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푸색마 EP.11 미친개가 온다 (1)
언소영이 쾌락을 거부하지 않기로 마음먹은 날로부터 3주가 지났다.
나는 밤마다 언소영을 찾아가 자지맛을 보여주었고, 언소영은 그것을 거부하지 않았다.
내가 원하는 플레이 중에서 몇 가지에는 거부감을 느끼기도 했지만, 대체로 자지로 설득하면 해결되었다.
이젠 뒷정리 프로세스도 능숙했다.
찾아갈 때부터 미리 교체용 침구도 챙겨가고, 끝나고 나면 바로 가져가서 세탁하고 천양지기로 말리는 흐름이 물흐르듯 자연스러웠다.
섹스는 섹스대로 하고, 내력도 확연히 늘어나고 있었다.
자는 시간 한 시진(2시간)을 제외하면 밤새도록 섹스로 운기행공을 하고 있는 셈이니 당연한 결과라고나 할까.
사부 역시 내력 하나는 빠르게 늘어난다며 인정할 정도였으니 더 말할 것도 없었다.
내력은 늘어, 섹스는 좋아, 이제 남은 문제는 하나였다.
"그게 아니라고 하지 않았느냐!"
무공실력이 안 늘고 있었다. 정확히는 초식이.
나는 한 손에는 지풍, 한 손에는 장력을 풀어내면서 사부의 공격에 대응하고 있었다.
솔직히 말하면 나는 내가 잘한 것 같은데, 사부의 지적이 뭘 말하는지 정확히 알 수 없었다.
군대 삽질이랑 똑같은 건가. 내 삽질이 병신 같다는걸 막상 배우기 전에는 모르는 것처럼.
"지풍은 동작의 맥을 끊어 상대의 움직임을 제한하고, 장력은 넓게 쏘아 방어나 역공을 강요하는 것이라 하지 않았느냐!"
"...다시 해보겠습니다, 사부님."
기본적인 개념은 물론 이해가 갔다. 그래서 시키는대로 해보려고 했다.
그런데 이게 사람을 미치게 만들고 있었다.
[허어, 상대가 이렇게 빈틈을 보였다면 장력이 아닌 지풍으로 끝을 봐야하지 않겠느냐?]
[아니, 상대가 이판사판으로 돌격할 때는 지풍으로는 부족하다. 장력을 써서 저지시켜야 하지 않겠느냐?]
이게 항상 통하는 절대적인 방법이 아니다보니 사부의 말이 자꾸 바뀌는 것이다.
그 결과 졸전을 선보이고 나면 사부는 답답해서 미치고, 나는 고개나 떨구게 되는 것이고.
더 기가 막힌 것은 그래도 이게 나름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편이라는 사실이었다.
사부피셜 명문정파 최고의 기재들의 수준보다 한두단계 정도 처지는 성장속도라고 했다.
단지 배운 기간이 짧아서 실력이 쌓이지 않을 뿐.
무림에서는 초식에 담긴 기초적인 의미를 파악하고 상황에 맞게 초식을 풀어낼 수 있으면 일류고수로 본다.
지풍을 쓰거나 검기를 쓰는 것을 일류고수의 기준으로 보기도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내력의 관점.
내력으로만 보면 나는 이미 일류의 끝에 다다라 있었지만 초식의 정교함으로는 이류라는 얘기였다.
일반적으로는 다들 초식은 금방 깨우치는데 내력이 딸려서 벌모세수니 영약이니 하는 것들에 의존한다고 한다.
그냥 내 성장이 기형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것뿐이라는 얘기다.
이 모든 사정을 다 알고 있는 사부조차도 무리한 기대를 품게 만들만큼.
아무튼 그렇게 한동안 나를 몰아세우던 사부는 발치를 노린 내 지풍을 걷어차 흩어버리고 손바닥을 내밀어 나를 제지했다.
"...이쯤에서 쉬도록 하자. 쉬는 동안 초식을 복기해보거라."
"알겠습니다, 사부님!"
나는 휴식의 허락이 떨어지자마자 바로 바닥에 드러누웠다.
내력이 많다고는 해도 쉬지 않고 한참을 지풍과 장력을 날리다보면 바닥을 드러낼 수밖에 없었다.
운기행공으로 바닥난 내력을 채우지 못하면 휴식이 끝난 다음이 고달파지기 때문에, 오래 누워있을 수도 없었다.
일어나서 바닥에 가부좌를 틀고 앉으려던 내 앞에, 사부가 저 멀리 무언가를 유심히 보는 모습이 보였다.
"사부님...?"
"...아니다. 오늘 수련은 이만 하도록 하겠다. 오늘 가르친 내용은 잊지 않고 되새기도록 해라. 알겠느냐?"
"알겠습니다, 사부님!"
오우 시발, 이게 웬 떡이냐?
여기는 주일이라는 개념이 없어서 정기적인 휴일이란 개념도 없었단 말이지!
해가 뜨면 밥 먹을 때와 짧은 휴식시간을 제외하고 해가 질 때까지 구르고 구르던 매일이었다.
무공의 기본 특성과 구결에 대한 이론교육이 거의 끝난 최근에는 거의 지옥이나 다름이 없을 정도.
생각지도 못하게 얻어낸 단꿀같은 휴식이 반가운 건 어쩔 수 없다는 이야기다.
"녀석... 너무 좋아하지 말고. 쉬는 김에 확실히 쉬어두도록 해라. 식사는 알아서 할테니 가져올 것 없다."
"예!"
사부는 그렇게 휘적휘적 가버렸다.
대충 체감상으로 지금 시간은 오전 11시쯤.
점심 저녁만 건너뛸 수 있으면 꿈의 20시간 연속 섹스가 가능해진다.
게다가 밥도 가져오지 않아도 된다고? 이건 무공을 열심히 익힌 나에 대한 사부의 포상인 것인가?
"아, 남궁혜..."
하지만 생각해보니 방해꾼이 한 명 더 있었다.
나랑 언소영이 같이 밥을 거른다고 하거나 미리 밥을 쟁여둔다고 하면 의심스러워할 것이 분명했다.
아쉽지만 대낮부터 섹스할 수 있다는 사실에 만족하기로 하자.
우선 몸상태부터 회복을 해야겠기에, 나는 눈을 감고 운기행공을 시작했다.
이자성은 반대쪽 산봉우리에 올라온 붉은 깃발을 향해 경신법을 펼치고 있었다.
그것도 환상의 신법이라고 불리는 능공허도를.
그렇게 한동안 허공을 밟아서 달리자, 금방 목적지가 가까워져왔다.
깃발 앞에 내려선 이자성 앞에, 한쪽 무릎을 꿇고 한 남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어르신! 그간 별래무양하셨습니까!"
"마지막으로 본 것이 얼마나 되었다고 별래무양은 무슨..."
남자는 말없이 고개만 더욱 숙였다.
혈마(血魔)라는 이름의 무게를 안다면 당연한 선택이었다.
"그래, 무슨 일로 날 찾았나?"
이자성의 물음에, 남자는 품 속에서 작은 쪽지를 꺼내바쳤다.
붉은 봉인에 금박이 박힌 이 쪽지는, 각 지부의 총력을 다해서 대상에게 빠르고 안전하게 전달해달라는 의미가 있었다.
하오문의 사천 지부장인 그가 이 아미산 깊은 곳까지 달려온 것도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는 말이다.
이자성은 쪽지를 꺼내서 읽고 나서 내력을 일으켜 태운 다음, 지부장에게 물었다.
"자네 문주는 어쩌다가 그 미친개한테 물렸단 말인가?"
"하필 그 자가 안휘성에 오는 바람에... 남궁세가주가 죽었지 않습니까?"
"하, 문상을 왔다가 바로 냄새를 맡고 움직였다? 자네 문주는 하필 안휘지부에 있었고? 재수가 없었군."
"..."
"그렇게 코가 좋으면 포쾌나 할 것이지... 그래, 자네 문주한테 전달받은 이야기는 더 없고?"
"목숨을 바쳐서 비밀을 지켰어야했으나 그러지 못한 죄를..."
이자성이 혀를 차며 말을 끊었다.
"쯧! 그런 되도 않는 소리는 집어치우게. 언제쯤이 될 것 같다던가?"
"빠르면 사흘, 길게 잡아도 닷새를 넘기기 어려울듯 싶습니다."
"알겠네. 그럼 이만 가봄세. 자네들도 문단속 잘하고, 미친개한테 물리기 싫으면."
간단히 용건을 마치고 돌아서는 이자성을 지부장이 붙잡았다.
"저... 어르신!"
"무슨 일인가?"
"만약 그 자가 본문의 존속을 위협한다면 어르신께서..."
"그럴 일 없네. 괜한 걱정을 하는군. 그놈은 결코 하오문을 없앨 수 없고, 없애지도 않을 걸세."
"죄송합니다만 무슨 말씀이신지 잘..."
"자세한 건 자네 문주에게 듣게. 사흘 안에 정리하려면 나도 바쁘니까. 그럼 다음 기회에 보세."
이자성은 땅을 박차 날아올랐고, 왔을 때처럼 허공을 밟으며 사라졌다.
하오문 사천 지부장은 대체 혈마가 무슨 근거로 무림맹주가 하오문을 없애지 않을 거라고 장담하는지 궁금하기 짝이 없었다.
남궁혜는 남은 밥을 보자기로 덮어놓는 것을 마지막으로 부엌의 정리를 마쳤다.
"자, 이걸로 끝!"
남궁혜는 혼잣말이 늘었다. 남궁세가의 금지옥엽으로 태어나 지금껏 이렇게 오랜 시간 외롭게 지내온 적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누군가는 반드시 그녀의 곁을 지키고 있던 생활에서, 혼자서 감금 아닌 감금생활을 하게 되었으니 당연한 일인지도 몰랐다.
"그럼 이제 빨래나 해볼까...?"
정체불명의 노고수와는 달리 강윤은 주로 얻어맞는 쪽이기 때문인지 옷이 금세 더러워지는 편이었다.
덕분에 빨랫감은 언제나 남아도는 편이었고, 남궁혜는 할 일이 없을 때는 곧잘 가까이에 흐르는 개울에서 빨래를 하곤 했다.
"이쪽은 길이 이렇게..."
하지만 매번 개울을 찾아가는 길은 달랐다. 남궁혜는 그녀 나름대로 탈출을 위한 준비를 하고 있었다.
딱히 심한 대우를 받고 있지는 않았지만 감금 자체가 비정상적인 상황이라는 것을 그녀가 모를 리가 없었다.
하다못해 도주로를 파악하기 위해 주변을 돌아다니며 지리를 익히는 것이라도 해두면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었다.
특히 이쪽 길은 어머니가 있는 초가를 멀리서라도 볼 수 있기 때문에 좋았다.
며칠 전에는 밖에 나와있는 어머니를 보고 적잖게 안심하던 차였다. 멀어서 잘 보이지 않았지만 건강해보였다.
'오늘도 어머니가 나와계실까?'
노고수는 어머니를 만나게 해주지 않겠다고 했지만, 아주 조금, 어머니가 있는 집과 가까운 길을 지나갈 뿐이었다.
이번에 지나는 길은 조금 많이 가깝지만, 분명 괜찮을 거라고 되뇌이며 빨래를 이고 천천히, 조심스럽게 걸었다.
그 때, 세찬 바람이 불었다.
바람에 날아가지 않게 빨래를 붙잡은 남궁혜는, 바람이 지나가고 나서 안도의 한숨을 쉬며 다시 걸음을 옮기려고 했다.
하지만 초가에서 그녀의 발목을 잡아끄는 목소리가 들렸다.
[하앙...!]
'어머니의 목소리!?'
분명 어머니인 언소영의 목소리가 들린 것 같았다.
거리가 가까워진만큼 목소리가 들릴만도 했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은 거리 따위가 아니었다.
'어머니가 왜... 혹시?'
[하윽...!]
남궁혜는 고통에 신음하는 목소리를 듣고 문득 이미 한참 전에 강윤이 들고 왔던 땀에 젖은 이불을 떠올렸다.
'어머니가 많이... 아프신가?'
감금된 생활이 벌써 며칠째던가.
곧 한 달을 바라보고 있는 지금 내공이 금제되었을 언소영의 몸상태가 어떨지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었다.
매일같이 강윤으로부터 안부를 전달받고 있다는 사실에 안일하게 있었던 자신이 어리석었다.
'어떻게 이렇게 멍청할 수가 있지? 그 사람이 누군지 알고!'
처음에는 노고수와 함께 잡혀오기는 했지만, 생면부지의 타인을 믿고서 어머니를 방치했다는 죄책감은 무거웠다.
남궁혜는 바로 곁에 빨랫감을 아무렇게나 내려놓고 숨을 죽이고 살금살금 초가를 향해 가까이 다가갔다.
'강 소협은 자기 집에 있을 거야. 어르신은 출타하는 모양이었고.'
조용히만 하면 아무 문제 없을터였다. 마침 창문이 열려 그 쪽으로 내부를 볼 수 있을 것 같았다.
그 때, 다시 한 번 어머니의 목소리가 새어나왔다.
[상고옹...♥]
남궁혜는 다정하지만 강인하던 어머니가 아버지를 찾을 정도로 괴로워하는 것이 못내 마음이 아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