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밀푸색마-145화 (145/383)

밀푸색마 EP.145 몸을 보이게 (2)

아, 죽을 것 같다.

영호경한테 발기 자지 한 번 보여줬다고 죽을 것 같냐고? 당연히 아니다.

'오히려 좋지.'

좀처럼 찾아보기 어려운 거근이 된 내 자지를 나는 누구에게든 당당하게 보여줄 수 있다.

그저 사회가 허락하지 않기 때문에, 감추고 살고 있을 뿐.

단지 내가 힘든 이유는, 눈앞에 드러난 먹음직한 몸을 따먹지 못한다는 사실 때문이었다.

"다, 다친 곳이 없으면 일어나게."

영호경은 내 자지를 보자마자 손을 들어 제 몸을 가렸다.

하지만 가슴은 그렇다쳐도 쫀득한 찹쌀떡 같은 엉덩이는 도저히 손바닥 하나로 가릴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손을 든다고 해도 가려진 면적상으로는 별 차이가 없는데다가, 부끄러워하는 얼굴의 가산점이 장난 아니었다.

불끈

나는 즉시 몸을 일으켜서 상의를 벗기 시작했다.

"무, 무슨 짓인가?"

영호경이 내게 주춤주춤 멀어지려고 하자, 나는 더 빨리 다가섰다.

"가, 갑자기 왜 그러는가? 더, 더 다가오면...!"

"일단 이거라도 걸치시지요."

"...응?"

내 자지에서 눈을 떼지 못하던 영호경은 내가 옷을 내밀자, 그제서야 상황을 이해한듯 붉어진 얼굴로 옷을 받아들었다.

자지는 어떻게 감출 방법이 없지만, 나는 세상 스윗한 표정을 지었다.

'난 아무 흑심이 없다, 난 스윗 그 자체다. 섹스가 뭐지? 혹시 치킨을 먹는 행위를 말하는 거냐?'

난 끊임없는 자기암시를 걸었다.

이 자기암시가 끊기고 나 스스로를 통제할 수 없게 되면 한 달 정도 지난 다음에는 마교 교주의 사위가 될지도 모르는 일이니까!

"고, 고맙네..."

헐렁한 내 옷을 걸친 영호경이 어색한 표정으로 감사를 표하는 것을 보니, 다시 자지가 요동을 치려고 했다.

여기까지 오는데만 해도 한 달이다. 오는 동안은 내내 사부에게 굴려져서 섹스고 나발이고 생각나지 않았다.

도착한지 고작 며칠, 그 기간동안 내 성욕은 마치 순한 양처럼 내 통제 아래에 있었다. 그렇다, 과거형이다.

'좆됐다.'

하지만 영호경의 몸을 봐버린 지금, 성욕은 미칠듯이 요동치며 나를 움직이려고 했다.

머리가 자꾸 섹스각을 보려들기 시작하는 것이다.

"겨, 경 대협은..."

"내상은 입었겠지만 죽지는 않았네. 오히려 신성한 비무가 끝난 직후에 암습이라니, 명교인으로서 죽더라도 할 말이 없는 큰 죄야."

"그렇습니까..."

솔직히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섹스 말고 딴 생각만 할 수 있으면 아무 상관없었다.

"비무의 승자는 자네니까, 자네에게 처분을 맡기는 것이 옳다고 생각되네만...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그렇구나, 삼장로가 조금 시끄러울지도 모른다고는 생각하지만... 당사자에게 처분을 맡기는 것이 옳겠지."

심장 떨어질 뻔했다. 저 멀리서 구경하고 있던 사부와 교주가 어느새 옆에 서서 쓰러진 경현동을 내려다보고 있는 것이다.

"일단 발단이 된 일의 옳고 그름은 둘째치고, 비무로 일을 마무리하려 했다면 비무의 결과가 전부인 법. 그것을 어겼으니 그 처분은 자네에게 맡기고자 하네."

"예... 예?"

"목을 치든 개처럼 부리든 관여하지 않겠네. 경 단주의 이후 처분은 온전히 자네의 결정에 따를 것이니 그리 알라는 말이야."

교주는 흔들림없는 목소리로 말했고, 옆에 선 사부와 영호경 역시 고개를 끄덕이며 당연한 결정이라는 태도였다.

이게 무림인의 표준인지, 사파의 표준인지 알 수는 없지만... 난 일단 고개를 끄덕여 수락했다.

"알겠습니다."

솔직히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아저씨를 어떻게 처분할지 결정할 권리 따위 줘봐야 별 의미가 없지만 여기서 거부해봤자 귀찮아질 것 같았다.

게다가 교주가 어쩐지 내 자지를 뚫어져라 보고 있는 것이, 꽉 끼는 팬티를 입은 것처럼 불편하게 느껴진 탓도 있었다.

무슨 생각인지 '호오...' 하면서 고개를 끄덕거리는데, 아직 젊은 얼굴과 맞물리니 묘하게 기분 나빴다. 똥꼬충은 아니겠지?

"그, 그럼 우선 물러가도 되겠습니까?"

"아, 그리하게. 가서 쉬게나."

교주가 받아들이자, 나는 즉시 사부와 함께 그 자리를 벗어났다.

물론 이동하는 도중에도 방심했다는 이유로 사부에게 끝없는 잔소리로 시달린 것은 덤이었다.

"재미있구나."

"무슨 말씀이시죠?"

강윤의 상의의 크기가 넉넉한 덕분에 망신스러운 꼴을 온전히 가린 영호경은 교주의 혼잣말에 의문을 품었다.

"모르겠느냐? 그 자의 무공은 정상이 아니다."

"아, 절정에 발을 반쯤 디디고 있더군요. 그 나이에 절정이라면 상당히 빠른 성취이긴 합니다만..."

"그걸 말하는 것이 아니다. 그것뿐이라면 정상이 아니라고 할 이유가 없지."

똑같은 초절정고수라고는 하지만, 영호경은 초절정에 오른지 고작 2년 남짓. 그에 비해 교주는 이미 40여년 전에 초절정의 경지에 발을 디딘 자였다.

"기본적인 투로가 깔끔하지 못하고, 무공이 조화롭게 융화되어있지가 않아. 본래 그런 문제를 내보일 실력이라면 그 정도 무위를 발휘하지 못하는 것이 정상이다."

혈마가 강윤에게 수차례 지적했던 문제를, 교주는 한눈에 꿰뚫어보았다.

"하지만 실제로 실력을 발휘해서 경 단주를 꺾었지 않습니까?"

일장로의 휘하들이 경현동을 조심스럽게 옮기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실제로는 영호경의 내력의 흐름을 이기지 못하고 저 꼴이 되었을 뿐이지만, 그가 암수를 쓰다가 오히려 당하는 모습은 모두가 똑똑히 보았던 것이다.

"아마 초식에 대한 이해도는 상당히 높을 것이다. 그것을 신체가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게 아닌가 싶은데..."

"아, 아버지, 그 말씀은...!"

영호경의 안색이 경악으로 물들었다. 그런 경우는 두 가지 뿐이다. 몸이 어지간히 둔하거나 또는..

"강 소협이, 무공을 익히기 시작한지 오래되지 않았다는 말씀입니까?"

혈마의 제자쯤 되는 사람이 몸이 둔할리는 결코 없었으니, 답은 후자밖에 없었다.

"10할 확실하다는 것은 아니지만, 그럴 가능성이 높겠지. 길게 잡아도 5년은 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면 대략 맞을 것이다."

"맙소사..."

영호경은 가슴이 두근두근 뛰었다.

겨우 5년, 지금이 20대 초반이니 10대 후반에 무공을 익히기 시작했다고 하면 더더욱 말도 안 되는 성취다.

일반적으로 강호의 명가로 손꼽히는 곳에서는, 적어도 열 살 이전에는 무공을 가르치기 시작한다.

나이를 먹을수록 근골이 굳고 노폐물이 쌓여 혈맥이 막히기 때문에, 어린 나이에 시작할수록 높은 성취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10대 후반이면 거의 어른이다. 이른 집안이라면 이미 일가를 이룰 수도 있다.

그 나이부터 무공을 익혀 지금의 경지에 이른다? 놀라운 재능이나 뼈를 깎는 노력이 있었음이 틀림없었다.

'사실이라면, 그 자가 강호제일기재...!'

그 자를 휘하에 두고 싶다는 탐욕이 넘실넘실 일어나는 것을 느꼈다.

알면 알수록, 가져야할 이유가 늘어나는 강윤이라는 존재에 가슴이 두근두근 뛰었다.

'흉한 꼴을 보이기는 했지만...'

옷이 찢어져 추태를 보이고 말았던 기억이 다시 그녀의 뇌리를 점령했다.

남편을 잃고 난 이후로 게을리했던 무공 수련을 새롭게 하고, 소교주로서 인정받기까지 영호경은 사내나 다름없이 살았다.

오랜만에 커다랗게 부풀어오른 양물을 보니 머릿속이 새하얗게 변해서, 호의까지 의심해버린 꼴을 보고 과연 남자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괜찮아, 만회할 수 있어.'

만약 영호경이 죽고 없는 남편과의 사이에서 아이를 가졌더라면 강윤보다도 나이가 많은 자식이 있었을 것이 틀림없었다.

그런 나이 많은 여인의 여체를 보고 양물을 부풀린 거야 놀라서 그런 것이 분명했다.

오히려 보기 흉한 것을 보았다며 알아서 잊어버려줄 것이 틀림없었다.

"경아야."

"예, 아버지."

"그 녀석 말이다..."

꿀꺽

교주가 목소리를 낮추며 속삭이자 영호경은 마른침을 삼키며 긴장했다.

혹시나 그녀는 보지 못했지만, 교주는 발견한 무언가가 또 있을까? 목소리마저 낮춰야될만큼 중요한?

"...물건이 참 실하더구나."

"...네?"

"남근이 참 실해. 솔직히 나도 그 정도까지는..."

"아버지!"

비명을 지르듯 외친 영호경은 자신의 외침이 어느새 주변을 둘러싼 강기막에 흩어지는 것을 깨달았다.

영호경 자신조차도 모르게 이렇게 강력한 강기막을 물흐르듯 둘러치는 실력으로, 교주는 채신머리없이 지껄이기 시작했다.

"남자란 말이다, 조금이라도 마음이 없으면 그렇게는 안 되는 족속이다. 잠깐 세웠더라도 가리고 나면 금방 죽지."

"아버지, 대체 무슨..."

"네가 홀몸이라 이 난리가 나는 것 아니냐. 생각해보니 경현동 같은 놈이 설치는 것보다는 차라리 그놈이랑 하는 것도 나쁘지는 않겠다 싶더구나."

영호경은 머리가 어질어질했다. 어쩐지 남의 시선도 신경 안 쓰고 뚫어져라 남의 양물을 구경하고 있더라니, 이런 생각을 하고 있었나.

"아버지, 제 나이가 몇인줄은 아세요?"

"싫으면 말아라. 장로들이 너무 후계, 후계 떠들어서 한 번 해본 말이니. 그래도 경현동보다 백 배는 낫지 않으냐."

교주는 툴툴거리며 이야기를 정리하려는 듯 싶더니, 기어코 한 마디를 덧붙였다.

"그래도 혹시 생각이 있으면 그냥 앞뒤 가리지 말고 덮쳐버려라. 남자라면 절대로..."

"아버지!"

영호경은 몇 마디 더 쏘아주려고 했지만 강기막이 흩어지는 것과, 일장로가 수하를 이끌고 급하게 달려오는 모습을 보고 얼른 입을 닫았다.

일장로는 두 사람이 무슨 대화를 나눴는지 모르는채, 인사를 올리자마자 입을 열었다.

"교주, 무림맹에서 사람이 왔습니다."

"아, 역시 그렇군. 검성이라면 분명히 그럴 줄 알았지. 그런데 왜 그렇게 안절부절 못하는가?"

삼존 가운데 유일한 정파인인 검성이라면, 현실을 제대로 파악하고 팽가가 당한 일을 묻고 정사대전을 피하려고 할 것이었다.

사실 확인을 위해 누군가 사람을 보내올 것 정도는 충분히 예상하고 있던 차에, 일장로가 안절부절 못하는 모습은 의아할만 했다.

"그, 그것이, 검성이, 손녀를 직접 보내온지라..."

"손녀?"

"예, 무림맹 사방단 가운데 백호단의 부단주, 황보효선이라 합니다."

예로부터 사자는 신변의 안전을 보장해주는 것이 관례이긴 하지만, 자칫 사지가 될 수 있는 곳에 자신의 손녀를 보냈다?

그런 중요인물을 보냈다는 것은 둘 중의 하나였다.

최대한 온건한 의사를 보여, 원만하게 상황을 수습할 의도이기 때문에, 중요인물의 안전이 어느 정도 보장되거나.

아니면 이 사안에 진심으로 임하고 있음을 강조하여 우위에 서려는 시도이거나.

"무슨 생각인가, 검성..."

물론 황보효선이 찾아온 것이 단순한 착오일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이 자리에 아무도 없었다.

경현동은 영호경의 마기가 체내를 헤집는 상황에서도 분노를 참을 수가 없었다.

'망할 연놈들!'

운기요상약을 복용했지만 손대중이 되지 않은 영호경의 마기는 지독했다.

절정조차도 되지 못한 경현동으로서는 고작 한 번의 교환으로 입은 피해에도 고통에 신음해야만 했던 것이다.

하지만 경현동을 고통스럽게 만드는 것은 영호경이 자신을 바라보는 눈에, 아무런 관심도 담겨있지 않다는 사실이었다.

'대체 왜! 왜 나를 보지 않는 것이냐!'

젊었을 때부터 그랬다. 영호경은 자신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았고, 결국 가문도 변변찮은 백면서생에게 시집을 갔다.

무공이 부족하기 때문인가 생각해서 열심히 수련하고 있던 경현동에게는 청천벽력 같은 기억이었다.

두 번 다시 그녀를 돌아보지 않겠다고 결심하고 자신도 혼인을 했는데, 수십년이 지나 그녀의 남편이 죽었다.

명색이 교주의 사위이니, 문상을 간 그 곳에서 슬픔에 잠긴 그녀를 만났던 그 날.

결심이 무색하게, 그녀는 나이를 먹은 지금도 여전히 아름다웠고, 젊은 날의 마음 역시 불씨를 남기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세월이 지났음에도 그 마음의 불씨가 옮겨붙을 여지를 조금도 허락하지 않았다.

'그 놈... 그 놈 때문에...!'

영호경 앞에서 망신을 당하게 만든 그 빌어먹을 애송이만 아니었어도 이 꼴이 되지는 않았다.

노여움을 삭이느라 애를 쓰던 경현동은, 문이 열리는 소리를 듣고 그 쪽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상공... 운기요상을 하고 쉬어야 한다고 의원이 말하지 않았습니까?"

"부인."

새하얀 피부의 영호경과는 전혀 다른, 까무잡잡한 피부의 여인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죽을 들고 들어오고 있었다.

"이런 일은 시비를 시키지 그러시오..."

"상공이 아프신데, 그럴 수 있겠습니까?"

마음씨 고운 여자였지만, 그게 전부였다.

그녀와 혼인을 올리기는 했지만, 경현동은 그저 바깥으로 나돌뿐, 그녀에게 진정으로 곁을 허락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한 술이라도 드셔보시지요."

"되었소. 생각이 없으니, 도로 가지고 가시구려."

영호경이 혼담을 받아들이면 내쳐질 것을 알면서도, 부인은 꿋꿋이 자신을 챙기려고 했다.

하지만 경현동은 그런 부인의 모습이 도리어 비굴해보여 보기가 싫었다.

"지금은 음식이 몸에 받지 않는다고 하지 않았소. 필요없소."

"...예."

몇 번이나 권해도 먹지 않자, 결국 부인은 죽을 들고 다시 나가버렸다.

부인이 시야에서 모습을 감추자마자, 경현동의 머릿속에는 다시 건방진 애송이와 영호경에 대한 생각이 가득 찼다.

'일단 이장로에게 말해봐야겠어. 뭔가 다른 생각이 있을 거야.'

지금까지 이장로가 하라는대로 해서 손해본 적이 없었다.

이장로가 자신을 한심하게 여기고 있는 것을 모르는 경현동은, 다음날 날이 밝자마자 이장로를 찾아갈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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