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밀푸색마-92화 (92/383)

밀푸색마 EP.92 그럼 해보시던가 (1)

나는 풀려났다.

솔직히 아슬아슬했다. 의도하지는 않았겠지만 가슴을 내밀면서 자기 거가 되라니...

꼴리는 밀프가 그러고 있으니 진이 빠진 상태가 아니었으면 자지가 즉시 풀발기했을 것이다.

영호경이 중간에 마기를 한 번 켜지 않았으면 정말 콩깍지 씌여서 그대로 끌려갈뻔했다.

'좆됐네.'

마기를 느끼기 전까지만 해도 어쩌면 마교에서 밀프로 주지육림을 즐길 수 있을 거라는 상상도 잠깐 했다.

마교도 사람 사는 동넨데 꼴리는 밀프가 몇 없겠냐? 밀프왕 조조 라이프 쌉가능이겠지만...

문제는 정순한 내공을 가진 내 몸이 마기에 대한 거부감을 지울 수가 없다는 점이었다.

영호경처럼 마기를 완전히 감출 수 있다면 모를까, 사천에서 만난 마교 머저리 같은 경우에는 마기도 못 감추지 않았던가.

마교 밀프는 내게 있어서 달콤하지만 냄새나는 먹이나 다름없었다.

'근데 영호경은 솔직히... 따먹고 싶다.'

아니, 어쩌면 답이 있을지도 모른다. 사부를 다시 만나면 물어볼게 또 늘었네.

분명 사부는 정사파를 가리지 않고 따먹었다고 들었으니까 마교녀의 마기가 주는 불쾌감을 어떻게 지우는지도 알 것이다.

믿습니다, 사부에몽!

"어머, 윤아? 오늘은 못 들어올 거라고 하지 않았니...?"

하지만 일단 집에 돌아왔다. 무슨 일이냐며 당황한 표정의 어머니가 내게 물어왔다.

나는 생각보다 몸에 쌓인 피로가 커서 가는 길에 돌아왔다고 말했다.

영호경은 테스트 삼아 나를 기세로 짓눌러본 모양인데, 팽연화가 하던 것과는 차원이 다른 압력이었다.

영호경이 팽연화보다 윗줄일까? 잘 모르겠다. 아마 나에 대한 기대치가 달랐던 것뿐이겠지.

'아무튼 이 상태로는 술이고 나발이고 못 마셔...'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나를 보는 어머니에게 아버지 몰래 키스를 하고, 나는 일단 침상에 누웠다.

영호경의 갑작스러운 등장으로 오늘 술판은 파토가 났고 강호에서 쌓을 인맥에도 타격이 조금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어쩌면 매소향을 따먹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에 자지가 뿌듯해져왔다.

'고맙다, 능풍연.'

약은 약사에게, 진료는 의사에게. 그걸 몰랐던 니 잘못이다.

"풍연아, 대체 어디서 그런 영약을 얻었단 말이냐? 어서 대답 못해?"

매소향은 아들의 열리지 않는 입이 답답해 죽을 지경이었다.

"...이겼으면 된 것 아닙니까? 문제없는 경로로 얻은 것이니 염려마십시오."

"문제가 없어? 이미 자소단을 먹은 네가 갑자기 내공이 늘었는데, 본파에서 정말 아무 말이 안 나올 거라고 생각하느냐?"

"..."

화산파의 영약은 의약전에서 관리되며, 제자들이 복용하는 모든 영약을 파악하는 것이 원칙.

물론 제자가 사적인 경로로 입수하는 영약 역시 인정하지만, 적어도 입수 출처 정도는 파악하는 것이 보통이었다.

능풍연이 사제에게서 압수한 영약을 충동적으로 먹어치운 이상, 답을 할 수 없는 것은 당연했다.

'어디 가서 떠들었다가는 경을 칠 거라고 해놓았으니 당분간은 입을 다물고 있겠지.'

자신이 먹은 것을 대신할 적당한 영단을 구해주마 했으니, 능풍연은 달리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문제는 매소향이었다.

"왜 어미에게 말을 못하는 것이야... 설령 문제가 있다고 하더라도 어미가 다 덮어줄 수 있다는걸 왜 몰라..."

매소향은 그렇게 아들을 감싸고도는 태도야말로 아들에게 반발심을 불러일으킨다는 것을 몰랐다.

언제까지 강보에 싸인 아기처럼 싸고돌 것이란 말인가.

'나도 이제 강호에 인정받았단 말입니다!'

같은 위치라고 해도, 그 제갈미령의 가짜 아들과는 수준이 다르다고 생각했다.

비열한 수를 부려 승리를 훔친 그 자와는 달리, 자신은 정정당당하게 승리를 쟁취해낸 것이다.

"어머니, 문제없는 경로이니 염려마십시오. 단지 제공자로부터 허락을 받아야하기에, 지금은 답변을 못 드리는 것뿐입니다."

자못 부드럽게 말하고 있었지만, 능풍연이 억지로 분을 참으면서 입을 열고 있다는 것을 모를 매소향이 아니었다.

매소향은 한숨을 폭 쉬며 아들에게 다짐을 받았다.

"정말 믿어도 되는 거겠지...?"

"물론입니다. 답이 오면 제일 먼저 어머니께 알려드리겠습니다."

물론 그것은 사제에게 줄 영약이 준비되었을 때의 이야기일 것이다.

언제가 될지는 모르지만, 능풍연은 반드시 준비해줄 생각이었으니 거짓말이 아니게 되는 것이다.

정말, 언제가 될지는 모르지만.

매소향은 반신반의하는 표정이었지만 어쩔 도리가 없었는지 결국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화산파에서 나올 반발은 매소향이 충분히 막아줄 수 있기에 그런 것이기도 했다.

매소향은 그리 걱정하지 않았다. 그날 저녁, 자신의 처소 서탁에 놓인 서신을 발견할 때까지만 해도 분명 그랬다.

나는 바짝 긴장하고 있었다. 다른게 문제가 아니었다.

'생각해보니까 글씨 제대로 써보는거 처음이었다...!'

흑막처럼 편지를 딱 써놨는데 글씨가 삐뚤빼뚤해서 갓 서당 다니는 학동 같은 글자로 써있으면 웃기잖아.

기껏 아무도 오지 않는 것을 몇 번이나 확인한 외진 봉우리에 있는 정자까지 불러냈는데. 참고로 원래 여긴 어머니랑 쓸 계획이었다.

아버지 일을 돕느라 숫자 밖에 안 써봤던 나는 가슴이 콩닥거렸지만, 매소향이 무거운 얼굴로 나타난 것을 보니 별 문제는 없는 것 같았다.

"잘 오셨습니다, 매 여협."

"이 서찰에 적힌 내용을... 설명해줘야겠네."

애써 태연한 표정을 짓는 매소향이었지만, 어두운 밤에도 충분히 창백해진 얼굴이라는 것을 알 수 있을 정도였다.

"이미 충분히 설명되어있지 않습니까? 아드님께선 마교에서 조제된 마단을 드셨고, 그것을 증명할 방법 역시 있습니다."

아무리 도가나 불가의 내력이 쌓이는 속도가 느려도, 오랜 세월 수련하면 결국 절정고수가 될 수 있다.

적어도 각 파에 몇 명 정도는, 산 속에서 수련에만 정진하며 살아가는 노도장들이 있기 마련.

그들 중에 그 마기를 감지할 능력이 있는 사람이 없다고 할 수 있을까?

"자넨 그걸 어떻게 알았지? 설명해줘야겠네."

"그건 중요한게 아니지 않습니까? 중요한 건, 아드님이 마단을 먹은 것이 사실인가, 아닌가지요."

사실 성혈단을 먹었다고 해서 마교의 꼭두각시가 된다거나 하는 부작용은 없다.

단지, 복용자가 마공을 익힌 사람이 아닐 경우 장기적으로 내공이 발전할 가능성을 크게 깎아먹는 것뿐.

'하지만 매소향은 그런 사실까지는 모른다.'

성혈단, 정파에선 마단이라고 불리는 그 환약을 먹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당장 전염병 환자 수준으로 격리될 것이 뻔하다.

구룡이라는 빛나는 이름도 나가리, 어쩌면 평생 산문 밖으로 나오지 못하는 인생이 될지도 모르지.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처럼 취급받게 될 것이 틀림없었다.

"아, 살인멸구를 시도하시더라도 소용없습니다. 제가 돌아가지 않으면 익명의 투서가 무림맹에 가게 되어있거든요."

스산한 살기를 피어올리던 매소향의 눈이 순식간에 가라앉았다. 그뿐인가, 곧 그 눈가에 눈물이 맺히기 시작했다.

"왜, 대체 왜 이러는가? 풍연이와 무슨 원수를 져서 이런다는 말인가?"

여우처럼 사내를 유혹하는 길다란 눈꼬리에 눈물이 맺히자, 그 파괴력은 굉장했다.

아마 보통 사람이었다면 죄책감을 느낄지도 모르겠다.

"풍연이가 악행을 저지른 것도 아닌데... 잘못해서 먹은 것뿐인데 대체 왜 이런다는 말인가..."

현대에도 비슷한 논리가 있긴 했다. 마약 먹고 사람이라도 팼냐고, 혼자 집에서 마약 흡입한게 무슨 잘못이냐고 하는 사람들.

"능 소협이 확실히 잘못을 한 것은 아니겠습니다만..."

"그럼...!"

"그럼 그냥 진실을 밝히면 되지 않겠습니까? 잘못이 없다면 말이죠."

잠시 기대감이 일렁이던 매소향의 표정이 썩었다.

애초에 마단을 먹은게 실수라는 것을 증명할 방법도 없을뿐더러, 실수였다고 해도 아무 소용이 없다.

언제 마교의 주구가 될지 모르는 위험분자가 되었으니까.

"...원하는게 뭔가?"

"이제야 대화할 준비가 되셨군요."

기가 꺾인 매소향의 눈빛을 본 나는 천천히 매소향의 앞으로 다가갔다.

예쁘게 빗어묶은 머리에, 과하지 않게 포인트만 준 화장.

여우 같은 눈꼬리의 화려한 미모.

두터운 궁장에 가려졌음에도 굴곡만으로 충분히 짐작할 수 있는 야한 몸매.

가까운 곳에서 서있으니 은은한 향기가 나는 것 같았다.

'향수? 향유? 뭐 그런걸 바르고 있나?'

"무, 무슨..."

내가 자신을 응시하며 가까이 다가오자 매소향은 흠칫대며 뒤로 물러서려고 했다.

하지만 내가 그녀를 지나쳐 그녀의 뒤에 서자, 눈을 크게 뜨며 나를 미친놈보듯 했다.

"매소향."

"말 조심... 꺄앗!"

내가 궁장치마를 들어올리자, 매소향은 내 손을 뿌리치며 물러났다.

"무슨 짓이야! 이 미친 음적...!"

"매소향."

다시 힘주어 이름을 부르자 매소향의 눈에 공포가 어렸다. 이제서야 실감해버린 것이다.

"아들 인생 망치기 싫으면, 이제부터 내 성처리 해."

내가 제 몸을 따먹고 싶어서 불러냈다는 것을.

매소향은 잠시 머리가 멈춰버린 것 같은 충격을 느꼈다.

'날? 왜?'

아들만은 못해도 준수한 외모의, 후기지수 중 제일이라는 구룡에 이름을 올린 자가 아니던가.

"저, 정말 색마, 음적이로구나...! 어떻게 이런 자를...!"

"뭐라고 하든 상관없으니까. 아들 인생 망치기 싫으면 벗으라고."

남자는 이제 불뚝하니 일어선 남근을 감출 생각도 없는듯, 바지 너머로 팽팽하게 차오른 그 형상을 그대로 드러냈다.

"내, 내 이것을 반드시 무림 전체에 알릴 것이다. 오히려 내 아들보다 네 인생이 더 망가지겠지!"

"그럼 해보시던가."

약점을 맞잡았다는 생각도 잠시, 남자는 태연하게 공멸할 것을 받아들이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허세 부려봐야 소용없어! 너는 이걸로 강호 무림에서...!"

"해보라니까? 내 인생이 바닥에 처박힐지 어떨지 몰라도, 네 아들 인생도 확실하게 나락에 떨어지는 거야."

분명 아들의 타격이 더 작을 것은 확실했다.

하지만 이 자는 잘 알고 있는 듯했다. 상대의 타격이 더 클 거라고 해서 어미인 매소향이 아들을 포기할 수는 없다는 사실을.

"못하지? 소중하고 귀한 아들이, 평생 애물단지 취급 받으면서 산문에 처박혀있길 바라지 않잖아."

매소향의 손이 덜덜 떨렸다. 상대는 다 간파하고 있었다.

'어쩌지? 어쩌지?'

풀려날 가능성이 보이질 않는다. 상대라고 인생이 망가질 것을 전혀 두려워하지 않는 것은 아닐터.

하지만 얼굴까지 드러내고 이렇게 협박한다는 것 자체가, 만약 진실을 밝힌다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아들의 삶을 망가뜨리겠다는 의지로 보였다.

"자, 착하죠? 어차피 여기에는 아무도 오지 않을테니까 걱정하지 말아요."

방금 전까지 반말로 몰아치던 태도가 바뀌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달래오는 남자의 말에 매소향의 생각이 서서히 기울었다.

정말 아무도 오지 않는다면, 한 번만 눈을 딱 감는다면 누구도 모를 일이었다.

자신의 잠시간의 치욕과, 아들의 남은 평생.

결론을 내린 매소향은 천천히 손을 움직여 옷깃을 잡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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