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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푸색마-28화 (28/383)

밀푸색마 EP.28 안고 싶어요... (2)

사부가 왔다. 그것도 이 당가 한복판에.

색마의 왕이나 다름없는 사부가 거대 정파 세력의 한가운데에 있다는게 결코 정상적인 상황은 아니었지만...

'어련히 안 들킬 자신이 있어서 왔겠지...'

정파제일검이라는 검성조차 자기 욕심 때문에 그냥 방치할 자신이 있는 사부다.

검성보다도 급이 떨어지는 팽연화한테 걸릴 거면 오지도 않았을터.

"대강 어떤 경로로 여기로 왔는지는 들었다. 하오문의 손이 닿은 주루에서 행패를 부렸더구나."

"...그건 저도 몰랐군요."

"얌전히 있으라고 했더니 거지꼴이 되어서 당가에 들어와있고, 내가 얼마나 놀랐는지 아느냐?"

나로서는 억울한 일이었다. 나는 내 정당성을 호소하기 위해 황보효선에게 물렸던 일을 대강 이야기해줬다.

"검성 그놈 저만 미친게 아니라 손녀까지 미쳤구나. 짐의 크기만 보고 도가 들어있을 거라고 어림짐작하는 미친 계집이라니."

내 말이.

"대체 염왕도라는 놈은 누굽니까? 검성은 사부님을 쫓아서 온 것 아니었습니까?"

"절정고수 중에서는 손꼽히는 고수지. 사파 고수."

사부는 눈살을 찌푸리면서 말을 이었다.

"나를 쫓아서 왔다고 공공연히 말하면 여러모로 걸리는게 많겠지. 그래서 검성 그놈은 미리 인근에서 희생양을 점찍어두고 그놈을 쫓아서 왔다고 떠들고 다녔을 것이다."

"예? 그럼..."

"아마 강호에는 이렇게 알려지겠지. 남궁세가의 고수들이 염왕도와 맞서서 싸우다 두 명이 죽었고 언소영과 남궁혜가 위기에 처한 것을 검성이 구해주었다."

"..."

"피해자의 명예도 지키고, 자기 명예도 지키고, 덤으로 더러운 사파 고수까지 정리할 수 있는 훌륭한 한 수가 아니냐?"

사부는 빈정대며 말했다.

"그래서 그놈이 미친개라고 하는 것이다. 정파의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서라면 사파 고수 목숨 정도는 쉽게 취할 수 있는 미친놈."

어, 근데 사부는 남궁혜 따먹으려고 정파고수 둘이나 죽였잖아.

내로남불 오졌구요.

"이쪽으로 오고 있는 자들이 있구나."

"아마 시비들일 겁니다. 아침 준비를 도와주는 시간이라..."

"오, 그래서 오기 직전까지 즐거운 시간을 보내셨다? 색천문의 후계로서는 아주 바람직한 삶이로구나."

사부가 피식 웃으며 나를 쳐다보자 어쩐지 눈을 맞추기가 껄끄러웠다. 왜요, 나도 폭풍섹스하면서 삽시다.

"여기 있다는 사실은 알았으니 오늘밤에 또 찾아오마. 당가의 여아는 부르지 말거라."

"...알겠습니다."

인질로 잡혀있던 언소영과 달리 당혜원은 일이 있어서 매일은 못 온다.

어제 왔다갔으니까 오늘은 안 와도 괜찮겠지. 근데 왜 이렇게 꼽냐?

"그럼 나중에 보자꾸나."

"예, 살펴가십시오, 사부님."

내 인사를 받자마자 사부는 창문을 열고 몸을 휙 날리더니 사라져버렸다. 밤에 오면 고천한테 무공 배워도 되냐고 물어봐야지.

제갈미령은 남편인 고천과 함께 아들의 아침 문안 인사를 받았다.

"간밤에는 편히 주무셨습니까?"

"...그래."

무기질적인 대답을 시작으로 형식적인 대화만이 오가고 아들이 물러나자 제갈미령은 한숨을 쉬었다.

그런 제갈미령 옆에서 고천이 물었다.

"무슨 일 있소? 요 며칠 조금 이상하구려."

"아무 일도 없어요. 그냥, 조금 피곤해서..."

제갈미령은 고천의 근심어린 표정을 보며 치밀어오르는 죄책감을 참았다.

뭐라고 할까? 아들의 남근을 빨아주다가 아들이 너무 자신을 괴롭게 해서 사이가 불편해졌다고?

'내가 미쳤지.'

빳빳하게 솟은 남근을 가라앉히지 못하는 아들을 보고서 측은지심을 느낀 것부터가 잘못이었다.

엄하게 꾸짖었어야했는데... 하지만 아들의 얼굴을 볼 때마다 제갈미령은 스스로에게 묻곤 했다.

'정말 다시 그 때로 돌아가더라도 그럴 수 있을까?'

제갈미령은 쉬이 답을 내릴 수가 없었다.

어미의 몸을 보고 감출 수 없이 솟아오른 양물, 부끄러움에 계속해서 눈치를 보는 아들.

그런 모습을 다시 본다면 그녀는 결국 '이번만이다' 라면서 아들의 바지를 내릴 수밖에 없을 것 같았다.

게다가 그녀가 아들에게 무뚝뚝하게 대하고 있는 근본적인 이유는 다른 곳에 있었다.

명석한 그녀는 스스로가 아들에게 벽을 치고 있는 진짜 이유가 무엇인지 잘 알았다.

'아들의 양물에 욕정을 느끼는 어미라니...'

그 때 제갈미령은 목구멍 안에 실컷 사정한 아들을 호되게 꾸짖어줄 생각이었다.

그것은 어디까지나 욕구를 처리해주는 것일뿐, 어미를 여인으로 보아서는 안 된다고.

하지만 입을 열어 말을 제대로 뱉기도 전에, 그녀는 다시 입을 다물어야했다.

자신의 아랫도리가 후끈하게 달아올랐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그 순간 수치심에 머릿속이 하얗게 변했고, 결국 그 날은 허둥지둥 돌아와버리고 말았다.

그 뒤로 제갈미령은 아들과 눈을 마주치는 것을 피했다. 눈을 마주치면 아들이 자신을 도구처럼, 암컷처럼 내려다보던 그 날이 떠오를 것 같았다.

제갈미령은 그 날의 기억을 털어버리며 자신을 염려하는 눈길을 보내는 남편의 손을 맞잡았다.

"정말 아무 일도 아니에요. 우리 아들이... 돌아왔는데 뭐가 걱정이겠어요?"

무슨 생각을 하는 것인가. 곁에는 사랑하는 남편, 자신을 아껴주는 남편이 있는데.

아들도 자신과 나이가 맞는 다른 여인을 만나면 어미에 대한 흥미가 식으리라.

원래대로 돌아갈 수 있다. 듬직한 남편, 착한 아들이 있던 가정으로.

제갈미령은 그것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오늘도 표정이 영 아니네..."

아주 살갑게 대해주지는 않더라도 조금은 변화가 있었으면 했는데, 그렇게 철벽을 치고 있으니 후회가 막심했다.

특수한 상황에서 만난 언소영이나 당혜원과는 달라서 어떻게 해야 관계를 진전시킬 수 있을까 감이 잡히질 않았다.

그런만큼 지난번에 왔던 기회를 꼭 잡았어야했는데...

그렇게 후회하며 걸음을 옮기던 와중에, 맞은편에서 시비가 종종걸음으로 다가왔다.

일전에 아침 준비가 늦어서 미안하다고 했던 똘망똘망하게 생긴 시비였다.

"도련님, 당영 아가씨께서 도련님을 찾아오셨습니다."

"당영?"

누구야 그건? 내가 고개를 갸웃거리자 시비가 말했다.

"가주님의 따님 되시는 분입니다."

"그런 분이 무슨 일이랍니까?"

나는 여기서 가주에게 인사를 한 걸 제외하면 당가의 인물들과 딱히 접촉을 하지 않았다.

애초에 인맥을 다져봤자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는데 대체 왜 만나고 다니겠어?

내 사부가 누군지 밝혀지면 전부 리셋되어버릴 인맥인데.

시비는 눈을 아래로 깔고 대답했다.

"그, 그건 저도 잘..."

"그런가요? 그럼 만나보면 알겠군요."

이제 막 아침 문안을 마친 참인데, 벌써부터 남의 집에 찾아온다는게 예의상 맞는 일인가?

아, 생각해보니까 굳이 따지면 남의 집이 아니라 제 집이긴 하네.

시비가 대신 안에 기별을 넣어주었고, 허락을 받아 들어가고 보니 여자 한 명이 정말 제 방인 것처럼 앉아서 차를 마시고 있었다.

"처음 뵙겠습니다. 강윤이라고 합니다."

"만나서 반가워요. 당영이에요."

내 소개에 가볍게 답한 당영은 다시 찻잔을 기울였다. 얘 진짜 뭐하러 온 거야?

나한테는 관심조차 없다는 듯이 눈도 안 맞춘 당영이 다시 입을 열었다.

"아침부터 부지런하네요."

"아침 문안을 올리고 오는 길입니다."

"가짜라면서?"

"..."

말문이 막힌다. 팽연화를 닮은 날카로운 인상으로 싸가지없는 소리를 툭툭 던지면서도 차는 호로록 잘 마신다.

"가짜면 그냥 자리만 차지하고 있으면 됐지, 왜 진짜 아들처럼 문안을 올리는지 궁금했을 뿐이에요."

그냥 인성이 개차반인 건지, 말조심을 할 줄 모르는 건지 알 수가 없었다.

둘 다 짜증나긴 해.

"...그 일로 찾아오신 겁니까?"

"그럴리가."

당영은 풋 웃었다. 얼굴은 팽연화를 닮아서 좀 날카롭긴 해도 미인인데 밉살맞아보이는걸 보면 역시 사람은 인성과 표정이 중요하다.

"고모님께서 챙겨주라고 하셔서 찾아왔어요."

당혜원이? 왜?

"얼마나 지속될 관계일지는 모르지만, 당신하고 잘 지내두면 제갈 여협하고도 잘 지낼 수 있지 않겠어요?"

"솔직하시군요."

너한테는 관심없지만 콩고물이 떨어질게 있으니 잘해주마, 라는 말을 이렇게 당당하고 재수없게 할 수 있는 사람도 있구나.

세상은 역시 넓다, 존나게 넓다.

"그러니까 어려운 일이나, 궁금한 일이 있으면 날 찾아와요."

"...예, 베풀어주신 호의 감사히 받도록 하겠습니다."

당영은 훗 웃더니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나를 안내해온 시비를 이끌고 사라지는 뒷모습을 보면서 드는 생각은 하나였다.

'그래서 결국 뭐하러 온 건데?'

"후우..."

당영은 숨을 길게 토해냈다. 하지만 아무리 숨을 느릿하게 쉬려고 애를 써도 콩닥대는 심장은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자신을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보는 시비를 보고는, 당영은 급하게 입을 열었다.

"어때? 어때?"

"아가씨..."

"강 소협이, 내 도도한 매력을 느낀 것 같니? 응?"

조금 전까지 보이던 정떨어지는 태도를 도도한 매력이라고 착각하는 아가씨를 보고 시비, 유하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아가씨... 아마 실수하신 것 같아요..."

"응? 왜?"

당가의 금지옥엽으로 자란 탓에 인간관계가 협소한 당영은 아 다르고 어 다르다는 간단한 진리를 잘 알지 못했다.

"아침부터 참 부지런하다고 칭찬도 했고, 어려운 일이 있으면 언제든지 오라고도 했는데?"

유하는 날카로운 인상의 아가씨에게 도도한 매력을 강조하는 편이 더 매력적일 거라고 충고한 것을 후회하고 있었다.

"표현의 문제죠... 강 소협은 절대 좋게 생각 안 했을 걸요..."

"하, 하지만 강 소협은 호의를 감사히 받겠다고..."

"그야 손님이니까요... 감사히 받겠다고 하지 눈앞에서 당장 사라지라고 하겠어요?"

유하가 조목조목 짚어주는 것을 듣고 당영은 머릿속이 새하얗게 변하는 것 같았다.

"하, 하지만 어느 정도 고, 고압적인 태도를 취해주면 좋다고..."

"그런 소리는 어디서 들으셨나요..."

유하는 거의 해탈한 표정이었다. 당영은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최근에 나온 신간 패설에서..."

"아가씨! 패설은 현실과 다르다니까요?"

울상이 된 당영에게 유하는 사정없이 잔소리를 늘어놓았다.

마치 시비와 주인이 바뀐 것 같은 광경이었다.

당영이 보기에 고모인 당혜원의 이름을 팔아 강윤과 안면을 터두는 것은 제법 괜찮은 계획 같았다.

몇 번이고 스쳐지나간 두 사람이 눈만 잠깐 마주칠 뿐 인사조차 제대로 안 하는 사이라는 것은 이미 확인했다.

이제 상대와 친하게 지낼 의향이 있다고 넌지시 운을 띄우기만 하면 성공인 것 같았는데, 유하의 눈에는 영 아닌 것 같았다.

당영, 방년 20세.

스쳐지나간 어느 색마에게 마음을 빼앗긴, 서툴고 순박한 규중처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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