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병원 >
거실에는 조촐한 술상이 펼쳐졌는데, 사람이 없다.
솨아악~
한쪽에서 샤워기 물소리가 들린다.
세연이는 지금 씻고 있다.
평소 같으면 은근슬쩍 건드렸겠지만, 오늘은 참자.
우리 둘 다 텐션이 썩 높지 않다.
딸깍.
조금 있자 화장실 문이 열리고, 편한 반바지에 축구 유니폼을 입은 이세연이 나왔다.
"후~ 샤워하니깐 피로가 좀 풀리네요. 오빠도 빨리 씻어야 한결 괜찮아져요."
"그래? 그럼 나도 씻어야겠다. 드라이어기 여기 있어."
"어? 미리 준비해놨어요?"
"여자들 머리 안 말리면 귀신같잖아. 내 집에 처녀 귀신 나오는 거 싫다. 아! 머리카락 날아간 거 주워라. 한 가닥당 한 대다."
"뭐래? 몰래 여기저기 뿌려 놔야지."
"그러면 진짜 귀신 나와."
"아하하~ 귀신이 뭐가 무서워요? 오빠가 무섭지. 여튼 고마워요~"
둘이서 농담을 주고받지만, 여전히 예전처럼 밝지만은 않다.
세연이는 하얀 다리를 움직여 한쪽에 앉으며 드라이어기를 잡았다.
나도 씻자.
화장실에 들어가 샤워를 하고 나왔고, 어느새 거실에는 맥주캔 네 개가 놓여 있었다.
"미리 준비 다 해놨네. 잘했어. 라이코스!"
"라이코스가 뭐야~ 진짜 아저씨 같아."
"우리 한 살 차이밖에 안 나거든. 캔 줘봐. 따줄게."
"헤헤헤. 고맙습니다~"
맥주캔을 하나 따서 이세연에게 건넸다.
세연이는 단번에 반 정도를 마시더니 깊은 한숨을 내쉰다.
"그런데 진짜 언니 어떡해요?"
"선미? 글쎄다···."
"오늘, 어머님 너무 야위셨었어. 오빠 생각에는 어떻게 될 거 같아요?"
"나도 나름 사람들 통해서 알아봤는데, 아마 힘드실 거 같아."
"어떡해···. 나 언니 아버지 안 계신 거 오늘 처음 알았어요."
"내색하지는 마. 이선미 성격 알지? 동정받는다는 기분 들면 아예 얼굴도 안 비출 애야."
"그렇긴 하죠···. 휴······."
기분 내자고 마시는 술자리가 오히려 무게추가 되어서 우리 어깨를 잡아 내렸다.
"세연아."
"네. 오빠."
"지금 너무 축 가라앉지 마. 병은 사실 장기전이거든. 처음부터 세상 끝났듯이 행동하면 조금 지나서 바로 지쳐. 너 긴 병 앞에 효자 없다는 이야기 들어봤어?"
"... 처음 듣는데 어떤 의미인 줄은 알겠어요."
"그래. 나중에는 병간호하는 사람이 지치게 되어있어. 그리고 주위를 원망하게 되지. 우리는 그러면 안 돼. 당사자는 아니잖아. 냉정하자고 하는 소리가 아니라, 우리마저 너무 몰입하면 선미가 힘들어져. 그러니 우리는 힘 좀 빼자. 그게 맞는 거 같아."
"알았어요. 이런 거 보면 오빠는 어른이란 말야."
"이런 거 아니라도 어른이거든. 그러고 보니 너는 요즘 학교생활 어때? 사고치고 다니는 건 아니지?"
"나야 뭐. 아웃사이더로 겉돌고 있죠."
"다시 미친년으로 돌아온 건 아니고? 네 걱정에 밤에 잠을 못 잔다."
"아하하하. 뭐래? 진짜 미친년 보여드릴까요? 나 이제 안 그래요. 내가 오빠 따라다니면서 사회생활 배운 게 몇 년인데요. 적당히 분위기도 맞춰주고 합니다."
"다행이네."
"격정도 안 해놓고서는. 아! 그 이야기 들었어요?"
"뭐?"
"진희 울트라스타K 나간대요."
"울트라스타K? ....아! 슈퍼스타K! 벌써 그때가 됐어?"
"그때라뇨?"
"아. 소리. 여튼 그거 대국민 오디션이잖아. 진희가 거기 나간다고?"
"네. 다음 주 예선인데 응원 겸 같이 가기로 했어요. 대박! 진희 가수 되면 막 자랑하고 다녀야지."
허... 벌써 할 때가 되었구나.
이름이 약간 바뀐 거 같지만, 뭐 사소한 문제다.
지금 진희라면 아마 잘할 거다. 매니저가 되어서 챙겨주려고 했는데, 미안.
요즘 너무 무신경한 거 같네.
"진희는 잘할 거야. 나도 기회 되면 가봐야겠다. 같이 가자."
"그래요 오빠. 저... 있잖아요."
"나는 항상 여기 있어. 왜? 할 말 있어?"
"나 하나 물어볼 게 있어요."
"갑자기 왜 진지하냐? 뭐 물어보려고? 여기?"
"어디를 가르키는 거예요? 오빠 뒤질래요?"
"살벌해서 농담도 못 하겠네. 뭐든지 물어봐."
"음... 오빠는 선미 언니 어떻게 생각해요?"
나는 맥주를 들다가 멈췄다.
"갑자기 무슨 말이야?"
"이번에 선미 언니 아프니깐, 오빠는 자기 일처럼 나섰잖아요."
"혹시 질투하는 거야?"
"후. 그럴 리가요. 그냥 궁금해서요."
여자가 그냥 궁금하다는 말은, 과거시험처럼 고민한 다음에 답해야 한다는 뜻인데.
애가 질투하는 건 아닌 거 같고.
출제자의 의도가 잘 파악되지 않는다.
이럴 때는 솔직하게 말하는 게 정답이다.
"네가 무슨 생각하는지 모르겠는데, 사실 나는 선미에게 빚이 있어."
"돈 빌렸어요? 와~~ 오빠 돈 많은 줄 알았는데 거지였네."
"...이 가시나야! 바로 드립 칠려면 왜 물어봤냐?"
"아하하! 오빠가 너무 진지해서 장난친 거예요. 그런데 무슨 빚요?"
"믿기지 않겠지만, 너 만나기 1년 전. 그러니깐 20살 갓 입학했을 때만 해도, 나는 완전 찐따 같았었어."
"지금도 찐따 같은데···."
"다 들리게 속삭이지 말아 줄래? 여튼 그랬던 나인데, 선미 만나고 많이 변하게 됐어."
"어떻게요?"
일단 아다를 떼면서 여자에 대한 무서움이 없어졌어.
이건 말할 수 없으니 숨기자.
"입학했을 때는 나이키만 입고 다녔거든. 그거 보고 빡쳐서 옷 골라준 게 이선미야. 그리고 성격적인 부분도 좀 변한 거 같아. 선미가 좀 여자 대장부 스타일이잖아. 어울리다 보니 나도 많이 쿨해졌어. 옷도 잘 입고 성격도 시원시원해지다 보니 찐따에서 벗어나게 됐지. 어떻게 보면 이선미는 나에게 누나 같은 존재이기도 해."
"그렇구나···."
"너 아마 일학년 때 나 봤으면 찐따라고 피해 다녔을걸?"
"그거는 지금도 그런데···."
"대놓고 중얼거리지 말아 줄래?"
"아하하하~ 알았어요. 안 할게요."
"여튼, 나는 그래서 선미에게 마음의 빚이 있어. 그러다 보니 이번 일도 엄청 신경 쓸 수밖에 없어."
"흐음. 오빠 마음이 어떤지 알겠어요."
"그리고 너였어도 마찬가지였을 거야."
"네?"
"너에게 같은 일이 있었어도 나는 똑같이 아니 어쩌면 더 너를 챙겼을 거야."
"치. 거짓말."
"진짜거든."
엄지를 이마에 붙이자 세연이가 말린다.
"고등학생도 아니고 유치하게 그게 뭐예요. 나였으면 왜 더 챙긴다는 거예요? 나한테는 빚이 없잖아요."
"너 고양이 키워봤잖아. 그 고양이가 하늘나라로 떠날 때 어땠었어?"
"진짜 슬펐어요. 아! 설마 내가 고양이라는 거예요?"
"옛날에 입었던 고양이 옷이 있는데 오늘 다시 입어볼래?"
"아! 진짜! 오빠!!!"
"농담이다. 농담. 그 고양이가 떠날 때 나보다 약하고 사랑스러운 존재가 아픈데 아무것도 못 하니깐 정말 마음 아프지 않았었어?"
"맞아요! 그 말이 진짜 맞아요!"
"나도 마찬가지야. 너에게 힘든 일이 있으면 내 마음 한구석이 아파져. 쟤는 바보 같아서 내가 챙겨줘야 하는데. 멍청이라서 나 없이는 아무것도 못 하는데 이런 생각이 들어."
"지금 디스한 건 아니죠?"
"다행히 눈치는 빠르네."
"야! 민현찬!!!"
"으하하하~ 오래간만에 놀리니깐 재밌다."
"진짜. 하여튼 진지하게 들은 내가 바보지."
"진지한 이야기 맞으니깐 너 바보 아냐. 여튼 그래서 네가 힘들었으면 나는 더 너를 챙겨 줬을 거야."
나는 맥주를 한 모금 마시면서 이세연 얼굴을 봤다.
세연이 얼굴에는 어느새 웃음꽃이 피어 있었다.
"고마워요."
"고마우면 오백 원."
"졸라 재미없어."
"그럼 고마우면 고양이 옷."
"아! 진짜!!! 그 옷은 일학년 때부터 왜 입으라고 하는 거예요!"
"한 번만 입어줘. 입은 거 보고 싶어서 그래! 옛 생각도 나고."
"오늘 같은 날 그런 옷을 어떻게 입어요."
"그냥 보기만 하려는 거거든요. 그리고 말했잖아. 우리마저 쳐지면 안 된다고. 우리는 아무렇지 않게 예전처럼 밝아야 해."
"...개소리 같은데 설득력 있지?"
"다시 일학년 되더니 입 험해진 거 봐라. 오빠한테 개소리가 뭐야?"
"아하하하. 그건 내 말실수인 거 인정. 알았어요. 옷 어딨어요?"
"진짜 입어주려고?"
"뭐 오래간만에 한 번 입어볼게요."
그래? 그렇다면 빨리 옷을 가져올게.
나는 서둘러 옷방에 가서 고양이 옷을 꺼내와 세연이에게 건네줬다.
"여기 있사옵니다. 마마!"
"하여튼 이럴 때는 아부 쩔어. 잠시만 있어요."
세연이는 옷을 들고 안방으로 들어갔고, 조금 있자 고양이 한 마리가 되어서 나왔다.
까만색 짧은 원피스에 머리에는 고양이 머리띠를 하고 있는데, 귀... 귀여워.
역시 세연이는 고양이가 맞다.
이세연은 팬티가 안 보이도록 원피스를 잡으며 자리에 앉았다.
"이거는 갈수록 짧아지는 거 같아. 아! 어제 유소라 혹시 봤어요?"
"소라? 몰라 지 알아서 잘 살겠지. 그건 모르겠고. 야옹 한 번만 해줘라."
"아! 진짜. 완전 변태야. 소라가 오빠한테 할 말 있다고 하더라고요."
"나한테? 무슨 말?"
"휴학 상담 좀 하고 싶다고 하던데요?"
"... 휴학? 갑자기?"
"네. 하고 싶은 일이 생겼다고 도전해보고 싶대요."
혹시 전생에 유소라가 일 년 휴학한 거와 같은 이유인가?
그런데 걔가 왜 휴학했었지? 내가 모르는 영역이다.
"흐음. 그러면 내가 다음에 소라 만나서 이야기해 볼게. 여튼 야옹 한 번만 해줘."
"참나. 야옹 해주면 뭐 해줄 건데요?"
"오늘 하루 동안 내가 원하는 거 전부다, 네가 들어줄게."
"말장난하지 말고요."
"그럼 내일 아침밥 해줄게."
"흐응? 그건 좀 괜찮네. 이번 한 번만 해주는 거예요. 야옹~"
"으하하하 너 진짜 귀여워! 의대 사람들도 너 이렇게 귀여운 거 알아?"
"알 리가 없죠. 내가 얼마나 미친년인데. 잠시만요! 오빠 왜 이렇게 갑자기 다가와요?"
"너무 귀여워서 머리 한 번 쓰다듬어 주려고. 우리 야옹이 가만히 있어~"
나는 다가가서 이세연 머리를 쓰다듬어 줬고, 세연이는 인상을 찡그리면서 나를 올려다봤다.
"평소에는 연락도 안 하더니···."
"모터쇼 때문에 바빠서 그랬어."
"그렇게 재밌었어요?"
"네가 없어서 재미없었는데?"
"하여튼 입만 열면 거짓말이란 말야. 그래도 오늘은 속아 드릴게요."
"그럼 이것도 속아주라."
나는 천천히 이세연 얼굴에 내 얼굴을 붙였고. 세연이는.
"어디서 다가와요!"
단번에 내 얼굴을 한쪽으로 밀었다.
"악! 지금 나 때린 거야?"
"급발진하지 말아요. 지금 여기가 이상하잖아요."
"뭐가 이상한데?"
"너무 밝아요."
응? 싫다는 말은 아니잖아.
오래간만에 봐서 그런지 이세연은 부끄러운 표정을 지었다.
"너 그 옷 입고 그런 표정 짓는 건 반칙이야."
"뭐래. 나 잘 거니깐 불이나 꺼요."
"잘 거라면서 왜 소파에 앉아?"
"여기가 내 캣타워거든요~"
캬. 인정합니다.
세연이는 소파에 길게 누웠고 나는 불을 껐다.
이제 거실에는 티비만 조명처럼 빛나고 있다.
천천히 다가가 소파에 누운 이세연 다리 끝에 앉았다.
"아하하하~"
세연이는 나를 전혀 신경을 안 쓰는 척하면서 티비를 봤다.
그런데 문제는 나에게 생겼다.
이상하다. 몇 번이나 경험했던 상황인데, 가슴이 미친 듯이 뛴다.
흡사 처음 자고 있던 선미를 건드릴 때와 같을 정도로 심장이 폭발할 거 같다.
...
요건 좀 쓰레기 같네.
여튼, 나는 떨리는 심장을 겨우 누르고 세연이의 하얀 허벅지 위에 손을 올렸다.
미쳤나? 나 오늘 왜 이래?
심장의 폭발음을 더욱 커졌고 손마저 떨리기 시작했다.
긴장감 때문에 손이 더 진격하지 못하고, 이세연 허벅지에서 멈춰버렸다.
덜덜 떨면서 하얀 허벅지만 만지자, 오히려 세연이가 고개를 슬쩍 돌리면서 입을 열었다.
"뭐해요?"
"아... 미안."
나는 놀라서 손을 뗐고, 세연이는 깔깔 웃었다.
"아하하! 오빠 오늘 왜 그래요? 왜 화들짝 놀라고 그래요?"
"어... 야. 나 미친 거 같아."
"원래 미친놈인데."
"아니, 그 이상으로 미친 거 같아."
"왜요? 설마 이 옷 입은 상태로 속옷 벗기를 바라는 건 아니죠?"
...
쌉 가능!
그것도 괜찮은데, 차마 그 말이 입에서 튀어나오지 않았다.
"어... 아니야. 그 정도는 필요 없어."
"이 오빠 진짜 왜 이래? 나는 티비나 볼래요. 알아서 해요."
세연이는 다시 티비를 봤다.
알아서 해라니. 옛날 같았으면 치마를 올리고 팬티를 벗긴 후, 만지작거리면서 티비를 봤을 건데, 내 손은 전혀 움직이지 않았다.
호구신님 저 왜 이래요?
- 네가 알지. 나도 몰라.
그래. 분명히 나한테 이유가 있을 건데···.
- 요즘 너무 자극적인 상황만 맞이하다가 갑자기 순한 상황이 와서 그런 거 아냐?
말이 돼요? 그런 게 어디. 아!
알겠다. 한동안 육체적 쾌락만을 위해서 섹스를 하고 다녔었다. 그래 걸어오는 섹스를 피하지 않았지.
하지만 이세연은 다르다. 더욱이 오늘같이 병원에 갔다 오면서 많은 시간과 감정을 같이 보냈다.
지금 내가 하려는 건 정서적 교감을 기반으로 한 섹스다.
그래서인가? 1학년 때 바보 민현찬으로 돌아간 것처럼 심장이 미친 듯이 뛴다.
내 손은 결국 세연이 팬티를 잡지 못했고 엉덩이 바로 아래에서 멈췄다.
"오빠?"
"어? 아! 미안."
"네? 아하하하. 진짜 왜 그래요? 나한테 무슨 죄지었어요?"
"어. 죄지은 거 같아. 솔직히 말할게. 심장이 왜 이렇게 미친 듯이 뛰냐?"
"정말요? 오빠가 심장이 뛴다고요?"
"어. 지금 터질 거 같아. 만져봐."
세연이는 몸을 일으켜 세운 뒤 내 가슴에 손을 올렸다.
"어? 진짜야! 폭발하듯이 뛰고 있어!"
"진짜래도. 하···. 미쳐버릴 거 같아."
"이게 찐따미인가? 나름 귀엽네요."
"찐따라는 말 들으니 갑자기 차분해지네. 너는 심장 안 뛰어?"
"나는 괜찮은데. 한 번 만져 볼래요?"
세연이가 내 손을 잡아서 자기 가슴으로 당겼다.
덜덜덜.
고양이 옷 위로 올라간 내 손은 덜덜덜 떨리는 채, 몇 번이나 꽉 쥐었던 가슴을 터치만 하고 있다.
그런 모습을 보자 이세연이 깔깔 웃었다.
"아~~ 진짜 웃겨! 현찬 오빠 아니죠? 너는 누구냐!"
"민현찬 맞거든. 후~~ 진정하자. 굴러들어온 떡이다. 너는 해야만 한다."
"평소 같으면 변태 같을 건데, 지금은 허세 부리는 거 같아. 흐음? 이게 오빠 일학년 때 모습인가?"
"약간 비슷해."
"킥킥킥. 순진해 보이고 귀엽다. 오빠~~"
"어? 으악! 너 왜 그래?"
세연이는 손을 아래로 내려서 팬티를 벗었다.
"너는 남녀칠세부동석도 몰라? 뭐 하는 거야?"
"와. 진짜 안 어울리는 말 한다. 그냥 답답해서 벗은 건데요? 무슨 생각하는 거예요?"
그리고 다시 소파에 누웠고, 하얀 엉덩이는 까만 치마에 가려졌다.
저 치마를 올리면 세연이 계곡이 나올 건데.
용기를 내서 허벅지에 손을 올렸는데, 여전히 올라가지 않았다.
움직여라. 움직여라. 움직여라.
사륵.
어라? 손으로 주문을 외우는데, 세연이 손이 더 빠르다.
내 손을 잡더니, 치마 아래로 쓱 당겼다.
"세... 세연아?"
"아하하. 패밀리가 떴다 진짜 웃겨. 유재석 나오는 건 다 재밌는 거 같아."
내 손을 치마 속에 넣은 채, 모르는 척 티비만 본다.
이 모습 왜 이리 흥분되지?
심장이 더 폭발하기 시작했다.
< 병원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