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먹지 못했던 여사친들-266화 (266/295)

< 출사 >

쇼핑몰 사진을 찍는 날이 왔다.

아름다운 벚꽃 나무가 일렬로 서 있는 곳에 나, 진희, 소라, 다희가 소풍 나온 사람들처럼 서 있다.

동갑내기인 다희와 진희는 어느새 서로 인사도 나눴다.

그런데 혜리는 어디 갔지? 나는 소라에게 물었다.

"혜리는 어디 갔어? 오늘 안 온대?"

"혜리 씨는 오후에 스튜디오 촬영 때 오기로 했어요."

"왜 혜리 씨라고 하냐?"

"혜리 언니라고 하면 너무 친한 거 같아서요. 공과 사는 구별하려고요."

"...와. 무서운 거 보소. 진희야~ 혜리가 너한테도 이제 '진희 씨'라고 하겠다."

"혜리야. 정말 그럴 거야?"

"언니! 아니에요. 선배! 진희 언니는 원래 아는 사람이잖아요. 그리고 무임금으로 도와주러 온 사람이고요! 언니~ 우리 오늘 잘해봐요~"

"응~ 나도 잘 부탁할게."

...

독한 년. 그 와중에도 무임금을 챙겨가네.

우리 세 명의 이야기를 멀리서 듣던 다희가 다가오더니.

찰칵.

사진 한 장을 찍고는 씩 웃었다.

"다들 보기 좋은데 어서 촬영해요. 오후에 혜리 언니랑 스케줄 맞추려면 부지런히 움직여야 해요."

"그러자. 소라야 옷은?"

"여기 있어요. 그런데 큰일 났어요. 어디서 갈아입어요?"

소라는 고개를 두리번거리면 탈의실로 쓸만한 곳을 찾았다.

"그럴 줄 알고 내 차에 커튼 쳐놨어. 거기서 갈아입으면 돼."

"블랙박스 있는 건 아니죠?"

"그런 거 전혀 없거든. 유소라 너한테는 차키 못 넘기겠다. 진희야. 차키 줄 테니 소라랑 같이 갈아입고 와."

"네~ 선배~"

진희와 소라는 팔짱을 끼고 내 차로 걸어갔다.

그런데 어떤 옷일까?

궁금한 얼굴로 기다리는데 다희가 옆에 섰다.

"오빠. 그러고 보니 여기 오래간만에 오네요."

"우리 언제 여기 왔었···. 아! 작년에 다 같이 놀러 온 곳이지."

"네. 그때는 선미 언니도 있었는데. 언니는 어때요?"

"이야기 들었어?"

"소라가 이야기해줬어요. 뭐 얼떨결에 나온 말이지만."

"그렇구나. 썩 좋지는 않아. 나도 오늘은 여기 있지만, 내일은 서울 가야 해. 요즘 소민이는 뭐하고 지내? 걔는 숨었는지 얼굴도 안 보여."

"공대는 3학년 넘어가면 시간이 아예 없잖아요. 도서관에 박혀 살고 있어요. 안 그래도 어제 만나서 선미 언니 이야기해줬는데, 걱정 엄청나게 하더라고요."

"두 사람 다 고맙네. 사실 거의 스치기만 한 인연이잖아. 그런데도 그렇게 신경 써주다니."

다희는 벚꽃이 만개한 나무를 쳐다보며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

"작년에 우리 수업 빼먹고 왔을 때, 너무 재밌었거든요. 그 추억이 가득해서 그런가 봐요."

"그래. 재밌었지. 으허헉. 그런데 벌써 4학년이구나. 하~ 졸업하기 싫다."

"오빠는 졸업하고 KP 엔터에서 일할 거예요?"

"나는 아예 다른 곳으로 갈 거야."

"어디요?"

예전 회사로 가야지. 그곳에도 사연이 있는 사람이 많거든.

"그런 곳이 있어. 어! 저기 애들 온다. 잠시만···! 진희 왜 이리 예쁘냐?"

"어디? 어! 진짜 예쁘다~~"

나와 다희는 화들짝 놀라서 다가오는 진희를 바라만 봤다.

진희가 예쁜 거야 소라가 옷을 잘 고른 거야?

연 분홍색에 꽃무늬가 살짝 들어가 있는 롱 원피스를 입었는데, 천생 여자다.

우리는 놀라서 연신 따봉만 들어줬고, 진희는 부끄러운지 웃었다.

"두 사람 일부러 그러지 마요~"

"아니야. 진짜 예뻐. 이건 모델 덕분이다. 소라야 제대로 사기 칠 수 있겠어."

"사기라뇨! 언니가 예쁜 것도 있지만, 제가 잘 고른 것도 있어요. 어때요?"

"굿. 투자한 돈이 아깝지 않네."

나는 다희 어깨에 손을 올렸다.

"이제 사진작가님 실력에 달렸습니다. 있는 그대로 담으면 되는데 잘 할 수 있겠죠?"

"후후. 걱정 마세요. 이런 모델과 옷으로 사진 못 찍으면 카메라 버려야 해요."

"너무 비장하지는 말고. 그럼 촬영해 봅시다."

"네. 진희야. 이쪽으로 서줘."

어쭈. 민다희. 겨울에 아르바이트할 때 제작사 쪽 일도 몇 번 경험해봤나 보네.

나름 전문가 냄새를 풍기면서 진희에게 디렉션을 했다.

진희는 지시에 따라 사람이 없는 나무 아래에 섰고, 그러자 벚꽃 나무 아래에 있는 하늘하늘한 여자가 되었다.

마음에 드네.

찰칵. 찰칵.

몇 번의 셔터 소리가 들렸고, 사진을 다 찍었는지 다희가 나를 불렀다.

"잘 나왔어?"

"무난하게 나왔어요."

다희가 건넨 디지털카메라 액정을 봤는데, 잘 찍었네.

그런데 너는 왜 만족스럽지 않은 표정이냐?

"무난하게가 아니라 잘 나온 거 같은데. 사장님. 사장님도 보세요."

"네. 선배."

소라도 옆에 와서 봤는데, 여자 두 사람의 표정은 썩 좋지 않다.

"두 사람 뭐가 문제야? 내가 보기에는 잘 나온 거 같은데."

"...다희 언니. 뭔가 조금 이상하죠."

"응. 왜 이리 안 차는 기분이 들지."

"너희 둘 내가 패알못이라고 일부러 놀리는 거지? 엄청나게 잘 나왔구먼. 빨리 다음 사진 찍자."

두 사람은 내 말을 무시하고 디카를 뚫어져라 쳐다보기만 한다.

나. 너희들이랑 안 놀아. 나만 따돌리고.

그래. 나는 어차피 옷은 모른다. 포기하고 쑥이나 뜯으러 가자.

한쪽에 앉으려는데, 소라의 놀란 목소리가 귀에 들어왔다.

"아! 신발! 신발을 안 가지고 왔어!"

"아···."

다희도 깊은 탄식을 냈다.

신발이 어때서? 예쁘기만 한데.

나는 다시 두 사람에게 붙었다.

"신발이 왜? 옷이랑 잘 어울리는 거 같은데."

"선배. 신발은 패션의 완성이에요. 그런데 지금 2% 부족한 느낌이 강하잖아요."

"운동화면 됐지. 나이키 로고도 마음에 들구만."

"나이키 중독자예요? 하···. 어쩌지. 신발이 없는데."

"큰일이네."

다희와 소라는 또 내 말을 무시하고 깊은 고민에 빠졌다.

너희 알아서 해라. 다시 쑥이나 뜯으러 가자.

한쪽 구석에 앉으려는데 이번에는 진희가 걸어왔다.

"두 사람 왜 그래? 소라야. 사진 이상하게 나왔어?"

"언니. 신발 더 없죠?"

"응 이거 하나야."

"어떡하지. 다희 언니. 진희 언니 다리만 잘라봐요."

"알았어."

살벌한 대화가 오간다.

다희는 줌인 아웃 하면서 사진 속에서 진희 다리를 자른 후,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소라야 이러니깐 너무 짧아 보여."

"맞네요. 현찬 선배. 미안한데 혹시 차 가지고 가서 신발 좀 가져올 수 있어요?"

"나 쑥 뜯어야 하는데···. 농담이고 귀찮아! 차라리 그냥 벗고 찍어. 어차피 하얀 양말이어서 단화 느낌 나잖아."

"잠시만. 뭐라고요?"

"오빠. 뭐라고 했어요?"

다희와 소라가 놀란 눈으로 나를 바라본다.

"신발 벗고 찍으라고···. 아!!! 맞다!!!"

그리고 나도 놀라서 환호성을 질렀다.

시불 깜빡했네! 나 맨발에 통기타 든 컨셉으로 진희를 울트라스타K 내보내려 했었잖아.

그걸 잊어버리다니! 아이고 이 빡대가리야.

나는 서둘러 진희에게 갔다.

"진희야. 일단 벗자."

"네? 여기서요?"

"아니! 신발 벗자고. 자~ 너는 지금부터 자연과 동화된 어쿠스틱 가수가 되는 거야. 바람 소리를 멜로디라 생각하고, 나뭇잎 소리를 캐스터네츠라고 생각해."

"캐스터네츠 같은 거 안 쓰는데."

"그럼 트라이앵글. 아씨. 알지를 못하니깐 말을 못 하겠네. 여튼 자연을 멜로디 삼아 놀러 온 가수를 연기한다고 생각해. 설명은 개떡 같지만 무슨 말인지는 알겠지?"

"알겠어요. 미국에 있을 때, 센트럴 파크에서 기타 들고 노래했던 그 기분을 내란 말인 거죠?"

"...진작 그렇게 말해주지. 맞아. 그게 가장 너다운 모습이야."

"한번 해볼게요. 그럼 기타를 들어야 하나?"

"기타는 필요 없어. 쇼핑몰 촬영이니깐. 그 감정만 안고 있으면 돼."

"네."

진희는 신발을 벗은 후, 벚나무 아래에 섰다.

와···. 바로 전에보다 훨씬 낫네.

하늘하늘한 원피스와 하얀 양말이 진희에게 순수함을 더해준다.

찰칵. 찰칵.

한쪽에서는 디카 셔터 소리가 맹렬하게 들렸다.

다희도 마음에 드나 보다. 진희의 모습을 집중해서 담고 있고, 소라 입은 이미 귀에 걸려있다.

"선배. 센스 있는데요? 선배 입에서 신발 벗는 아이디어가 나올 줄 몰랐어요. 신발도 속옷인가? 그래서 벗기기 좋아하나?"

"소라야. 사람들 다 듣겠다. 그냥 초심자의 행운 같은 거야. 그런데 어때?"

"괜찮아요. 훨씬 좋은 거 같아요."

"다 됐어요!"

나와 세연이는 서둘러 달려가서 결과물을 봤고, 세 사람의 입은 귀에 걸렸다.

"완벽해. 이거 울트라스타K 프로필 사진에 써도 되겠다."

"진짜 마음에 들어요! 다희 언니 이대로 계속 찍어줘요."

"응."

이후의 촬영은 급속도로 진행됐다.

진희는 몇 번이나 옷을 바꿔 입으며 사진을 찍었고, 점심때가 다 되어서 끝났다.

촬영에 지친 나, 다희, 진희가 잔디에 앉아 있는데, 소라가 도시락을 가져오더니 잔디밭에 펼쳤다.

"다들 고생했어요. 우리 이제 밥 먹고 가요."

"오~~ 사장 되더니 센스가 좋아졌어. 잘 먹을게."

"헤헤헤. 사장님 감사합니다~ 잘 먹을게요~"

"진희 언니는 맛있게 먹고 오빠는 조금만 먹어요!"

이래서 검은 머리 짐승은 키우는 게 아니구나.

뭐 그래도 분위기가 좋으니 넘어가자.

밥을 맛있게 먹고 배를 두드리는데, 진희가 갑자기 기타를 들었다.

"진희야 소화할 겸 기타 들고 운동이라도 하려고? 우선 신발부터 신어. 가시 박히겠다."

"헤헤헤. 괜찮아요. 선배 말대로 이렇게 있으니깐 미국 생각나서요. 그때는 아는 사람이 없어서 아무도 신경 안 쓰고 노래 불렀었는데."

"그래? 그럼 그 마음으로 노래 한번 불러볼래?"

"네. 다들 제 노래 들어주세요."

진희는 완전히 밝아진 모습으로 기타를 잡았다.

얼굴에도 자신감이 가득하다.

나, 다희, 소라는 기대에 찬 눈으로 봤고, 진희는 행복한 표정으로 손가락을 움직여 기타를 퉁겼다.

디라당~~

응? 이 노래는? 제이슨 므라즈 아임 유얼즈다.

"웬 유 돈 돈 미 애뉴 베라 퍼슨~~ "

흩날리는 벚꽃잎.

한가운데 원피스를 입고 양말만 신은 채 풀밭에 서 있는 진희.

마지막으로 영화 배경음악처럼 들리는 제이슨 므라즈의 아임유얼즈.

그래! 이거지! 얼마나 잘 어울리는 풍경이야!

여기가 한국인지 미국 센터럴 파크인지 헷갈릴 정도다.

- 저 사람 누구야? 예쁘다.

- 얼굴도 얼굴인데 노래 너무 잘하는데.

어느새 사람들 몇 명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제가 키운 동생이에요! 진희를 안다는 게 자랑스러울 정도다.

"아임 유어어얼즈~~ 헤헤헤. 어때요?"

- 너무 잘해요!

- 진짜 예뻐요!

주위에 모인 사람들이 우리 대신에 대답했고,

"어? 언제 이렇게. 다들 감사합니다."

진희는 쑥스러워하면서 연신 고개를 숙였다.

그래. 결정했어!

1라운드는 신발 벗고 제이슨 므라즈의 아임 유얼즈를 부르자.

아니, 사실 노래는 중요하지 않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헤헤헤. 너무 기분 좋아요."

진희가 자신감을 찾았다는 거다.

다행이다.

오전 촬영이 끝났다. 진희는 가고 혜리가 왔다.

혜리는 오자마자 인사도 안 하고 서둘러 다희에게 물었다.

"오전에 다른 모델이랑 촬영했다면서. 어땠어? 나 보여줘."

얘도 일에 대해서는 욕심이 어마어마했지.

하긴, 아마추어 결과물이 프로보다 좋으면 엄청 자존심 상하는 일이겠지.

혜리는 사진을 보더니 얼굴이 굳어지면서 다희에게 말했다.

"너무 잘 나왔는데? 얘 누구야?"

"현찬 선배 아는 동생이에요."

"현찬아. 얘도 모델이야?"

"아니 걔는 가수야."

"진짜? 어느 소속사?"

"아직은 없는데, 올해 안에는 생기지 않을까? 그런데 왜?"

"...아니야. 내가 더 잘할 수 있어."

"이거 시합 아니거든. 너무 부담 갖지 말고 해."

"그래. 빨리 찍자. 옷은 어디에 있어?"

"조금 있으면 소라가 가져올 거야."

마침 스튜디오 문이 열리며 소라가 종이가방 여러 개를 들고 왔다.

"어? 혜리 씨. 언제 왔어요? 늦어서 미안해요."

"괜찮아. 나도 방금 왔어. 그게 이번 옷이야?"

"네. 하나의 가방에 하나의 컨셉이라 생각하면 돼요. 우선 처음에는 이거부터 찍어요."

"알았어. 입고 올게. 바로 시작하자."

혜리는 옷을 들고 탈의실로 갔다.

빠르네! 빨라.

그런데 원래 일할 때는 진지한 거야? 아니면 오전 촬영 때문에 비장해진 거야?

혜리 눈빛은 그 어느 때보다 날카로웠고, 엉덩이는 둥글둥글하면서 탱탱했다.

"선배."

"깜짝이야!!! 소라야 갑자기 좀 부르지 마라."

"또 이상한 생각 했나 보네요. 혜리 씨 무슨 일 있었어요? 오늘따라 너무 무서운데요."

"오자마자 오전 촬영 보더라. 말은 되게 잘 나왔다고 하는데, 얼굴에는 독기가 가득 찼어. 왜 저러지?"

"내가, 오전 촬영 모델은 프로도 데뷔 못한 아마추어라고 말해줬거든요. 그래야지 장난이라 생각 안 하고 열심히 하죠."

"뭐? 레알? 와···. 돈독이 오르더니 사람이 무서워졌네."

"사람 대하는 기술이라고 해두죠. 다들 열심히 하면 좋잖아요."

나는 네 회사 절대 안 가야겠다.

"옷은 어떤 거야? 오후는 클럽 느낌 아냐?"

"선배가 보면 아마 좋아서 난리 날 거예요. 어 나온다."

옷을 갈아입은 혜리가 나오더니 나에게 다가왔다.

그리고 내 어깨에 손을 올리면서 씩 웃었다.

"어때?"

"... 와···. 눈 둘 곳이 없다."

"그래? 나는 지금 당장 클럽 가고 싶어지는데. 소라 너 보는 눈이 있다."

"키키키. 혜리 씨. 감사해요."

그래. 소라는 보는 눈이 있고, 너는 몸매가 장난 아니네.

하얀색 씨스루 티셔츠인데, 안에 검은 색깔 브래지어가 선명하게 보인다.

단순히 하얀 옷이면 별로 일 건데 가운데 있는 조그마한 레터링이 묘하게 가슴을 두드러지게 해준다.

캬~~ 이거 약팔이 제대로 되겠네. 굉장히 만족스러운 모습이다.

"그럼 촬영할게요. 시간 얼마 없어요."

다희의 말로 촬영이 시작됐다.

혜리는 스튜디오에서 조명을 받으면서 포즈를 잡았는데,

"선배. 프로는 다르긴 다르네요."

"맞아. 진짜 다르네."

그냥 몸 전체에 빛이 났다.

- 그건 조명 때문 아냐?

...그런가?

여튼, 모든 게 완벽하다.

특히 뛰어난 건 눈빛이다. 지금 당장 옆에 달려가서 '같이 들을래?'를 외치고 싶어질 정도다.

촬영은 계속되었고, 나는 심심함에 구석에 잤다.

야하고 섹시하면 뭐 해. 여사친이 아니어서 서지를 않는데.

꾸벅꾸벅 조는데, 갑자기 나를 찾는 큰 소리가 들렸다.

"현찬아~ 검은색 가방 좀 들고 와줘."

"...네!!! 어? 누구야?"

"나 혜리야. 지금 탈의실에 있거든. 검은색 가방 좀 들고 와줘."

"아~~ 꿈인 줄 알았네. 검은색 가방? 알았어! 들고 갈게."

비몽사몽 한 정신으로 검은색 가방을 들고 간 후,

딸깍.

탈의실 문을 열었다.

"여기. 가지고 왔. 으악!!! 깜짝이야!! 너 뭐야?"

얘 지금 뭐 하는 거야? 이거 꿈이야 현실이야?

탈의실 안에는 혜리가 속옷만 입고 있었다.

"왜? 뭐가?"

"아니, 왜 속옷만 입고 있어?"

"다음 촬영이 속옷이잖아. 어? 너 설마? 지금 나보고 흥분한 거야?"

"미친. 놀부 한 거다. 어우~ 일단 이거 받아~"

나는 황급히 혜리에게 종이가방을 건네고 나왔다.

얘는 부끄러움이 없는 거야? 아니면 이런 상황에 익숙한 거야.

한 가지 확실한 건, 가슴은 크고, 다리는 정말 가늘었다는 거다.

...

그럼 뭐해. 여사친이 아닌데. 애석하다!!!

< 출사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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