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밀푸색마-34화 (34/383)

밀푸색마 19 EP.34 긍정적으로 고려해주세요 (2)

당혜원은 느릿하게 숨을 쉬며 호흡을 골랐다.

나름대로 스스로를 잘 통제하고 있다고 믿었지만, 세가를 위한다는 말이 답답해서 어느새 흥분했던 것 같았다.

원래는 천천히 조여서 어쩔 수 없이 선택하게 하려고 했는데, 몇 번은 더 이야기를 나눈 다음 했어야할 제안을 일찍 꺼내버렸다.

하지만 수습할 방법이 없는 것도 아니었다. 이제 곧 수하들이, 혈마와 하오문의 소행에 대한 소식을 가져올터.

'이재각주와 기묘각주에게 바람을 넣어주면 되겠지.'

당가는 다섯 개의 각으로 조직이 분류되어있었다.

제자를 수련시키고 그 운용을 담당하는 무련각

암기를 비롯한 기물을 제작, 연구하는 기묘각

재정을 담당하는 이재각

약과 독을 연구하는 약천각

외부활동을 총괄하는 외총각

그 중 오직 무련각의 각주만이 팽연화에게 우호적이면서 가주에게 적대적이었다.

무련각은 세가 구성원들 가운데 무공을 익힌 자들 모두가 거쳐가는 곳이기 때문에 가장 권한이 큰 편이었다.

하지만 가주를 전적으로 지지하는 기묘각과 이재각의 반발을 무마하려면 고생 좀 해야할 것이다.

'그럼 새언니가 가만히 있지는 않을 거야.'

당가의 각주 회의실.

당혜원이 팽연화를 방문하고부터 며칠 뒤, 당가에 전해진 소식에 대해서 논의하기 위해서 가주와 각주들이 모였다.

"묵가장의 소장주가 혈마에게 납치당했다고?"

"예. 그 외에도 다른 지역에서도 유사한 사건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묵가장은 사천에 벌써 수백년째 터를 두고 있는 가문이었다.

당가에 비교하면 보잘것 없는 수준이기는 하지만, 그 세력도 작지 않아 이 자리에 있는 누구나가 알 정도의 가문.

그런 묵가장의 소장주까지 납치하다니, 대체 혈마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인가?

"그래서, 묵가장의 대응은? 혹시 세가에 연락이 있었나?"

당조명의 질문에 물흐르듯이 보고하던 당혜원의 목소리가 잠시 끊겼다.

"그것이... 이상하게도 점혈조차 하지 않은 상태로 어딘가에 감금시켰답니다. 혈마가 자리를 비운 사이에 탈출했구요."

"그건..."

"예, 고 소협의 증언과 일치합니다. 감금당한 곳을 지키는 자들은 있었지만 무공은 보잘것 없었다는 것까지 전부."

"..."

"이후에 새롭게 습격당한 일은 없었습니다만, 혈마는 비슷한 사건을 곳곳에서 일으키고 있답니다."

섬서의 제갈세가, 안휘의 남궁세가, 산동의 황보세가 등 파악된 곳 가운데 오대세가가 셋이나 끼어있었다.

당가까지 합치면 넷.

그 외에 세력이 좀 더 작은 곳까지 합치면 열 곳이 넘었고.

"피해자가 모두 탈출을 하게 두었다? 그 자가 색마질만 하더니 미쳐버린 것인가?"

당조명은 퉁명스럽게 내뱉었지만 그 말에는 안도의 감정이 짙게 배어있었다.

당가만이 망신당하는 사태는 피할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그것은 알기 어렵습니다만... 피해자들에게 공통점이..."

"공통점? 그게 뭐요?"

이재각주가 물었다.

"그러니까... 피해자 모두가 일대에서 기재로 소문난 청년들이었다는 점입니다."

"기재?"

"아, 들어본 적이 있소. 묵가장의 소장주가 아직 어리지만 그렇게 영특하다고 하더군. 재능이 아까워서 청성파에서 수학시키겠다고 들었던 것 같은데?"

들을수록 오리무중이었다.

사리분별 안 되는 어린아이도 아니고, 어느 정도 가치관이 정립된 청년을 데려가는 것도 그렇고.

차라리 쓸모가 없으면 죽일 것이지 애매한 상태로 풀어두는 것도 그렇고.

평생을 기행을 일삼아온 자이기 때문에 판단이 쉽게 서지 않았다.

"그럼, 그 고 소협도 기재라는 말이 되는 거요?"

"그게 뭐가 중요하오!"

약천각주의 태평한 소리에 기묘각주가 탁자를 쾅 내리쳤다. 모두의 시선이 집중된 가운데, 기묘각주가 마저 할 말을 쏟아냈다.

"중요한 건, 혈마가 우리 당가를 제 집마냥 마음대로 들락날락했다는 것 아니오! 이는 명백한 무련각의 책임이외다!"

"뭐가 어째요?!"

무련각주는 기가 막혔다. 다른 고수도 아니고 혈마였다. 정파, 사파를 가리지 않고 수많은 이들의 원한을 사고도 세력도 없이 홀로 살아남은 괴물.

당가의 모든 고수가 무련각주 수준이었더라도 종잇장처럼 뚫렸을 것인데 무슨 망발이란 말인가.

"혈마가 누군지 모르시오? 그는 사람의 형상을 한 천재지변이나 다름없소이다!"

"그래서 그 천재지변이 구파는 어째서 어느 곳도 건드리지 않았다는 말이오? 은비대주, 말해보시게. 구파 가운데 어느 한 곳이라도 그에게 침입을 허용한 곳이 있나?"

"...없습니다."

말도 안 되는 비교였다. 애초에 당가에는 오절 가운데 한 사람, 화절 팽연화가 있었다.

누구도 혈마의 침입을 알아차리지 못했을 때 이기어도로 그와 맞선 것도 오로지 그녀뿐이었다.

구파 가운데 초절정고수를 보유한 곳은 소림과 화산, 곤륜 뿐. 가까이에 있는 청성이나 아미가 강해서 침입을 당하지 않았겠는가?

"말도 안 되는 소리! 가모가 없었더라면 우리는 그 자가 고 소협을 데려가는지도 몰랐을 거요! 그 정도로 은밀한 침입에...!"

"그만. 두 분 모두 그만하시오."

당조명이 묵직한 목소리로 무련각주의 말을 끊었다.

마치 두 사람 모두를 질책하는 듯했지만, 명백하게 무련각주의 말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을 때 개입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 쫌생이 자식이...!'

무련각주는 차마 입으로 뱉을 수 없는 욕설을 입 안에서 굴렸다.

아내에 대해 좋은 소리가 조금 나오자마자 끼어드는 쫌팽이가 가주라는 사실에 무련각주는 선대 가주를 원망하는 수밖에 없었다.

아들 한 명만 더 낳으실 것이지.

"혈마가 감당할 수 없는 초고수라는 것은 사실, 허나 무련각에서 좀 더 철저했다면 예방할 수 있었을지도 모르는 것도 사실이오."

당조명의 말은 애매했다. 하지만 미미하게나마 무련각에 책임을 지우려고 하는 그의 의도를 모르는 사람은 이 자리에 없었다.

"제자들의 수련을 더 철저히 하고, 경비 태세를 일신하시오. 추가로 필요한 비용이 있다면 이재각을 통해 결재받도록 하고."

사리에 맞지 않는 말은 아니었기 때문에 더욱 복장이 터졌다. 도둑맞았으니 경계를 강화하자는 아주 원론적인 이야기일 뿐이었다.

하지만 이재각을 통해 결재를 받으라는 말까지 더해졌을 때 무련각주는 짜증을 넘어 암담함을 느꼈다.

저 얍삽한 미소를 짓고 있는 중늙은이는 가주의 똥구멍을 헐도록 핥아대는 작자였으니까.

"...가주의 명을 받들겠습니다."

무련각주는 고개를 숙여 대답하면서 내심 이를 갈았다.

"...라는 일이 있었답니다. 흐읏♥"

알력다툼 오지네 진짜.

나는 일을 하고 온 포상으로 대면좌위로 당혜원에게 자지를 박아주고 있었다.

"아무래도 내 일은 잘 묻힌 것 같고... 그 일로 무련각주는 제대로 압박이 됐을까요?"

"하앙♥ 어차피잇, 상관없어요...!"

의사소통은 해야겠기에 자지는 천천히 박아주고 있었다.

감질나긴 하지만 지난번 여성상위 지옥보다는 나았다.

"새언니한테만, 흐윽, 표가 나면 되니까아..."

요점은 팽연화가 못 잡은 건데 죄없는 무련각주가 억울하게 고생하고 있다고 팽연화가 생각하게 만들면 된다는 이야기였다.

실제로 무련각주가 고생을 하든 말든 중요하지 않다는 것.

솔직히 삼존의 으뜸인 사부 상대로 오절의 말석인 팽연화는 나름 선방한 셈이었지만, 사람의 마음이 그렇게 마음대로 되는게 아니다.

당혜원 생각에는 그렇게 죄책감을 자극하면 곧 넘어올 것 같다고 했다.

그렇게 나쁜 꾀를 부리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자지가 불끈 섰다.

"그렇게 새언니 속여서 보지 바치려고 하면서 양심의 가책 같은거 없어요?"

찌봅찌봅찌봅찌봅♥

탱탱한 엉덩이를 꽉 쥐고 자지를 슬슬 본격적으로 쳐올리자, 등에 얹은 손에 경련이 전해졌다.

"아흑♥ 새언니도 좋은... 오옥♥... 일이잖아요오...♥"

"그거야 혜원 생각이죠. 이렇게 자지로 푹푹 쑤셔준다고..."

"흐아아아앙! 아가방 입구♥ 꾹꾹♥ 눌러엇♥"

"모든 여자들이 좋아한다고 생각하는 건 선입견 같아요."

"아니야핫, 이 자지, 여자들은 다 조아♥"

하긴 그건 그랬다. 솔직히 이 자지로 기분이 좋지 않다면 그 사람은 섹스를 절대 즐길 수 없는 운명이 틀림없다.

"다 좋아하는 자지로 안에 잔뜩 싸줄게요!"

"싸줘요♥ 윤 아기만 태어날 수 있는 아가방♥ 가득 채워줘요...!"

그렇게 오늘 밤도 당혜원의 뱃속에 진득한 정액을 가득 채워주며 밤이 갔다.

입질이 오기까지는 그렇게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팽 여... 화 숙모에게 말씀입니까?"

그렇게 무련각주에게 작업을 치고 며칠이 지난 어느 날 아침.

"그래, 화 숙모에게서 제안이 있었단다. 혹시 생각이 있으면 몇 수 배워볼 생각이 없느냐고."

제갈미령은 화색을 띠며 말했다. 안 그래도 처음 만났을 때부터 팽연화는 내게 호평을 했었다.

'조금만 더 다듬으면 구룡도 들만하다고 했던가?'

무림 젊은 층에서 가장 뛰어난 사람들 가운데 하나라는 뜻이니, 제갈미령이 보기에는 극찬이 따로 없었을 거다.

난 99% 적당히 둘러댄 소리라고 생각하는데.

제갈미령이 재잘재잘 이야기하는 틈에 고천 역시 내게 전음을 보냈다. 멀티태스킹 뒈지겠네.

[팽 여협에게 배운다면 더 좋긴 할 거야. 연무장도 지하에 있으니 아내의 눈치를 볼 필요도 없을 거고.]

솔직히 이 아재 별 도움도 안 됐는데 벌써부터 팽연화한테 팔밀이할 찬스가 생겼다고 희희낙락이다.

표국을 해서 그런가? 얼굴은 상남잔데 쪼잔하구만.

"괜찮겠습니까, 어머니? 이미 저는 아버지께 검을 배우고..."

"흥. 네 아버지가 열이 있어도 화 숙모 하나를 당해낼 수 없다. 배울 수 있을 때 배워두는게 나을게야."

고천은 제갈미령에게 들키지 않게 표정을 팍 찌그러뜨렸다.

에베베, 그러니까 팔밀이하고 좋아하는 티를 내지 마셨어야지.

문안을 물러나온 나는 고현으로 위장하기 위한 검을 챙겨서 곧장 팽연화가 있는 처소로 갔다.

저번에 와보고 두 번째로 와보는 거라 제대로 찾아가기는 어려웠지만, 안면을 터둔 유하라는 시비의 안내를 받아 정확히 도착할 수 있었다.

진짜 크긴 더럽게 크네. 사천당가.

지하로 통하는 문 앞에서 눈을 번뜩이며 지키고 있는 무사에게 말을 걸자, 이야기는 들었다며 친절하게 문을 열어주었다.

별 상관없는 얘기긴 한데 저번에 사부가 일으킨 소동 덕분에 나한테는 '혈마가 인정한 기재'라는 인장이 떡하니 붙었단다.

사실 나머지는 다 끼워팔기고 내가 진짜인데...

아무튼 그래서 그런가 무사의 대응이 좀 더 친절하게 느껴진다.

그렇게 안쪽으로 깊이 들어가보니 도를 열심히 휘두르고 있는 팽연화가 보였다.

자기 키보다 약간 작은 도를 저렇게 경쾌하게 휘두를 수 있다니, 역시 초절정고수가 수준이 다르긴 다르구나.

내가 도착한 것을 알아보자, 금방 도를 휘두르던 것을 멈춰세우고 내게 다가왔다.

나는 우선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팽 여협, 이야기를 듣고 찾아뵈었습니다. 저를 단련시켜 주신다고 들었습니다만..."

사실 단련보다는 혹시 내 자지에 관심있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더 컸다. 아, 정확히는 등선공의 내력 증강 효과겠지만.

내력 증강이든 뭐든 자지만 꽂아넣고 며칠 동안 섹스절임으로 만들어놓으면 팽연화도 함락시킬 수 있다는게 당혜원의 계획이었다.

"그래. 자네는 원래 권장법을 쓴다고 하는데, 령 동생이 계속 지켜봐서 검 밖에 쓰지 못하는 것 같더군."

응?

"그래서 나라도 좀 봐주는게 옳지 않을까 싶어 불렀네. 우선 실력부터 좀 보겠네."

네?

내가 당황하는 건 아랑곳하지 않고 팽연화는 도를 들어 중단을 겨눈채 내게 고개를 한 차례 끄덕였다.

저기요. 우리 오늘 섹스를 하는 건 맞는 건가요? 진짜 이대로 수련만 시켜주는 건 아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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