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푸색마 EP.70 상공, 드디어 오셨군요 (3)
방사(房事)란 무엇인가?
한자를 풀이해서 써보면 '방에서 하는 일'이란 뜻이다.
즉, 옛 조상들께서도 남녀가 방에서 할만한 일이 섹스밖에 없다고 인정한 셈이다.
그렇다면 야외섹스는 방사인가? 떡치는 곳이 방이 아니라면, 방사 금지라는 조건을 피할 수 있지 않을까?
"아들, 남궁 대부인이랑 두 번 다시 얼굴 안 보고 싶으면 그래도 돼요."
역시 그렇겠지?
쉬이이익
나는 좌우로 겅중겅중 뛰어다니며 내 다리를 노리는 어머니의 지풍을 피했다.
눈높이 교육으로 날아오는 지풍은 정확히 내가 간신히 피할 수 있는 정도였는데, 난 덕분에 땀을 비오듯 흘리고 있었다.
"아들의 내공은 굉장한 수준이란다. 중요한 건 이걸 어떻게 사용하느냐의 문제라고 할 수 있지."
내 내공은 이제 절정 중급. 아마 내공으로만 치면 천하에서 200등 안에는 들어갈 거라고 한다.
이립(30세) 이하로만 한정하면 아마 열 손가락 안에 들어갈 거라고.
하지만 하드웨어가 아무리 좋으면 뭐하나. 소프트웨어는 간신히 일류 상급이 될까말까한 수준인데.
"사실 초식면으로도 성장이 아주 빠른 편이란다. 너무 조급해할 필요 없어요."
부드럽게 달래는 목소리와는 달리, 지풍은 점점 예리함을 더해가고 있었다.
정말 쥐어짜야 피할 수 있는 수준.
분명히 직선으로 날아오고 있는데 그 끝이 묘하게 흔들려서 어디로 폭사되어올지 알 수가 없다.
'허리, 다리, 어깨?'
가장 피하기 쉬운 건 어깨였다. 하지만 어머니의 성격상 쉽지 않은 곳을 노릴테니...
허리일 것 같아 몸 전체를 움직였지만, 막상 지풍의 궤적은 어깨가 있던 위치를 지났다.
"안목이 생기면 좀 더 잘 보이게 될 거란다. 변화의 중심은 결국 뿌리를 봐야 잘 알 수 있는 법이에요."
알쏭달쏭한 소리였다. 결국 손가락을 보라는 건가? 아니면 지풍이 발사되는 순간을 잘 보라는 건가?
개 발에 땀나도록 달린 결과, 나는 정말 단전 밑바닥까지 내력을 박박 긁어다 쓰고 바닥에 자빠졌다.
"어떠니? 뭔가 조금 알 것 같아?"
"알 것도 같고 모를 것도 같은데 일단 확실한 건 죽을 것 같이 힘들어요..."
어머니가 푸훗 웃으며 손을 내밀었다. 난 그 손을 잡고 바닥에 주저앉았다.
"아들은 신법을 쓸 때 내력을 거의 항상 폭발적으로 방출해내는 것 같아."
"다른 방법이 있어요?"
"정지 상태에서 급하게 속도를 높이는 상황이 아니라면, 용천혈에 맺힌 진기를 부드럽게 굴리는 느낌으로 해보렴. 한결 부담이 덜할 거야."
귀중한 조언이지만, 당장은 숨이 넘어갈 것 같아서 일단 가부좌를 틀었다.
청량한 기운이 체내를 돌면서, 피로한 근육을 빠르게 진정시켜주는 것이 기분 좋았다.
사부는 막무가내식 굴리기였고, 팽연화는 내 시야를 넓혀주려는 수련을 시켜줬다면, 어머니는 내 장점을 더 명확히 해주려고 했다.
어머니가 본 나는 장법, 지법, 권법, 각법 같은 공격기보다, 보법, 신법을 쓰는데 더 재주가 있다는 것 같다.
요령을 조금만 잡아줘도 금방 실력이 늘 거라고는 하는데, 글쎄?
'눈높이 교육이 너무 잘 되서 얼마나 실력이 늘었나 모르겠어...'
게다가 마주 공격해서 상쇄하지 말고, 무조건 회피만 해보라고 하니까 난이도가 배는 뛰었다.
어머니는 많이 늘었다고 하니까 믿어봐야겠지만... 솔직히 나도 이제 만만한 놈이랑 좀 싸워보고 싶다.
어느 정도 내력이 쌓이고 서서히 몸이 제 상태를 찾아갈 무렵, 나는 눈을 떴다.
"소영!"
어느새 언소영이 자기 방에서 창문을 열고 내 쪽을 보고 있었다.
조금 태도가 딱딱해지긴 했지만, 섹스를 안 시켜주는 것 이외에는 자연스럽게 만나고 이야기는 가능했다.
"수련 계속 안 해도 돼요?"
"잠깐 쉬는 시간이었어요. 점심은 잘 먹었어요?"
나는 조심스럽게 언소영의 손을 잡았다. 부드럽고 약간 찬 손을 뜨거운 손으로 잡으니까 기분이 좋다.
"방사는..."
"알아요. 그냥 손만 잡는 거에요, 손만. 그래서 점심은요?"
"잘... 먹었어요."
언소영은 잡힌 손이 계속 신경쓰이는지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여기 시비들은 다 소영이 임신한 거 알고 있죠?"
"모를 수가 없죠..."
"다 믿어도 되는 사람들인가요?"
"시집 오기 전부터 친정에서 절 돕던 사람들이랑 그 딸들이에요."
그냥 손만 잡고 대화를 나눌 뿐. 전혀 섹스가 아니다. 나는 창문을 가볍게 뛰어넘어서 방 안으로 들어갔다.
"왜, 왜 들어왔어요?"
"아, 오해하지 말아요. 정말 수상한 짓 하려고 들어온 거 아니에요."
조금씩 조금씩 신체적 접촉을 늘리면 섹스가 해금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은 가지고 있지만 억지로 덮치진 않을 거다.
나는 창문을 탁 닫은 다음, 쪼그려 앉아서 언소영의 배를 구경했다.
"이 안에 우리 아기가 들어있구나...!"
"...그래요."
경계어린 눈초리로 날 쳐다보던 언소영은 서서히 표정이 풀렸다.
가슴이나 엉덩이가 아니라 배에만 시선을 주는 것을 보고 음심이 전혀 없다고 판단한 모양이었다.
어리석다, 어리석어, 언소영!
나 같은 밀프충에게는 가슴보다도, 엉덩이보다도, 내 아기를 품어 불룩하게 부풀어오른 배야말로 최고의 반찬이거늘!
하지만 나는 마치 동물의 왕국이라도 보는 것처럼 생명의 신비에 순수하게 감격하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소영, 혹시 배를 좀... 보여줄 수 있어요?"
"네에?"
"우리 아기, 옷 위로만 만져보는 건 조금 불쌍하잖아요... 아빠랑 조금만 제대로 얘기할 수 있게, 안 될까요?"
사실 옷 위나 맨살이나 큰 차이는 없는게 뻔한데도, 언소영은 고민하는 기색이었다.
"다른 짓 정말 절대 안 할게요. 배만 만져볼게요."
"...배만이에요. 다른 곳을 건드리면..."
나는 고개를 힘차게 끄덕였다. 그러자 언소영은 부스럭부스럭 옷을 헤치기 시작했다.
"도와줄까요?"
"아니요!"
아예 몸까지 뒤로 돌린채로 고생해가면서 옷을 풀어헤치는데 성공한 언소영은, 숨을 고르고 다시 내 쪽으로 몸을 돌렸다.
"오오오오오오오!"
"조용히 좀 해요..."
아니, 이게 조용히 할 일이야?
정확히 배만 드러낸 언소영은 정말 미치게 야했다.
전신을 라이딩 슈트 같은 걸로 가린 다음 보지만 드러내고 있는 것 같은 외설스러움이 느껴졌다.
다른 걸 다 가리면 뭐해, 가장 야한게 드러나있는데!
"만질게요?"
"...다른 곳은 만지면 안 돼요..."
에두른 허락을 받아낸 나는 떨리는 손을 언소영의 배 위에 얹었다.
그 둥근 굴곡을 따라 손으로 부드럽게 쓸어내자, 언소영의 피부가 떨리는 느낌이 났다.
"아가... 아빠야... 우리 어제 만나고 오늘 또 만나네?"
배에 바짝 입을 가져다대고 속삭이자, 간지러움을 느끼는 듯 경련이 전해진다. 계획대로다.
"아빠도, 엄마도, 아가를 너무 사랑해서, 빨리 만나고 싶다. 엄마가 몸에 좋은 음식 잘 먹고 있겠지?"
"잘 먹고 있다니까요..."
"아가야, 엄마가 음식 대충 먹는 것 같으면 꼭 말해야돼."
아가에게 속삭여주면서 덤으로 아랫배를 슬슬 쓸어준다.
"이제... 그만..."
"면회시간 참 짧다. 우리 아가, 아빠가 나중에 또 만나러 올게요? 안녕!"
쪽
"하읏!?"
배에 입맞춤을 하자 언소영이 경악성을 내지르며 뒷걸음질을 쳤다. 나는 왜 그러냐는 듯 어깨를 으쓱였다.
"왜 그래요? 무슨 문제 있어요?"
"지금 다 알면서 그러는 거죠?"
"글쎄요...? 대체 뭘 아느냐는 건지도 모르겠는데요?"
끝까지 시치미를 떼자 언소영은 결국 나를 더 추궁하지 못했다.
이대로 조금씩, 조금씩 신체적 접촉을 늘려나가면, 어쩌면 의외로 짧은 시간 이내에 섹스가 해금될지도 모르겠다.
"이봐, 일장로, 있나?"
세칭 마교, 자칭 명교가 지배하는 이 곳 신강에서 일장로라는 직함이 가지는 위상은 드높다.
하늘이나 다름없는 무예의 신, 교주를 제외하고, 그리고 뒷방으로 물러난 원로들을 제외하고 가장 높은 위치.
그야말로 일인지하 만인지상이라고 할 수 있는 위치였기 때문이었다.
"예, 소교주."
따라서 이 따위 건방진 언사를 늘어놓는 녀석은 일 장에 쳐죽일 일장로였지만 소교주는 그에게 특별했다.
"차향이 좋군. 대홍포인가?"
"소교주께도 한 잔 내올까요?"
"되었네. 제대로 즐길 줄 모르는 자가 마셔보아야 찻잎에 대한 모욕일 뿐이지."
나이가 아흔이 가까워져오는 일장로 입장에서는 이 중년 여인이야말로 자신이 손녀처럼 키워낸 여인이기 때문이었다.
"어쩐 일로 여기까지 걸음하신 겁니까?"
"자넨 내가 볼 일이 없으면 사람을 찾지도 않는 사람으로 보이나보지?"
"사실이 그렇지 않습니까?"
"나 원."
40대 초반 정도의 외견을 가진 여인은 고양이 같은 눈매로 픽 웃은 다음 입을 열었다.
"중원에 나가보려고 하네."
"예?"
일장로가 드디어 가는귀가 먹기 시작한 것인지 의심할 무렵, 여인은 쐐기를 박듯 말했다.
"중원에 나가보려고 한다고 했네. 정확히는, 구룡쟁패가 열린다는 소림..."
"안 됩니다!"
아버지인 교주가 경고를 한 것이 고작 몇 달 전이다. 영민한 소교주가 교주의 말에 정면으로 반대한다는 것의 의미를 모를리가 없을터.
"이장로 그 빌어먹을 놈이 뭐라고 했는지는 몰라도 소교주, 부디 재고를...!"
"일장로. 아직도 날 자네가 무등 태워주는 계집아이로 보고 있군."
"..."
"아버님께도 허락을 얻었네. 그리 호들갑을 떨만한 일도 아니야."
"...예?"
"아버님이 이장로에게 그러셨다면서? 무림을 일통하고 싶으면, 그 일통이 오래갈만한 방법을 생각해오라고."
아니면 닥치라고도 했다.
"우린 무림일통, 일통 하고 지껄이고 있지만 기실 중원무림에 대해 아는 것이 별로 없어."
"구파일방, 오대세가를 비롯한 무림맹 전력에 관한 자료라면 꾸준히 모아두고 있습니다."
"그래, 우리보다 약하겠지. 하지만 그걸 말하는게 아니라는 걸 알잖나."
일장로는 입을 꾹 다물었다.
"간단한 문제지. 왜 정파는 되고 우리는 안 되는가."
"...소교주."
"그걸 알고 싶어. 우리라고 도깨비가 아니고, 정파라고 성인군자가 아니라는 걸 모르는게 아닐텐데, 왜 우리만 기를 쓰고 거부하는지."
생각나는 건 당장 한 가지 있었다.
신강에서 마치 제왕처럼 추앙받는 교주가, 중원무림에 가서도 같은 대우를 받을 수 있었을 것인가?
중원인들이 그것을 원하지 않았을 때, 과거 명교는 어땠을 것인가?
하지만 그것으로는 완전한 대답이 되기 어렵다.
"...몇 명이나 필요하십니까?"
"자네 밑에 있는 놈들 중에, 정파 출신이 몇 있지?"
"정확히는 연구 차원에서 정파 무공을 익힌 놈들이 몇 있지요."
"그놈들을 빌려주게. 나 자신이야 어떻게든 마기를 감춘다고 해도, 나머지는 도문이나 불문의 내공을 익힌 놈들한테 무조건 들킬 거야."
세상에 알려진 사파의 절대고수는 여섯.
삼존의 둘, 그리고 사패의 넷이었다.
하지만 눈앞의 여인은 그 중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또 한 명의 절대고수였다.
그런 그녀가 스스로를 감추려 든다면 적어도 동급의 고수가 아니고서야 알아차리기 어려울터.
"안 들키게 조심조심, 구경만 하고 올테니 걱정하지 말라고."
명교의 소교주이자, 신마 영호상의 외동딸 영호경은 어쩐지 불안감을 자극하는 미소를 만면에 띠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