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밀푸색마-135화 (135/383)

밀푸색마 19 EP.135 태어났으려나? (1)

당조명은 찻주전자를 기울였다.

가주가 독단으로 행사할 수 있는 권한이 줄어든만큼, 유일하게 좋은 점은 하루를 느긋하게 보낼 수 있다는 점이었다.

그마저도 당조명의 노기를 부추기고 있다는 점에서, 결코 기꺼운 일이 아니었지만.

"후우..."

자신이 생각해도 무리한 짓을 하기는 했다.

하지만 고가표국 따위가, 이미 연을 끊다시피한 제갈세가의 뒷배까지 빌려올 수 있을 줄은 몰랐다.

아니, 어쩌면 예상할 수 있는 일이었을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외면했을지도 모른다.

거대세가의 가주로서 간신히 절정인 정도의 실력을 가진 당조명은, 가진 것은 제 몸뚱이 하나뿐이지만 실력 하나는 진짜인 고천의 존재를 그만큼이나 용납하기가 싫었던 것이다.

'젠장.'

하지만 설마 아내까지 합세해서 자신을 끌어내릴 줄은 정말로 몰랐다.

마치 인형처럼, 자신의 뜻을 절대로 거역하지 못하던 여자가 앞장서서 자신을 성토하다니.

그 상상도 못한 일의 결과 당조명은 실권을 거의 전부 각주회의에 넘겨주는 수밖에 없었다.

당조명은 자신이 뒷방으로 물러나 있으면 세가가 휘청이는 것을 기대했지만, 결국 그렇게 되지는 않았다.

마치 예전부터 그랬다는 듯, 사천당가는 여전히 굳건하게 유지되고 있었다.

[가주, 묵가장에서 보내신 분께서...]

"들이거라."

가끔씩 이렇게 외부에서 온 인물이 가주에게 인사를 올리는 것을 받아주는 것 정도가, 당조명이 해야할 일의 전부가 되어버린 것이다.

"가주, 그간 강녕하셨습니까?"

"나야 매일이 비슷하지. 그러는 총관도 아직 정정해보여 좋구려."

이런 간단한 인사치레만을 하고, 돌려보낼 뿐인 생활.

자신이 힘이 없는 퇴물이 되었다는 것을, 남들에게 각인시키는 것과 같은 생활.

정말 자신이 이런 신세가 되어야했는가? 당조명은 스스로에게 물었다.

'내 잘못이 그렇게 큰 것도 아니지 않은가.'

누군가를 죽인 것도 아니다. 그저 일에 차질을 빚게 한 것뿐.

대체 어째서...

[가주, 최근 많이 힘드시지요?]

"무슨... 흡!"

묵가장의 총관의 말을 한사코 부정하려던 당조명은 그의 목소리가 전음으로 들려온 것을 알고 급하게 입을 다물었다.

[놀라게 해드려 죄송합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존경하고 있는 당가주께서 이런 수모를 겪고 계시는 것을, 참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게 무슨 말인가?]

당조명은 짐짓 시치미를 뗐지만 총관은 눈에 연민을 가득 담으며 입을 열었다.

[알만한 자들은 다 알고 있지요. 가주께서 지금 어떤 처지에 계신지 말입니다.]

[...]

묵가장이 사천에서 제법 이름있는 가문이라고 하지만, 오대세가 중 하나인 당가의 일에 간섭할만한 위치는 못 된다.

그럼에도 이 자가 굳이 입을 여는 목적이 무엇인지, 당조명은 짐작가는 곳이 없었다.

[만약 가주께서 원하신다면, 제가 도움을 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당치 않은 소리. 어찌 외인이 세가의 일에 간섭하려 든다는 말인가?]

[간섭이 아닙니다. 지금의 당가가 어째서 가주를 업신여길 수 있다 보십니까?]

어째서? 괴상한 질문에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는 사이 총관이 다시 입을 열었다.

[위기가 없기 때문입니다. 유능한 가주를 중심으로 똘똘 뭉치지 않아도 세가의 존속이 보장받는데, 가주의 뜻에 복종할 생각이 들겠습니까?]

"네놈이 미친게로구나!"

일성을 터뜨린 당조명에게서 총관으로서는 감당하기 어려운 기세가 쏟아졌다.

비록 위치에 비해 모자람이 있다지만 당조명은 엄연한 절정고수, 결코 가볍게 여길 경지가 아닌 것이다.

노성과 기세를 느낀 무사들이, 문을 열고 뛰어들어왔지만 총관은 꿋꿋이 전음을 보냈다.

[가주, 앞일을 생각하십시오. 당가가 이리 중심을 잡지 못해서야, 정파 무림의 안위에 도움이 될 것이 없지 않습니까?]

"이놈이 그래도! 당장 끌고 나가라!"

당조명은 총관이 뭔가 꺼림칙했다. 분명 안색이 새하얗게 변한 것으로 보아 기세를 감당하기 어려운 것은 사실인데도, 기어코 말을 이어나가는 것이다.

"제 발로 나가겠습니다. 가주, 제가 올린 말씀을 깊이 생각해주시기 바랍니다."

무사들이 팔을 틀어잡으려는 것을 피한 총관이, 가볍게 고개를 숙인 다음 가주 집무실 바깥으로 나갔다.

총관이 바깥으로 나간 자리에는, 오로지 당조명이 씨근덕대는 소리만이 들려올 뿐이었다.

당가로 돌아온 다음부터 내 일상은 이전과는 약간 다르게 흘러갔다.

밀프 3명이 전부 임신했고 안정기는 1명뿐이었기 때문에, 이전처럼 농밀한 섹스 라이프를 즐기지 못하게 된 것이다.

이틀에 한 번 정도는 당혜원의 집에 가서 섹스를 하긴 했지만, 결국 수련의 밀도가 높아지게 되는 것은 필연적이었다.

하지만 어머니와 팽연화 두 사람 다 펄쩍펄쩍 뛰면 어떻게 될까 불안했던 나는, 웬만하면 뛰지 말아줄 것을 당부했고 두 사람은 각각 다른 방법으로 날 수련시키기 시작했다.

쉬이이익

"아들, 이런 식의 공격도 경험해보는 편이 좋단다."

어머니의 판관필이 허공에서 제멋대로 방향을 꺾으며 날아오는 것을, 나는 아슬아슬하게 피하며 진기의 실을 끊어내기 위해 애를 썼다.

진기의 실이 연결되어있는 이상, 어머니의 손짓에 따라 판관필의 방향이 제멋대로 꺾이기 일쑤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진기의 존재감을 쫓아 공격해도, 진기의 실은 미꾸라지처럼 공격을 피하며 나를 죄어올 뿐이었다.

"몽아사태의 탄지공을 보았지? 아무래도 원거리에서는, 실체가 있는 공격이 단연 위력이 높아지기 마련이란다."

하지만 한 번 쏘아내는 시점에서 변화가 확정되는 탄지공과는 달리, 판관필은 진기의 실을 당기거나 풀어 변화의 폭을 늘릴 수 있었다.

다행이라면 한 번 투척한 다음 미리 연결한 진기의 실로 방향을 조정할 뿐이기에, 이기어검술처럼 무한히 날아서 쫓아올 수는 없다는 점.

"하압!"

그리고 다음 공격을 위해서는 반드시 회수가 필요하다는 점이었다.

회수할 때를 노려 상대의 무기를 무력화하는 것이 가장 좋지만, 상대라고 바보는 아니기 때문에 지풍 같은 보조공격 수단으로 견제해온다.

어머니의 날카로운 지풍이 내 오른팔을 노리고 날아왔다.

각각 손목, 팔꿈치, 어깨를 노린 공격을 장력으로 떨쳐내는 사이, 판관필은 다시 어머니의 손으로 돌아갔다.

한편, 팽연화의 경우는 전혀 달랐다.

이기어도술을 쓴다면 모를까, 원거리에서 도를 제대로 날렸다가는 수련이 되지 않는다.

게다가 이기어도술은 수련에 쓰기에는 너무 강력했다.

근본적으로 강력한 진기를 머금은 상태로 심령을 연결시켜 사용하는 무공이기 때문에, 스치기만 해도 살이 쩍쩍 갈라지는 것은 물론 상처가 잘 낫지도 않는다.

그래서 팽연화가 선택한 것은, 팔 이외의 다른 어떤 부위도 움직이지 않는 것이었다.

"아... 자괴감 든다..."

"이 정도라도 충분히 빠른 걸세. 무공을 배운지 아직 한 해도 채우지 못했는데 이 정도라면..."

탁탑천왕을 연상케하는 굳건한 방어로 완전히 공격을 차단당하는 이 기분은, 팽월에게 당한 기억을 떠오르게 만들었다.

무공을 배운지 1년도 되지 않아서 절정을 넘볼 단계까지 왔다는 것은 대단한 거라고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을 듣기는 한다.

하지만 종종 둘이서 뭔가를 전음으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을 보면, 뭔가 나한테 감추는 것이 있다.

대체 뭘까 싶기는 하지만 한 번 물어봤는데도 알려주지 않는 것을 보면 억지로 캐물어도 알려주지 않을 것 같다.

'섹스 고문도 못하니까...'

지금까지였으면 자지로 푹푹 박아주면 어쩔 수 없다는 듯이 알려줬을텐데.

내 쪽에서 섹스를 막아버린 상태라서 어떻게 할 수도 없고 참 답답하고 난감했다.

"너무 조급하게 생각하지 말게. 정신을 차려보면 또 실력이 쑥 늘어있을테니까."

내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건넨 말을 믿어보는 수밖에.

그렇게 어느 정도 수련을 마치고 나면, 당혜원의 집에 찾아간다.

거의 항상 섹스를 하고 오기는 하지만, 오늘도 섹스를 할 거긴 하지만, 오늘은 그게 목적의 전부는 아니었다.

"주약선... 의원이요?"

"네, 조건에 따라서는 받아들일 뜻이 있다고 했어요."

당혜원의 임신을 진단해준 여자 의원에게, 의원을 차릴 경우 혹시 도움을 줄 수 있느냐고 물어달라고 부탁했었다.

그 의원, 주약선으로부터 온 서신을 당혜원이 내밀며 말했다.

"진료비는 무조건 자신이 원하는대로 책정할 거고, 위급한 병자라면 남자 병자도 가리지 않고 받는다는 조건으로요."

"그 사람, 딱히 돈에 관심이 있어서 그러는 건 아닐 거라고 했죠?"

"네, 분명 비싼 진료비를 감당할 형편이 되지 않는 사람에게 적게 받으려고 그런 조건을 내거는 거라고 봐요."

"그럼 상관없어요. 대신, 조건을 조금 세부적으로 적용하면 되니까."

이어지는 내 설명을 들은 당혜원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걸... 정말 받아들일까요? 괜히 반발심만 생기는게 아닐까요?"

"알려줘도 못 알아들을 정도로 학처럼 고고한 의원님이면 다른 사람을 찾아보는 수밖에요."

당혜원은 약간 걱정스러워하는 눈치였지만, 우선 주약선에게 다시 서신을 보내보면 답을 받을 수 있겠지.

하지만 당혜원이 주약선을 칭찬하는 것을 보면 괜찮은 사람 같으니 아마 알아들을 거다.

"자, 그럼..."

이 이상의 이야기는 의미가 없으니, 나는 대화의 끝을 알리며 당혜원의 옷을 벗기기 시작했다.

당혜원은 옷을 벗기는 내 손길에 호응은 해주었지만 대화는 끝내지 않고 계속 입을 열었다.

"으응... 그러고보면 우리 아가가 태어날 때는 주 의원이 와주기로 했는데..."

"그래요?"

그러면 마교로 가기 전에 한 번쯤은 얼굴을 볼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래도 그 때는 혜원도 딴생각하지 말고 몸조리할 생각이나 해요. 아이 낳는게 쉽나 뭐. 다 회복하고 나서 마저 생각해봐요."

"응, 그럴게요..."

당혜원의 배는 정말 산처럼 컸다.

이제 아이는 만으로 9개월이 다 되어가니까, 이보다 더 커질 수 있을까 싶다.

걷기 운동도 꾸준히 했고, 운기행공도 하고 있으니까 괜찮긴 하겠지.

"예뻐..."

이제 내 말에 당혜원은 굳이 부정하지는 않고, 웃음이 나올 것 같은 얼굴을 씰룩거릴 뿐이었다.

아이까지 품은 몸을 부드럽게 안아올려 침상에 올린 나는, 허겁지겁 옷을 벗어던지고 끈적하게 젖은 다리 사이의 기분좋은 구멍으로 자지를 밀어넣었다.

"아읏...♥"

늘 그랬듯 자궁에 내력을 채우기까지 잠시 시간을 뒀다가, 자지를 왕복시키는 즐거운 시간.

만삭의 배에도 불구하고, 당혜원의 압도적인 가슴은 그 존재감이 전혀 부족하지 않았다.

'이제, 태어났으려나?'

아마 지금쯤이면 언소영과의 아이가 태어나지 않았을까 싶다.

남자아이일까, 여자아이일까? 사실 어느 쪽이든 상관없었다.

그저 언소영과 아이 모두, 건강하기만을 바랄 뿐이었다.

"혜원, 아이도 좋지만, 산모도 건강해야되는거 알죠? 음식도 잘 먹고, 운동도 잘 하고, 또..."

"같이 있어줄 거잖아요? 걱정이, 아응♥ 너무 많은 것 아니에요?"

"그래도 본인이 조심하는게 가장 좋잖아요..."

배가 더 커진 탓에 아무리 내력으로 보호해도 질의 길이 자체가 짧아져서 자지를 힘차게 퍽퍽 박아주기에는 어려움이 많았다.

덕분에 여유롭게 웃으면서 대화를 나누고, 허리의 놀림은 어디까지나 부드럽게.

서로의 감촉을 즐기는 소프트한 섹스를 즐기게 되었다.

"이제 아이도 아빠가 얼마나 나쁜 사람인지 잘 알게 됐을 것 같아요..."

"엄마를 얼마나 사랑하는 사람인지 알게 되겠죠."

그렇게 우스갯소리를 주고 받은 끝에, 사정.

격렬함은 부족했지만, 서로의 애정을 느끼면서 즐기는 섹스 역시 충분한 만족감을 주었다.

부디 아이가 무사히 태어나기를.

나는 당혜원의 이마에 입술을 맞추며 그저 그렇게 기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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