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푸색마 EP.53 모자의 연을 맺었다 하지 않았나? (4)
결국 어제도 6번을 채우고 잤다.
어머니의 몸은 오지게 꼴렸지만 일반적인 운공으로 소모된 체력과 부족한 수면을 메우기 위해서는 그게 한계인듯 했다.
자궁 가득 꿀렁꿀렁한 정액을 채워드린 결과 어머니는 애교 섞인 불평을 하며 씻으러 가셨다.
파파파파파팡
나는 늘 그렇듯 뒷처리를 한다. 침구류가 질척하게 젖은 상태로 밤꽃냄새가 그윽하게 나는 현장을 시비들한테 들키면 아웃이니까.
허공에 젖은 이불을 펼쳐던지고 장법을 응용해서 천양지기를 이불에 불어넣는다.
이불이 밀려나가지 않게, 최대한 가볍게 장력을 부딪히고 천양지기가 그 안에 스며들도록 하는 것이다.
하도 이불을 말려대다보니 개발한 방법이었다. 인간 헤어드라이어다, 그 말씀.
다 말려갈 때쯤 어머니가 돌아오셨다.
"볼 때마다 재미있는 수법이구나."
어머니가 싱긋 웃으며 말하자 나는 조금 부끄러웠다. 잘 배운 무공으로 이런 색마질이나 하고 있다는 것 같아서.
내 손놀림을 보면서 고개를 몇 차례 끄덕이더니, 어머니는 내게 말했다.
"마지막에 스며든 기를 격발시키는 과정이 빠져있지만, 내가중수법과 닮은 것 같구나."
내가중수법.
무협에서 나오는 단골 소재다. 적의 외공이 더럽게 단단해서 피해를 주기 어려울 때 내부에 기를 불어넣어 격살하는 수법.
주로 무당의 면장이나 소림의 용왕유권이 유명하다.
그나저나 이불 털다가 내가중수법의 기초를 익히다니 나란 새끼 의외로 재능있나?
"격발 과정이 가장 어렵기는 하지만, 나중에 한 번 배워보겠니?"
그럼 그렇지. 알맹이는 캐치를 못하고 있었구만.
하지만 거절할 이유도 없었기 때문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알려주시면 저야 감사하죠."
어머니의 주요무공은 판관필과 지법. 내 주변에 있는 사람들 중에 사부를 제외하면 가장 손으로 싸우는데 익숙한 사람이니까.
그렇게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다가, 시비들이 차려온 아침을 먹고나니 곧 팽연화의 방문을 받을 수 있었다.
"일찍 오셨습니다?"
"놀면 뭐하나. 빨리 이야기 끝내고 자네 무공 수련이나 봐줘야지."
어머니는 안에서 기다리시라고 하고 나만 나온 상황.
빨리 내 무공수련을 봐주고 싶다는 것이 빨리 섹스하고 싶다는 신호인가 싶어서 슬쩍 눈을 마주쳤지만, 아무래도 그런 뜻은 아닌 것 같다.
역시 자지가 들어가기 전에는 철저한 팽연화 여협님...!
어차피 길은 이미 알지만 시비들의 뒤를 따라 어머니의 처소로 향했다.
처소 입구에는 어머니가 기다리고 있었다.
"어서 와요, 언니."
"그래, 동생. 내가 빨리 축하해주고 싶어서 좀 이른 시간에 왔는데 괜찮겠지?"
"여긴 언니 집인걸요."
아까 나한테 말한거랑 사유가 조금 다르긴 하지만 뭐 상관없겠지.
팽연화와 함께 어머니의 처소에 들어가자 청량한 향내가 났다.
어라? 이거...
내가 당황해서 팽연화를 보자, 팽연화도 당황한 얼굴로 나를 보고 있었다.
좆됐다.
당혜원한테 들키고서도 학습을 못했네.
팽연화는 페브리즈 냄새를 제대로 알아차린 것 같았다.
"남편은 많은 걸 원하지 않아요. 대외적으로 알릴 필요는 없지만 당 가주의 확실한 사과와 보상이 있었으면 해요."
팽연화는 어처구니가 없었다.
남편이 열등감에 빠지기 쉽고 자존심이 강한 것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명문세가의 가주로서, 뒷구멍으로 죄없는 사람들을 괴롭히고 있었다니.
게다가 상대는 어중이떠중이도 아니고 유명한 절정고수. 덤으로 반쯤 내놓은 자식이라고는 해도 제갈씨와 혼인한 사람이 아닌가.
도덕적으로도 계산적으로도 해서는 안 될 선택이었다.
"정말, 그 정도로 만족하겠는가?"
제갈미령은 내심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이런 우직한 모습도 팽연화의 매력이라고 생각은 했지만...
'너무 물러.'
당장 듣자마자 당 가주와 같은 입장에 서서 말하고 있지 않은가.
애초에 가주와 대립한다는 가능성조차 고려하지 않는다는 뜻.
"물론 '저희가 받을' 부분은 그렇죠."
그리고 이어지는 제갈미령의 의미심장한 시선. 팽연화는 둔한 성격이기는 하지만 결코 바보는 아니었다.
"가주의 권한 축소를 원하는 건가?"
"이건 당가를 위한 선택이기도 해요. 가주가 세가의 자산을 독단으로 유용해서 외부에 무력을 투사하다니요."
다른 세가였다면 장로회가 소집되고 가주의 자질이 의심된다며 성토당하고도 남을 일이었다.
가주를 제어할 장로회에 들어야할 사람들이 다 마교 손에 죽어없어지지 않았다면, 당 가주도 감히 이런 짓을 할 생각은 못했을지도 모른다.
"가주의 권한을 축소하고 각주 회의가 세가의 운영을 주도하지 않으면 언제고 이런 일이 또 벌어질 수 있어요."
하다못해 소가주가 장성했다면 이런 일도 없겠지만, 소가주는 아직 무공조차 제대로 익히지 못한 햇병아리였다.
현 가주를 대체할 직계 남성이 없는 이상 적어도 10년 정도는 그대로 두고봐야하는 것이다.
"하지만 가주일세. 당가의 가주. 당씨도 아닌 내가 그런 부분까지 확답을 줄 수는..."
"언니."
제갈미령은 답답한듯 입을 열었다.
"언니가 당씨가 아니라고 해도, 당가의 가모이고 소가주의 어머니잖아요. 이런 일에 충분히 입김을 행사할 수 있다는거, 언니도 모르는 거 아니죠?"
"..."
"일단 각주들이랑 논의라도 해주세요. 이대로 뒀다가 언니 아들한테 다 쪼그라든 당가를 물려줄 셈이에요?"
진작에 날개를 펼쳐서 자신보다 화려하게 빛나는 여자가, 이렇게 몸을 움츠리고 있는 것을 보면 안쓰럽기까지 했다.
탁.
제갈미령은 선택하라는듯 탁자에 손을 한 번 가볍게 내리치고 팽연화를 응시했다.
"...알겠네."
결국 팽연화는 마지못해 대답하는 수밖에 없었다.
안 그래도 들어오면서 맡은 향 때문에 머릿속이 어지러웠는데 이제는 당조명이 저지른 사고까지 팽연화의 머리를 아프게 했다.
결국 제갈미령의 의견을 받아들이고 나니 남는 문제는 단 하나.
제갈미령이 정말 아들로 삼은 강윤과 몸을 섞었느냐였다.
자신에게 조목조목 지적해오는 지성 넘치는 태도를 보면, 강윤의 남근을 받아들였다는 의심이 헛된 것으로 느껴졌다.
뭔가 악취가 날 일이 생겨서 쓴 것이 아닌가 생각도 해보았지만, 시비들이 철저히 청소하는 객관에서?
무엇보다 강윤의 그 들켰다는 표정.
'정말 했나?'
강윤과 몸을 섞은 여자의 특징인, 겉모습이 아름다워진다는 징후는 보이지 않았다.
스스로 평가하기에는 조금 민망했지만, 자신 역시도 미미하게나마 보기 좋아졌다는 느낌을 받고 있었다.
'하지만 어떻게 확인하지?'
아들과 교접을 하고 있냐고 대뜸 물어볼 수도 없는 노릇. 게다가 의심을 하게 된 경위를 말하다보면 자신도 결국 공개하는 수밖에 없게 된다.
강윤과 교접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그, 그러고보니 강 소협을 아들로 맞았다고 하지 않았나...?"
"네, 언니."
그렇게 이야기가 넘어가자, 주로 강윤을 화제로 삼아 이야기는 계속되었다.
마치 정말로 아들인 것처럼 닮은 외모라던가.
아직 어린데도 무공이 상당한 것을 보면 강호에 이름을 떨칠지도 모른다는 이야기 등등.
그러다 제갈미령이 힘들어할 때 손을 잡고 밤새 같이 있었던 이야기가 나왔다.
"제가 힘들어할 때 손을 꼭 잡아주니까 가슴까지 따뜻해져서..."
그리고 팽연화는 보았다.
제갈미령이 짓는 미소는, 아들을 생각하는 어미의 웃음이 아니라고 느꼈다.
제 남자를 생각하는 여인의 웃음.
의심이 쌓인 결과일지도 모르지만, 팽연화가 느끼기에 앞서 짓던 웃음과는 본질적인 부분에서 달랐다.
"자, 잡담이 길었네. 강 소협이 기다리겠어..."
"아, 오늘도 봐주시는 건가요? 살살해주세요, 언니."
많이 힘들어하는 것 같다는 제갈미령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팽연화는 얼른 자리에서 일어나 강윤의 처소로 향했다.
좆됐다. 병신, 나란 새끼는 개병신...
이미 당혜원이랑 떡치고 있던걸 뻔히 알고 있는 팽연화였다.
요즘은 임신해서 쉬고 있지만 아무튼 이미 양다리 걸친 거나 다름없는 상황에 좆대가리까지 걸치고 있던걸 알아버렸다.
대체 어떻게 나를 조지려고 들지 감도 오지 않았다.
벌컥
아무런 기별도 없이 열린 문에는 싸늘한 표정의 팽연화가 있었다.
"여협, 일단 제가 하는 말을 들어보-"
시고?
그대로 내 팔을 끌어당겨 창문을 열고 뛰쳐나가는 바람에, 나는 얼떨떨한 상태로 팽연화에게 끌려갔다.
손아귀힘이 너무 세서 아플 지경이었지만 나는 감히 말대꾸도 못하고 지하 연무장까지 그대로 끌려갔던 것이다.
도착하자마자 팽연화는 주먹을 들었다.
"준비하게."
"저기, 여협? 그러니까-"
질풍 같이 접근해온 팽연화가 바로 주먹을 내질렀다. 반사적으로 손을 내밀어 옆으로 밀어내려고 했지만, 타이밍이 늦었다.
퍼억
작은 손으로 쥔 주먹이 옆구리에 명중하자마자 호흡이 가빠지는 느낌이 훅 올라왔다.
일단 나는 급한대로 장력을 날리며 그 폭풍을 이용해 거리를 벌렸지만, 팽연화는 손짓 한 번으로 그걸 갈라버리고 따라붙었다.
'씨발 뭔데!'
이번에는 가슴을 노려오는 주먹을 피해 철판교의 수법으로 몸을 눕혔지만, 내가 다시 몸을 일으키기도 전에 바로 주먹의 궤적이 뒤틀리면서 아래로 내리찍어왔다.
배를 얻어맞고 넘어져서 토할 것 같았지만 나는 생각하기도 전에 몸을 굴렸다.
팽연화의 발이 무자비하게 바닥을 내리찍고, 구르던 내 몸에 둔중한 진동이 전해져왔다.
미친, 저거 맞았으면 진짜 죽었던 거 아냐?
팽연화의 주먹은 궤적이 엉망이었고, 움직임도 즉흥적이었다. 결코 초식에 기반한 움직임이 아니라는 것.
하지만 초절정고수의 신체능력 하나만으로 모든 것이 뒤집히고, 내가 초식을 동원해서 대항해보려고 해도 무용지물이었다.
내가 저번에 아버지와 벌였던, 피지컬만을 사용한 검술과 비슷했다.
단지 그 때와 다른 점은, 제대로 된 초식을 쓰는 내 쪽이 하수라는 것.
"여협, 정말 죄송한데 한 번만 제 말을-"
"저번에 마교 고수와 싸우고 무엇을 배웠나?"
아무리 봐도 빡쳐서 날 줘패는 것 같은데 엉뚱한 소리가 입에서 나온다.
"적대적인 고수는 스승이나 동기와는 다른 공격을 해오지. 자네를 죽이기 위한 공격."
"..."
"본래 그런 생사의 갈림길에서 배우는 것이 있기 마련인데, 자네는 거기에서 배운 것이 있는 것 같지 않아."
틀린 말은 아니었다. 나는 곧 어머니가 돌아올 거라는 확신이 있었고, 어머니의 실력이라면 최소한 그 머저리는 쉽게 잡을 거라는 확신도 있었으니까.
"생사를 건 싸움을 피할 수 없다면 배우고, 발전하게. 그게 바로 올바른 무림인의 자세야."
"예, 알겠..."
쉬이이익
대답이 끝나기도 전에 쾌속하게 날아오는 주먹을 다시 몸을 옆으로 틀며 피했다.
정말 인정사정없이 들어오는 공격 같지만, 맞다보니 알 것 같았다. 속도는 빠르지만, 그래도 힘은 조절해주고 있는 것이다.
안 그랬으면 첫 일격에 갈비뼈가 박살이 나서 약천각에서 진맥을 받고 있었을지도.
그걸 알아차린 것을 팽연화도 알았는지, 곧 주먹 세례가 멈추었다.
흥분한 상태로 익숙치 않은 주먹질을 해서 그런지, 표정이 상기되어있고 얼굴에 땀이 약간 맺혀있었다.
"...왜 그랬나?"
"..."
"모자의 연을 맺었다 하지 않았나? 그런 상대라도 교접을 하는 것인가?"
역시 빡쳐서 팬다고 하긴 뭣해서 교육을 빙자한 폭력을 가한 것 같았다.
"상대가 아름답고, 안고 싶으면 그냥 아무나 상관없는 것인가, 응?"
입이 열이라도 할 말이 없다.
화가 머리 끝까지 난 팽연화를 어떻게 달래야될지, 나는 알 수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