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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푸색마-158화 (158/383)

밀푸색마 EP.158 정보책이라고? (2)

낮 시간 내내 수련으로 보낸 나는, 이윽고 날이 어두워지자 다시 밤을 틈타 처소 바깥으로 나왔다.

영빈각 전체를 기준으로 보면 완전히 반대쪽에 위치한 황보효선의 처소까지 조심스럽게 접근하자, 이번에는 돌을 던져 신호를 보내기도 전에 창이 열렸다.

나는 냉큼 열린 창으로 몸을 날렸다.

"기다리고 계셨군요?"

"..."

무표정을 고수하고 있는 황보효선은 묵묵히 내가 들어온 창문을 도로 닫을 뿐이었다.

일부러 아무 표정도 안 짓고 있는 것을 보니 머릿속이 꽤나 복잡한 모양이지?

"아마 어제는 갑작스럽게 이야기가 나와서 질문이 정리가 안 되셨을텐데... 오늘은 조금 정리가 되셨습니까?"

내가 '마교는 싸울 생각이 없다'라고 결론만 아무리 말해봐야, 결국 별 소용이 없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듣고 황보효선 나름대로 그 결론에 도달하는 근거를 찾아야 의미가 있지.

"역시, 믿을 수 없다."

사실 믿거나 말거나 상관없다. 명백하게 교주 본인이 사과를 한 이상, 그 명분을 쥐고 검성이 최대한 정사대전을 억제하려고 노력할테니까.

"지금의 교주가 평화를 원한다면, 팽가를 건드린 자들은 뭐지? 20년 전 당가를 건드린 자들은 또 누구고?"

내가 원하는 건 혼란이다. 이 여자의 경장 바지를 내리고 자지를 비집어넣을 혼란.

"그 자들은 마교도가 아닌가? 마교도는 교주의 명을 가장 우선한다고 들었다. 교주의 의사가 없고서야... 무, 무슨 짓인가?"

그렇다고 지금 바지를 내리고 자박꼼을 할만한 상황은 아니었다. 나는 황보효선의 손을 잡았다.

"일단 앉아요. 그리고 궁금한게 있으면 하나하나 물어보다보면, 납득이 갈 거에요."

"..."

"제가 아는 내용도 있고, 모르는 내용도 있어요. 그래도 이야기하다보면 다 이해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내가 손을 잡아끌자, 황보효선은 잠시 버티더니 곧 날 따라 침상에 나란히 앉았다.

"이, 이 손은..."

"황보 여협이 갑자기 제 복면을 벗기려고 하면 제가 대응이 안 되잖습니까? 최소한의 안전장치라고 생각해주세요."

당연히 거짓말이다. 거리를 두고 이야기를 나누면 될 일이니까.

하지만 황보효선은 설령 개소리라는걸 알아도 좀처럼 나한테 뭐라고 하지 못하겠지.

'자기는 나한테 아무것도 준게 없거든.'

내가 대가를 받지 않았다는 것은, 언제든지 내가 이 서비스를 접고 나가도 황보효선이 날 비난할 명분이 없다는 것과 같다.

바로 바지를 내리면서 '다리 벌려!' 라고 했으면 기겁을 하면서 쫓아내겠지만 애매한 걸로 살살 건드리면 황보효선은 뭐라 하기 난감할 거란 이야기.

내가 이걸 의도했다는걸 알아차린다면 모를까.

"자, 이제 물어보세요."

이대로 최대한 육체 접촉에 대한 거부감을 낮추는 것이 나의 당면 과제였다.

나는 두 손을 모두 잡고 있는 탓에 내 옆에 바싹 붙어앉은 황보효선의 살의 감촉과 냄새를 느끼면서 일어서려는 자지를 억눌렀다.

"교도들 중에는 당연히 정파에 원한을 가진 사람들이 있어요. 서로 싸웠는데 억울하게 죽은 사람들이 정파에만 있겠어요?"

"교주께서는 그들을 제어하려고 하셨지만, 동시에 그들의 원한도 이해하고 계셨기 때문에 완벽하게 억제하지는 못했죠."

"하지만 그들의 입장에서는 교주께서 정파와의 전면전을 선언하지 않는 것이 답답했고..."

"결국 일을 벌여서 교주조자도 정사대전을 피할 수 없게 만들 방법을 생각해낸 거죠."

황보효선은 사내가 속삭여오는 말에 귀를 기울였다.

조금 과하게 가까운 곳에서, 서로의 숨결이 닿을 것 같은 거리에서 들려오는 목소리가 불편하기는 했지만, 그보다는 내용이 훨씬 중요했다.

'신마...'

삼존의 일인으로 꼽히는 절대고수.

검성보다 거의 스무살은 어리면서도 무공은 거의 대등하다는 평가의 인물이었기에 그녀는 교주가 조부와는 정반대의 인물일 것이라고 지레짐작해왔다.

타인의 생명 따위에는 관심이 없는, 거대한 악. 비정한 살인귀를 상상했던 그녀가 만나본 교주는 제법 말이 통하는 인물이었다.

'적어도 앞뒤는 맞아...'

사내가 말한대로라면, 교주가 평화를 원하는데도 휘하 마교도가 마음대로 일을 벌인 것에 대한 설명은 된다.

여기까지 설명을 듣고보니, 황보효선은 눈앞의 사내의 정체가 더욱 궁금해졌다.

'날 보자마자 겨우 하루만에, 내가 무엇을 알아보려고 한 건지 알아냈어.'

게다가 마교 수뇌부의 제법 내밀한 사정까지 파악하고 있는 것을 보면, 마교에서도 상당한 고위직일 가능성이 높았다.

물론 강윤이 말한 내용은 명확한 사실에 스스로가 짐작한 살을 약간 덧붙인 것이었지만, 거의 사실에 가까운 내용이라는 점은 스스로도 모를 것이었다.

문득 자신의 손을 마주잡고 있는 상대의 손에서 전해지는 맥동을 느끼자, 황보효선은 부끄러워지는 것을 느꼈다.

'마, 마교는 원래 남녀간에 이토록 거리낌이 없나?'

이미 혼인해서 자식까지 두고 있는 몸이었기에 상대가 딴 생각을 할 가능성은 없었지만, 그래도 성인 남녀가 서로 손을 잡고 몸을 이리 가까이 두는 것은 조금 이상했다.

"이젠 납득이 가십니까?"

잠시 생각에 잠긴 황보효선의 얼굴에 사내의 얼굴이 어느새 거리를 좁히고 있었다.

조금만 얼굴을 가까이 가져가면 입맞춤이 될 것 같은 거리에 황보효선이 당황해서 몸을 빼며 대답했다.

"아, 앞뒤는 맞는 이야기 같군. 음, 그래."

마교도 주제에, 청명한 기광이 어린 시선을 보내는 남자.

"다행입니다. 이제 무림맹으로 돌아가시면 잘 이야기해주시길 바라겠습니다."

황보효선이 몸을 뺀 의미가 무엇인지도 모르는듯 마주 잡고 있던 손을 꼭 쥐며 간절한 목소리로 말하는 모습에, 어쩐지 자신만 이상한 생각을 하는 것 같았다.

정말 아무런 속셈이 없는 걸까?

마교 교주도, 자신의 손을 잡고 있는 이 남자도.

"하, 하지만, 역시 뭔가 좀 더 확실한... 내가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뭔가가 없겠는가?"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뭔가라..."

사내는 난처한듯 고개를 젓더니, 입을 열었다.

"저도 뭔가를 보여드릴 수 있다고는 단언하기 어렵습니다만, 그럼 내일 또 찾아뵙죠."

사내의 말에 오히려 황보효선이 당황했다.

사내는 알려줄만큼 알려주었는데, 눈으로 볼 수 있는 일종의 물증을 요구한 자신이 이상한 것인데도.

흔쾌히 내일 또 찾아오겠다고 말하는 사내의 태도를 보니, 되레 부끄럽게 느껴졌다.

"내일은 바깥으로 나갈 준비를 해주세요."

자신의 아무 근거없는 의심에 끝까지 어울려주려고 하고 있지 않은가.

이렇게나 무림의 평화를 위해 애쓰는 상대를 그녀는 사파라는 이유만으로 해코지를 하려 했다니.

"...고맙네."

사실 황보효선에게 계속해서 의심이 피어오르는 이유는, 사내가 어떻게든 그녀를 자빠뜨려볼 망상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동물적인 직감으로 알아차렸기 때문이었지만, 황보효선은 그것을 알 리가 없었다.

아무튼 사내는 내일 또 찾아올 것이었고, 어떻게든 황보효선을 덮치려고 획책할 것이었다.

그것을 모르는 황보효선은 그저 스스로가 부끄러울 따름이었다.

날이 밝자, 채수란은 오늘도 아침 일찍 남편인 경현동의 방으로 찾아갔다.

"상공, 오늘은 어떠신가요?"

"아, 많이 좋아졌소. 이제 하루이틀 안에 일어날 수 있겠소."

"그렇군요."

하지만 그녀의 태도는 이전과는 많이 달랐다. 땀을 닦아주거나, 식사를 잘 하고 있는지에 대한 확인은 일체 없었다.

골골대며 힘을 쓰지 못하는 남편을 보고 있으면, 그나마 남아있던 애정이나 측은함조차 흔적도 없이 날아가버리는 것이었다.

채수란의 머릿속에는 남편보다는 자신과 바람 피운 상대, 강윤이 오늘밤 자신을 찾아올까 하는 생각 뿐이었다.

고작 하루.

남자가 하루 다녀가지 않았을 뿐인데 쾌락을 배운 그녀의 몸은 안절부절 못하는 것이다.

"오늘도 시비 한 명은 붙박이로 상공의 옆방에 둘 거에요. 필요한 일이 있으면 불러서 해결해주세요."

"알겠소."

경현동은 하나하나 제 수발을 들어주려 하던 아내가 이렇게 행동하니 조금 이상했지만, 오히려 마음은 편하다고 내심 좋아했다.

언제 내칠지 모르는 여자인데, 성심성의껏 보살펴주는 여자를 쫓아내는 것보다는 덜 껄끄럽지 않겠는가.

채수란은 그런 경현동의 생각을 짐작했지만, 신경쓰지 않고 다시 자신의 방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마님, 주인님께선..."

"오늘은 네가 당번이더냐? 혹시 상공께서 부르시면 알아서 처리하거라."

사내에 대한 생각으로 달아오른 몸을 조금이라도 식혀야했다.

가는 길에 만난 시비에게는 대충 대꾸해준 다음, 의아한 표정의 시비를 힐끗 보고 서둘러 자신의 방에 도착했다.

그리고 침상 앞에 선 그녀는, 침상에 누우려다 문득 옷이 구겨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밤과는 달리, 갑자기 그녀를 찾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그 때 옷이 구겨져 있으면 의심을 사기 십상이었다.

"후우..."

심호흡을 하며 어느새 움찔거리는 음부를 다스리려던 채수란 앞에, 탁자의 모서리가 눈에 들어왔다.

꿀꺽

망측하다고 속으로 생각은 하면서도, 간질대는 음부를 더는 참을 수가 없었던 채수란은 치마를 걷어올리고 사타구니를 모서리에 비비기 시작했다.

"흐읏...!"

딱딱하고 뾰족한 나무의 감촉이, 비단 속곳 너머로 음부를 문지르기 시작했다.

'부족해... 부족하지만...!'

굵직하고 뜨거운 남근과 비교하면 훨씬 못했지만, 단단한 나무의 감촉이 음부의 균열을 쓸고 지나갈 때마다 색다른 쾌감이 하반신을 자극했다.

뒤늦게 알게 된 방사의 쾌감은 자위 따위는 일평생 해본 적도 없는 그녀의 음부가 밤마다 사내의 남근을 찾도록 만든 것이다.

'오늘은, 오늘은 꼭 오겠지?'

강윤이 밤에 무엇을 하고 있는지 모르는 채수란은, 오늘밤도 강윤이 황보효선을 찾아갈 것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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