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푸색마 EP.25 어미가... 빼줄까? (1)
당혜원은 아주 기분이 좋았다.
20여년 전 가문의 어른들이 거의 모두 돌아가시고 세가가 암운의 구렁텅이에 빠진 이후, 이렇게 세상이 밝아보이는 건 처음이었다.
자신을 한없이 긍정해주는 누군가와 하룻밤을 보낸 것만으로도 이렇게 가슴에 행복이 가득하다.
'예뻐서, 예뻐서! 내가 너무 예뻐서 이 이마에... 흐흐흐...'
강윤이 이마에 입을 맞춰왔을 때는 당황했지만, 생각할수록 가슴 속이 몽실몽실해지는 감각이 올라왔다.
이렇게나 달콤한 감각이라니. 강윤이 살던 마을에서는 이 감각을 알기 때문에 그런 인사가 계속되어왔으리라 확신했다.
그녀는 이제야 남편을 이해했다. 남편도 분명, 이런 행복을 느끼고 싶어서 기녀를 안았을 것이다.
남편에게 더는 남편으로서의 역할을 기대하지 않게 되고 보니, 오히려 남편을 이해하게 된 이 상황이 너무 우스웠다.
그렇게 행복감에 잠긴 그녀에게 들키지 않게, 그녀의 휘하 대원들은 몰래 그녀의 얼굴을 훔쳐보며 귀엣말을 나누고 있었다.
"자네 뭐 들은 거 있나?"
"내가 듣고 다니는 거야 자네랑 거기서 거긴데 뭘 바라는가?"
사천당가 은비대(隱秘隊).
비밀을(秘) 감춘다(隱)는 이름답게 정보를 쥐고 흔드는 가주 직속 단체였지만, 그들에게도 상사란 두려운 존재였다.
깊이 파고들어가보면 그들도 결국은 월봉을 받아 생활할 뿐이기 때문이다.
일선에 나가서 고급 정보를 캐오는 간자들이라면 모를까, 정보를 취합하고 분석할 뿐인 그들의 삶은 무시무시한 정보단체와는 거리가 멀었다.
그래서 그들은 지금 굉장히 환한 얼굴을 하고 있는 대주의 심기가 어떤지 필사적으로 추측하고 있었다.
좋은 일이 있어도 어둡고, 나쁜 일이 있어도 어두운 사람이 환한 얼굴을 하고 있다면 대체 어째서일까?
상상도 못할 정도로 좋은 일이 있나?
상상도 못할 정도로 나쁜 일이 있나?
예측할 수 없는 공포로 수하들이 눈치를 살피고 있는 것도 모르고, 당혜원은 그저 행복감에 젖어 있었다.
아침 문안을 마친 나는 제갈미령과 시전에 나와있었다.
고천은 표국 일이 바빠서 서류를 읽고 있었기 때문에 탈락.
여기까지 나와서 일을 해야될 정도로 표국 일이 바쁜 모양이었다.
한편 우리 쪽은 딱히 정해진 볼 일이 있어서 나온 것은 아니었기에, 제갈미령이 나를 반쯤 끌고 다니고 있는 상황이었다.
"이것 보거라! 이 옷감으로 옷을 해서 입으면 괜찮을 것 같지 않니?"
"아이구, 동생분께 딱입니다요."
"쿡! 동생이 아니라 아들이라네."
이런 식으로 옷이나 음식에 계속 관심을 보이면 나는 질질 끌려다녔다.
그리고 나보다 불쌍한 건 호위차 동행한 당가의 무사였다.
"도, 도련님. 이리 주십시오. 제가 들겠습니다."
"이거까지 받아들면 앞은 보이겠습니까?"
"...감사합니다."
음식이야 그 자리에서 먹어치웠지만 옷감을 비롯한 다른 물건들은 모조리 이 무사가 들고 있었다.
차라리 한 명 더 데려왔으면 좋았을걸.
하지만 제갈미령의 과소비를 지적하기에 사천은 새외에 접해있는 지역이라서 다른 지역에서는 쉽게 구할 수 없는 물건들이 많았다.
당가가 축적한 부도 다 거기에서 비롯되는 거고.
웬만한 굵직굵직한 업체들은 당가와 어떤 식으로든 연관이 되어있었기 때문에, 사천은 그야말로 당가의 왕국이라고 할만했다.
당가의 무사가 입은 옷에는 당(唐)이라는 글자가 크게 적혀있었는데, 그래서 상인들이 더 살갑게 구는 것도 같았다.
"이걸 왜 네가 드느냐? 호위무사에게 맡기거라."
"하지만 어머니..."
남한테는 이렇게 인정사정 안 봐주는 성격이었나? 내 표정에 당황한 기색이 보였는지, 제갈미령이 한쪽 눈을 찡긋했다.
내게 받아든 짐까지 무사에게 얹고 나니, 완벽하게 무사의 시야가 차단되었다.
"흐음, 자네, 이대로 호위임무를 계속할 수 있겠는가?"
"어, 어려울 것 같습니다."
아, 이거 혹시?
"쯧쯧... 호위라는 사람이 이래서야 원..."
"죄, 죄송합니다..."
"되었네. 자네는 그거 들고 먼저 돌아가있게. 우린 좀 더 돌아보다 갈테니."
"예? 하, 하지만..."
"내가 돌려보냈다고 하라는 말이야. 문책을 당할 일이 있다면 내가 막아줄테니 그만 돌아가게."
짐에 가려 얼굴은 보이지 않지만 어지간히 우왕좌왕하고 있을 듯했다.
하지만 제갈미령은 그 무사의 등을 떠밀어서 기어코 돌려보내고 말았다.
"휴, 자기들 손님이라고 해서 챙기는 건 알겠지만 눈치가 있어야지. 아니 그러하냐?"
"어머니..."
"우리 아들이랑 둘이 오붓하게 나왔는데 저런 혹을 달고 다닐 수는 없지."
고생은 실컷 하고 혹 취급당한 무사님께 묵념.
"어디 또 가고 싶은 곳은 없니? 말만 하려무나."
제갈미령은 방긋 웃었다. 왜 이렇게 행동거지 하나하나가 여자친구 같냐... 설레게...
하지만 애초에 내가 밖에 나오려고 한 이유는 뒷골목, 즉 하오문의 영역을 어슬렁대기 위해서였다.
사부가 써준 서신을 읽어보기도 전에 잃어버린 이상 하오문 쪽에는 연락할 방법도 없었고, 적당히 뒷골목을 어슬렁대다보면 사부가 찾아내지 않을까 하는 기대에서였다.
어차피 성내에서 나가지는 않을 거니까 혼자서 돌아다녀도 상관없겠거니 했는데...
'언제까지 따라오려고 이러는 거지?'
적당히 성내를 구경간다고 했더니 제갈미령이 끝까지 따라붙어서 골치인 상황이었다.
하지만 난 설정상 착한 아들이니까 혼자 다니겠다고 매몰차게 뗴어놓을 수도 없고 이래저래 고민이었다.
"요즘은 호수 구경하기가 좋은 날씨지요."
맞은편에서 당과를 팔던 아저씨가 입을 열자, 제갈미령은 어떠냐는 듯 내게 눈짓을 보냈다.
갑시다, 가... 에휴...
삼차호라고 불리는 호수는 어마어마하게 컸다.
이렇게 큰데도 동정호 같은 곳에 비하면 별로 크지 않다고 사공이 얘기하는 걸 들어보면, 정말 여기는 뭐든지 큰 것 같다.
"네 아버지와는 젊었을 때 이렇게 배를 자주 탔단다. 내가 좋아한다고 생각해서 그런지 틈만 나면 타러 가자고 했었지."
호위무사는 그렇게 떼어놓고 왔으면서, 사공에게는 별 관심이 없는지 제갈미령은 재잘재잘 말했다.
"좋아하지 않으셨습니까?"
"아니, 좋았단다. 하지만 네 아버지랑 있는게 좋았던 거지, 딱히 배를 타는게 좋았던 건 아니었단다."
그 사람은 아직도 내가 선상유람 따위에 별 관심이 없는걸 모를 거야, 라며 제갈미령이 웃었다.
"우리 아들도 언젠가 마음에 드는 처자를 만날 거고, 결혼하겠지?"
"...그렇지 않을까요?"
"이 어미는 큰 걸 바라지 않아요. 그저 현이 네가 가장 행복할 수 있는 선택을 하렴."
제갈미령이 두 손을 뻗어 내 손을 꼬옥 감쌌다.
"강호에 이름난 협객이 되지 않아도 되고, 표국을 이어받아 더욱 부흥시킬 필요도 없단다. 네 아버지도 사실 그런 일에는 관심이 없어요."
"..."
"그저 네 행복만, 네 행복만 생각하면 된단다. 어미 말을 이해하겠지?"
제갈미령의 가녀린 손이 떨려왔다. 애잔한 눈빛이 알겠다는 대답을 갈구하는 듯했다.
아마 오늘 하루 내내, 제갈미령은 내게 이 말을 할 기회만 노리고 있었을 것이다.
내 앞에서는 시종일관 밝은척 행동했지만 고현의 죽음은 제갈미령의 가슴을 깊이 할퀸 상태인 것 같았다.
다시는 아들을 잃기 싫은 어머니의 마음이 절절하게 전해져왔다.
나는 씨익 웃으며 말했다.
"평생 제 배만 불리면서 늙어죽을 때까지 살겠습니다, 어머니."
"푸흡..."
일부러 익살맞은 대답을 해줬더니 제갈미령은 새어나오는 웃음을 참지 못하는 것 같았다.
"웃으시라고 말씀드린 겁니다. 웃으세요, 어머니."
그 말을 기다리기라도 한 것처럼 제갈미령의 입에서 맑은 웃음소리가 터져나왔다.
무림인씩이나 되서 숨을 헐떡대면서 웃음을 간신히 진정시킨 제갈미령이 어깨를 툭 쳤다.
"우리 아들, 다 컸네. 어미 마음도 헤아릴줄 알고."
"다들 이 정도는 할 겁니다."
그래도 우리 아들이 최고네, 하는 소리를 제갈미령이 한동안 늘어놓던 그 때,
툭, 투둑
하늘에서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아이고, 손님들! 지금 바로 배를 대겠습니다!"
당황한듯 사공이 허겁지겁 입을 열었다.
배에 지붕이 따로 없었기 때문에, 우리는 그대로 비를 얻어맞아야했다.
사실 몸에서 호신기를 일으키면 비를 막을 수 있을 것 같았지만, 고천에게 들은 고현의 무공수위로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내가 비를 그대로 맞고 있는데 자기만 안 맞을 수도 없었는지 제갈미령도 비를 그대로 맞았다.
아아, 어머니의 사랑...
사공은 비가 오는 와중에도 솜씨좋게 배를 몰아서 뭍으로 배를 댔고, 죄송하다며 고개를 꾸벅였다.
제갈미령은 괜찮다고 손을 흔들어준 다음, 적당히 지붕이 있는 곳을 찾아 걸었다.
사공도 나름대로 생각은 있었는지, 가까이에 작은 정자가 있는 것을 곧 발견할 수 있었다.
거기에 도착하고 나서야, 한 차례 숨을 돌릴 수가 있었다.
"갑자기 비가 올 줄은 몰랐구나, 분명 맑은 날씨였는데..."
"괜찮으십니까, 어머니?"
"어미는 괜찮아요. 이래뵈도 절정고수란다."
보란듯이 팔뚝을 치켜올리는 제갈미령을 보고, 나는 문득 깨달음을 얻었다.
아, 좆됐구나, 하고.
비에 젖어 착 달라붙은 옷이 제갈미령의 몸매를 노골적으로 보여주고 있었다.
당혜원이나 언소영에 비하면 풍성함은 덜하지만, 조화롭게 아름다운 라인을 그리는 몸매.
하지만 결코 풍만하지 않다고는 할 수 없는 야시시한 몸매였다.
자지에게 삼강오륜을 주입하려고 애를 써봤지만 이미 늦었다.
지난밤 당혜원에게 실컷 싸지른 자지 새끼는 염치도 없이 등선공의 힘을 빌려 위용을 과시하기 시작했다.
불끈 일어선 자지가 내게 말하는 듯했다.
'넌 고현도 아닌데 왜 지랄이야? 꼴리는 암컷 앞에서 내가 왜 숨어야되는데?'
전적으로 동감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진짜 아니다... 제발 가라앉아라...
그렇게 집중할수록 물에 젖은 천이 자지에 감겨드는 감각이 더욱 선명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다음 순간.
"현아..."
아프도록 발기한 자지를 발견한 제갈미령이 흠칫 놀란 얼굴로 자신의 몸을 가렸지만 이미 늦었다.
그렇게 가린 모습에 자지가 더 반응해서 꿈틀거렸다.
제갈미령은 몸을 반쯤 돌린채 눈만 움직여 힐끗대고 있지만 내 자지는 진정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흠뻑 젖어서 훤히 보이는 엉덩이의 라인이 꼴린다는 사실을 깨닫고 나서부터는 더욱 성을 냈다.
결국 제갈미령이 나를 보면서 입을 꼭 다물고는 다시 입을 열었다.
"현아..."
짐승만도 못한 새끼라고 나무라는 것을 상상하니까 벌써부터 마음이 꺾일 것 같다...
"어미가, 그... 어미가..."
어미가 실망했다? 중대장처럼?
"히, 힘들면, 어미가... 빼줄까?"
오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