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휴가 >
낚싯줄이 팽팽하다.
"와~~ 이거 뭐야? 왜 이렇게 힘이 세!"
"무작정 당기면 끊어져요!!! 이럴 때는 힘을 풀어주고요!"
와락.
낚시를 가르쳐주기 위해 혜리가 뒤에서 나를 안았고, 우리는 찰떡처럼 딱 붙은 상태가 되었다.
"지금은 당겨요!!!"
"이렇게?"
"릴은 감지 말고요! 당기기만 하다가, 지금! 지금 릴 감아요!"
"아오! 모르겠다! 이거 맞아?"
"네! 잘하고 있어요!!! 다시 풀고요~"
물고기와의 사투가 한동안 계속되었다.
낚시가 쉬운 게 아니구나. 하지만 즐겁다.
손끝에는 짜릿함이 느껴지고 온몸에는 전율이 돋는다.
"오빠야 다 됐어요! 어~ 보인다!!! 보인다!!! 삼촌 뜰채요! 뜰채!!!"
"뭐··· 뭐꼬 가시나야. 자는데 갑자기 무슨 소리고?"
"큰 거예요. 큰 거! 빨리 뜰채요!"
"뭐 돔이라도 낚았나? 어? 시부랄 감성돔이네!! 감성돔이다!!!"
감성돔요? 그거 좋은 거 아니에요?
선장이 뜰채를 가져오더니 한방에 물고기를 낚아 올린다.
"캬~~ 처음에 이런 거 잡고 기운 대단하네. 이거 몇 짜고?"
"4짜는 될 거 같지 않아요?"
"여름 감시는 줘도 안 먹는다지만 그래도 손맛은 있었겠네."
"그것도 옛말이에요. 얼마나 맛있는데요. 이젠 없어서 못 먹는다구요."
"···저기 죄송하고 미안한데요. 감시가 뭐예요?"
내 말에 혜리가 물고기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이게 감시예요~ 감성돔~ 오빠야 대박이다!!!"
"돔은 비싼 거지?"
"맞아요. 헤헤헤. 내가 오늘 맛있게 회 떠 드릴게요."
"회도 뜰 줄 알아?"
"그럼요! 저는 다 할 줄 알아요!!!"
···
너 우리 학교에 있을 인재가 아닌 거 같은데?
여튼 낚시가 제법 손맛이 있네. 처음 느껴본 짜릿함에 주먹을 불끈 쥐었다.
그런 내 모습을 본 선장은 씨익 웃으며 어깨에 손을 올렸다.
"서울 샌님인 줄 알았는데, 몸도 좋고 물고기도 잘 잡고. 다시 봐야겠는데요?"
"아닙니다. 초심자의 행운 같은 거죠."
"그런데 웃통은 왜 벗고 있어요? 설마? 당신?"
...
저는 혜리 손끝도 안 건드렸어요! 혜리가 나를 건드렸어요!!!
"아··· 그게 말이에요."
"캬!!! 바닷사람 되고 싶은가 보네. 그래 싸나이는 피부 좀 까맣고 근육 있고 그래야지!!! 그러지 말고 사진이나 한 장 찍어요."
"사진요?"
"이런 어복이 다시 올 거 같습니까? 잡은 고기 사진 찍어야죠. 혜리야 몇 짜고?"
"4짜 맞아요! 43cm!!!"
"와따 큰 거 잡았네. 물고기 가지고 온나. 내가 사진 찍어줄 테니깐 서울 서방님이랑 사진이나 한 장 남겨라."
"삼촌!!! 서방님 아니에요!!!"
"가시나 좋으면서. 아재요. 요 서이소."
나는 선장님의 등쌀에 혜리와 나란히 선 후,
"손에는 감시 들고요."
잡은 감성돔을 둘이서 같이 들었다.
찰칵. 찰칵.
선장님은 혜리 카메라로 사진을 찍은 후 나를 보며 씨익 웃는다.
"서울 아재 오늘 배부르겠네요."
"왜요?"
"물고기 두 마리나 잡았다 아입니까~"
볼락이랑 감성돔 두 마리이긴 한데···
아닌가?
감성돔이랑 진혜리인가?
···
모르겠다.
*
낚시는 끝났다.
나는 한 마리 반 정도 잡은 게 전부다. 마지막에 잡은 감성돔은 같이 잡은 거니 반 마리로 치자.
잡은 물고기는 아이스박스에 넣어서 차에 실었고, 우리는 조금 떨어진 해수욕장으로 갔다.
아무래도 혜리 집 근처에서 놀기는 소문날까 봐 좀 그렇잖아. 그리고 민박도 없고.
해수욕장에 가자 민박이 있기는 있는데, 낡았다.
그냥 어촌에 있는 일반 가정집을 개조했나 보다.
그 모습을 보더니 혜리가 조그마한 손으로 내 팔꿈치를 살며시 잡았다.
"오빠야··· 다른 데 갈까요?"
"왜?"
"여기 너무 낡아서요··· 서울 사람들은 이런데 못 자잖아요."
나는 혜리 머리를 한 대 툭 쳤다.
"아양. 아파요."
"나 서울 사람 아냐. 너 내 고향 잊었어? 부산이잖아. 이런 곳이 뭐 어때서? 오히려 운치 있어 보이는데."
"정말요?"
"그럼."
정말이다. 오래되고 낡은 거? 하나도 신경 안 쓰인다.
삼시세끼 어촌편 같은 민박집을 보자 어릴 때 놀던 할아버지 집이 떠올라서 오히려 기분이 상쾌해진다.
"어서 들어가 보자."
"네에~~~"
우리는 민박에 들어가서 안을 구경했는데,
캬~~ 더 마음에 드네!!!
널찍한 마당이 있고, 아궁이가 있고, 마루도 있고, 평상도 있다.
내가 평상에 앉자, 혜리는 따라서 옆에 앉았다.
"이제 우리 뭐하지?"
"일단 제가 생선 정리해 놓을게요~"
"그럼 나는 뭐해? 티비 보면 야채 같은 거 뽑아 오던데."
"야채는 마트에서 사면 돼요~ 흐음. 오빠야는 할 일 없으면 말이에요!"
"없으면?"
"일단 좀 주무세요~ 오늘 아침부터 멀리서 온다고 고생했잖아요~~"
"그렇기는 한데, 진짜 자도 괜찮아?"
"헤헤헤 네~~~ 저 어릴 때부터 혼자 일 많이 해서 괜찮아요. 그리고 오히려 방해돼요."
짜슥 미안하게시리. 해맑게 웃으며 말하네.
그런데 새벽부터 운전하고, 게다가 배까지 타고 와서 그런지 피곤하기는 정말 피곤하다.
"알았어. 그럼 나 잠시만 잘게~"
"네에~~ 주무시고 계세요~~"
나는 방 안으로 들어와 에어컨을 켜고 방바닥에 누웠다.
혜리야 딱 한 시간만 자고 일어날게.
*
으응···
누군가 내 가슴을 누르고 있다.
"하아앙~~ 누구야···"
슬쩍 눈을 떴는데, 혜리 얼굴이 바로 앞에 있었다.
"깜짝이야!!!"
"어··· 오빠야? 일어났어요?"
"어 방금 일어났는데... 아 미안. 곤히 자는데 깨웠네."
"괜찮아요~ 저도 잔 지 오래됐어요~~하앙~"
"그런데 너무 붙어 있는 거 아냐?"
"네? 어라?"
우리 몸이 거의 붙어 있었다.
민망도 할만한데, 혜리는 자리에서 일어나 양반다리로 앉더니, 상의 속으로 손을 넣어 복근을 살짝 보여주며 배를 긁는다.
"헤헤헤. 에어컨 때문에 추워서 오빠야 안았나 봐요~"
"어쩐지. 나도 덕분에 따뜻하게 잤다. 그런데 팔이 왜 이렇게 따갑지?"
"오빠야 잠시만요!! 팔! 팔 좀 줘봐요!! 아~~ 어떡해~~ 이거 봐요. 껍질 벗겨지잖아요!!!"
"무슨 껍질이··· 으악!!! 뭐야 이거?"
팔과 다리 곳곳에 껍질이 벗겨지고 있었다.
"으아아앙~ 우리 오빠야 뱀새끼 됐다~~~"
"너 지금 나 욕한 거지?"
"헤헤헤~ 오빠야는 몸도 뱀이고 거기도 뱀이래요~"
"뱀이 이렇게 작냐?"
"큰 뱀도 있잖아요~ 아나콘다다~~ 아앙~~"
살쾡이 흉내를 내며 막대기에 으르렁거린다.
"계속 그러면 뱀한테 잡아 먹힌다."
"배 위에서처럼요? 그럼 잡아 먹힐래요!!!"
"일단 밥부터 먹자. 배고프다. 너 요리할 줄 모르지? 내가 요리해줄게."
"노노노~ 무슨 말씀을 그렇게 섭섭하게 하세요!!!"
혜리는 자리에서 일어나 손가락을 까딱까딱했다.
그런데 나는 손가락은 안 보이고 까만 허벅지와 가슴만 눈에 들어온다.
낮과는 다르게 헐렁한 민소매 티와 돌핀 팬츠 같은 짧은 반바지를 입고 있었다.
"내가 뭘 섭섭하게 했는지는 모르겠는데, 옷이 너무 짧은 거 아냐?"
"이거요? 소라 언니가 남자애들이 좋아한다고 골라줬어요. 예쁘죠?"
"어 예쁘긴 예쁜데···"
"그리고 좋죠?"
"응!!!"
"아하하~ 오빠야 너무 솔직해졌어! 어서 일어나서 밥 먹으러 가요!!!"
"무슨 진수성찬을 해놨기에 그래?"
"헤헤헤~ 보고 놀랄지도 몰라요~~ 빨리요~ 빨리~~"
"알았다. 알았어."
하이고 이 비글을 어떻게 말리냐.
혜리는 나를 끌고 나와서 평상 위에 앉혔다.
"오빠야는 손가락 하나도 까딱하면 안 돼요."
"싫은데~ 까딱까딱."
"아앙~ 하지 마요~ 진짜 가만히 있어야 해요~"
뭐 하려고 하는 거니? 멀뚱히 바라만 보는데 낑낑거리며 커다란 상을 가져왔다.
"그 무거운 걸 왜 혼자 들어."
나는 성급히 달려가서 상을 받은 후 평상 위에 펼쳤다.
"헤헤헤~ 이거는 좀 무겁네. 이제는 진짜 가만히만 있어야 해요!"
"알았다. 알았어. 가만히 있을게."
"네에~~~ 잠시만 있어요."
냉장고에서 접시 하나를 가져온다.
"짜잔~ 오늘 잡은 물고기들 회 뜬 겁니다~"
"와··· 이거 네가 뜬 거야?"
"네~ 맛있겠죠?"
"최고다 최고!!!"
"아직 많이 남았어요~~"
이번에는 냄비를 하나 가져온다.
"요거는 조개찜입니다~~~"
"이건 언제 샀어?"
"아까 오빠야 잘 때 시장 봐서 만들었어요~~ 헤헤헤~"
"와··· 정말? 감동이다."
"아직 감동하기는 일러요. 잠시만요~"
아직 더 있어?
한쪽에서 가스버너를 가져와 상 위에 놓고, 그 위에 냄비 하나를 올린다.
"이거는 뭐야?"
"회 뜨고 남은 거로 매운탕 했어요~ 여기 김치도 있고요~ 쌈장도 있어요~ 이제 밥 떠올게요."
"잠시만. 너."
내 말은 듣지 않고 서둘러 가더니 밥과 음료수 게다가 소주까지 가져왔다.
"헤헤헤~ 맛있게 드세요. 오빠~~"
"···너무 고마워서 뭐라 할 말이 없다. 진짜 고마워. 그런데 왜 이렇게 해줘?"
"멀리서 왔잖아요~ 어릴 때부터 손님 대접은 푸짐하게 하라고 배웠습니다!"
혜리 얼굴에서 빛이 난다.
크흑. 너 진짜 고생했겠다. 유일한 보답은 여기 있는 음식을 맛있게 먹어 주는 거다.
회를 한 점 들어서 와사비가 풀린 간장에 찍는데, 혜리가 나를 빼꼼히 바라봤다.
"너는 안 먹어?"
"어른이 먼저 먹어야지 저도 먹죠!"
"나 어른 아니다. 자~ 고생했어. 아~~"
"아··· 오빠야. 나 그거 말고···"
"그럼 조개찜?"
"아니에요! 잠시만 기다려줘요!!!"
혜리는 접시를 하나 가져와서 와사비, 쌈장, 초장, 간 마늘을 섞었다.
"헤헤헤. 여기에 한 번 찍어 먹어보세요. 진짜 맛있어요. 저는 항상 이렇게 먹거든요."
"그래? 알았어."
맛있으면 얼마나 맛있다고.
한번 찍어서 입에 넣었는데,
"와!!! 이거 뭐야?"
정말 맛있다. 물론 회 본연의 맛은 느낄 수가 없지만.
"맛있죠?"
"응. 새로운 거 하나 배웠네. 자 너도 아~ 해."
"네~~ 아~~ 헤헤헤~ 지인짜 맛있어요~~!! 전 여름 감시 안 먹는 사람 이해를 못 하겠어요. 이렇게 맛있기만 한데."
"그래. 진짜 맛있다."
"오빠야~ 회가 왜 이렇게 맛있는 줄 알아요?"
"잡은 지 얼마 안 돼서?"
"아니요~~ 왜냐면요~~"
혜리는 내 옆에 찰싹 붙어서 앉았다.
"오빠랑 같이 먹어서예요~"
"···그렇게 좋아?"
"그럼요~~ 여기서 보니깐 더 좋은 거 같아요."
그건 나도 그래.
오늘따라 왜 이렇게 적극적인지 모르겠지만, 부담스럽지 않고 귀엽기만 하다.
우리는 한동안 밥을 같이 먹었다.
맛도 엄청 있네. 정신없이 먹다 보니 그릇은 하나씩 비기 시작했고, 하늘에는 먹구름이 끼기 시작했다.
"아~~ 배부르다. 정말 잘 먹었어."
"오빠야~ 비 올 거 같아요."
"어? 그러네? 아니다. 비 온다!!!"
"꺄악!!!"
"어서 치우자!!!"
하늘에서 굵은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고, 우리는 빈 접시를 싱크대에 처박았다.
설거지는 내일 아침 먹을 때 하는 게 또 국룰이지.
뒷정리를 마무리하고 마당을 바라보며 마루에 앉았는데, 혜리가 쟁반을 하나 들고 와서 내 옆에 앉았다.
"뭐야?"
'헤헤헤~ 커피랑 수박이에요~"
"오~~ 오늘 너무 잘해주는데?"
"엄마가 아빠 밥 먹고 나면 항상 이렇게 해주더라고요. 그런데 오늘 되게 운치 있어요."
"그렇네. 우리 마치 영화 속의 주인공 같다."
하늘에서 여름 비가 땅에 떨어지면서 '토닥토닥' 소리를 내었다.
우리는 마루에서 쟁반을 사이에 두고 앉아, 한동안 그 풍경을 말없이 바라봤다.
내리는 비에 우리가 녹아들 때쯤, 혜리가 고개를 빼꼼히 내밀며 나에게 말을 걸었다.
"오빠야~ 노래 잘해요?"
"노래? 웬만큼 하지. 왜?"
"저 대학 가서 하고 싶었던 게 엠티 가서 통기타 치면서 노래 부르는 거였거든요~"
"그럼 네가 기타 배워야 하는 거 아냐?"
"아아앙~ 저는 거기서 듣는 역할이예요. 그래서 말인데요~"
"너 어디가?"
다락방 같은 곳에 가더니 기타를 가져온다.
"오빠야~ 노래 불러 주세요~~!!!"
이 민박집은 정체가 뭐야?
그나저나 기타 못 치는데...
진실을 말하기에는 혜리 눈빛이 너무 반짝반짝한다.
"··· 흐음. 일단 잠시만. 화장실 좀 갔다 올게."
"같이 갈까요?"
"됐거든~"
"저도 농담이었어요~ 아하하하~"
나는 화장실에 가서 고민에 빠졌다.
기타라··· 이렇게 진수성찬을 차려준 혜리를 실망하게 하긴 싫은데.
그래. 미래에 이런 비슷한 일이 벌어질 수도 있잖아.
기타 실력 구매하자.
나와라. 스마트 폰!!! 악기 실력에 기타 구매!!!
- 디리링. 기타 실력을 구매하시겠습니까? 한 번 들은 노래는 기타로 연주할 수 있게 됩니다. 가격은 100 크리스탈입니다.
오래간만에 호구신의 에누리 없는 가격이네. 구입!!!
- 기타 실력이 구매되었습니다.
흐음··· 머리에 별다른 변화는 느껴지지 않는다. 일단 기타를 잡아보자.
화장실에서 나와 다시 마루로 왔는데, 혜리가 기타를 그냥 퉁퉁 튕기고만 있다.
"기타 줘봐. 내가 연주해줄게."
"어? 오빠야 진짜로 할 줄 알아요?"
"내가 못하는 거 봤어?"
"꺄악~~ 연주해주면 대박!!! 여기 있어요."
혜리는 나에게 기타를 넘겼고, 나는 자리에 앉으며 허벅지 위에 올렸다.
아직 까지는 머리에 아무것도 안 떠오르는데···
"무슨 노래 듣고 싶어?"
"저는 자전거 탄 풍경 노래 듣고 싶어요!!!"
"너에게 난 나에게 넌?"
"아니요~~ 그 노래도 좋은데 혹시 '안녕'이라는 노래 아세요?"
"어? 나 아는데. 너는 어떻게 알아? 그거 완전 남자 노랜데."
"저 옛날 노래 좋아해서 알아요~ 오빠 그 노래 불러 주세요."
"알았어. 잠시만."
마음속으로 멜로디를 흥얼거리자, 어떻게 기타를 쳐야 하는지 머릿속에 스르륵 떠오른다.
우선 튜닝을 살짝 하자. 기타 줄을 통통 치면서 헤드 머신을 돌렸다.
절대 음감이 아닌데도 튜너 없이 되네.
몇 번을 건드린 후 다시 통통 쳤는데, 정음이 기타에서 흘러나왔다.
"이제 됐다. 해 볼게."
"네~~"
혜리는 마룻바닥에 엎드린 후, 양손을 턱에 괴고 나를 봤고,
타닥타닥.
마당에서는 빗소리가 악기가 되어서 오래된 집을 가득 채워 줬다.
- 딩 딩딩 딩
"안녕~ 잘 지내고 있니~~ 거기도 지낼 만하니~"
감미로운 기타 소리와 노랫소리가 빗소리와 함께 하모니를 이룬다.
"오늘도~~ 낯설기만 한~ 너의 빈자리를 어떻게 채~~~~ 울까~~"
풍경 때문인가? 아니면 비 때문인가? 그것도 아니면 기타를 쳐서 그런가?
노래에 감정이 실린다.
"사랑해~~ 언제까지라도 너를 사랑해~~"
혜리는 옆에서 어떻게 나를 보고 있을까? 마지막 가사를 부르기 위해서 고개를 돌렸는데,
손으로 턱을 괸 채, 눈동자를 반짝이며 얼굴이 나에게 고정되어 있었다.
스핑크스 같네.
"너의 웃음소리와 너의 모습을~~ 영원히 우리 가슴 깊이~~~"
나는 일부로 혜리를 그윽하게 보면서.
"넣어두울게~~~"
- 다리리링~~
노래를 마무리했다.
"··· 어때? 마음에 들어?"
"오빠야···."
"왜?"
"오빠야아~~~~"
"악~~ 너 왜 그래!!! 왜 갑자기 껴안아?"
"오빠야아아!!! 너무 멋있어요!! 진짜!! 너무 멋있어요!!!"
"으악~ 잠시만!!!"
비글이다!
혜리는 나를 껴안고 얼굴에 뺨을 비비며 난리 쳤다.
그런데 얘 왜 이렇게 뜨거워?
혜리 가슴과 엉덩이를 잡은 내 손에 뜨거운 체온이 느껴졌다.
< 휴가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