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푸색마 EP.71 이 뱃속에는 아가가 있어요 (1)
언소영은 착잡했다.
"그래, 그렇게 하렴. 변화의 맥을 읽는게 중요하단다."
"상대의 목적, 성향을 알고 있으면 예측이 훨씬 유리해지지. 하지만 항상 그런걸 알 수는 없으니 거기에 과하게 의존하는 것도 좋지 않아요."
"진각은 일정 수준 이상의 고수에겐 그 자체로도 의미가 있지만, 원래는 하체의 힘을 싣기 위한 수단이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여기에 온지 닷새가 지난 지금도, 강윤은 매일같이 땀을 뻘뻘 흘리며 무공수련을 받고 있었다.
본래 남이 무공수련하는 모습을 보는 것은 무림에서 금기에 속하지만, 어차피 남이라고 할 수 없는 두 사람이었다.
덕분에 처음으로 눈으로 본 어린 남편의 무공은 상당했다. 아니,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대단했다.
물론 내공수위에 비하면 정묘함이 많이 떨어지고, 나이에 비해서도 조금 뛰어난 수준일뿐 구파의 대제자급에 비하면 손색이 있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그가 어릴 적부터 무공을 익혔다면 그렇다는 뜻.
언소영만은, 다른 누구도 아닌 언소영만은 그 무공이 고작 반 년을 조금 넘는 기간동안 형성된 것을 알고 있다.
'굉장해...!'
물론 스승의 덕을 보기도 했을 것이다.
그의 사부는 천하제일인이며, 당가에 있는 동안은 화절 팽연화에게 가르침을 받았다고 들었다.
배움에 있어서는 절대 부족함이 없는 것이다. 오히려 과분할 정도.
하지만 같은 환경이 주어진다고 해서, 저 정도의 실력을 고작 반 년 사이에 기를 수 있을리가 없다.
내심 뿌듯함을 느꼈지만, 이리 뛰고 저리 뛰다 지친 강윤의 발이 느려지자, 다시 착잡함이 고개를 들었다.
'또... 오겠지?'
언소영은 제 허리가 들썩이는 것을 깨닫고 한숨을 쉬었다.
강윤은 어찌나 아기를 좋아하는지 기회만 되면 자신의 배에 대고 아기에게 사랑을 속삭였다.
처음에는 가슴 뿌듯한 광경이라고 생각해 별다른 생각이 없었다.
하지만 겨우 배를 쓰다듬고 입김이 닿을 때마다, 묘한 욱신거림이 아랫도리를 스치고 지나가는 것이다.
'내가 이상한 건가?'
강윤을 의심해보기도 했지만 역시 자신이 방사에 너무 많은 관심을 가진 것이라는 생각으로 기울고 있었다.
"무슨 생각을 그렇게 골똘히 해요?"
생각에 잠긴 사이 운기조식으로 피로를 날려버린 강윤이 해맑게 웃으면서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아무, 것도 아니에요..."
"힘든 일 있으면 말해요. 어디 아프거나, 먹고 싶은게 있어도 참지말고 꼭 말해요. 그건 엄마의 특권이 아니라 의무에요."
다정한 말에 언소영은 가슴이 찡해졌다.
'벌써 닷새나 참게 했는데, 이제 풀어줘도 괜찮지 않을까?'
언소영은 진지하게 고민하며, 늘 그랬듯 강윤에게 배를 내주었다.
"우리 아가, 잘 잤어요? 오늘은 아빠한테 대답 한 번 해볼까? 자, 여기 아빠 귀!"
"아직 대답 못해요..."
자기도 안다면서 너털웃음을 터뜨린 강윤이 다시 귀를 가져다대는 것을 보며 언소영은 풀어주느냐 마느냐의 고민에 빠졌다.
물론 고개를 돌린 강윤이 음흉한 웃음을 짓고 있다는 것을 언소영이 알 리는 없었다.
"같이 자자구요...?"
날이 기우는 시간, 꺼림칙하게 되묻는 언소영에게 나는 대수롭지 않게 보이게끔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냥 같이 자고 싶어서요."
나도, 언소영도 이것이 되도 않는 수작이라는 것을 안다. 이미 실컷 떡쳐서 애까지 만든 사이에 그냥은 무슨.
하지만 나는 늘 그랬듯 언소영에게 명분을 주고 있었다. '이럴 줄 몰랐는데'라고 말할 수 있도록.
"시비들한테 들키면 어쩌려구요...?"
"그건 소영이 선택해줘요. 이참에 시비들한테는 사실대로 알려줄까요? 아니면 몰래 빠져나올까요?"
부부가 아닌 이상 남녀가 한 방에서 자는 일은 있을 수 없다. 아무리 너그럽게 보아도 정인은 되어야지.
부지런한 시비들을 피해다니는 정도야 이미 프로페셔널이 되었지만, 혹시나 밝히고 싶다면 밝혀도 괜찮다.
"이, 일단 몰래 피해줘요..."
"알겠어요."
결국 허락을 해주고 마는 언소영. 드디어, 드디어!
약속을 받아낸 나는 저녁을 먹고 난 다음 가볍게 몸을 풀어주며 소화를 시켰다.
파파파팟
공기가 터져나가는 소리가 울리며 장영이 허공을 수놓았다.
신기하게 보법, 신법 위주로 수련했음에도 권장법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졌다.
'나 스스로가 피하기 힘든 방향을 상상하면서 전개하니까 그런가?'
그것만은 아니었다.
보법이라는 것은 상대의 공격을 피할 때도 쓰지만, 내 공격권을 확보하고 상대의 공격권을 흐트러뜨리는데도 쓴다.
원래 동시에 끌어다 쓸 때는 그 의미를 잘 몰랐는데, 오히려 하나가 빠지고 나니 그 빈자리를 어떻게 메워야할지 이해가 갔다.
그야말로 팽연화가 입 아프게 말하던 '상황을 장악하는' 요소.
여전히 무공보다는 밀프 따먹는데 관심이 더 많지만, 무공도 나름의 재미가 있다는 사실은 인정해야했다.
"진짜 구룡 제대로 노려볼까..."
붙거나 말거나 사실 큰 관심은 없었는데, 생각하면 할수록 구룡을 제대로 노려보는게 좋지 않을까 싶다.
난 결국 내 세력을 만들어야한다. 중국 전토에 내 여자들을 흩어놓고 맛집 구경다니듯이 돌아다닐 수는 없다.
그렇다고 여자들만 달랑 모아놓고 살기에는, 이 여자들이 원래 가진 것이 너무 많다.
'행복하게 해준다고 꼬셔놓고 등골만 빨아먹고 살 수는 없지.'
아직 제대로 된 그림은 못 그리겠다. 하지만 구룡이란 이름값을 얻어놓고 시작하는 건 나쁘지 않은 선택이다.
팡
일단 오늘밤은 오랜만에 즐기는 자 모드로 운기행공을 해봐야겠다.
언소영은 시비들의 발소리가 멀어지는 것을 신중하게 확인했다.
임신하고 있는 몸이기 때문에 무슨 일이 있을까 걱정해서 주변을 기웃거리는 시비는 적지 않았다.
정말 고마운 일이었지만 오늘은 방해가 될 뿐이었다.
'정말 잠만 자는 건... 역시 아니겠지...'
뻔했다. 어떤 식이 되었든 간에 결국 강윤은 자신을 안고 싶어한다. 언소영은 강윤이라는 남자의 민낯을 충분히 알고 있다.
내공이 금제되어 마음대로 안을 수 있게 되었을 때는 고작 3주 남짓한 시간동안 수백번은 했으니까.
'하지만...'
배가 나오고 군살이 붙어 흉해져버린 몸을 보고 강윤이 실망하지 않을까 두려웠다.
그녀가 방사 금지를 선언한데는 그런 이유도 있다는 사실을, 결국 인정해야만 했다.
하지만 요 며칠, 그녀의 배를 보면서 부드러운 미소를 짓던 얼굴을 보면 괜찮을 것도 같았다.
똑똑
창문을 가볍게 두드리는 소리와 함께, 은밀한 움직임으로 강윤이 숨어들었다.
미리 열어두었던 창문이 닫히고, 몸을 웅크리고 있던 남자가 일어섰다.
"아직 안 자죠?"
"...네."
남자는 입고 있던 무복을 훌훌 벗어던졌다.
언소영은 뭐라 하려다 무복을 입히고 재울 수도 없어 도로 입을 다물었다.
하지만 달리 갈아입을 옷을 가져온 것 같지도 않아, 남자는 속옷만 달랑 입은 차림이 되었다.
"누울게요...?"
"..."
언소영은 대답을 하지 않았고, 남자는 머뭇머뭇 눈치를 보며 이불 안으로 들어왔다.
몸이 뜨거운 남성이 한 이불 안에 들어오자, 이불 안은 금세 후끈후끈해졌다.
기분좋은 따스함에 어쩐지 몸이 노곤해지고 눈꺼풀이 금세 무거워졌다.
'절대 못 잘 줄 알았는데.'
딱히 억지로 방사를 시작하려고 하는 기미도 없었고, 몸을 애무해오지도 않았다.
언소영은 그렇게 안도 반, 실망 반의 괴이쩍은 감정을 느끼며 서서히 잠에 빠져들었다.
반짝
언소영은 답답한 느낌을 받고 잠에서 깼다.
분명히 따로 누워있던 남자가, 어느새 자신의 몸에 팔을 걸치고 누워있었다.
'그리고 이건...!'
그녀의 풍만한 둔부에 단단한 남근이 닿고 있었다.
"상공, 이게 무슨 짓이죠?"
옷을 벗긴 흔적은 없었지만, 이대로면 방사가 벌어지는 것도 시간문제.
"제가 분명히 방사 금지라고 했죠? 정 하고 싶으면 여기서 나가면 된다고."
대답이 없어 잠이 들었나 싶었지만, 뒤늦게 대답이 나왔다.
"...그랬죠."
"이거 당장 떼세요. 그리고 옷을 입고 여기서 나가주세요. 이제 같이 자는 것도 금지... 하웁!"
츄우웁... 할짝...
언소영은 기습적으로 입맞춤을 해오는 남자의 혀를 피할 수가 없었다.
두 사람의 혀가 농밀하게 얽히면서 음란한 소리를 냈다.
몇 달만에 남자의 혀와 해후한 그녀의 입술이, 마치 다른 생물처럼 갈증을 해갈하기 위해 달라붙었다.
"푸하아..."
언소영은 남자의 입술이 떨어지고 나서야 자신이 숨을 멈추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청량한 공기가 코로 들어오고, 남자의 변명이 귀에 들려왔다.
"제가 살던 마을에서는 키스는 인사였어요. 아주 친밀한 남녀끼리 하는 인사."
"키스...?"
"입맞춤을 가리키는 말이에요."
그러고보니 전에도 들어본 적이 있는 것 같았다. 어쩐지 그렇게 부르고 보니 배는 부끄럽게 느껴졌다.
머릿속에 되살아나는 교접의 기억이, 언소영의 굳건하던 마음을 조금씩 흔들었다.
"인사니까 또 해도 되는 거죠?"
"안 돼, 안 돼요..."
언소영의 거부에도 아랑곳않고 혀의 점막이 다시 서로의 혀를 자극하기 시작했다.
이윽고 다시 혀가 떨어져나오자, 남자는 구슬리듯 말을 이어나갔다.
"키스를 하는 사람은 정말로 사랑하는 사람뿐이에요. 아무한테나 하는 인사가 아니거든요."
"이제 하지 마요..."
"왜요? 이제 나 안 사랑해서?"
"그런 뜻이 아닌 거 알잖아..."
잠결에 노곤하던 몸이 입맞춤으로 깨어나 홧홧한 열기를 품은지 오래였다.
"내가 잘못한 거 알아요. 하지만 이건 너무 가혹해요. 이렇게 예쁜 내 여자가 앞에 있는데..."
"그만하라니까요... 꺗!"
남자는 언소영의 손을 잡아 끌어당겼다. 그 목적지는 남자의 남근.
"매일밤 이 모양이에요. 잠도 제대로 못 자고 있다구요."
"..."
"다음부터는 소영이 섭섭할 일 만들지 않게 조심할게요. 응?"
언소영은 조심스럽게 남근을 쓰다듬었다. 저를 범하고 싶어서 안달이 난 남근.
이전과 다름없이, 흉악하게 발기한 남근은 뜨겁고 단단했다.
'이런 몸이 되어도... 좋아하는구나...!'
결국 언소영은 완전히 인정했다. 방사를 금지시킨 것이, 흉해진 몸을 보고 실망하는 것이 두려워서였음을.
"상공... 이 뱃속에는 아가가 있어요..."
하지만 마지막으로 주의는 주어야했다. 남자는 신이 나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 그리고... 정말 다음부터는 아무나 막 데려오고 그러면 안 돼요? 알겠죠?"
"그럼요!"
무작정 신뢰할 수 있을까. 언소영은 확신을 할 수 없었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그녀 역시도 더는 참기가 어려웠다.
언소영은 조심스러운 손놀림으로 침의를 벗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