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밀푸색마-12화 (12/383)

밀푸색마 19 EP.12 미친개가 온다 (2)

한 걸음 한 걸음 또 가까이 초가에 다가간 남궁혜는 숨을 죽였다.

그녀가 있는 쪽으로 열려있는 창이 보였다.

일단 거길 통해서 어머니를 확인한 다음 어떻게든 조치를...

[조아요♥ 더 기피이♥]

멈칫

창문을 향해 고개를 내미려던 남궁혜의 움직임이 멈추었다.

'어머니의 목소리가...'

가까이에서 들어보니 꿀이 떨어지는 것처럼 들렸다. 마치 이건...

'남자에게 아양을 떠는듯한...?'

그녀는 당혹한 표정으로 창문을 올려다보았다.

여길 통하면 안을 볼 수 있건만, 그래서는 안 된다고 마음 속 어딘가에서 경고하고 있었다.

[으럇! 더 깊이 들어가랏!]

'강 소협...?'

어머니의 자지러지는 목소리 사이로 들리는 것은 분명 강윤의 목소리였다.

아까까지만 해도 늘 그랬듯이 '남궁 부인은 잘 계십니다. 남궁 소저에게 안부를 전해달라고 하셨어요' 라고 말하던.

상대를 안심시키는듯 다정하던 그 목소리가, 전혀 다르게 들렸다.

[소영, 들어서 박는 건 어때요?]

[자궁♥ 자궁 콩콩하는 교미♥ 너무 조아요오...!]

철썩 철썩

충격적인 대화에 살이 부딪히는 소리가 추임새를 넣고 있었다.

남궁혜는 벌벌 떨리는 손으로 입이 비명을 지르지 못하게 틀어막았다.

'어째서...?'

현숙하던 어머니가 창기도 하지 않을 천박한 소리를 하면서 젊은 사내에게 안기고 있었다.

[소영, 보지에 좀 더 힘줘요! 내 정액 쥐어짜요!]

[네헤헷♥ 상공♥ 상공 자지 꼭꼭, 흐응♥, 조일게요!]

오로지 아버지에게만 허락하던 호칭으로, 그를 서슴없이 부르고 있었다.

속어를 거침없이 써가며 쾌락에 몰두하고 있었다.

남궁혜는 천천히 뒷걸음질을 쳤다. 들키지 않기 위한 것이 아니었다.

잠시 자신이 미쳐버린 것이 분명했다. 분명 예전에 동생이 서탁 뒤에 숨겨둔 춘화를 봐버렸기 때문일 것이다.

이 집에서 멀어졌다가 다시 다가가면 분명 평소와 같은 어머니가 있을 것이다.

그리고 자신이 들은 것을 말하면 대체 무슨 생각을 한 것이냐고 호되게 꾸짖어주리라.

그런 그녀의 희망을 비웃기라도 하듯 두 사람이 사랑을 나누는 소리가 점점 격렬해졌다.

[소영, 쌀 것 같아요. 어디에 쌀까요?]

[안에♥ 소영이 안에 가득 싸주세요♥]

남궁혜의 호흡이 거칠어지고, 눈가에 눈물이 맺혔다.

외간 사내의 정을 뱃속에 받아들이겠다는 저 여인은 대체 누구인가.

남궁세가의 가모이자 자신의 어머니, 절정고수이자 공명정대한 여협인 언소영은 어디 가고.

젊은 사내의 남근에 허덕이며 여인으로서 가장 소중한 곳까지 서슴없이 내주는 저 여인은 대체 누구인가.

남궁혜는 절망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정어법의 존재를 알았더라면 조금이라도 정신을 추스렸을지 모르지만, 그녀로서는 알 도리가 없었다.

[쌀게요! 임신해요!]

[임신시켜주세요♥ 상공의 아기씨 아기방에 가득 뿌려주세요옷♥]

절망에 빠져 그 자리를 벗어나는 남궁혜의 귓전에는 여전히 천박한 소리가 울렸다.

눈물로 흐릿한 시야 때문인지, 그녀는 대체 어디로 나아가야할지 알 수가 없었다.

"또 쌀게요! 받아들여요!"

"하아아앙♥"

뷰루루루룩

또 한 번, 불알에 있던 정액이 전립선을 타고 난자를 찾아 자궁으로 여행을 떠났다.

막상 도착하고 나면 난자의 보호막을 뚫을 정자군단이 없다는 사실에 당황할지 모르지만, 아무튼 난 파병은 했다.

"하아, 하아..."

언소영이 다리 사이에서 정액을 질질 흘리며 엎드린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지난 3주 동안 미친듯이 박아댄 결과, 언소영도 등선공의 덕을 톡톡히 보았다.

원래도 뽀얗던 피부가 더욱 윤기있게 바뀌고, 내공도 더욱 정순해진 것이다.

가슴과 엉덩이도 커지고, 살결이 부드러우면서 탄력있게 바뀌었다.

그렇다고 예전에는 못난 것도 아니었지만, 90점짜리가 100점짜리가 된 느낌이었다.

내 자지로 더 아름다워지고 섹스 최적화된 여자라고 생각하니 또다시 꼴렸지만, 아쉽게도 해가 지고 있었다.

"남궁 소저한테 다녀올게요. 저녁은 먹어야죠."

남궁혜의 이름을 들은 언소영은 구석에 있던 이불을 당겨 몸을 가렸다.

딸의 이름을 듣고나니 야한 몸을 훤히 보여주고 있는 이 상황이 새삼 부끄럽게 느껴진 모양이었다.

"금방 다녀올게요."

"...다녀오세요."

일단 나와서 집 근처에 펼쳐진 차음진을 정리하는데, 차음진을 구성하던 돌덩이가 위치가 어긋난 것이 보였다.

차음진은 다 좋은데 물리력에 약해서, 배치가 어긋나면 효력이 사라지는 단점이 있었다.

주변에 팔뚝만한 나뭇가지가 부러진 것을 보니 그것에 맞아 위치가 바뀐 모양이었다.

나는 일단 그것을 원래대로 되돌려놓고 밥부터 받아오기로 했다. 돌아와서 발동시키면 되겠지.

발기가 풀리기를 기다리며 천천히 걸어갔더니 멀리서 밥짓는 연기가 올라오는 것이 보였다.

사부, 밥은 알아서 잘 챙겨먹고 있겠지?

처녀혈을 탐한다는 뜻에서 자랑스럽게 색혈마(色血魔)를 자처하는 싸이코였지만, 내겐 은인이었다.

이 빌어먹을 세상에 떨어져서 연고도 없이 외노자 노릇이나 했다고 해봐라, 얼마나 억울하겠어.

덤으로 이 세상에는 놀만한 컨텐츠도 지극히 제한적이다. 바둑이나 장기 정도나 두고 있겠지.

외노자 노릇 하면서 배만 겨우 채우고 아무것도 없는 생활을 몇 년쯤 하다보면 자살 마려웠을 거다.

그런데 사부는 내 체질이 좋기 때문이긴 했지만 강력한 무공도 전수해주고, 자지 천재로 만들어주었다.

이 정도면 무릎꿇고 신발 정도는 핥아줘야되는거 아닐까?

그런 생각을 하면서 걸음을 옮기다보니 부엌에 도착했다. 그 앞에서 사부가 날 기다리고 있었다.

"오, 마침 잘 왔군. 윤아, 저녁 들고 나서 긴히 할 이야기가 있으니 내 집으로 오도록 해라."

시발롬이 감히 나한테서 섹스를 몰수해?

남궁혜에게서 저녁을 받아들고 나는 언소영에게 저녁을 전해준 다음 조금 시간이 오래 걸릴 것 같으니 그냥 씻고 자라고 얘기했다.

나를 대하는 남궁혜의 태도가 뭔가 부자연스러웠지만 크게 신경이 쓰일 정도는 아니었다.

분명 마법의 날이 왔거나 그런거 아닐까?

"사부님, 저 왔습니다."

"들어오거라."

사부의 허락을 받고 문을 열고 들어가보니 나나 언소영이 생활하는 곳과는 사뭇 다른 공간이 나타났다.

"와아..."

여기저기에 먹으로 그려진 그림이 널브러져 있었는데, 한눈에 보아도 등선공에 수록된 권장지법의 자세를 취한 그림들이었다.

"어흠, 호들갑떨지 말고 자리에 앉도록 해라."

"사부님, 존경합니다. 이게 제자 사랑이 아니면 뭐가 제자 사랑이겠습니까?"

이미 사문이 보유한 무공의 모든 초식에 통달한 사부가 이런 그림을 그릴 이유가 없었다.

즉, 이건 전부 날 가르치기 위해 고심한 흔적이라는 소리다.

"아첨해도 더 나올 것 없다. 교활한 녀석 같으니..."

사부는 은근히 기쁜 티를 내면서도 고개를 홱 돌렸다. 윽, 이 시점에서 노인네 츤데레는 조금...

"이걸 자랑하자고 부른 것이 아니다. 중요한 이야기이니 귀담아듣도록 해라."

"예, 사부님."

나는 자세를 바로하고 사부에게 들을 준비가 되었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한 번 끄덕였다.

사부 역시 고개를 끄덕이고는 입을 열었다.

"이제 산을 내려가야할 때가 온 것 같다."

"예?"

사부의 설명은 이랬다.

사부와 동급으로 평가받는, 세칭 천외삼존이라 불리는 무림 최강급 고수들.

그 중에 무림맹주이자 황보세가의 태상가주인 검성 황보운검은 사부를 쫓고 있었다.

사부는 맞서기보다 매번 도망치기를 택했기 때문에 수십년째 숨바꼭질이 계속되고 있었다.

"그렇다고 내가 그놈보다 약한 건 아니다. 사생결단을 내지 못하는 이유가 있을 뿐이지."

동급의 고수가 도주에 전념한다면 검성으로서도 어쩔 도리가 없는 모양이었다.

근데 여기서 내가 등장하게 된다.

"만약 놈이 네가 내 제자임을 알게 된다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널 죽이려고 할 거다. 그놈은 그런 미친개니까."

분명 범죄자는 사부였지만 매번 도망치면서 쌓인 감정이 제법 되는 모양이었다.

상대가 자기보다 윗줄도 아니고 최소 반 수 아래라면 조금이라도 열이 받는 것이 정상이긴 했다.

"여태 죽이지 않으신 이유는..."

"말은 통하거든. 만약 내가 황보운검을 죽이고 그 밑의 오절이 설치기 시작하면 감당이 안 된다."

정파의 손으로 정사대전의 방아쇠를 당기는 셈이니, 결국 무림은 혼란에 빠질 것이다.

사부는 그것이 달갑지 않았다. 사부는 평화로운 시대여야 아름다운 처녀들이 많아진다는 논리에 따라 평화를 사랑하는 것이다.

근본적인 이유는 쓰레기지만 결론은 올바르다는게 사부다웠다.

"그렇다고 오절을 다 죽여버리면 그 다음은 내가 손을 쓰지 않아도 무림은 마교를 위시한 사파의 손에 들어간다."

사파가 괜히 사파가 아니었다. 걸핏하면 폭력을 휘두르는 그들의 손에 치안이 악화되고...

'아름다운 처녀들이 줄어들겠지, 뭐.'

"황보운검은 나를 증오하지만, 당금의 사파 세력이 정파 세력을 압도하고 있다는 사실 역시 잘 알고 있다."

그러니까 적어도 사부를 죽이기 이전까지는 검성도 사파와의 전면전을 선언하지는 않는다는 소리였다.

"그러니까 넌 산을 내려가야한다. 앞으로 사흘이면, 그놈이 여기에 들이닥친다."

"그냥 가만히 숨어있으면..."

"그놈은 미친개다. 어떤 동물적인 감각으로 널 찾아내서 알아보고 죽이려고 할지 모른다. 무조건, 무조건 멀리 도망가는 것이 최선이다."

사부가 아무리 검성보다 한 수 위라고 해도, 검성을 죽이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나를 지켜야하는 싸움은 어렵다고 했다.

"만약 이 정보를 얻는 것이 늦었다면 황보운검을 죽였을 거다. 하지만 사흘이면 아직 여유가 있지."

사부는 이것저것 담긴 등짐을 내게 넘겨주며 말했다.

"내일 날이 밝는대로 산을 내려가거라. 민가가 많은 곳에 숨어있으면 결코 찾지 못할 것이다."

사천은 번화한 곳이었다. 남방의 이국과 이루어지는 교역의 상당수가 이 곳을 통해서 이루어진다고 하니, 당연한 일이었다.

그런 곳에 숨는다면 분명 들키지야 않겠지만, 내게 중요한 건 따로 있었다.

"저 혼자 갑니까?"

"그래. 그 미친개는 내 얼굴을 한 번 보기 전까지는 절대 멈추지 않을테니까. 나중에 상황이 정리되면 다시 내가 너를 찾으러 가마."

사실 나는 그게 궁금한게 아니었다. 그게 표정에 드러났는지, 사부가 도끼눈을 떴다.

"운우지락을 하였다고 그새 정이 들었나보구나."

"...죄송합니다."

언소영과 남궁혜, 정확히는 언소영의 거취는 어떻게 되는가였는데, 아무래도 역시 어려울 것 같았다.

"운우지락을 나누다보면, 그 여자가 네게 매달리는 모습을 보면서 마음을 품었다고 믿을 수도 있겠지."

여기서 잠시 말을 끊은 사부는 이로 끊어내듯이 힘을 주어 말했다.

"하지만 우리는 음적, 색마다. 쾌락을 못 이겨 방사를 받아들일지언정 그건 결코 연심으로 이어지지 않아."

"명심하겠습니다."

한동안 나를 쏘아보던 사부는 곧 표정을 풀었다.

"내일 아침 일찍 출발해야하니 어서 가서 잠을 자두거라."

나는 깊이 고개를 숙이고 몸을 돌려 문을 열고 걸음을 옮기려고 했다. 그 때, 사부가 뒤에서 내게 말했다.

"하지만 네가 밤새 운기행공을 하더라도 크게 상관은 없을듯하구나."

덜컥 멈춘 내 손이 멈추었다. 나는 고개를 돌리려다 말고 입을 열었다.

"...알겠습니다, 사부님."

내 생각을 어리석다고 꾸짖던 사부가 내어준 마지막 섹스 허락이었다.

마지막 해후 정도는 나누라고 허락해준 것이다.

나는 등짐을 내 방에 던져놓고 등룡보법으로 나는듯이 달려 언소영의 집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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