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푸색마 EP.8 우리 얘기 좀 해요 (1)
나는 정신을 집중해서 기운을 흘리고 있었다.
붉고 푸른 기운이 허공을 수놓고 있었고, 사부는 그것을 관찰하고 있었다.
등선공의 기운이 여인의 체내에서 어떻게 움직였는지를 보여주는 과제였다.
체구, 기질, 익힌 심법이 모두 다를 수 있기 때문에, 기운은 알아서 길을 찾아가게 되어있다.
단지 대략적인 맥은 있기 때문에, 그걸 파악했는지를 사부가 확인하고 있는 것이다.
"틀림없구나. 이제 기운을 거두어도 좋다."
사부의 허락에 나는 허공을 수놓던 등선공의 기운을 다시 체내로 받아들였다.
천천히 기운을 회수하고 있는데, 사부가 계속 말했다.
"그런데 천양지기가 현음지기보다 소모가 심한 것 같구나.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이냐?"
지금까지는 등선공의 기운, 이라고 뭉뚱그려 말했지만 사실 등선공의 기운은 두 종류로 구성되어있다.
양의 기운인 천양지기와, 음의 기운인 현음지기.
인간의 몸은 원래 양기와 음기가 공존하지만 그것을 확실하게 나누어서 더욱 키운 것이었다.
"실은 물을 좀 데워쓰느라... 악! 아픕니다! 사부!"
"시작부터 엉뚱한 곳에 내력을 다 털어먹으면 수련은 어떻게 할 생각이었느냐!"
남궁세가의 고수들처럼 머리가 있었는데요 없었습니다가 되지는 않았지만 가끔씩 이렇게 폭력이 나오면 무섭다.
꿀밤 수준이라는걸 알지만 언제든지 대가리가 날아갈 수 있긴 하니까.
"명심하거라, 우리는 기댈 곳이 없는 자들이다. 지금은 내가 곁에 있지만, 언제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는 말이다."
"조심하겠습니다."
RPG 게임에서 조금만 피가 달아도 포션 먹고 만피 채우는 사람의 심리 같았다.
하지만 되도록 좋은 상태를 유지하기는 해야지. 색마가 뒤지기 싫으면.
"말이 나온 김에 오늘은 입공(立功)과 와공(臥功)에 대해서 가르쳐주마. 두 가지를 잘 배워두면 급박한 상황에서도 운공을 하여 내력을 회복할 수 있느니라.
체력과 내력은 엄연히 별개의 것, 허나 양자는 서로를 보완할 수 있는 것이니 본문의 제자라면 필히 익혀두어야 단명하지 않는 것이니라."
입공은 서서, 와공은 누워서 운기행공을 하는 것을 말한다. 앉아서 하는 건 좌공.
애초에 섹스하면서도 운기행공을 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것이 등선공이니 어렵지 않게 배울 수 있었다.
그렇게 입공을 연습하고 있는데, 문득 내기의 흐름에 거슬리는게 있어 사부에게 물었다.
"사부님, 걸어놓으신 금제는 언제 풀어주십니까? 배울만큼 다 배우면 풀어주실 겁니까?"
사부는 내 말에 요상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되물어왔다.
"풀고 싶으냐?"
"아니, 그건 아니고... 운공 중에 궁금해져서 여쭤봤습니다..."
무엇을 감추랴, 사부가 걸어놓은 금제는 바로 '강제콘돔'이었다. 원래 이름은 '정어법(精御法)'이라고 했다.
언소영에게는 내가 자발적으로 걸어놓은 것처럼 말했지만 사실은 사부가 걸어놓은 것이었다.
애라도 덜컥 들어서면 어쩌냐고 걱정해서 걸어두겠다는데, 이걸 거절할 수도 없고...
사실 온오프를 내가 제어할 수 있었다면 진작에 꺼버리고 폭풍번식 해버렸을테니까 다행이기도 했다.
"당분간은 그대로 둘 생각이다. 네가 절정고수가 되어 정어법을 자유롭게 다룰 수 있게 된다면 풀릴 것이니 염려말거라."
사부의 육성목표는 절정고수였다. 하긴 천년만년 끌어안고 키울 수도 없는 노릇이니까 당연하다.
오히려 절정고수 정도면 배려가 넘친다고 해야되나?
사부의 목표대로 절정고수가 된다면 자연스럽게 정어법은 마스터하겠지.
그 때가 오면 진짜 폭풍 임신 섹스 간다.
사부는 여기저기 몸을 짚어보더니 고개를 끄덕이고 입을 열었다.
"심법 수련은 알아서 잘 하고 있는 것 같으니, 이만 하도록 하고 이제는 각법에 대해서 배워보자."
아이고, 이제 또 죽어나겠네. 저 지옥의 주둥아리가 또 열리는구나.
"보법과 각법의 관계에 대해서 설명해보거라."
"보법과 각법은 모두 다리로 사용하기 때문에, 한쪽을 사용하기 위해 다른 한쪽의 동작을 희생하게 되는 경우가 잦습니다."
"그렇다. 손보다 강한 위력을 가진 다리를 실전에서 많이 사용하기 어려운 이유가 여기에 있지.
등룡보법이 각법을 포함하고 있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각법 동작을 최대한 보법에 융화시켜 거스름이 없게 하는 것이다.
이렇듯 각법은 실전에서 사용하기 까다롭지만 사실 웬만한 고수라면 모두 각법을 익힌다.
이는 실전에서 쓰이기 어렵다는 인식 때문에 언제 의외의 패로 사용할 수 있을지 알 수 없기 때문이지.
최소한 명문이라고 하는 곳에서는 상대가 각법을 사용할 경우 견제를 위해서라도 일정 수준은 가르친다고 봐야한다.
이처럼 각법의 가치는 무궁무진하며, 보법으로 자극하기 어려운 기혈을 어루만져..."
사실 평소에 사부가 말이 많은 편은 아닌데, 무공 설명만 나오면 끝이 없다.
각법 바이럴이 아닌가 의심스러울 정도다.
하지만 또 모르지. 남들은 수십년 동안 배워야할 이론 설명을 짧은 기간 내에 속성으로 들어야해서 그럴지도.
난 머릿속에 '아무튼 각법은 좋다. 존나게 좋다' 하고 억지로 때려넣는데 골때리게도 이게 암기가 된다.
갓세계 버프인지, 무공을 익히면 이렇게 되는지는 몰라도 일단 우겨넣어야 했다.
가끔씩 가르친 것에 대한 기습 질문이 날아오기 때문에 방심은 금물이다.
"이렇듯 교룡보를 사용할 경우 상대와의 위치가 뒤바뀌게 된다.
이는 상궤를 벗어나는 움직임이기 때문에 근육의 움직임보다 내력의 작용에 의존하는 부분이 큰 초식이니라."
보법 같은 경우에는 이미 한 번 배웠지만, 형태만 대략적으로 따라하는 거라서 다시 한 번 천근추로 발도장을 찍으며 보여주기도 했다.
전에도 말했지만 모든 동작을 할 수는 있다. 단, 거기에 담긴 세세한 의미, 요령 같은 건 전혀 모르는 상태로 배웠다는 점이 문제다.
분량이 살인적으로 많아서 그렇지, 배워두면 다 유익하긴 할 것이다.
"각법의 위력은 강하다. 기본적인 위력이 강하기 때문에 내력을 제대로 담아서 후려치면 치명타를 줄 수 있지."
사부는 멀쩡하게 있던 바위를 돌려차기로 박살내며 힘자랑을 했다. 그 밑에서 벌레들이 우르르 도망친다. 어우, 시발.
애초에 사부라면 지풍으로도 바위 정도는 박살낼 것 같은데 이런 퍼포먼스가 꼭 필요했을까?
아리송했지만 사부의 끊이지 않는 설명은 내게서 질문할 기회조차 박탈해갔다.
그렇게 오전을 다 잡아먹고 점심시간이 되었다.
사부에게 부탁해서 오전 수련을 조금 일찍 끝내고 나는 침구류를 챙겨들고 언소영에게 향했다.
방 밖으로 나올 생각을 안 해서인지, 씻고 남은 물에 그대로 헹궈서 침상 기둥에 널어놓았는데 그대로는 냄새가 빠질리가 없었다.
"고마워요..."
새빨개진 얼굴로 언소영이 감사를 표했다.
지난밤 보낸 열락의 증거물이 진한 냄새를 풍기니 그녀로서도 부끄러운듯 했다. 그 홍조가 귀여워보였다.
아 섹스하고 싶다! 오후 수련이고 나발이고 다 제끼고 섹스하고 싶다!
물론 그럴 수 없는 나는 성을 내는 자지를 다리로 가리면서 자연스럽게 침구를 갈았다.
"이건 제가 가져가서 세탁할게요. 미리 준비를 했어야했는데 배려가 부족해서 미안해요."
"아니에요. 저도..."
말을 하다가 만다. 뭐지?
굳이 캐묻기도 애매해서 나는 다른 얘길 했다.
"그보다, 이거 여기 널어놓으셨다는 건 밖에 안 나가셨다는 거죠?"
"네에..."
왜 이렇게 밖에 안 나가려고 하는 건가... 아!
"혹시 밖에 나갔다고 사부가 무슨 짓을 할지 모른다고 걱정하는 거면 안심하세요."
"네...?"
"계속 방 안에만 있으면 몸에도 안 좋고 정신적으로도 피곤해지니까, 종종 가볍게 산책이라도 해요."
여전히 의아한 표정을 짓는 언소영에게 나는 약간 목소리를 낮춰 말했다.
"별생각없이 문 밖으로 나와서 산책을 하다가, 따님 모습이 멀리서 우연-히 보일 수도 있는 거잖아요?"
물론 그것보다는 언소영이 어느 정도는 건강한 생활을 누렸으면 하는 의도가 더 컸다.
하지만 언소영의 안색이 확 밝아지는 것을 보니 딸을 멀리서라도 볼 생각에 머리가 가득찬 모양이었다.
이것이 어머니의 사랑이구나.
"정말 고마워요, 소협."
언소영이 살짝 잠긴 목소리로 감사를 표해왔다.
고마우면 당장 섹스해요! 라고 하고 싶지만 시간이 없었다. 또 밥배달이나 하러 가야지.
나는 언소영에게 곧 밥을 들고 다시 오겠다고 하고 젖은 침구를 들고 달렸다.
근데 이거 세제가 없는데 뭘로 빨지? 잿물이라도 만들어야되나?
나는 밥이 다 됐나 볼 겸 재를 구하기 위해서 부엌으로 갔다.
"잿물이요? 따로 재를 빼두기는 했는데..."
왜요? 라는 표정으로 남궁혜가 나를 보았다. 그야 우리 빨래도 남궁혜가 관리하고 있으니까 당연했다.
얘는 대체 왜 끌려와서 가정부 노릇이나 하고 있는걸까.
앗, 이걸 들고 오면 안 되는 건데.
"이건 대체 누구 이불... 앗!"
내가 얼버무리는걸 시도하기도 전에 남궁혜가 침구를 잡았다.
"이거 혹시 어머니의... 소협! 이게 어떻게 된 거죠?"
좆됐다 시발. 그렇겠지, 후각을 개나 준게 아니고서야...
"혹시 어머니께서 많이 아프신가요?"
이 밤꽃 냄새를 못 맡을 리가... 어라?
"아니, 간밤에 꿈자리가 사나우셔서 땀을 많이 흘리신 모양입니다. 지금은 전혀 문제 없으십니다."
"그렇군요..."
와, 이게 되네. 남궁혜는 아무래도 밤꽃 냄새라는걸 맡아본 적이 없는 듯했다.
하긴 나이도 어리고 성에 무지하다면 그럴 수도 있겠다.
기적적인 행운으로 상황을 유야무야한 나는 재가 어디 있는지, 재는 어떻게 거르는지를 배웠다.
잿물을 두 번 이상 걸러서 용도에 맞춰서 나눠쓴다는 건 처음 알았네.
"어머니께선 다른 사람을 걱정시키는걸 싫어하세요... 그래서 몰래 참고 계실 때도 종종 있어서..."
모든 어머니들의 고질병이지, 그거.
"혹시나 어머니께서 숨기려고 하셔도 소협이 꼭 알려주세요. 부탁드려요."
"물론이죠. 마음에 걸리는 것들은 모조리 남궁 소저에게 알려드리겠습니다."
나랑 떡친 사실만 제외한다면 말이지.
남궁혜에게는 미안하지만 죄책감 하나로 참아내기에 언소영은 너무 박음직스러운 여자였다.
나는 침구를 내 허리를 가리는 위치로 슬그머니 이동시켰다.
밀프 따먹어서 정액투성이가 된 이불을 빠는 법을 그 딸에게 배운다는 상황이 내 자지를 폭풍발기시켰기 때문이다.
아, 미치겠네, 시발거. 언소영 딱 기다려라. 해 지자마자 바로 쳐들어가는줄 알아라.
나는 빳빳해진 자지를 가린 이불을 대신 빨아주겠다는 남궁혜의 말을 끝까지 거절하며, 언소영과 보낼 밤을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