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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푸색마-121화 (121/383)

밀푸색마 EP.121 실은 제 사부가 (3)

당가로 돌아온 다음날, 나는 당혜원의 안가로 출발했다.

아이는 자라고 있는데 막상 곁에는 돈으로 고용한 사람밖에 없으니 마음이 허하겠지.

나는 만나자마자 당혜원을 뜨겁게 안아주려고 생각하고 있었다. 불청객이 있던게 아니라면 말이지.

"사부님... 왜 여기 있는 겁니까?"

뜬금없이 사부가 여기에 있으니 내 목소리가 떨떠름하게 나간 듯 내 말을 들은 사부도 표정이 안 좋아졌다.

"왜, 제자가 여기에 올 걸 알고서 미리 온 것이 그렇게 잘못이냐?"

"아뇨, 전혀 그런 건 아니고요."

나는 즉시 꼬리를 말았다.

"윤... 다친 곳은 없구요?"

"전 괜찮아요. 혜원도 그동안 괜찮았어요?"

당혜원은 내 두 손을 마주 잡고 내 몸을 여기저기 살폈다. 사실 어깨를 다쳤지만 운기조식을 꾸준히 해줬더니 보름동안 깨끗하게 나았다.

"괜찮았어요, 그동안은 그냥 쉬었으니까..."

당혜원의 배가 더 커졌다. 예전에는 그냥 똥배보다 조금 큰 정도였는데 지금은 누가 봐도 아이가 들어있는 배다.

"아가, 잘 있었어? 아빠 이기고 왔어...!"

"흠, 흠..."

당혜원의 배 위에 입을 맞추면서 애틋한 심정으로 쓰다듬는데 사부가 옆에서 초를 쳤다.

"회포를 푸는 것도 좋다만 해야할 이야기가 있지 않느냐?"

그건 사실이었다. 사부는 하오문을 통해 검성의 조기 귀환을 알아냈고, 당혜원을 통해 내가 달아난 상황도 알고 있었다.

"일단 검성 그 미친개를 피해 도망친 일은 아주 잘했다. 계속 곁에 있었더라면 의심받았을 것이 분명하니..."

하지만 그 다음이 문제였다. 하오문은 소식을 전달하는 속도가 상당히 빠른 것인지, 말을 타고 그럭저럭 부지런히 온 나보다도 소식이 빨랐다.

"팽가에 있는 동안, 마교와의 충돌에 휘말린 것 같더구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려다오."

사부는 애초에 남의 집 다툼에 휘말리는 것을 싫어한다. 사부 인생은 첫째가 등선이고 둘째가 색마질이니까.

나는 사부에게 하나하나 말했다.

팽가가 관부와 손을 잡고 세력을 키우려고 했던 것.

그것을 마교에 이용당해 뒤통수를 얻어맞았다는 것.

마교 쪽은 소교주와 이장로가 있었고, 팽가를 살려주는 조건으로 사부를 설득하는 것과 내가 마교로 가기로 했다는 것까지.

"불가."

"예, 그럼 설득은 실패했다고..."

"아니, 그 이야기가 아니다. 오히려 그쪽이라면 나름대로 융통성을 발휘해줄 의향이 있다. 하지만 후자는 안 돼."

하긴, 마교 갔다가 인질이 될 가능성도 있기는 하지. 사부가 정말 무섭다면 감히 그러지는 못하겠지만 영호경의 반응을 봐서는 그럴 수도 있다.

"이 녀석아, 어차피 네가 가만히만 있었어도 그놈들이 너를 건드리지는 못했다. 뭐 때문에 팽가를 감싼 것이냐? 응?"

사부는 내가 괜한 오지랖을 부렸다고 했다. 정사대전이 일어나지 않게 막는 것이야 좋지만 그보다도 나 자신을 더 소중하게 여겼어야한다는 이야기였다.

"사부님...! 제자 감동했습니다...!"

"징그럽다, 이 녀석아."

사부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어차피 시간은 있으니 뒷일은 천천히 생각해보기로 하고... 그 외에는? 더 할 이야기가 없느냐?"

앞으로 이 집에 자주색 깃발을 걸어놓으면 사부가 찾아오기로 했다.

지금까지는 사부가 오기만을 기다리는 수동적 상황이었기 때문에 그나마 연락이 원활해지게 된 셈.

하지만 당장 해결해야될 화두가 하나 더 남았다.

"끄응... 다른 아이들에게도 이야기할 셈이더냐? 스승이 누구인지."

"예. 사부님께서는 허락만 해주시면, 알아서 하겠습니다."

사부는 당혜원에게 잠깐 시선을 준 다음 말했다. 애초에 사부는 내가 따먹은 여자들을 꾸역꾸역 안고가는 것을 그리 달갑지 않게 여기긴 했다.

하지만 이대로 이야기를 안 하고 두면 검성이 살아있는 한, 어쩌면 죽은 다음에도 골치아파질 가능성이 있다.

사파로 클래스체인지 하는 순간 그 여자들 중에 돌아설 사람들이 생길 수도 있고, 그 사이에서 가진 아이 역시 빼앗길지도 모르는 일이었으니까.

그렇다고 아이를 안 낳는 것도 조금... 그렇다. 이미 아이를 가진 여자들도 있으니까.

"윤, 꼭 말해야되나요? 그냥 어쩌다가 어르신의 무공을 얻어서 같은 무공을 쓴다고하면..."

대외적으로는 사부와의 관계를 부정하라는 당혜원의 의견에 나는 고개를 저었다.

"강호에는 당연히 그렇게 말할 수도 있겠죠. 검성이 신경쓰고 있다면 그것도 어려울지 모르지만... 하지만 연화 상대로는 안 돼요."

당장 팽연화와는 사부를 놓치고 나를 납치당한 자격지심에서 시작된 관계였다.

그만큼 당시 사건이 뇌리에 각인되어있을 거고, 무공만 같은 거라고 이야기해도 대번에 의심할 가능성이 높다.

'무공만 같은 타인이라면 혈마가 살려보낼리가 있느냐고 물을지도 모르지.'

팽연화가 의심한다면 어머니도 알게 되기까지 그리 긴 시간이 필요하지 않다.

"알아서 하거라."

"어르신...!"

미간을 좁혔던 사부의 말에 당혜원은 어처구니가 없는듯 말했지만 사부의 대답은 태평했다.

"너는 제자보다도 무공이 낮은 것 같으니 설명해주자면, 떳떳하지 못한 마음이란 무공에도 영향을 미치게 되어있다."

"...?"

"심, 기, 체. 이 세가지가 완벽하게 조화를 갖춘 무인이야말로 절대의 길을 걸을 자격이 있지."

어안이 벙벙한 표정의 당혜원에게 사부는 더 설명해줄 생각이 없는 듯했지만, 당혜원은 납득하는 수밖에 없었다.

요점은 내가 괜히 찔리는 짓을 하고 있으면 내 무공에 악영향이 온다는 이야기였고, 그걸 주장한 사람은 천하제일고수였으니까.

아무튼 사부의 동의를 받아낸 이상, 어떻게 사실을 밝힐 것인가는 완전히 내 몫으로 넘어왔다.

"그럼 이제 더 할 이야기는 없는 것이냐?"

"예, 사부님."

"그럼 따라나오거라."

응?

"무공이 그동안 얼마나 늘었나, 구경이나 하자꾸나."

난 여기 당혜원 만나러 온 건데... 표정이 썩을 것 같았지만 나는 필사적으로 참고 바깥으로 나섰다.

그래, 그동안 무공도 제법 열심히 했는데 이 참에 제대로 점검받는 것도 괜찮겠다.

근데 '겨우 이 정도 늘었느냐? 이제부턴 사부가 가르쳐주마!' 하는 건 아니겠지?

아니 가르쳐주는 건 상관없는데 내 밀프섹스 라이프는?

'반드시, 제대로 해야겠다...!'

세간이 말하기를 혈마, 하지만 본인은 꿋꿋이 색혈마라 주장하는 이자성은 제자가 뿜어내는 기세가 제법 정련된 것을 깨닫고 이채로운 기색을 띠었다.

그 자신이 일류일 때는 이 정도로 성장할 수 있었던가?

강윤처럼 빠르게 내공을 성장시킬 수 없었던 이자성은 정확한 비교는 어렵지만, 성장 자체는 강윤이 더 빠르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천하제일의 기재였던 젊은 날의 이자성은 제아무리 머리로 이해하는 것이 있어도 완성되지 못한 육체가 생각에 따라가지 못하는 경우가 있었기 때문에 공평한 비교가 아니긴 했지만.

'이만해도 대단하지.'

무작정 힘있게 몰아붙이는 기세가 아닌, 완급을 가지고서 적당히 상대를 살피는 노련한 느낌이 조금 붙은 것 같았다.

'절정까지도 그리 오래 걸리지 않겠어.'

하지만 스승된 자, 제자에게 쉽게 칭찬을 남발해서는 안 되는 법.

이자성은 무거운 표정을 유지하며 손바닥을 까딱였다.

과연 제자는 신중하게 거리를 좁혀왔다. 그 보폭이 불규칙한 것이, 어지간한 동년배라면 어어 하는 사이 접근을 허용할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이자성에게는 별 의미가 없었다.

이미 제자의 모든 공격이 보였기 때문에, 그보다 한 수나 두 수 정도 위를 유지하며 계속 굴렸다.

제자는 사정없이 사부의 두 어깨를 향해 손날을 내리치거나, 지력 맺힌 손가락으로 찔러들어왔지만 모조리 간파해주었다.

'잘 배웠구나. 여행중에 의모에게도 수련을 받았다더니, 잘 배웠어.'

이 정도면 적어도 1,2년 안에는 절정, 길어도 20년 안에는 초절정을 노려볼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이자성은 제자의 마음 속에 피어났을지 모르는 자만심을 다시 한 번 꺾어줄 필요성을 느끼고 손에서 와선풍이 부는 듯한 장력을 밀어냈다.

세차게 나선을 그리며 전진하는 장력의 태풍은 갇히면 끝장.

힘을 조절했으니 죽지는 않겠지만 다 지나가고 난 다음에는 기력이 쪽 빠지리라.

사사사삿

상대적으로 나아가는 속도가 느리기에 회피를 시도하지 못하도록 지풍으로 견제할 필요가 있었지만, 위력만큼은...

"아니...?"

지풍에 회피가 막힌 제자는 결국 와선풍에 대항하는 선택을 했는데, 그 다음 순간 이자성은 탄성을 내지를 수밖에 없었다.

끝없이 움직이는 와선풍의 핵을, 제자가 연이어 쏟아내는 지풍이 정확히 관통한 것이다.

그것도 일격에는 깨뜨릴 수 없는 핵을, 이동하는 와중에도 몇 번이나 쏘아맞춰서.

같은 초식을 제자 역시 익히고 있었기 때문에 파훼법을 알고 있었다는 점은 당연했다.

하지만 그 핵을 어떻게 파악할 수 있느냐가 문제였다.

이자성은 사부가 탄성을 내지르거나 말거나 몸을 뒤틀어 뛰어오르며 사부의 머리를 잡으려고 시도하는 제자의 손을 잡아당겨 끌어내렸다.

"제자야!"

어안이 벙벙해진 얼굴로 손이 구속된 제자의 얼굴을 보며 이자성은 확신했다.

제자가 절정고수가 되는 날이, 생각보다 멀지 않을 것 같다고.

젠장, 이것도 잡히네.

사부의 머리를 잡아서 패대기를 쳐주려고 했는데. 수련 중에 스승에 대한 공경이 어쩌고 하는 사람이 아니니까 시도해본 건데.

당연히 실패하겠지만 적어도 사부가 본 실력의 절반 정도는 보여주면서 회피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있었다.

'그래도 좋아하는 것 같기는 해서 다행이네.'

괜히 무공체크 들어가서 '겨우 실력이 이 정도 늘었느냐? 아미산으로 돌아가자!' 같은 소리가 나올까봐 걱정했지만 사부의 반응은 고무적이었다.

"어떻게, 어떻게 현천선회를 막은 것이냐?"

현천장법 중의 육 초, 더럽게 느리지만 대신 위력은 절륜한 현천선회. 그걸 파훼하려면 와선풍의 중심을 이루는 핵을 깨뜨려야한다.

그런데 나로서는 할 말이 없다. 그냥 보였고, 내 손이 움직여서 맞췄을 뿐이니까.

"그냥 보이던데요...?"

그러자 사부는 미간을 모았다. 기분이 상했다기보다 뭔가를 생각하는 듯했다.

전부터 보이기는 보였다. 맞추지를 못하던게 문제지.

하지만 수련을 하고 실력이 쌓이면서 이번에는 맞출 수 있게 된 것 같았다.

"역시, 아직 완전하지는 않은 것 같구나..."

뭔 소리인지는 알 수 없지만 그래도 기분좋게 고개를 끄덕이는 것을 보니 사부의 기준을 충족시킨 것 같았다.

지켜냈다! 나의 밀프섹스 라이프!

나는 주먹을 불끈 쥐고 기뻐하다가 창문을 열고 구경하고 있는 당혜원에게 팔을 크게 흔들어주었다.

승천할 것 같은 내 기분은 사부가 원론적인 잔소리로 신신당부하는 동안에도 계속 이어졌다.

"앞으로도 무공 수련은 절대로 게을리하지 말고..."

요점은 무공수련을 게을리하지 말고 색천문의 계승자로서 등선을 위해 일로매진하라는 이야기였다.

아, 암요암요!

난 기분좋게 웃으며 사부의 말을 반쯤 흘려들은 다음, 사부를 마중하고나서 부리나케 당혜원이 기다리고 있는 실내로 뛰어들어갔다.

드디어 미뤄졌던 임산부 섹스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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