은 정말 없는데..."
조금 전까지는 당당하게 밀어붙여오던 사내가 불안감에 움츠러드는 목소리를 내자 영호경은 묘한 양심의 가책이 느껴졌다.
'아직 젊어서, 감정을 다스리지 못했던 것뿐일지도 모르는데 내가 너무 심했나...?'
얼마나 절박했으면, 다짜고짜 자신을 안고 싶다고 한다는 말인가.
자신을 힘있게 안아오던 사내의 몸이, 어느새 덜덜 떨리며 겁먹은 강아지처럼 매달리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영호경은 어느새 팔을 뻗어 사내의 등을 쓰다듬어주고 있었다.
"미안하네... 그대가 어떤 마음인지 생각하지 못했어. 하지만 역시 나 같은 사람은 안 되네. 그대에겐 좀 더 걸맞는 아름다운 소저가..."
"그런 소저들 따위로는 안 돼요..."
"만약 아이라도 생기면 어쩔 셈인가? 어미뻘 여인과의 사이에서 아이를 가지는 것을 바라는 것은 아닐테지?"
"...상관없어요..."
애처로운 목소리에 영호경의 마음의 추는 계속해서 기울어졌다. 조금씩, 조금씩.
"명교 후계의 아버지로서의 자리 같은 건 관심없으니까... 네?"
"...정말이겠지?"
딱히 죽은 남편을 위해서 정절을 지킬 생각 같은 것은 없었다.
그저 좋은 사내가 없었을 뿐이고, 초절정의 경지에 든 그녀에게 후계는 그렇게 급한 문제가 아니었을 뿐이었다.
천하제일인의 제자가 될 정도로 뛰어난 재능을 가진 자.
명교도가 아니기에, 교의 일에 입김을 행사할 가능성이 낮은 자.
"정 그대가 원한다면... 하는 김에 확실하게 하세."
이런 남자의 씨를 받는다면, 좋은 후계가 태어날 수 있을 것 같지 않은가?
"아, 아이를, 가질 수 있도록 노력해보자는 말일세."
그런 계산이 깔린 판단을 내린 사람치고는, 영호경의 목소리는 달뜬 열기를 머금고 있었다.
"...네!"
상대가 색마임을 알았음에도, 영호경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눈앞의 사내가, 소위 밀프라 분류되는 여인들을 임신시키고 싶어서 안달난 악질적인 색마라는 사실까지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