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푸색마 19 EP.128 따뜻하죠? (1)
"나, 나더러 옷을 벗으란 말인가?"
"예."
나는 최대한 아무렇지도 않게 보이기 위해 신경을 써서 말했다.
떡각을 잡는다? 전혀 그런 생각이 아니었다. 정말 이대로 버티다가는 둘 다 사이좋게 동태가 되서 죽을 것 같았다.
"저, 정말 맨살끼리 맞대면... 효과가 있는 것 맞는가?"
"예."
몽아는 예쁘게 생긴 밀프다. 맞다. 하지만 치명적인 문제가 하나 있었으니...
'머리...'
머리를 밀었어도 예쁜 얼굴이지만, 그와는 별개로 기이한 것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이 있다.
머리카락이 있는 여자와는 느낌이 다른 것이다.
몽아는 당황한듯 했지만 내 태도가 너무 태연하기 때문에 뭐라 말하기도 어려운 모양이었다.
"사태, 우선 살아야되지 않겠습니까?"
죽은 놈들에 대한 생각조차도, 이 생존해야한다는 본능 앞에서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그, 그렇지만..."
하지만 이 방법이 효과가 없을 경우 우리가 시체로 발견되었을 때는 다 벗고 끌어안은 상태로 죽어있겠지.
아마 몽아는 그런 생각을 하면서 망설이는게 분명했다.
나는 몽아의 한 손을 내 두 손으로 꼭 잡았다.
"괜찮을 겁니다. 믿어주세요."
몽아는 눈을 질끈 감았다.
"저, 정말 믿어도 되는 거겠지?"
나는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고, 몽아는 안절부절 못하더니 마음을 정한듯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뒤, 뒤를 좀..."
나는 몸을 뒤로 돌린채, 봇짐의 천을 펴서 바닥에 깐 다음 그 위에 속옷을 제외한 내 옷을 벗어서 올려놓았다.
사방 1장, 즉 가로세로 3미터 남짓한 공간이었기에 몸을 돌려도 옷을 벗는 소리가 훤히 들렸다.
"버, 벗었네."
"우선 옷을 바닥에 마저 깔아주시죠."
나는 여전히 고개를 돌린 상태였고, 바닥에 몽아가 마저 자기 옷까지 깐 다음, 그 위에 다시 다른 봇짐의 천을 덮었다.
물기는 최대한 몸에 닿지 않도록 깐 옷더미 위에 누운 나는 안에 털가죽을 덧댄 장포와 담요까지 덧대어 덮었다.
"이제 들어오세요."
"...알겠네."
몽아가 조심조심, 이불 안으로 들어왔다. 마치 나와 몸이 닿는 것을 두려워하는 것 같은 태도였다.
하지만 머리까지 뒤집어쓴 이 좁은 공간 안에서, 서로가 몸이 닿지 않을 방법은 없었다.
"사태... 이제 안습니다?"
"..."
나는 흠칫대면서 천천히 몽아의 등에 팔을 감았다. 몽아는 대답하지 않았지만 순순히 내 품 안으로 들어왔다.
부드럽다.
빛 한 점 들어오지 않는 이 칠흑같은 공간에서, 눈으로는 보이지 않는 부드러운 몸을 전신으로 느끼고 있다는 사실.
상대가 몽아라면 발기하지 않을 것 같았는데, 내 오만이었다.
"자, 자네..."
"죄송합니다..."
내 가슴을 스치는 젖가슴의 감촉도, 고간에 마주 닿는 털의 감촉도, 자극의 현실감을 더해주었다.
몽아의 등 위에 얹힌 내 오른손에, 그녀의 심장 고동까지 전해지고 있는 상황인 것이다.
내 사죄에 몽아는 화도 내지 못하고 삭이고 있는듯했다.
"나, 남편 분이 있으셨다고 하니까 아시겠지만, 남자들은 그게... 앗."
"...이해했네."
아무래도 남편 이야기를 할 때마다 표정이 안 좋아서 말을 안 하려고 했는데 무심결에 꺼내버렸네.
몽아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말이 없었다. 그저 그녀의 숨결만이, 조용히 내 목덜미를 데우고 있을 뿐이었다.
힘들다.
전신에 닿는 살결은 부드럽고, 어쩐지 살냄새도 좋았다.
남편 얘기까지 하고 보니까 정말 이 여자가 미망인이구나, 하는 생각이 내 뇌리를 잠식했다.
"마, 많이 힘든가?"
"예, 예?"
그 와중에 물어온 몽아의 질문은 나를 당황시키기 충분했다.
"그, 그러니까, 신경쓸 것 없네. 자네가 아니었어도, 그 상황에선 분명 어쩔 수 없는 일 아니었는가."
"예, 예...?"
무슨 소리를 하는지 이해하기 어려웠다.
"분명... 타인의 생명을 거두는 일은 잘못된 일이지만, 불가항력이란 존재하기 마련이네."
"사태..."
몽아는 내가 못 견뎌하는 것이 자기 몸이 아니라 살인의 죄책감이라고 생각하는 건가?
지금 다시 떠올려봐도 별로 반가운 기억은 아니었다. 하지만 지금처럼 압도적인 촉감 속에서도 떠오를 일은 아니... 아!
"정말, 정말 그랬어야했을까요?"
"먼저 악의를 가지고 온 것은 그들이네. 나는 불자된 몸으로 그것을 잘한 일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어쩔 수 없었다고도 생각하네."
"사태... 사태..."
나는 본능적으로 느꼈다. 여기서는 일단 몽아의 말에 편승해두는 편이 이득이라고.
어느새 몽아 역시도 내게 팔을 뻗어 등을 가볍게 두드려주었다.
"무림에 적을 둔 자라면 누구라도 한 번씩은 고민해보는 일이네. 제 한 몸의 무예로 세상을 헤쳐나가는 것이 무림인 아닌가."
"..."
"내 부디 바란다면, 소협이 그 마음을 잃지 않기를 바라네. 손을 쓰는 것이 옳았는가 의문을 갖지 않게 되어버리면, 그건 사람이 아니야, 짐승이지."
의외로 건실한 충고를 해주는 와중에 미안하지만, 나는 점점 더 육체의 밀접도를 높여 나갔다.
그녀의 상반신은 어느새 내 몸에 단단히 달라붙어있었고, 서서히 고간을 배에 밀착시킨다.
"끊임없이 고민하고, 방황하게. 그것이 자네를 올바른... 꺄앗! 무, 무슨 짓인가!"
몽아는 뒤늦게 내가 더욱 달라붙어오는것을 알았는지 비명을 질렀다.
"소, 소협, 설마, 설마...!"
"사태, 잠시만, 이대로... 너무 힘이 듭니다..."
내 간절한 목소리에 날 밀어내기 위해 꾸물거리던 몽아의 몸이 멈춘다.
"사람의 체온이, 필요해요. 제발. 나한테서 멀어지지 말아요...! 날 혼자 두지마..."
"소협... 흐읏!"
몽아는 내 목소리에 마음이 약해진듯 했다. 뒤로 빼던 허리가 다시 앞으로 당겨진다.
도로 떨어졌던 하반신이 다시 밀착할 때는, 몽아의 다리 사이에 속옷 바깥으로 밀려나온 자지가 끼워지게 된 것이 차이점이랄까.
"이건, 이건 빼게. 소협도 알겠지만 나는..."
"그냥, 이대로 있어줘요... 제발... 네?"
보지에 파고든 것은 아니지만, 언제든지 들어갈 수 있는 사정권에 놓인 것이 불편한듯 몽아는 내게서 벗어나려고 다시 힘을 줬다.
하지만 내 자지가 다리에 끼워진 상태로 가만히 있다는 것을 곧 알아차린 몽아는 나를 밀치는 것을 그만두었다.
"절대, 넣으려고 하지 말게. 그랬다가는 정말 그냥 두지 않을 거야."
정확하게 선을 긋는 태도. 기대도 안 했지만 역시 삽입까지는 받아들이지 않을 것 같다.
하지만 이 상태로도 할 수 있는 일은 있지. 나는 몽아의 겨드랑이 밑으로 손을 뻗어 천천히 주물렀다.
"소, 소협...?"
"따뜻하죠...?"
직접 가슴을 주무르지 않더라도, 주변을 마사지해서 혈류가 활성화되면 가슴 역시 영향을 받게 된다.
"으읏... 이제, 그만..."
"몸이 따뜻해지지 않아요...?"
"그건, 흣, 맞네만..."
가슴의 감도가 점차 올라오고 단단한 젖꼭지가 젖가리개 너머로 내 가슴을 스치는 것이 느껴진다.
울먹이는 듯한 격한 숨소리가 귀에 울릴 때마다 어떤 표정으로 헐떡이고 있을지 궁금해진다.
젖꼭지가 단단해진 시점에서 내 손은 등을 어루만져주다가, 서서히 옆구리를 향해 손을 내렸다.
쏙 들어간 옆구리의 보드라운 살결이, 주물러줄 때마다 조금씩 열기를 띤다.
"흐읏... 그만, 하게엣...!"
"따뜻해지라고 하는 거니까... 조금만 참아주세요."
역시 생각이 바뀌었다. 당장 섹스는 못하더라도, 이 부드러운 몸을 즐겨야겠다.
몽아는 사내의 단단한 몸에 안긴 채 여기저기 정신없이 몸을 주물러지고 있었다.
겨드랑이부터 시작해서, 등을 지나 옆구리를 쓰다듬던 손은 이제 배를 만지작대고 있었다.
'여, 역시 날 희롱하려고...!'
분명 손놀림은 여인을 희롱하는 자의 그것인데, 사내의 매달리는 듯하던 목소리가 마음에 걸려서 힘을 줘서 뿌리칠 수가 없었다.
사내는 그녀의 옆구리를 크고 투박한 두 손으로 쥐고, 엄지손가락이 원을 그리듯 위아래로 배를 쓸었다.
점차 아랫도리의 감각이 선명해지고, 그 밑을 점령하고 있는 남근의 존재감이 홧홧하게 전해져온다.
"자, 따뜻하죠...?"
따뜻하긴 따뜻했다.
하지만 동시에 감각이 일깨워져 사내의 단단한 몸에 닿는 피부가 민감하게 사내를 느낀다는 것이 문제일뿐.
'하지마, 하지마...!'
단단하게 부풀어오른 유두가 사내의 가슴에 쓸릴 때마다 찌릿거리는 쾌감이 몸을 음울하게 데워갔다.
분명 사내를 만나기 이전이었더라면, 그녀는 매몰차게 사내를 밀쳐내고 계도할 수 있었으리라.
하지만 뒷구멍을 만지는 쾌감을 깨달아버린 이후부터 몽아는 음행에 완전히 떳떳한 입장을 유지할 수가 없었다.
"이, 이러지 말게, 소협... 흐읏...!"
"왜 그러시죠?"
사내는 당황한 듯 물어왔지만, 과연 본심은 어떨까.
사내의 손은 결코 젖가슴이나 음부 같은, 절대 건드려선 안 될 곳에는 닿지 않았다.
그저 조금씩, 조금씩, 몸을 데워올 뿐.
이래서는 희롱당했다고 화를 내봐야 몽아만 이상한 사람이 될 뿐이었다.
"하아..."
"흐읏...!"
뜨거운 숨결이 그녀의 목덜미를 스쳐오자, 몽아는 등골이 떨렸다.
한편으로는 바짝 긴장했다.
마치 벌레에게 갉아먹히듯 사내의 손길이 제 몸을 더듬어지는 끝에, 기어코 건드려서는 안 될 곳을 건드리는 순간이 올 것이다.
그 때 몽아는 노성을 토해내며 사내를 꾸짖어주리라고 마음 먹었다.
'그래, 조금만, 기다리면... 응?'
몽아는 제 다리에 닿은 딱딱한 물건을 느꼈다.
마치 구슬이 여러개 이어진 것 같은...
'이, 이게 왜 여기에?'
분명 봇짐 깊숙한 곳에 숨겨두었을 터였다. 봇짐의 천을 벗겨내기는 했지만 짐 사이에 끼어서 빠져나올 일이 없는 물건인 것이다.
뒷구멍을 만지기 시작했던 그 날부터, 손으로는 부족함을 느껴 충동적으로 만들어낸 물건.
기름을 발라 제 항문에 밀어넣는 음습한 즐거움에 쓰이던 물건이 어째서 바깥에 나와있다는 말인가.
'혹시?'
눈앞의 사내가, 이 물건이 어디에 쓰였는지 알고서 꺼냈을까?
항문을 드나들며 체액과 기름을 빨아들여 번들거리는 그 물건의 정체를 알고?
'아니야, 그럴리가...'
"앗!"
잠시 그녀가 장난감에 정신이 팔려있던 사이, 남자는 제 몸을 돌려 바로 눕는 것과 동시에 몽아를 들어올려 제 몸 위에 올려놓았다.
"무, 무슨 짓인가, 이것 내려놓게...!"
"괜찮아요, 정말, 이상한 짓 안 할 거니까..."
그녀의 옆구리를 잡고 있는 손과, 다리 사이에 끼워진 물건이 묘하게 불안했다.
아니나 다를까.
사내의 남근이 서서히 다리 사이에서 진퇴하기 시작했다.
"자, 이러면 더 따뜻하죠?"
몽아는 허벅지의 살집 사이에서 움직이는 남근의 감촉에 제 다리가 달궈지는 것을 느끼고, 눈을 질끈 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