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푸색마 19 EP.22 이건 정보 수집이니까...♥ (2)
당가 가주와의 만남은 싱겁게 끝났다.
너털웃음을 지으면서 아들이 참 헌앙하게 생겼니 뭐니 말은 잘하는데 겉치레인 것이 눈에 보일 정도였다.
나는 오히려 어느 정도 대비하고 들어갔기 때문에 별 느낌이 없었지만 제갈미령은 속이 상한 눈치였다.
"저런 인간이라서 화 숙모에게도 혼인하지 말라고 했었단다."
남의 집에 와서 너무 흉을 보는 것은 꺼려진다며 거기까지만 말했지만, 아무튼 당 가주에게 맺힌 것이 많은 듯했다.
그렇게 인사를 마치고 숙소로 돌아와보니, 고천이 있었다.
"아버지, 저희 해야할 얘기가 있지 않습니까?"
"오냐, 아들아. 남자만의 대화를 하러 가자꾸나."
그렇게 눈이 마주치자마자 나가는 것을 제갈미령이 호기심을 잔뜩 드러내며 붙잡았지만, 고천은 냉혹했다.
"사나이만이 이해할 수 있는 대화요."
고천은 되도 않는 소리로 밀어붙이고 강제로 제갈미령을 떼어놓은 채 바깥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렇게 한동안 걷고 나서야, 당가 중에서도 상당히 외진 곳에 있는 건물에 도착했다.
다른 건물들 못지 않게 잘 만들어진 건물이었지만, 어쩐지 을씨년스럽게 느껴지는 곳.
그 곳에서 나는 '자, 어디 잘 설명해보시게' 라는 듯이 쌍심지를 켜고 있는 팽연화와 만날 수 있었다.
난 이제 고천이 팽연화에게 속시원한 설명을 해줄 것을 기대했지만 뜻밖에도 가장 먼저 나온 것은 나에 대한 성토였다.
"자네 전음은 못하나?"
"...못 배웠습니다."
"아니, 자네만한 고수에게 전음도 안 가르쳐주다니, 대체 사부님이 어떤 분이시길래?"
팽연화까지 끼어들었다.
제 사부는 색혈마 이자성입니다, 검성을 피해서 사천에 내려오느라 바빠서 못 배웠습니다, 라고 할 수도 없었기에 나는 대충 둘러댔다.
"사부님께서는 은거기인이신데, 몇 년 전에 돌아가셨습니다. 그 때는 지금보다 무공이 부족해서 전음까지 배울 수준이 되지 않았습니다."
"...나중에 내가 가르쳐줄테니 다음엔 전음으로 대화하세. 자네 실력이면 금방 배울 거야. 매번 이렇게 바깥으로 나올 수는 없지 않은가."
"예."
둘 다 어쩐지 진심으로 믿는 것 같지는 않았지만, 더 따질 여유가 없는지 곧 대화는 방향을 틀었다.
"한동안 내 아들 노릇 좀 해줘야겠네."
"...얼마나 말입니까?"
그래, 이게 중요하다. 평생 이 사람 아들 노릇만 하면서 살 수는 없지 않은가.
"내 아내가 현실을 받아들일 수 있을 때까지."
"국주, 그건 좀 어렵지 않겠습니까?"
팽연화가 끼어든다.
"계속 눈앞에 아들이 있는데 어떻게 현실을 받아들일 수 있겠습니까?"
나도 동감이었다. 현실을 보려면 현실을 마주해야 하는데, 거짓 현실이 눈앞을 가리고 있으면 소용이 없다.
"제 아내는 똑똑한 사람입니다."
"..."
"아마 현이가 시신으로 돌아온 그 날부터, 계속 생각했을 겁니다. 예전에 이런 선택을 했더라면 괜찮았을 것이다, 하고."
고천은 마른세수를 하고 말을 이었다.
"잊어야 이겨낼 수 있는 일을 계속 스스로 상기시켜서 저보다 몇 배는 고통받고 있었을 겁니다."
"국주..."
"잊은 것도 아니고, 모르는 것도 아닐 겁니다. 그냥 현실을 받아들이기가 싫은 겁니다. 이쪽의... 자네 이름이 뭐였지?"
빨리도 물어본다.
"강윤입니다."
"강 소협과 현이의 차이를 알아차릴 때마다, 조금씩, 현실을 직시할 겁니다. 모를 리가 없습니다."
"그래서 조금 전까지 이름도 몰랐던 사람을 아들로 데리고 살겠다구요?"
"저도 사람을 조금은 볼 줄 압니다. 힘을 가진 사람이 남과 다툴 때 상대가 맞는 말을 하면 납득하고, 받아들일 줄 안다면 근본적으로 선하지 않을리가 없다고 믿습니다."
아잇, 싯팔. 나중에 나타난 척 하더니 그 돈 떼먹은 놈 멱살 잡던 거 다 보고 듣고 있었네.
"제 선택권은 없는 겁니까?"
"자네, 스승이 없다고 했지? 익힌 건 권장법이고?"
귀신이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긍정했다.
"심법이 굉장한 건지, 자네가 둔한 건지 몰라도, 내력에 비해 몸놀림이 둔하군."
그거까지 봤어? 난 지금까지 무공 한자락 쓴 적 없는데?
입이 쩍 벌어진 나는 고천의 제의를 듣고 한층 더 입이 쩍 벌어졌다.
"자네의 그 불균형을 해결해주지. 필요하다면 검법을 일부 가르쳐줄 수도 있네."
아마 다른 무림인이었다면 즉시 계약서에 도장 찍었을 거다.
고천은 아무리 낮게 잡아도 절정고수 상급은 되어보였다. 대충 중급 정도 되어보이던 황보효선보다 윗줄.
그런 고수에게 가르침을 받는다는 것 자체가 특혜나 다름없는 것이다.
하지만 나는 달랐다.
사부가 정말로 죽은 것도 아니고, 애초에 내 내력은 한 달만에 형성된 거라 어지간한 일타강사가 아니고서야 내 초식 운용 능력을 내력 수준에 맞추기는 쉽지 않다.
내 내력은 앞으로도 더 늘어날테니까.
게다가 무림의 예의상 사부가 있는 사람이 다른 사람의 가르침을 받겠다고 냉큼 받아먹는게 맞는지도 잘 모르겠다.
사부의 허락을 받으면 가능할 것 같기는 한데...
"잠시 시간을 주실 수 있겠습니까?"
"...이거보다 더 달라는 소린가? 혹시 표국 일에 관심이 있나? 아니면..."
어처구니 없다는 표정의 고천이 뭔가 다른 조건을 붙이기 전에 나는 손사래를 쳤다.
"아니, 그게 아닙니다. 굉장히 좋은 조건이긴 합니다만, 저도 생각할 시간이 필요해서..."
"...좋을대로 하게. 팽 여협께선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고천은 내가 아들 노릇만 잘해주면 당장 수락을 하든 말든 큰 상관이 없는 듯했다.
하지만 팽연화는 영 회의적인 기색이었다.
"령 동생의 부군은 고 국주지요. 내가 왈가왈부할 입장이 아니라는 점은 잘 이해하고 있습니다."
"아닙니다. 아내와 가장 친밀하게 지내는 팽 여협의 의견이라면 경청하겠습니다."
경청하겠다고 하면서도 은근히 고천은 최종 결정권이 본인에게 있음을 암시했다.
"그런 방법이 유효할지 어떨지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과연 령 동생이 현실을 직시할 수 있게 될까요?"
팽연화는 나와 고천을 번갈아보았다.
"두 사람은 매우 닮았습니다. 이쪽의 강 소협도 현이와 많이 닮았겠지요."
그런가? 이 떡대 아재랑 내가 닮았다고? 내가 덩치가 조금 있기는 하지만 고천에 비하면 약소한 수준인데?
"령 동생은 현명하지만, 현명한만큼 현실을 피하기 위한 구실도 쉽게 떠올릴 겁니다. 난 그게 걱정입니다."
"아내가 꼭 꿈에서 깨어날 필요가 있겠습니까?"
고천의 말의 의미를 단숨에 파악한 팽연화가 상기된 얼굴로 입을 열었다.
"아들도 뭣도 아닌 남자를 계속 아들로 여기고 살게 두라는 말입니까?"
"안 됩니까? 저는 필요하다면 양자로 들일 수도 있습니다."
응, 내 의사 존중은 이제 없는거지?
"모르겠습니다. 고 국주가 그걸 원한다면 나로선 막을 수가 없겠지요. 령 동생이 친아들로 믿는 사람을 양자라고 굳이 일깨워주는 것도 잔인한 일일테니까."
나 아직 양자 아닌데...
"단지 이건 명심해두십시오. 내 눈이 닿는 한, 저 자가 만약 령 동생에게 해로운 존재라고 판단될 시에는..."
"그건 염려마십시오. 저도 보아넘길 생각은 없습니다."
"해로운 존재가 되지 않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내가 힘없이 대답하는 것을 마지막으로 대화는 종결되었다.
힘없이 대답하긴 했지만 난 사실 이 상황이 그다지 나쁘지는 않다고 생각했다.
남의 아들이 되라는 상황은 사실 그리 달가운 얘기는 아니었지만, 주변에 예쁜 밀프가 몇이나 있는 상황을 거부할 밀프충은 없다.
"앞으론 날 아버지, 이쪽의 팽 여협을 숙모라고 불러야될 걸세."
하지만 과연 내가 팽연화를 자빠뜨릴 수 있는 날이 오기는 할까? 느낌상 팽연화가 고천보다 센 것 같은데?
팽연화가 직접 엉덩이를 내밀고 박아달라고 하지 않는 이상 자빠뜨려볼 용기가 나질 않는다.
나는 고천이 시키는대로 아버지, 숙모라는 호칭을 반복해서 입에 담는 한편, 머릿속으로는 회의적인 미래를 점쳤다.
하루가 끝나고 야심한 시각.
빈객들을 맞이하기 위한 숙소에 그림자 하나가 숨어들었다. 그녀는 바로 당혜원이었다.
당혜원은 긴장감에 숨을 길게 마셨다가 뱉고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선대 은비대주에게 물려받은 이 무음복(無音服)을 사용해보는 것은 처음이었다. 대체 무슨 원리로 소리가 지워지는지는 그녀도 몰랐다.
고천 같은 고수가 있는 숙소에 숨어드는 것이 얼마나 위험천만한 선택인지 알면서도 시도한 것은 무음복의 존재 덕분이었다.
하지만 긴장되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자신의 심장 고동조차도 너무 시끄럽게 느껴질 정도였다.
가짜 고현이 잠든 침실 앞에 선 그녀는 다른 기물을 꺼내들기 시작했다.
무음복과 같은 재질, 천잠사와 다른 기물을 함께 짜넣어 만들어졌다는 무음포(無音布)였다.
선대 중에 몇몇은 이 넓은 천으로 밀폐시킨 공간을 즉석 고문실로 활용했다고 하는데, 당혜원은 이것을 그런 용도로 사용해본 적이 없었다.
아무튼 이 천은 근처에 있는 소리까지 잡아내 지워버리기 때문에 지금 같은 상황에 매우 유용했다.
가짜 고현의 숙소를 얼추 감싼 상태여도 충분히 방음이 이루어질 것을 확신한 당혜원은, 창을 열고 몽환초를 태워 그 연기를 안쪽으로 밀어넣었다.
잠들지 않은 사람은 몽환초에 중독되어도 곧장 잠들지 않는 이상 금세 해독되니 별 소용이 없었다.
하지만 고현에게는 상처 회복에 좋은 약재를 넣은 탕약을 먹여두었다. 약재에 숙면을 돕는 효과가 있으니 깊이 잠들어있을터.
'이제, 일 각만 기다리면...'
대략 일 각, 꿈 속에서 충분히 욕망이 숙성되는 시간이었다.
당혜원은 벌써 아랫도리가 떨리는 것이 느껴졌다. 아프도록 깊이 파고든 남근이 자신의 배꼽 아래까지 닿는 그 감각.
스스로는 계속 외면하고 있지만, 당혜원은 놀랍도록 빠르게 남근이 주는 쾌락에 매료되고 있었다.
일 각이 가기만을 기다리던 당혜원은 문득 한 가지 사실을 깨달았다.
고현이 정신을 차리면 또 어제처럼 옷을 찢으며 달려들 것이었다. 무음복이 쉽사리 찢어질 재질은 아니었지만 혹시나 모를 일이었다.
대대로 물려줘야할 기물이 손상되면 안 될 일 아닌가.
아직 반 각은 더 시간이 남았지만, 당혜원은 몽환초의 향이 자욱한 방 안으로 들어갔다.
'찢어지면 안 되니까...'
한 번 더 스스로에게 되뇌인 당혜원은 꽁꽁 싸맨 옷을 풀어헤치기 시작했다.
스르륵...
상의를 벗자 평소 움츠러든 어깨 때문에 눈에 잘 띄지 않는 커다란 젖가슴이 모습을 드러냈다.
하의를 내리자 매끈한 다리 위에 투실한 살이 붙은 둔부가 달빛에 하얗게 빛났다.
남근을 벌떡 세우고 일어날 사내 앞에서 그를 받아들이기 위해 옷을 벗는 여자.
마치 스스로가 창기가 된 것 같은 배덕감에 등골에 짜릿한 감각이 느껴졌다.
그 때, 규칙적이고 느릿하게 계속되던 사내의 호흡이 변화했다. 잠에서 깨어난 것이다.
당혜원은 평소 짓고 다니던 어두운 표정은 내던진채 음탕한 표정으로 사내가 몸을 일으키는 것을 기다렸다.
불뚝 일어나 성을 내는 남근에 기대어린 시선이 쏟아졌지만...
"응?"
남자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당혜원은 당황했다.
'어떻게 된 거지?'
하루만에 질려버린 것인가? 원초적인 번식욕을 들이밀며 끝없이 교접을 요구하던 그 사내가 맞는지 의심스러울 지경이었다.
초점이 안 맞는 눈을 보면 이지를 회복한 것은 아니었다. 그런데도 움직이지 않는다는 사실에 당혜원은 조바심을 쳤다.
'어떻게... 어떻게...'
못이 박힌듯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것을 보면 전혀 관심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발을 동동 구르던 당혜원은 문득 자신의 흔들리는 가슴을 보고 남근을 꺼덕이는 모습을 보며 한 가지 생각을 떠올렸다.
"호, 혹시..."
서서히 남자가 누운 침상에 다가간 당혜원은 그 위에 올라가서 누웠다.
그 다음 마치 네발짐승처럼 무릎을 짚고 엎드린 채 둔부를 내밀며 고개를 뒤로 돌리며 말했다.
"이, 이렇게 하면 될까요...?"
그러자 남자는 야수처럼 달려들어서 당혜원의 허리에 매달렸다.
"꺄, 꺄앗!"
새된 비명소리에는 아랑곳않고, 남자는 황급히 남근을 음부에 겨누었다.
당혜원이 모르는척 허리를 움직여 삽입에 협조한 덕분에, 남근은 이미 녹진녹진하게 녹은 동굴에 손쉽게 입성했다.
쑤우우우욱
"하앙...♥"
자신의 안을 가득 채우는 남근의 감각에 당혜원은 음탕한 교성을 내질렀다.
"이, 이거야아...♥"
남편보다 훨씬 크고 단단한 남근, 마치 수컷 짐승처럼 자신을 격렬하게 원하는 허리놀림이야말로.
오늘 하루 당혜원의 머릿속을 가장 오랫동안 점령하던 것이었다.
"나, 나, 범하고 싶죠? 범하고 싶어서 어쩔 줄 모르는 여자죠?"
"임신해, 내 아기 임신해..."
대답이 되는 듯도 하고 아닌 듯도 했지만 당혜원은 상관없었다.
젊고 단단한 몸을 가진 사내를 도구처럼 사용한 자위라고 생각하면 이보다 사치스러운 것이 없었다.
분명 오늘도 이 뜨겁게 달아오른 몸을 몇 번이나 안아주리라.
절대 달아나게 두지 않겠다는 듯이 당혜원의 허리를 꼭 붙잡은 단단한 두 팔이, 이보다 기꺼울 수가 없었다.
하지만 당혜원의 입은 여전히 변명을 늘어놓았다.
"이, 이건 정보 수집이니까...♥ 오늘은 꼭 모든 걸 알아낼 거에요홋♥"
누구도 듣는 사람이 없는 그 변명은, 음부가 추잡하게 남근에 얽혀드는 물소리에 덮여 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