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밀푸색마-156화 (156/383)

밀푸색마 EP.156 여기서 뭘 하고 있는 겁니까? (2)

"팽가가 당한 습격에 대한 진상이요?"

"그래, 아무래도 석연찮은 점이 있는 모양인지, 계속 물어오더군."

다행히 오늘은 황보효선이 영빈각 바깥으로 나오지는 않는지 영호경은 쉽게 나와의 만남에 응해주었다.

나는 무림맹 사절이 누구인지 물어보는 척하면서 이것저것 찔러보다 드디어 궁금한 것을 물었는데, 황보효선이 신경쓰던 건 그런 문제였던 모양이다.

"뭐, 이해는 하네. 내가 정파라도 팽가 습격은 본교가 치밀한 준비 하에 벌인 일로밖에 안 보일 거야."

실제로는 이장로가 휘하를 부려서 독단적으로 벌인 일이지만.

아무튼 영호경은 그 이상 아는 것이 없는 것 같았고, 대화는 자연스럽게 다른 이야기로 넘어갔다.

"삼장로가 들고간 안은 모조리 안 되겠다고 했다지?"

"...그야 반대를 하긴 했습니다만, 어째 제게 결정권이 있는 것처럼 들립니다? 전 어디까지나 상담해드리는 역할이고..."

영호경은 내 제안이 굉장히 마음에 드는 것 같았다. 하긴, 침략의 밑준비라고 생각하면 좋아하지 않을 수가 없겠지.

"아니야, 결정권은 없겠지만 느낌은 있네. 자네가 하자는대로 따라가는 것이 가장 좋은 결과를 가져올 것 같은 느낌."

"그건 좀..."

난 대충 웃어넘기려고 했지만 영호경은 곧 진지한 표정으로 내 손을 잡아왔다.

"전에 내가 말했지? 자네나, 자네 스승이나 무인답지 않은 사람들이라고."

기억이 난다. 소림에서 처음으로 혈마 제자 의혹을 꺼냈을 때 했던 얘기였지.

나와 사부 모두 무공을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도구로밖에 여기지 않는 사람들이라는 이야기.

내 목표가 싸움의 승리이고, 사부의 목표가 색마질이라는 부분에서 거하게 헛발질을 찬 추측이었다.

바로 그 다음날 성혈단에 대한 단서를 들고 매소향을 협박하러 갔다는걸 알면 표정이 어떻게 될까?

"그런 자네이기 때문에 우리가 지금까지 떠올리지 못했던 생각을 떠올릴 수 있었던 거라고 생각하네. 진심으로 감사하고 있어."

"...지금 저 굉장히 쑥쓰러운거 알고 계십니까?"

"그만한 일을 했다고 생각하게. 자네 덕분에 머지않아 교도들의 생활이 필 것이 틀림없으니."

내가 쑥쓰러워하자 영호경은 다시 손을 놓으며 눈매를 둥글게 접은채 미소지었다.

교도들의 생활이라.

자기 사람들을 챙기느라 벌인다는 짓이 침략이라는 것은 좀 어처구니가 없지만 마교 입장에서 다른 대안이 없었을 것 같기도 하다.

"반드시 좋은 결과를 얻을 거라는 법은 없습니다. 어디까지나 막연한 내용을 말씀드린 것뿐이라서..."

"괜찮네. 혹시 아는가? 또 자네가 뭔가 떠오르는게 있어서 그걸 말해주면 더 구체적인 방향이 정해질지."

아.

그러니까 방향성만 잡아준 걸로 만족하지 말고 좋은 방법을 토해내라?

"전혀 부담가질 것 없네. 자네가 알려준 것만으로도 반은 이미 끝났어. 나머지는 얼마든지 우리가 할 수 있지만, 자네가 도와주면 어떨지 또 모르지."

웃는 얼굴로 팍팍 가해져오는 압력에 나는 찡그려지려는 얼굴을 억지로 폈다.

황보효선한테 써먹을 건덕지가 없나 괜히 와봤다가 혹이나 붙이고 가게 생겼다.

'그래도 다행이네.'

아무래도 교주가 내가 유부녀랑 떡치더라는 얘기를 영호경한테는 안 한 것 같다.

그렇지 않고서야 손까지 잡아오면서 부탁해올리는 없겠지.

그걸 확인했다는 것만으로도 수확이라고 여기고 나는 내심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강윤을 떠나보내고 기분좋게 웃으며 남은 차를 단숨에 비워내던 영호경은, 곧 갑작스러운 방문을 받았다.

"소교주."

"...이장로? 무슨 일인가? 기별도 없이..."

예전에는 입장이 같아 꽤나 친밀했지만 지금은 다소 껄끄럽게 느껴지는 이장로와 마주 앉은 영호경은 빈 찻잔을 내려놓으며 입을 열었다.

"오늘도 장로 회의가 있다고 들은 것 같은데, 참석하지 않은 거요?"

"소교주께 꼭 여쭈고 싶은 것이 있어, 자리를 비웠습니다. 굳이 제가 필요할 것 같지도 않고요."

이장로는 이미 유화책에 굉장히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막상 그를 지지하던 대부분의 장로들이 유화책으로 돌아선 반면, 그만은 반응이 시큰둥한 것이다.

"이장로가 왜 필요하지 않겠나? 명석한 그대라면 다른 장로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인데."

"...정녕 소교주께서는 그 길이 옳다고 여기십니까?"

그리고 그 이유는 영호경도 짐작하고 있었다. 그가 젊은 시절, 사파라는 이유만으로 휘말린 정사대전에서 그의 어린 딸이 정파 무사에게 살해당했다.

강윤이 제시한 계획은 상당히 장기적인 성격을 띠고 있었고, 짧아야 5년, 아마도 10년은 훌쩍 넘겨야 비로소 효과를 볼 것이다.

즉, 정파가 무너지는 모습을 보기도 전에 이장로가 땅에 묻힐 가능성을 무시할 수 없다는 의미였다.

"당연히 옳네. 본교가 정파 무림과 동등한 판 위에서 힘을 겨룰 수 있게 해주는 방책이 아닌가?"

"본교는 강합니다! 그런 것에 의존하지 않더라도 충분히 정파 무림을 멸절시킬 수 있지 않습니까?"

원래부터 중원 침공에 부정적이었던 교주와는 달리, 소교주라면 설득할 여지가 있다고 생각한 이장로였지만 이빨도 들어가지 않았다.

"정파 무림 멸절? 뭔가 착각하고 있군, 이장로. 본교의 목적은 본교가 강성하여 영광스러워지는 것뿐, 정파 무림이 살아남는가 아닌가는 중요하지 않네."

"명교야말로 천하제일입니다! 정파를 꺾음으로써 그것을 증명하는 것이 본교가 영광스러워지는 길 아니겠습니까!"

"글쎄, 내 생각은 다르네. 그들과 충돌할 필요가 있다면 충돌할 수도 있겠지. 하지만 본교의 진정한 영광은, 가장 먼저 교도들이 풍요로운 생활을 누리는 것에서부터 시작되는 일 아니겠나?"

"먼저 정파 무림을 친 다음 진행해도 될 일입니다!"

이장로 자신조차도, 명교를 위해서는 급하게 들이치는 방법이 결코 상책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단지 자신의 복수를 달성하기 위한 아집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알면서도 포기하지 못하는 것이다.

"...먼저 칼부터 들이민 다음, 이웃으로 친하게 지내자고 아무리 말을 해봐야 누구도 믿어주지 않을 것을 그대가 모를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네."

"..."

"이만 물러가게. 그대의 불행한 사정은 나 역시 들어 알고 있고, 그대와 비슷한 사정을 가진 교도들이 많을 것은 알아. 하지만 그건 본교를 위한 길이 아니지 않은가."

영호경은 이장로를 측은한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그녀는 자녀를 가져본 적이 없기에 그의 심정을 짐작할 수 없었다.

수십년을 명교를 위해 노력해왔던 그가, 이렇게 복수에 집착하는 것을 보면 분명 그 원한이 작지는 않으리라.

하지만 언젠가 소교주로서 교주의 자리에 올라 명교도들을 위해 헌신해야할 그녀는 절대 이장로의 편을 들어줄 수 없었다.

"...실언이었습니다. 잊어주시기 바랍니다, 소교주."

그렇게 힘없이 말하며 일어나는 이장로를 일별한 영호경은 어쩐지 움츠러든 것 같은 그의 등을 바라볼 뿐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알지 못했다.

영호경을 등지고 있는 이장로의 눈에서, 시퍼런 불길이 치밀어오르고 있었다는 사실을.

그 날 밤, 채수란은 어김없이 사내의 방문을 받았다.

쑤컹쑤컹쑤컹쑤컹♥

"아흑♥ 조금만, 살살...!"

"못 하겠어요...! 이렇게 기분 좋은데...!"

어둠 속에서 사내의 단단한 몸이 그녀의 매끄럽고 탄력있는 육체를 범하는 쾌락에 채수란은 사양않고 교성을 내질렀다.

한편 침상에 누운 채 다리를 벌려 사내의 남근을 받아들이는 채수란의 발은 사내의 둔부 뒤에 얹혀져있었다.

절대 이 남근을 놓아주지 않겠다는 의지를 나타내듯이.

"수란도 이렇게 좋아하면서 왜 자꾸 살살하라는 거에요!"

"좋아, 좋은데에...! 힘드니까앗...! 흐으응♥"

인정사정없이 몰아쳐오는 젊은 정력은 그녀를 미치도록 기분좋게 해주었지만, 그것을 버텨낼 체력이 없었다.

남편의 작은 남근이 잠시 왕복하다 소량의 정액을 눈치채지도 못하는 사이에 지려버리는, 이젠 방사라고도 할 수 없는 그것과는 격이 다른 것이다.

쇠막대처럼 굵고 단단한 남근이 불길처럼 속살을 쑤셔대면 그것만으로도 실신할 것 같은 쾌감이 전신을 휩쓸었다.

"이번 한 번만 더 하면 되니까... 조금만 참아줘요! 보지 조여요...!"

"알았어요...♥ 하응♥"

천박한 단어로 요구해오는 것도 이젠 익숙해졌다. 완전히 사내의 남근에 알맞은 형태로 바뀌어버린 음부가 게걸스럽게 남근을 빨아들였다.

'좀 더 버틸 수 있는 방법을 준비해온다고 했던 거... 언제쯤 될까?'

분명 그런 방법을 준비할 거라고 이야기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그 방법이 준비되려면 시간이 제법 걸리는 듯했다. 자신의 육체를 알뜰하게 탐하고 나서도 아쉬워하는 기색이 역력하지 않은가.

물어보고 싶었지만 음탕한 의도로밖에 해석되지 않는 그런 질문을 채수란이 할 수 있을리가 없었다.

물론 채수란이 알지 못하고 있을 뿐, 강윤은 어떻게 하면 등선공과 마공을 어우러지게 할 수 있을까를 계속 고민하고 있었다.

'아, 왔다...♥'

거칠게 찔러들어오는 남근을, 박자에 맞추어 음부를 조여 쥐어짜는 것에 집중하다보니, 어느새 남근이 꿈틀거리며 사정을 목전에 둔 것이 느껴졌다.

'진한 정액, 가득...!'

몇 번이나 절정해서 부들부들 떨리는 하반신이, 마지막 힘을 다해서 사내에게서 찐득한 정액을 쥐어짜내기 위해 애를 쓰는 것이 느껴졌다.

멋대로 반응하는 육체에 이끌려, 이미 사내의 정액이 뱃속을 채우는 것을 기대하게 되어버린 것이다.

"정액, 나올 것 같아요! 어디에 싸줄까요?"

"아, 안에, 싸주세요오...!"

사내가 말하기도 전에 이미 알고 있었던 채수란은 망설임없이 사내의 질문에 대답했다.

어차피 임신할 일도 없다면, 사내의 진하디 진한 욕망으로 이루어진 것 같은 정액을 얼마든지 제 뱃속에 밀어넣어도 될테니까.

쮸봅쮸봅쮸봅쮸봅♥

남근에 집착하듯 매달리는 속살이 애액을 머금은 채 음탕한 소리를 내는 것이 들릴 때마다 채수란의 음부는 움찔대며 쾌락으로 과부하된 육체 전체를 떨어울렸다.

"보지 안에 잔뜩 싸줄게요...! 내 정액으로 임신해...!"

임신하지 않을 정액일텐데도, 그 소원을 하나하나 쌓아올리듯이 남자가 귀에 대고 속삭이는 말에 채수란은 가슴이 떨렸다.

열 번인가, 아니면 백 번인가.

그 말이 쌓이고 쌓여서 어느 순간 정말로 사내의 아이를 임신해버릴 것 같은 착각이 그녀를 흥분하게 만들었다.

"임신해랏...!"

뷰루루루루루루룩

"아으으응♥"

격하게 허리를 진퇴시키던 사내의 치골이, 채수란의 아랫배에 바짝 닿은 상태로 남근을 가장 깊은 곳까지 밀어넣었다.

그녀가 가장 좋아하는, 사내가 그녀의 육체에 만족했다는 증거.

진하고 많은 정액이 꿀럭거리며 채수란의 금지된 자궁을 가득 채워나가는 와중에 그녀는 오늘 벌써 몇 번째인지 모를 절정을 맞이했다.

'좋아... 좋아...!'

채수란의 육체는 겨우 며칠 사이에 완전히 사내의 색채로 칠해져 있었다.

앞으로 이 남자가 없이 살아갈 수 있을까? 이 남자는 명교도가 아니라 외부인이고, 언제고 이 곳을 떠날 사람이었다.

그 사실을 생각해보면 더없이 우울해지지만, 하지만 단 수십일의 추억이라도 괜찮다고 스스로를 다잡고 있을 때였다.

그녀의 몸에 자신의 몸을 겹치고 숨을 거칠게 내쉬던 남자가 입을 열었다.

"내일, 어쩌면 오지 못할지도 몰라요."

벌써 자신의 몸에 질려버린 것인가? 채수란은 이런 달콤한 시간이 벌써 끝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을 느끼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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