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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지 못했던 여사친들-283화 (283/295)

< 가을 >

병원 벤치 밖에 있는 우리.

침묵만이 가득하다.

그 침묵을 깬 건 이선미의 깊은 한숨이었다.

"하···. 어쩔 수 없지."

왜 담담하냐. 차라리 울지.

그 모습을 본 은미가 선미 손을 꼭 잡았다.

"선미야. 우리 포기하지 말자. 다른 치료도 많이 있잖아."

"은미야. 사실 테스트 중인 약까지 다 해봤었어. 희망이 없대."

"선미야···."

어쩔 수 없는 건가?

호구신님. 혹시 안되나요?

- 정해진 운명은 아무리 많은 돈을 줘도 바꿀 수 없어.

전생에 선미와의 인연이 짧은 게 아쉽다. 이렇게 어머님과 이별할 줄 알았다면 더 같이 있으라고 말해줬을 건데.

"민현찬. 얼굴 너무 심각하다?"

"하···. 너는 이 와중에도 내 얼굴이 보이냐?"

"응. 선명히 보여. 여기 있는 한명 한명 전부. 나를 위해 달려와 준 너희들 얼굴이 너무 선명히 보여."

선미는 우리를 보며 환히 웃는다.

"애들아. 나도 슬퍼. 마음이 너무 아파. 그래도 어쩔 수 없잖아. 그나마 이렇게 달려와 준 너희들이 있어서 다행이야."

"선미야..."

"혜민아. 그만 울어. 너 연극을 해서 그런지 눈물이 더욱 많아졌어."

혜민이와 은미는 선미를 잡고 다시 운다.

그러자 선미는 당황하더니 나를 바라봤다.

너 지금 혼자 있고 싶구나.

얼굴만 봐도 어떤 마음인지 알겠다.

"얘들아. 일단 오늘은 집에 가자. 내가 남아있을게. 임석훈 너 차에 다 태울 수 있어?"

"응. 내가 혜민이랑 세연이 데리고 갈게. 은미 너는? 차 가지고 왔어?"

"흑흑···. 흑. 응. 차 가지고 왔어."

"운전할 수 있겠냐?"

"해야지. 어차피 나는 서울 숙소로 가야 해. 하···. 선미야. 나 오늘 여기서 밤새고 갈까?"

"어? 그게···."

"은미야. 오늘은 이만 가자. 선미도 마음 좀 추슬러야지."

"현찬아···. 알았어."

다들 오래된 친구여서 말 안 해도 안다.

내 말뜻을 이해한 모두는 고개를 끄덕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런데, 이세연이 저 차를 타고 가기는 뻘쭘하겠는데.

혜민이랑은 거의 안 친하잖아.

"세연아. 너는 어쩔래? 서울 집에 갈 거면 내가 데려다줄게."

"오빠 아니에요."

"현찬아. 그렇게 해."

"선미 언니 괜찮아요."

"그래야지 내가 편해. 좀 부탁할게."

"알았어."

일단 찢어지자.

우리는 각각의 차를 타고 헤어졌고, 나는 세연이를 데려다준 후 다시 병원으로 왔다.

한 시간이 흘렀는데도 불구하고, 선미는 여전히 병원 벤치에 혼자 앉아 있었다.

"뭐해? 감기 걸리겠다."

외투를 벗어서 주자 나를 보며 희미하게 웃는다.

"고마워 안 그래도 추웠는데."

"밥은 먹었어?"

"응. 김밥 좀 사서 먹었어. 네가 밥 챙겨 먹으라고 했잖아."

"다행이네. 고맙다."

"나도 그래."

나는 옆에 앉아서 담배를 물었고, 선미는 물끄러미 본다.

"하나 줄까?"

"아니, 죽어도 안 피울 거야."

"그래. 착하네."

둘 사이에 적막함이 담배 하나가 다 타들어 갈 동안 유지되었다.

꽁초를 지지직 끄는데, 선미가 힘없는 입술을 열면서 내 어깨에 기댔다.

"현찬아. 나 나쁜 년 한 번만 되도 돼?"

"무슨 말이야?"

"엄마도 안 계시고 아빠도 안 계시잖아. 나 혼자 모든 걸 결정해야 해. 그런데 너무 무서워."

"...연명치료 말하는 거야?"

"응. 나 이제 23살인데, 모든 걸 결정해야 하잖아. 그래서 말인데, 너한테 기대도 돼?"

"괜찮아. 그렇게 해. 어떻게 할 거야?"

"모르겠어. 솔직히 하나도 모르겠어."

선미는 고개를 푹 숙였다.

그런 모습을 보자 어떻게든 도와주고 싶은데, 나도 모르겠다.

- 언젠가 내 도움이 필요하게 될 거야.

깊은 한숨을 쉬는데 아버지가 한 말이 번개처럼 머리를 스쳐 지나갔다.

"선미야 잠시만."

나는 한쪽에 가서 휴대전화를 들었고, 자정이 넘은 시간인데도 불구하고 다행히 아버지는 전화를 받았다.

- 아들~~ 아들~~ 달려라~ 달려라~ 달려라! 아들!!!

"아버지 약주 중이세요?"

- 아니야. 아니야. 음주 중이야.

"건강 챙기세요."

- 무슨 일로 우리 아들이 전화를 다 했어?

"그···. 저번에 그런 일이 생기면 전화하라고 했잖아요."

- ...잠시만 있어봐라. 어이 나 잠시 밖에서 통화하고 올게. 응~ 아냐. 아들이야.

타닥타닥.

전화기에 발걸음 소리가 들린 후, 다시 아버지 목소리가 들렸다.

- 그래. 결국, 오고야 말았구나.

"네. 연명치료를 할지 의사가 정하라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 끝까지 해.

"네?"

- 병원비가 많이 들어서 힘든 거 아니면 끝까지 해. 환자가 고통스럽다고 하지만, 결국 지금부터는 가족의 죄책감을 더는 시간이야. 아빠는 그때 연명치료를 안 하겠다고 했었어. 그리고 그 순간을 아직도 꿈에서 후회하고 있단다.

"..."

- 언젠가 지치는 순간이 올 거야. 그 순간이 되면 안 하면 돼. 무슨 말인지 알겠지?

"...네. 그럼 아빠는."

- 뭐? 이 자식이! 나는 마지막 순간까지 해야지!

"아니, 그게 아니라! 아빠는 만약 했으면 마음이 편했겠냐고요. 할아버지 말이에요."

- 흠흠. 글쎄다. 그건 모르겠지만, 적어도 하지 않은 것에 대한 후회는 안 하겠지. 이제 됐냐?

"네. 감사합니다."

- 그리고 말야. 혹시나 돌아가시게 되면 나에게 연락해라. 내가 해줄 게 하나 더 남아있다.

"네. 아버지. 그런데 왜 이렇게 적극적이에요?"

- 네가 처음 사귄 여자친구 아니냐? 너희 엄마랑 나랑 교통사고 났을 때 병원까지 왔다면서. 집안사람이 되든 안 되든 간에, 내 아들을 사람 만들어준 애인데, 어떻게든 도와주고 싶다.

"...원래 사람이었거든요."

- 고등학교 때까지 병신이었던 놈이 입은 살아서. 아빠는 19살 전에 만난 여자가 어!

"됐습니다. 엄마한테 그대로 말해줄게요."

- 현찬아. 현찬아!!!

뚝.

멋있는 이야기와 쓸데없는 이야기를 같이 하시네.

나는 다시 선미에게로 돌아갔다.

"누구에게 전화한 거야?"

"아버지."

"어? 왜?"

나는 선미에게 아버지와의 전화 통화를 다 이야기했다.

이야기를 들은 선미는 마음이 편해졌는지 얼굴이 조금 밝아졌다.

"아하하. 아버지 말이 맞네. 그래. 끝까지 해보자."

"그래. 그게 맞는 거 같아."

"고마워 현찬아. 너마저 없었으면 나는 무너졌을 거야."

"설마. 천하의 이선미가 그럴 리가."

"그건 그래. 그냥 약한 척 한번 해봤어. 이제 너도 내려가."

"나는 오늘같이 있다가 갈게. 이 정도 권리는 있는 거 같아."

"맞아. 알았어."

우리 둘은 병원에서 밤을 새웠다.

그리고 연명치료는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10월 말이 되었다.

어머님은 중환자실에 들어간 지 한 달째 되던 날 돌아가셨다.

긴병 앞에 효자 없다는 옛말이 틀리지 않는지, 선미는 의외로 덤덤하다.

차분히 병원과 장례사의 절차를 따랐고, 지금은 빈소에 까만색 옷을 입고 혼자 덩그러니 앉아 있다.

옆에 천천히 걸어가서 앉자, 선미가 나를 본다.

"왔어? 너도 상복 입었네."

"그냥 정장이지 뭐. 너 혼자 입으면 화장실 갈 때 앉아 있을 사람 없을까 봐 입었어."

"···고마워."

"그래. 이모님은?"

"쓰러지셔서 일단 쉬고 계셔. 한 명뿐인 가족이 떠나니깐 많이 충격인가 봐."

너도 그렇잖아.

라고 차마 말하지 못했다.

우리는 한동안 넓은 빈소에 말없이 있었다.

조금 있자 선미는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빈소 전체를 한 번 훑었다.

"왜 이리 큰 거 잡았어?"

"그냥 크게 느껴지는 거야."

"사람이 없어서 그렇구나··· 아주머니도 세 분이나 불렀다면서."

"어. 필요한 거 있으면 바로바로 도우미 분들한테 말해."

용돈도 추가로 얹혀 줬으니 네 말 잘 들을 거야.

계산은 내가 다 했다. 이거 얼마 한다고. 돈이 많아서 정말 다행인 순간이다.

"우리 너무 썰렁하다."

선미는 빈소를 나가서 텅 빈 복도를 봤다.

나도 따라 나가서 같이 봤는데, 다른 집에는 화환이 가득한데, 우리만 아무것도 없다.

"그러네. 괜찮아?"

"응. 그냥 문득 봤을 때 그런 기분이 들어서 한 말이야. 들어가자."

발걸음을 돌리는 이선미.

나도 따라서 들어가는데, 저쪽에 한 사람이 화환을 들고 오더니 우리 빈소 앞에 놓았다.

"어··· 민현찬씨 계세요?"

"네. 전데요."

"여기 사인해 주세요."

"저요?"

"네."

누구지? 사인하고 화환을 봤는데,

'KP 엔터테인먼트 공동 대표이사 민정상' 이라고 적혀져 있다.

"누구야? 아는 사람이야?"

"어? 아··· 어! 삼촌이야."

"정말? 삼촌이 왜?"

"글쎄. 잠시만."

나는 밖에 나가서 민정상한테 전화 걸었다.

- 네 민현찬 씨. 안 좋은 일 있다고 들었습니다. 화환은 도착했나요?

"네. 안 그래도 그래서 연락 드렸습니다. 누구한테 들었어요?"

- 다희가 드라마 제작사 소속이라는 걸 잊은 건 아니시죠? 뭐 다른 이야기 하다가 우연히 들어서 보냈습니다.

역시. 이런 쪽은 민정상이 일 처리를 잘하네.

"감사합니다. 대표님. 조만간 찾아뵙겠습니다."

- 네. 아무쪼록 큰 일 무탈히 넘기시길 바랍니다.

전화를 끊고 다시 빈소로 돌아왔는데, 화환이 하나 더 와서 선미가 사인하고 있었다.

"이번에는 누구야?"

"KP 엔터 공동 대표이사 박인혜라고 적혀져 있어."

호오. 박 대표님도 보냈네? 여기도 이제 사람 대하는 게 많이 늘었네.

···잠시만 혹시?

"선미야. 나 전화 한 통화만 더 하고 올게."

황급히 밖에 나가서 아버지한테 전화를 걸었다.

"아버지. 저번에 전화하라고 하셨잖아요."

- 그래. 결국, 그렇게 된 거냐.

"네."

- 빈소 어딘지 문자로 보내라.

"저··· 뭐 때문인지 물어봐도 될까요?"

- 니 나이 때 아는 사람이 어딨겠어. 사람이 없어도 무시 안 받는데, 화환이 없으면 별 미친놈들이 무시하는 게 상갓집이다. 챙겨줄 테니까 주소 보내.

"감사합니다."

- 고마운 마음은 돈으로 표현하는 거다. 끊는다.

···

꼭 마지막에 초 치는 말씀을 하세요.

나는 다시 선미에게로 돌아갔다.

우리는 둘이서 한동안 아무도 없는 빈소에 앉아 있었는데. 밖이 시끌벅적하다.

"민현찬 씨 계세요."

"네. 여기 있습니다."

"사인해 주세요."

"잠시만요."

"여기도 해주세요."

"저희도요."

응? 고개를 빼꼼히 내밀어 복도를 보니, 화환을 들고 있는 사람들이 계속 몰려오고 있다.

시끌벅적한 소리에 선미도 밖에 나왔는데, 밖에 있는 화환을 보더니 깜짝 놀란다.

"어디서 이렇게 많이 왔어?"

"···아버지가 보냈어."

"정말? 왜?"

"너 우리 부모님 입원했을 때 온 거 이야기해줬었거든. 그게 고마워서 보냈나 봐. 일단 잠시만."

나는 서둘러 사인했고, 이제 빈소 앞에는 십 수개의 화환이 일렬로 나란히 서 있다.

선미는 그 모습을 보더니 고마움 반, 미안한 반에 눈물을 글썽였다.

"울어?"

"너무 죄송해서."

"우리 아빠한테 죄송하지 말고 나한테 고마워해. 그러면 된 거야."

"지랄. 왜 너한테 고마워하냐? 네가 보낸 것도 아닌데."

"욕하는 거 보니깐 조금 괜찮아진 거 같다?"

"응!"

정말 오래간만에 환한 얼굴로 나를 본다.

"엄마가 꽃을 엄청 좋아했거든. 아프고 나서는 꽃구경 한 번을 못 가셨어. 그래서인지 마지막 가는 길에는 꽃이 많았으면 좋겠다고 나에게 말했었거든."

이번에는 조금 슬픈 눈으로 일렬로 선 화환을 봤다.

"잊고 있었는데··· 이렇게 보니깐 기억났어. 다행이다. 고마워 현찬아."

"고맙기는. 당연히 해야 할 건데."

"나 이 은혜 어떻게 갚아야 하지?"

"그건 나중에 생각하자. 지금은 이기적으로 너만 챙겨."

"알았어. 정말 고마워."

"어때? 이제 좀 욕심나지 않아? 이렇게 멋있는 사람이 어딨어?"

"아하하. 뭐라고? 너도 참. 그게 이 상황에 할 질문이야? 후훗."

선미는 웃으며 빈소 안으로 들어갔고, 나는 머쓱함에 머리를 긁적이며 따라 들어갔다.

다시 텅 빈 빈소에 앉으려는데, 선미가 갑자기 나를 봤다.

"조금은?"

"응? 뭐가 조금은?"

"그런 게 있어."

···?!

"야! 너 방금 조금은 이라는 게 혹시..."

"닥쳐!"

"네."

오래간만의 이선미 옛날 모습 때문인지, 빈소에 아주 조금의 따뜻함이 느껴진다.

시간이 지나고 선미 가족분들이 오셨다.

친가 쪽은 아무도 없고 외가 쪽만 있는데, 그것도 두세 명이 다다.

나는 빈소를 가족분들에게 맡기고, 자연스럽게 밥 먹는 쪽으로 밀려났다.

밖에서 잔심부름하는데, 몇몇 어르신들의 쉰 소리가 내 귀에 들어왔다.

"뭔 사람이 이렇게 없어."

"아유~ 당신도. 외국에서 살다가 왔으니 어쩔 수 없죠."

"자식은?"

"저기 앉아 있잖아요."

"하나야? 쯧쯧쯧. 이래서 애는 많아야 해."

"아우. 남들이 듣겠어요. 조용히 좀 해요."

아주머니가 내 눈치를 본다.

시불. 사람 없는 게 어때서! 조금 있으면 내 친구들 다 오거든!

마뜩잖은 표정으로 보는데, 임석훈과 이혜민이 입구 근처에서 서성거리는 게 눈에 들어왔다.

이것 봐 왔지! 나는 일부러 어른들이 들리게 목소리를 조금 울렸다.

"너희들 왔어? 왜 이렇게 늦었어?"

"말도 마! 임석훈이 무슨 볼일이 있는지 뭉그적거리잖아."

"나 때문이 아니야. 박호빈 때문에 늦었어."

"...박호빈? 아니 호빈이가 왜?"

"밖에 나가보면 안다."

"너 호빈이한테 말했어?"

"우연히 말했는데, 이 사단이 났네."

...

박호빈은 이런 일 마저도 사고 치는 건가?

"선미 안쪽에 있다. 일단 인사부터 해라. 호빈이는 어딨는데?"

"저기 주차장에 있을 거야."

"알았다."

나는 서둘러 주차장으로 달려갔다.

호빈아. 제발 정신 좀 차리고 아무 짓도 하지 마라.

주차장에 도착했는데, 이게 뭐야?

커다란 버스 두 대에 학생들이 우르르 내리고 있고, 박호빈은 씩씩거리고 있다.

"너희들 선배가 힘든 데 그냥 가만히만 있어? 경영 과가 어쩌다가 이 지경이 됐냐. 하여튼 요즘 것들은 유대감이 없어!"

"호빈아. 이게 다 뭐야?"

"어! 현찬아. 버스 빌려서 우리 과 애들 데리고 왔어. 선미면 그래도 집행부까지 했었잖아. 그런데도 올해 학생회 애들이 가만히 있더라고. 그래서 내가 한 소리 해서 다 데리고 왔어."

예전에 누구한테 들은 적 있다.

장례식장에는 아무리 그래도 사람이 없는 것보다는 많은 게 좋다고.

꼰대 같은 모습이 이렇게 도움 될 줄이야. 호빈아 잘했어.

"...현찬아. 내가 혹시 잘못한 거야?"

"호빈아 아니야. 잘했어. 그런데 네가 웬일로 선미 일까지 챙겨?"

"왜기는 너 바보야?"

의기양양한 얼굴로 나를 본다.

"우리 06학번 동기잖아. 동기 사랑 나라 사랑 몰라?"

그래. 06년도에 임석훈, 은미, 선미, 혜민, 나만 있었던 게 아니지.

너도 있었구나.

"...새끼. 쓸데없이 알티 티 내기는. 어서 들어가자."

"아! 그리고 조금 있으면 한서영 누나 온대."

"서영 누나가? 어떻게 알고?"

"내가 연락했어."

"너 설마?"

호빈이는 고개를 위아래로 끄덕였다.

"응 나랑 연락되는 사람 전부 전화 돌렸어. 이런 일은 원래 나팔수가 한 명 있어야 하잖아. 너는 선미만 챙겨. 나머지는 우리가 알아서 할게."

너, 드디어 정신 차렸구나.

< 가을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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