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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푸색마-4화 (4/383)

밀푸색마 EP.4 사부님이 아니고 전데요? (1)

쐐애애액

쾌속하게 날아간 지풍이 나무에 명중한다. 아쉽게도 관통하지는 못했지만, 확실히 눈에 띄는 흔적을 남긴 것이다.

"어떻습니까! 사부님!"

"어떻기는... 아직 멀었다. 내력을 많이 담는다고 능사가 아니라고 내 그리 말했거늘..."

사부는 고개를 절레절레 젓고 있었지만, 살짝 드러나는 만족스러운 웃음을 놓치지 않았다. 노인네가 어디서 츤데레를 배워왔는지!

사부에게 무공을 배우기 시작한지 일주일이 지났다.

그동안 나는 심법을 제외하고도 보법, 권법, 지법, 장법을 배웠다.

보법에는 경신법과 일부 각법까지 포함되어 있었으니, 몸으로 싸우는 방법은 대략적으로 다 배운 셈이었다.

검이나 도 같은 무기를 쓰는 무공은 배우지 않나 궁금해서 물어봤더니 사부는 단호박으로 잘라 말했다.

'방사 중에 급히 싸울 일이 생겼다. 무기라도 바로 옆에 두었다가 집고 싸울테냐? 다시는 그런 한심한 소릴 하지 말도록 해라.'

지극히 색마다운 이유였기 때문에 오히려 납득했다.

일반적으로 떡칠 때 누가 싸울 생각을 할까 싶지만, 색마란게 다 그런 것 아닌가.

남에게 떳떳하지 못한 관계를 맺는 인간들.

아무튼 나는 나 자신의 가치를 나날이 깨닫고 있는 중이었다.

어린 시절 무공에 입문했더라도 생명이 살아가는 이상 육체에는 필연적으로 더러운 기운, 즉 탁기가 쌓여있게 된다.

그 탁기를 치우고 혈도를 넓고 튼튼하게 만들어서 한 번에 큰 내력을 교통시키도록 만드는 작업이 운기행공이고, 그 끝에 다다른 결과가 절정고수라고 할 수 있었다.

역으로 말하자면 신체에 탁기가 쌓이지 않은 나는, 신체적으로는 이미 절정고수의 단계에 올라있다는 의미가 된다.

내 몸은 빠른 속도로 내력을 쌓아갔고, 이미 일류 수준의 내력을 쌓은 상태였다.

사부가 나를 한눈에 알아본 이유도 이것 때문인데, 내공은 없으면서 혈도가 완전히 개방되어 있으니 사부의 기감에 내가 걸려들지 않았다고 한다.

그런데 막상 눈으로 보니 기감에는 걸려들지 않은 놈이 기척도 없이 떡하니 서있으니 놀랄 수밖에.

아무튼 원래 하던 얘기로 돌아가서, 보통 일류고수라고 하면 범재가 평생 수련해서 닿을 수 있는 최종단계라고 하니 난 정말 무공계의 다이아몬드 수저가 분명했다.

갓-세계 버프 감사합니다, 트럭 형님 충성충성!

"윤아, 단순히 위력만을 더하기 위해서 지풍에 과도한 내력을 담지 않도록 해라. 지법의 묘용이란 본래 강한 위력에 있지 않고, 가볍게 사용하여 다양한 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범용성에 있느니라. 또한 이는 경신법과도..."

한편 사부는 만족하는듯, 부족하다는듯 이래저래 반응이 바뀌었다.

이미 토대가 마련되어있어 순식간에 늘어나는 내력에 비해서, 그것을 실제로 사용하기 위한 동작들의 숙달은 늦을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이건 순수하게 사람의 운동신경과 두뇌에 달린 문제였으니까.

물론 일반적인 기준과 비교하면 충분히 빠르다고 사부도 얘기한 적이 있지만, 아무래도 사부의 젊었을 적보다는 습득이 늦은 눈치였다.

그러니까 잠깐만 여유가 생겨도 이렇게 잔소리가 나오지.

"...의 기본이 되는 것이니, 명심해두거라. 알겠느냐?"

"예, 사부님."

처음에는 이런 잔소리에도 깨갱 놀라서 어떻게든 단숨에 문제를 해결하려고 애를 썼지만, 지금은 그 정도는 아니었다.

1주일이나 있다보니 나름대로 확신이 선 것이다.

웬만큼 잘못한게 아니고서야 대가리 깨질 일은 없겠구나, 하는 확신이.

군사부일체라는 말에서는, 사부를 아버지처럼 모신다는 의미를 찾을 수 있다. 반대로 말하면 제자는 아들처럼 돌본다는 뜻이기도 하다.

하도 장르소설을 읽어대서 혹시나 수틀리면 '너 같은 제자 필요없다' 하고 퍼펑 대가리를 날려버릴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지만, 일반적으로는 그럴 일이 없다는 사실을 며칠이 지나서야 깨달을 수 있었다.

"권법을 사용함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과감성이다. 지법, 장법에 비해서 근접전에 유리한 권법은 직접적으로 도검과 마주칠 위험성 역시 증가하기 마련. 하지만 움츠러들어봐야 손해를 보고 들어간다는 점도 잊어서는 안 된다. 한두번 경험을 쌓고 나면 별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나, 의외의 낭패를 볼 일이 없도록 처음에는 명심 또 명심해야할 것..."

"사부님, 시장하지 않으십니까? 벌써 해가 중천입니다!"

"...이다. 그래. 준비가 되었나 보고 오거라. 고얀 녀석 같으니."

그러니까 이렇게 깝칠 수 있는 거기도 하고.

부엌에 가보니 남궁혜가 밥을 하고 있었다.

귀한 집 아가씨라서 밥을 할 줄 모를 줄 알았는데, 의외로 솜씨가 좋았다.

나는 장작불 지핀 아궁이를 써서 밥을 할 능력이 없었으니까 다행이었다.

가만히 보면 산 속에 있는 집에 은근히 있을 건 다 있었다.

그 사부가 잡동사니를 다 들고 산 밑에서 올라오는 모습은 어쩐지 상상이 안 되는데...

"아, 강 소협. 곧 준비가 끝날 것 같은데, 혹시 어르신이 급하게 찾으시나요?"

"아뇨, 괜찮습니다. 제가 조금 일찍 왔을 뿐이에요. 워낙... 염려가 많으신 분이라."

잔소리를 피해서 왔다는 사실을 에둘러 알려주자, 남궁혜는 풋 웃었다. 예쁘긴 참 예쁘다.

갑자기 영문도 모르고 이름도 모를 노인한테 잡혀와서 밥이나 하는 상황에서 멘탈이 참 튼튼하다고 해야되나.

잠시 기다리고 나니, 깔끔하게 차려진 한 상이 완성되었다. 사부와 내 몫 외에도 1인분이 더 준비된 상이었다.

"소협, 어머니께는..."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내게 물어온다.

남궁혜는 지금 언소영의 상황에 대해 딱 이것만 안다. 두 사람이 납치되었고, 서로 다른 곳에 잡혀있으며 도망칠 경우 다른 한 쪽은 무사하지 못할 거란 사실까지만.

사부가 두 사람을 만나게 해주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예, 남궁 소저께서 탈없이 잘 계신다고 전해드리겠습니다."

그런데도 내가 조금 살갑게 대해준다는 사실만으로 차마 모질게 대하지 못하는 것을 보니 오히려 양심이 찔렸다.

하지만 여기서 뭘 어쩔 도리가 없었다.

난 가해자의 편이었고, 곧 가해자가 될 예정이었다.

안도의 웃음을 짓는 남궁혜를 뒤로 하고, 나는 밥을 들고 좀 떨어진 곳에 있는 초가집으로 먼저 갔다.

원래 사부에게 먼저 가져다주는 것이 예의겠지만, 사부는 그런 예의에는 별로 관심이 없는 듯했다.

어차피 시간 차이도 얼마 나지 않는데 굳이 두 번 왔다갔다 할 필요 있느냐는 것이 사부의 논리였다.

기왕 이동하는 거 연습삼아 등룡보법을 밟으면서 이동했더니 금세 홀로 떨어져있는 오두막에 도착했다.

난 목소리를 가다듬었다.

"부인, 식사를 가져왔습니다."

"...잠시 기다리게."

곧 문이 열리고, 언소영이 초췌한 얼굴로 문을 열고 나를 맞이했다.

사부는 멀리만 가지 않으면 출입은 해도 된다고 했다는데, 한 번도 바깥에 나온 모습을 보지 못한걸 보면 어지간히 마음고생이 심했나보다.

"잘 먹겠네."

그녀는 음식을 받아들자마자 몸을 돌렸다. 대화를 나눌 기력도 없어보였다.

나는 그 등에 대고 말했다.

"남궁 소저가 잘 있다고 안부 전해달라고 하셨습니다."

"...고맙네."

음식을 먹었다면 딸의 솜씨라는 것을 알았을텐데,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그녀가 내게 물은 적도 단 한 번도 없다.

하지만 이해는 갔다.

자신을 납치해온 정체불명의 괴노인의 제자일 뿐이라고 나를 인식하고 있는 남궁혜와, 언젠가 자신을 강간할 색마로서 나를 인식하고 있는 언소영의 반응 차이는 어쩔 수가 없다.

최소 조커쯤 되는 사이코가 아니고서야 딸한테 '니 엄마 따먹을 거임'이라고 어떻게 말하냐고.

등선공을 최종단계까지 배우려면 방사, 즉 섹스가 필수다.

양의 기질을 가진 남자와, 음의 기질을 가진 여자가 교접함으로써 운공의 효과를 극대화하는 요령을 익혀야하는 것이다.

다행히 사부가 옆에서 섹스를 참관하는 일은 벌어지지 않겠지만(색천문도도 사람이야 사람!) 실습을 한 다음 체외(=상대의 체내)에서 어떤 방식으로 진기가 움직이는지를 사부에게 시범을 보여줘야한다.

사부는 사실 무려 남궁혜를 양보할 생각이었지만 나는 언소영을 고집했다. 이유는 3가지였다.

첫째, 첫경험하는 상대를 달래가면서 운공까지 할 역량이 나에게 없다는 점.

둘째, 아무튼 남궁혜에게는 은혜를 입은 셈인데 그 장본인에게 피해를 끼치는 건 웬만하면 피하고 싶다는 점.

셋째, 내가 극한의 밀프충이라는 점.

그렇다. 언소영은 완벽에 가까운 밀프였다.

여성 호르몬이 넘쳐서 풍만하게 무르익은 몸매, 하지만 무공을 닦은 덕에 군살은 거의 찾아볼 수 없고, 장성한 자녀(중요)까지 가지고 있었다.

남궁혜가 물려받은 미모는 기본 탑재고, 내가기공을 익힌 덕에 40대 초반이라는 나이가 무색하게 30대 초중반 정도의 젊은 외모를 유지하고 있었다.

현대에서는 언감생심 꿈도 꿀 수 없는, 상위 0.1%의 밀프랑 떡칠 수 있는 기회가 왔는데 걷어차면 밀프충이 아니지.

지금껏 건드리지 못했던 이유는 내공이 부족했기 때문이었다.

일류 상급 정도인 남궁혜에 비해서, 절정 중급 정도인 언소영을 상대로 등선공을 사용하려면 내공의 깊이가 더욱 깊어야하는 것이다.

언소영의 내공이 금제되어있다는 사실을 고려해도 최소한 일류 수준의 내공을 보유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사부의 설명이었다.

그 말인즉슨 무엇이냐. 내 지금 내공 경지가 어느 정도라고 했지?

일류, 그래 일류다.

나는 오늘부터 폭풍 섹스 해금이란 말이다.

늦은 시각.

언소영은 침상에 누운 채 몸을 뒤척였다. 심한 피로감을 느끼면서도 좀처럼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딸의 처우에 대한 걱정, 혈마가 무슨 짓을 저지를 속셈인지에 대한 걱정, 세가는 어떻게 되었을지에 대한 걱정.

그녀를 괴롭히는 걱정거리는 얼마든지 있었다.

그나마 운공이라도 할 수 있었다면 피로가 조금 풀릴지도 모르는데, 내공은 여전히 묵묵무답이었다.

여염집 여인보다야 그래도 낫겠지만, 내공이 봉쇄되어 있어 기감을 발휘해 주변 상황을 감지할 수 없다는 사실이 생각보다 많은 정신적 부담을 주고 있었다.

그래도 이 상황을 벗어날 돌파구가 생길 때를 대비해 체력은 유지해야만 했다.

그래서 식사를 억지로라도 꼬박꼬박 했고, 가볍게 몸을 풀어주며 체력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했다.

잠만큼은 어쩔 도리가 없었기에 지금처럼 잠을 설치는 날이 많았지만.

씻고 싶어질 때는 부탁하면 씻을 준비를 해준다고 했는데, 어째서인지 혈마의 제자가 부탁하지도 않은 물을 매일같이 준비해왔다.

그것도 따뜻하게 데운 물로.

어쩐지 먹기 전에 식재료를 씻는 것 같은 의도가 느껴져서 꺼림칙했지만, 사심없이 웃으며 권하는데 매몰차게 거절하기도 난감해서 받아들이고 말았다.

혈마의 제자라니 언젠가 그 역시도 악명을 떨치는 마두가 되겠지만 적어도 아직까지 그녀에게 해를 입힌 것은 없으니 혈마보다는 낫다는 생각이었다.

그 때문일까.

끼이이이이익

문이 열리는 소리에 드디어 올 것이 왔구나 하고 생각하던 언소영이 강윤과 눈이 마주치고 가장 먼저 느낀 것은 배신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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