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푸색마 19 EP.45 거절이라 했는가? (1)
쾅
팽연화의 도를 정면에서 받아낸다.
마치 춤을 추듯 너울너울 움직이는 팽연화의 도를, 나는 아무리 애를 써도 피할 수가 없었다.
"이것이 환(幻)이네. 차이점을 알겠는가?"
"모르겠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무공에는 기본적으로 변초라는 것이 짜여져있기 마련이다.
팔다리를 가진 사람의 가동범위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고, 당연히 쉽게 파악되는 동작과 아닌 동작의 차이가 생기게 된다.
군대에서 경계 설 때 시야를 좌우로 움직이면서 보라고 하는 것이 친숙한 예시라고 할 수 있다.
즉, 상대방을 속이기 쉬운 동작의 예시를 일부러 초식에 짜넣는 것이다.
그걸 그대로 똑같이 사용하느냐, 어느 정도 변형을 가해서 사용하느냐는 사용자의 재량에 달린 거고.
"뭐가 보여야 뭘 안다고 말을 하지 않겠습니까?"
하지만 팽연화가 휘두르는 환도(幻刀)는 변초와는 또 달랐다. 그녀의 특기조차 아니고, 간단히 소양 수준으로 익힌 정도였는데도, 대항조차 해보지 못했다.
애초에 상대방에게 속아넘어갈만한 요소를 인식조차 시키지 않는 느낌.
어어 하는 사이에 도 끝이 내 목을 겨누고 있는 것이다.
"자네는 너무 보이는 요소에 치중하고 있네. 모름지기 싸움의 궁극이란 상황을 장악하는 것에 있는 것. 보이지 않는 것조차 활용할 수 있어야 고수라고 할 수 있지."
"...너무 높은 수준을 바라시는거 아닙니까?"
"지금은 그럴지도 모르지."
내가 어려워하는 부분을 명쾌하게 설명해주던 팽연화가, 날이 갈수록 설명을 애매하게 해주니까 분통이 터졌다.
하지만 원래 그런 거라고 한다. 갈수록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부분이 생기고, 언젠가는 대련 이외에는 아무 도움이 되지 않을 날이 올 거라고.
'하긴 말로 다 가르칠 수 있으면 초절정고수 제자는 다 초절정고수지.'
나는 아쉬움을 삭이며 오늘 하루도 고생 많으셨다고 고개를 꾸벅 숙였다.
내 입장에선 나름대로 예의를 다한 건데 팽연화는 이런 태도에 질색을 했다.
"자네는 그거 하고 나면 바로... 운공을 하고 싶어하지 않나..."
아, 그건 팩트다.
고맙다는 인사가 아니라 '나 이제부터 널 따먹을 거다' 라는 선전포고로 보이는 모양이지.
"하지만 못 참겠어요..."
"나와 자네는 연인도 뭣도 아니지 않은가..."
이미 수십 번은 내 자지에 패배한 팽연화의 입술이 반짝인다.
가슴도, 보지도 허락했지만 입술만은 끝내 허락하지 않은 여자. 대체 당조명이, 당가가 뭐라고 이런 지하에 자신을 처박은 곳에 의리를 지키고 있는지.
오늘도 일단 키스는 포기하고 손으로 어깨를 감으며 포옹을 하려던 순간, 팽연화가 내 손을 밀어냈다.
"누군가 오고 있네. 이건... 무련각주?"
아잇, 싯팔. 뭐하는 개새끼야?
당조명은 머리 끝까지 화가 치밀었다.
그런 당조명의 손에는 무림맹에서 보낸 서신이 있었다.
당장이라도 서신을 찢어발길 것 같았지만, 그는 초인적인 인내력을 발휘해서 조심스럽게 서탁에 서신을 내려놓았다.
이미 가신들도 한 차례 다 읽어본 서신이었지만, 이것을 찢는다는 것 자체가 자신의 열등감을 인정한다는 의미.
무의식중에 그렇게 판단한 그는 서신을 자신의 시야에서 치우고 생각에 잠겼다.
당조명 역시 당가의 가주답게, 언소영처럼 무림맹의 의도를 어렵지 않게 읽어냈다.
하지만 언소영과는 달리, 그는 이것을 강윤이라는 자에 대한 의심을 증폭시킬 도구로 쓸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어디서 나타났는지 알 수 없는, 뛰어난 실력을 가진 청년고수.
두문불출하던 아내가 매일매일 시간을 내서 가르침을 내려주고 있다는 소문의 주인공.
고천의 아들과 똑같이 생긴 외모를 볼 때마다, 당조명은 그에게서 젊은 날의 고천을 보았다.
게다가 자신의 멍청한 아들놈은 지나가다 강윤을 만나면 대단한 선배 고수라도 만난 것처럼 살갑게 대한다고.
[혈마가 과연 그에게 아무런 수작을 부리지 않았을 거라고 단정할 수 있겠소?]
그렇게 의혹을 제기했지만, 무련각주는 물론, 중립에 가깝던 약천각주와 외총각주까지 그의 말을 반박했다.
[그의 사문은 도문의 일맥이라고 들었습니다. 가모께서도 확인하신 사항입니다.]
[도문의 내력은 성장이 느리지만 대신 어떤 사술도 받아들이지 않는 특징이 있지요.]
심지어 가주를 전폭적으로 지지하던 기묘각주와 이재각주 역시 맥을 못 추는 지경이었다.
결국 의혹은 흐지부지 없던 일이 되고 무련각주에게 빌미만 주고 말았다.
[이 서신에 관한 내용은 본 각주가 책임지고 전달하도록 하지요.]
구룡쟁패 초대장에 특별한 의미는 없다. 그저, 혈마지재라는 이름에 더 엮이지 않도록 무림맹이 신경써줬을 뿐이다.
대단한 고수라는 뜻도, 인정받는 명사라는 뜻도 아닌 것이다.
오로지 강자만이, 구룡쟁패에서 승리하고 구룡이라는 이름을 갖는다.
하지만 당조명이 보기에는, 자신의 아들인 당무혼을 제치고 구룡이라는 빛나는 이름을 거머쥘 기회가 고천 같은 놈에게 가는 것으로 느껴졌다.
'고천, 고천!'
빌어먹을 놈이었다. 문파도, 가문도 하잘것 없는 놈이 제 실력 하나만 믿고 거들먹대는 놈.
'혜원이는 뭘 하는 거지? 고가표국을 들쑤셔본다는 것 아니었나?'
워낙 소식이 없어 자신이 따로 사람을 써서 고가표국의 표행을 몇 차례 방해하기도 했다.
하지만 부족했다. 좀 더 뿌리부터 흔들리는 타격을 주고 싶었다.
당혜원이 뭔가 결정적인 정보를 가져와주면 좋겠는데, 소식이 없었다.
요즘 들어 당혜원은 부쩍 당조명의 명령에 따르지 않게 되었다.
보고는 모조리 서면으로 처리하고, 자신의 호출에도 부재중이라며 불응할 때가 적지 않았다.
'내가 직접 움직여야하나...?'
고가표국은 결국 고천 한 사람의 명예에 기대어 일구어온 표국이었다.
조금 더 흔들어주면 주춧돌도 안 남고 폭삭 무너질지도 모를 일.
'사천당가의 앞날에 방해가 되는 것들은 치운다.'
당조명은 고천과 고가표국이 어떻게 당가의 앞날에 방해가 되는지 명쾌하게 설명할 수 있다고 믿었다.
"거절이라 했는가?"
무련각주는 꽤 나이가 먹어보이는 아저씨였다. 지금의 가주보다 항렬이 앞서는 몇 안 되는 사람이라고 한다.
"예."
"이유를 물어도 되겠는가?"
왜 이렇게 꼬치꼬치 따지지? 안 나간다니까?
"구룡이라는 자리를 탐하기에는 전 아직 멀었다고 생각하니까요."
"소협 정도의 실력이라면 전혀 부족함이 없네."
"구룡 상위권이라면 보통 절정고수라 말씀하지 않으셨습니까?"
"소협 정도면 충분히 중위권도 노려볼 수 있는 실력이라고도 했지."
나는 일류가 된 이후로 팽연화에게 가르침을 받으면서 실력이 많이 늘었다. 내공도 꾸준히 쌓아올리고 있으니, 어쩌면 가능할지도 모르지.
만약 검성이 무림맹주가 아니었다면 한 번쯤 혹할 제안인 것도 사실이었다.
'하지만 검성은 안 돼.'
검성은 그야말로 사부의 스토커. 만약 무림맹주 자격으로 참관이라도 한다고 생각해봐라.
내가 무공을 펼치는 것만 한 번 봐도 '아니, 너는 혈마의 전인?'하고 비검술부터 날려와도 이상할게 없다.
"그런 애매한 결과는 원하지 않습니다. 사람들의 눈에 각인되는 그 순간에 형편없는 실력을 보이고 싶지는 않구요."
"하지만 구룡이라는 명예는 결코 작은 것이 아닐세. 특히 소협처럼 출신이 불분명한 사람에게는 더욱더 말이야."
강호에서 사문이 불확실한 사람처럼 경원시되는 것이 없다. 이류, 삼류 무사라면 모를까 실력이 출중한데 사문이 불분명하다?
저 정도면 모를리가 없는데, 혹시 신분세탁한 사파 아닐까 하고 의심을 받는 경우는 드물지 않다.
하지만 만인이 보는 앞에서 정정당당하게 구룡이란 자리를 쟁취한다면, 이 강호에서 안심하고 살아갈 수 있는 시민권을 획득하는 셈인 것이다.
"어차피 명예란 실력과 행실이 받쳐주면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법입니다. 저는 저 자신이 고수이기보다 대협이 되길 바랍니다."
하지만 결국 문제는 검성. 나는 그럴싸한 말로 무련각주를 구워삶았고, 무련각주는 감명받았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네. 소협의 뜻이 그렇다면 무림맹에는 그리 회신하도록 하지."
그리고 무련각주는 너털웃음을 지었다.
"고수이기보다 대협이라. 인상깊은 말이었네. 요즘 젊은이답지 않게 생각이 깊어."
그 말이 꽤나 마음에 들었는지 몇 번이나 되뇌더니 팽연화에게 예의바르게 인사를 올리고 떠나가는 무련각주.
"...그래서 무슨 꿍꿍이 속인가?"
팽연화는 나라는 인간에 대해서 어느새 어느 정도 학습했는지, 말로 한게 결코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처음부터 짐작한 것 같았다.
"꿍꿍이 속이라니 섭섭합니다. 그냥 남들 앞에 나가서 비무놀음하는 것이 싫었을 뿐입니다."
"...정말로?"
"물론입니다. 단지 무련각주께 너무 직설적으로 말하기가 꺼려져서 조금 표현에 포장을 한 것도 사실이긴 합니다만..."
팽연화는 내 허실을 살피듯이 내 눈을 똑바로 쳐다보더니 곧 한숨을 쉬었다.
"그럼 됐네. 그래도 무림맹의 초대인데 거절하기에 무슨 생각이 있나 생각했을 뿐이야."
무림맹의 초대라고 해봤자 거창한 것도 없었다. 양심이 있으면 시드권이라도 하나 꽂아줬어야지.
말없이 서있는 나를 보던 팽연화가 다시 한 번 질색한 표정을 지었다.
내가 내력을 끌어올려 주변을 탐색하는 것을 짐작한 듯 했다.
그리고 이어지는 것은 뭐다?
"각주님이 갔으니까... 이제 해도 되는거죠?"
쑤컹쑤컹쑤컹쑤컹♥
"하아앙♥ 앗, 앗, 아극♥"
팽연화는 강윤의 남근에 철저하게 유린당하고 있었다.
침상에 누운 채 다리를 벌려 허리를 열심히 들이미는 남자를 받아들이고 있는 것이다.
한 번 미뤄진만큼 그것을 만회할 생각이었는지 정신없이 몰아붙이는 남근의 쾌락은 절대고수의 정신력으로도 저항할 수 없었다.
"연화, 내 자지 맛있죠?"
"맛있네, 맛있어... 자네의 남근..."
"자-지."
"자네의 자, 자지... 아윽♥ 정말 맛있네..."
상대가 시켜서 하는 말일텐데도, 외간 남자의 양물을 칭찬할 때마다 자신의 음부가 짜릿한 감각을 느끼는 것을 부정할 수가 없었다.
"사천당가 가모님 보지, 이제 내 자지에 딱 맞아요!"
정말 그랬다. 남편의 왜소한 남근을 받아들일 때도 고통에 몸부림치던 음부가, 강윤의 우람한 남근은 기쁘게 받아들이고 있었으니.
"남편 자지 넣으면 허전하겠죠?"
"그걸로는 이제... 흐응...♥ 안 돼..."
몇 번이나 반복되는 문답이었다.
한주먹으로도 죽일 수 있는 상대가, 자신의 음부에 남근을 밀어넣는 순간, 답이 정해진 문답을 강요해오는 것이다.
찌봅찌봅찌봅찌봅♥
처음에는 거부하려고 했지만, 거부하면 짐승 같은 남근이 억지로 쏟아넣는 쾌감에 결국 그가 원하는 대답을 해주고야 만다.
남편의 손길 이외에는 누구의 손도 타지 않은 가슴을 마치 장난감처럼 떡 주무르듯 하는 손길.
젖가슴도 음부도, 이제 더는 이 남자의 색으로 물드는 것을 막을 수 없다.
자궁구에 남자의 길고 단단한 남근이 입맞춤을 몇 번이나 했는지 모를 무렵.
팽연화는 강윤의 얼굴이 어느새 상당히 가까워졌다는 사실을 깨닫고 기겁을 했다.
"오옥...♥ 안 된다고 하지 않았나..."
"정말 안 돼요? 입술만 한 번 쪽- 하고..."
"안 되네."
입술만큼은 절대로 허락하지 말아야했다.
이미 이 남자에게 육신이 서서히 잠식되어가고 있는데, 입술까지 내어준다면 팽연화는 그 때의 자신이 어떻게 변할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강윤은 시무룩해진듯 했으나, 곧 다시 허리를 열심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팽연화는 꿈틀대기 시작한 남근의 감촉으로 곧 사정이 임박했다는 사실을 알았다.
"대신 안에, 하읏♥ 싸게 해줄테니까... 그걸로 참게, 응?"
"항상 안에 싸고 있었잖아요..."
마치 속았다는 듯한 태도에 팽연화는 하마터면 죄책감을 느낄 뻔했다.
'원래는 안에 싸지 않아도 되면서!'
운공을 반복하면서 팽연화도 대충 눈치챘다. 독문무공의 정보가 알려지지 않았다는 점을 이용해서 자신을 속이고 있다는 것 정도는 진작에 알았다는 말이다.
"그럼 항상 하던거 해줘요..."
"하, 항상으흔♥ 아니지 않은가!"
팽연화의 부정에 강윤은 그저 말없이 눈빛으로 종용했다.
"사, 상공의... 아흑♥"
결국 팽연화는 두 손 들고 강윤의 요구를 수용했다.
"상공의 아기씨, 연화 뱃속에 듬뿍... 넣어주세요홋...♥"
"연화!"
한 차례 불끈 그 형태를 키운 남근이 질을 세차게 훑어내기 시작하자, 팽연화는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위험해, 위험해... 이거 정말... 위험해...'
운공 중 그 형태를 계속해서 유지하는 남근.
만약 그에게서 느껴지는 것이 도문 특유의 청량한 내공이 아니었더라면 마공으로 낙인 찍었을 터.
그 무서운 남근은 지금, 팽가의 여식이자 사천당가의 가모의 자궁에 정액을 칠하려고 하고 있었다.
"쌀게요, 연화... 임신해, 내 아기 임신해..."
"하윽, 흐으으응...♥ 하악!"
"임신해!"
뷰루루루루룩
서로의 치골이 바짝 맞닿고, 강윤의 남근에서 뿜어져나온 짙은 정액이 꿀렁꿀렁 자궁을 채워갔다.
한 방울도 흘리지 않게 하겠다는 굳은 의지마저 느껴지는 그 동작은, 여인으로 하여금 스스로를 한없이 암컷으로 느끼게 만들었다.
정액이 쏟아지는 뜨거운 감각에 절정해버린 팽연화는, 흐릿한 의식 속에서 생각했다.
'내가 과연...'
움찔움찔
흐릿한 의식으로도 전신을 관통하는 쾌락과 절정의 환희를 느꼈다.
'내가 과연,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
관계를 갖는 것을 멈추면 된다는 사실은 진작에 알고 있었다. 그리고 지금은 이 관계를 멈추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안다.
조금씩 그녀를 잠식해오는 이 쾌락에, 언젠가 복종하는 날이 오지 않을까.
팽연화는 자신이 느끼는 두려움 한켠에 숨어있는 희미한 기대감을, 아직 눈치채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