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뚝방 >
똥다리가 어디야?
학교 근처의 하천을 달리면서 다리 아래는 다 쳐다봤는데, 인기척이 하나도 없었다.
어쩌면 자기들끼리 전화로 화해한 걸까? 라는 생각이 들 때쯤 휴대전화가 울렸다.
"혜리야! 소라 연락 왔어?"
"오빠야! 어딘데? 냇가 근처가?"
"냇가가 아니고 하천! 난 아까 도착했어. 잠시만! 너 어딘데? 왜 목소리가 들려?"
전화기에서 들리고 밖에서도 들린다.
고개를 두리번거렸는데 저 멀리 혜리가 서 있는 게 보였다.
"야! 진혜리! 오른쪽으로 고개 돌려봐."
"어디? 어디 말하는 건데? 아! 오빠야 보인다!"
혜리는 총알같이 달려오더니 내 손을 덥석 잡았다.
"오빠야! 어서 가자!"
"어디라는데?"
"말해주는데 나는 모르겠다. 소라 언니 처맞는 거 아니가?"
"...너 맞기를 원하는 거지? 그래서 어디라고 했는데?"
"농구코트 있는 곳이래."
어딘지 알겠네.
"알았어. 나는 먼저 갈게. 이쪽 길로 쭉 달리면 나오니깐 알아서 따라와."
"오빠야 같이 가자!"
미안 혜리야. 지금 너를 챙길 시간이 없어.
혹시라도 유소라가 맞으면 정말 큰 일이다.
내 친구가 맞는데 보고 있을 수만은 없잖아?
오늘 전부 다 요단강 가는 거고, 일은 종잡을 수 없을 정도로 커진다.
소라야 제발 입으로만 싸우고 있으렴.
나는 열심히 달려갔고 곧 농구코트에 도착했다.
"헉.. 헉.. 여기 근처일 건데."
"하... 하... 오빠야! 저기 아니가?"
"시불! 깜짝이야!"
고개를 돌렸는데 혜리가 숨을 헐떡이며 내 옆에 서 있었다.
"너 언제 왔어? 달리기 잘해?"
"응. 나 시골에서 맨날 4킬로 넘는 곳으로 학교 다녔다니까. 그래서 아침에 지각하면 뛰었거든. 달리기 잘해."
"...대단하다. 그런데 어디라고?"
"저어기!!!"
혜리가 가리킨 곳을 봤는데, 농구코트 한쪽 벽에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었다.
3명의 남자와 한 명의 여자가 같이 서 있고, 반대편에는 여자 한 명이 팔짱을 끼고 서 있다.
시불 4대 1이다
나와 혜리는 황급히 달려갔고, 근처에 도착하자 모두가 우리를 봤다.
숨을 헐떡이는데, 소라가 화들짝 놀라면서 나를 쳐다봤다.
"오빠! 아니, 선배! 여기 웬일이에요?"
"너 위험하다고 해서 달려왔어."
그때 저쪽 남자 중에서 빡빡머리가 나를 툭 쏘아붙였다.
"시발 야이 개새끼야! 너는 뭐야? 얘 남자 친구야?"
"학교 선배다. 이 미친 새끼야."
"뭐? 야! 너 방금 뭐라고 했냐?"
"미친 새끼라고 했다. 왜?"
자기가 먼저 욕해놓고는 왜 놀라고 지랄이야?
빡빡머리가 씩씩거리면서 다가오길래 나도 씩씩거리면서 걸어 나갔고, 소라는 그런 나를 말렸다.
"선배. 괜히 다치지 말고 가만히 있어요. 조금 있으면 한창민 오빠 올 거예요."
"그래? 진작 말해주지. 그럼 시간 벌게. 어!"
어라?
너 지금 나를 밀친 거니?
빡빡머리가 성난 얼굴로 양손을 뻗어 나를 밀었다.
"오빠! 잠시만! 그 사람은 아니야!"
예상 밖의 상황인지 임청아가 화들짝 놀라면서 말렸지만, 빡빡머리는 임청아를 무시하고 계속 나에게 다가왔다.
하... 이놈 봐라.
"너 방금 친 거냐?"
"하. 그래 쳤다. 왜?"
"오빠 하지 마!"
"청아 너는 가만히 있어! 너 저 미친년 선배라면서? 그럼 너도 청아 선배겠네? 우리 청아 학교생활 편하게 오늘 여기서 다 조지면 되겠네. 신나게 맞고 앞으로 청아 보면 밥 잘 사줘라."
"오빠. 저 선배는 건드리지 말래도. 옆에 여자애만 건드려."
"놔봐! 내가 알아서 할게."
"아 진짜! 좀 제발! 나도 학교생활은 해야지!"
...
왜 너희들끼리 싸우니?
그런데 시비 걸리고 가만히 있을 순 없지.
나는 고개를 까딱거리며 다가갔다.
"너 성원이 형 아냐?"
"뭐라고?"
"성원이 형이라고 몰라?"
"그 사람이 누군데?"
"아. 잠시만! 스톱!"
나도 모르게 성원이 형이 입에 나오네.
예전에 나랑 시비 붙었던 애들 마음을 이제야 알겠다. 묘하게 의지하고 싶은 이름이다.
잠시 마음을 진정시키는데 빡빡머리가 내 멱살을 잡았다.
"미쳤냐? 그 사람이 누군데 지랄이야?"
"오빠 하지 말래도!"
"너는 가만히 있으래도. 악!"
응? 뭔가가 튀어나오더니 남자 손을 물었다.
놀래서 쳐다봤는데 혜리였다.
"야이 개호로 잡놈 새끼야! 네가 뭔데 우리 오빠야 멱살 잡고 지랄 옆차기고?"
그 옆에 소라도 튀어나왔다.
"임청아. 너는 뭐 이런 거지 같은 새끼를 끌고 와서 지랄이야? 하여튼 병신들끼리 어울린다더니 그 말이 딱 맞네."
...
너희들 좀 닥쳐줄래?
한동안 욕설 배틀이 벌어졌다.
난 누군가? 여긴 어딘가? 창민 형 어서 와줘요.
겨우 소라랑 혜리를 말려서 뒤로 보내는데,
퍽.
어? 나 지금 맞은 거야? 빡빡머리 남자가 내 얼굴을 손으로 쳤다.
"오빠야!"
"선배!"
"현찬 선배님!"
응? 왜 세 명이야?
임청아도 달려와서 나를 부축했다.
...
이거 빡빡머리가 더 화나겠는데.
"이 미친년아! 너 지금 뭐 하는 거야? 내가 누구 때문에 여기까지 와서 지랄인데!"
"내가 유소라 미친년만 잡으라고 했잖아! 왜 다른 사람한테 지랄이야?"
"뭐라고? 이년이!"
빡빡머리가 임청아 손을 확 잡아당겼고, 청아는 날아가듯이 바닥에 던져졌다.
뚝.
그리고 내 인내심이 끊겼다.
시불. 아무리 거지 같은 상황이어도 여자는 때리면 안 되지.
나는 빡빡머리 남자 몸을 잡고 뒤로 확 밀쳤는데, 운동한 보람인가 아니면 어디에 걸렸나?
남자는 던진 것처럼 날아갔다.
"아악! 야! 너 방금 나 친 거냐?"
"그게 친 거냐? 민 거지. 너도 어지간히 돌대가리다."
친구가 넘어지자 다른 두 사람도 합세했다.
"사람 때리고 나 몰라라 하면 쓰나."
"너 좀 싸우나 봐?"
분위기가 험악해졌고, 내 뒤에는 소라, 혜리, 청아가 섰...
스파이가 한 명 있는 거 같은데?
색출해내기에는 시간이 없다. 지금 당장 한판 뜰 분위기다.
결국, 나도 싸우게 되는 건가? 그래 무작정 남에게 맡길 수만은 없다.
3 대 1의 대치 상황이 되는 순간 나는 호구신님에게 말했다.
호구신님 싸움의 기술 살게요.
- 오늘 하루에 100 크리스탈이야.
...저번에는 10 크리스탈 이었는데요?
- 야간 할증에 위험도 할증 붙었어. 쟤네 딱 봐도 싸움 잘하게 생겼잖아.
...그럼 더 싸게 해줘야죠.
- 싫으면 한창민 올 때까지만 버텨. 조금 있으면 올 거야.
"야? 뭐해? 막상 싸우려니깐 겁나냐? 처맞으면 더 정신 차려질 거야."
빡빡머리가 고개를 삐닥하게 든 채 건들거린다.
젠장 어쩔 수 없네. 싸움의 기술 구매!
어떻게 싸워야 하는지 매뉴얼화 되어 내 온몸에 퍼진다.
일단 웃통을 벗고 부산 사투리로 기선을 잡으란다.
...
이거 진짜 맞아? 일단 시키는 대로 해보자.
나는 웃통을 벗어 던지고 빡빡머리 앞에 섰다.
"마! 자신 있나? 자신 있냐고? 한 다이 뜰까?"
내 말에 세 사람이 흠칫하면서 뒤로 물러났다.
"그... 그래! 자신 있다!"
빡빡머리도 옷을 벗었는데, 어라? 물살이네. 근육이 별로 없다.
얘네들 내 근육 때문에 쫄았구만.
이번에는 위압적으로 다가가라는 명령이 머릿속에 내려졌다.
"자신 있다고? 그럼 한 대 쎼리바라. 마! 쎼리바라고! 악!"
진짜 때리네?
주먹이 한 대 얼굴에 꽂혔고 나는 두 걸음 정도 물러났다.
...
호구 신님 환불해 주세요. 이거 사기인 거 같아요.
- 선빵 날리면 법정에서 불리해서 그래.
...장난해요? 어차피 쌍방 폭행이잖아요! 젠장, 노닥거릴 시간이 없네.
빡빡머리는 나에게 달려들었고, 내 머리에서 온몸으로 명령이 떨어졌다.
브라질리언 킥으로 턱을 가격하기는 개뿔. 잡고 슬쩍 다리 걸어서 넘어트리란다.
그런데 진짜로 되네?
몸을 잡고 다리를 슬쩍 걸었을 뿐인데 빡빡머리 남자는 넘어졌다.
다음은 얼굴을 가격해야 하는데... 이건 너무 심하고.
나는 넘어진 빡빡머리 남자 배를 한 대 찼다.
"악!"
"네가 먼저 때린 거야. 악!"
그때 다른 남자 한 명이 발로 나를 찼다. 세 번째 친구도 나를 향해 달려와서 얼굴을 때린다.
이제 어떻게 해요?
- 낭심을 가격해!
그건 상도덕에 어긋납니다.
- 그럼 몸으로 밀어붙여서 넘어트려. 네가 피지컬이 좋아서 무조건 넘어트릴 수 있어.
명령을 떠올리자 몸이 자연스럽게 움직인다.
나는 살짝 도망가다가 쫓아오는 왜소한 남자를 몸으로 부닥쳤다.
그 남자는 넘어졌고 바로 달려가서 밟았다.
- 일단 한 놈만 패. 빡빡머리는 조금 더 있어야 일어날 거고, 다른 애는 너 말리기 바쁠 거야. 이번 타임에 한 명을 확실히 조져 놔야 해.
...폭력은 싫은데.
어쩔 수 없지. 쓰러진 사람을 발로 밟는데, 누가 뒤에서 잡았다.
그 사람을 화락 던져버리고 다시 밟았다.
그런데 때리는 것도 해본 사람이 할 줄 아네. 최선을 다해서 발로 찼지만, 얼굴이나 명치는 죽어도 못 때리겠다.
가드 한 팔 위로 가슴만 찼다.
"그만해 개새끼야!"
어느새 회복한 빡빡머리가 나에게 달려들었다.
나는 밀려났고 이제 2대1이 되었다.
다음은 어떡해요?
- 이제 네게 달려들면 피해. 그러면서 옷을 잡고 잡아당겨 버려. 그럼 넘어져.
왜 내가 악당이 된 거 같지? 저도 원투 펀치 이런 거 가르쳐 주세요.
- 주먹 잘못 휘두르면 네 손도 나간다. 그리고 쓸 줄 모르면 안 휘두르는 게 좋아. 넘어트리고 차는 게 최고야.
"으아아악!"
그때 빡빡머리가 달려들었고 나는 옷을 잡은 후, 있는 힘껏 당겼다.
찌이이익.
옷이 찢어지면서 빡빡머리도 넘어졌다.
"진짜. 미안. 한 대만 세게 칠게."
팍!
명치 부위를 발로 찼는데,
"억... 억억!!..."
배를 잡고 숨을 제대로 쉬지 못한다.
- 여기까지. 더 때리면 정당방위 벗어나.
...섬세하네요. 저도 더 때릴 생각은 없어요.
신기하게도 싸움의 기술 때문인지 흥분이 안 되고 오히려 차분해진다.
그 모습이 무서웠나 보다. 친구 두 명은 서둘러 빡빡머리에 달려갔고, 싸움은 마무리되었다.
이긴 건가? 그런데 기분이 썩 좋지는 않네.
통쾌함이 있을 줄 알았는데, 찝찝하기만 하다.
"오빠! 괜찮아?"
청아는 내가 질 줄 알았나 보다. 의외의 결과에 놀라더니 빡빡머리에 달려갔다.
그리고 화들짝 놀라더니 나에게 다가와서 내 옷을 잡았다.
"야! 이 미친 새끼야! 네가 뭔데 우리 오빠 때리는데!"
"이 사달이 난 게 누구 때문인데 왜 나한테 난리 치는 거야? 그리고 저쪽에서 먼저 주먹 날렸어."
"그렇다고 사람을 이렇게 때려? 너 엄마한테 다 말할 거야. 아빠도 부를 거고."
...
응? 이야기가 조금 이상한데.
"잠시만. 혹시 친오빠야?"
"그래! 친오빠다!"
...
시불. 시비는 내가 털렸는데, 왜 죄인이 된 거 같냐?
그때 혜리가 청아 손을 뿌리쳤다.
"니 돌아이가? 니는 왜 우리 오빠야 멱살 잡는데?"
"뭐? 야! 나는 가족이 다쳤다고!"
"니만 가족이가? 현찬 오빠야도 내랑 가족이다! 그리고 니가 먼저 시비 안 걸었나?"
"이 년이 미쳤어?"
"그래! 내가 진해 미친년이다!"
왜 너희 둘이 머리를 쥐어뜯니?
그런데 기세가 태사자와 손책이 무기도 없이 야산에서 싸우는 거 같다.
서로 한 명을 죽일 기세로 10여 합이 지났는데 승부는 좀처럼 나지 않았다.
황급히 모두가 나서서 말렸는데, 그때 빡빡머리의 시끄러운 소리가 들렸다.
...이제 그만하자 지친다.
"야이 개새끼야! 너 죽여버릴 거야!"
헉. 빡빡머리가 한 손에 짱돌을 들고 서 있다.
너 그거 들면 가중처벌이야. 시불. 이미 눈 돌아갔네.
청아는 화들짝 놀라서 자기 오빠를 말렸다.
"오빠! 하지 마! 미쳤어?"
"놔! 저 새끼 죽여버릴 거니깐."
"안 그러는 게 좋을 건데요."
"저 사람 죽이면 넌 우리 손에 죽어."
응? 이 목소리는? 한창민과 김성원과 후배들 1,2,3과, 그 밑에 동생들과...
진짜 전쟁 났어요? 무슨 사람들을 이렇게 많이 끌고 왔어요?
열 명이 훌쩍 넘는 사람들이 빡빡머리 뒤에 서 있었다.
그 모습을 본 빡빡머리는 화들짝 놀라서 짱돌을 하천 저 멀리 던졌다.
"너... 너희들은 누구세요?"
"분위기 파악을 할 줄 아네. 나 김성원인데. 너는 누군데?"
"저... 저는... 악."
와! 저게 진짜구나.
김성원은 단 일초의 고민도 없이 빡빡머리 멱살을 잡고 뺨을 여러 차례 때렸다.
그 기세에 겁먹어서 아무도 나서지 못했다.
"성원아 그만해."
"알았다."
"현찬 선배님 그만해도 되겠죠? 혹시 복수 더 해야 하나요?"
"아니요 괜찮습니다. 제가 바라는 건 이 개판이 빨리 끝나는 겁니다."
"알겠습니다. 거기 이름은 모르겠고 빡빡머리."
"네."
"더 할래? 아니면 그만하고 걸어서 갈래?"
"걸어서 가겠습니다."
"불만 있다고 친구들 데리고 다시 찾아올 거면 미리 소라를 통해서 연락해."
"..."
한창민 말 한마디에 모든 게 정리됐다.
친구 두 명이 달라붙어서 빡빡머리를 부축했고, 청아도 옆에 붙었다.
네 사람은 주변을 챙기면서 자기 짐들을 정리했고, 한창민은 그 모습을 보면서 나에게 왔다.
"선배님 괜찮으십니까."
"네. 별일 아닙니다. 그런데 왜 이렇게 많이 데리고 왔어요?"
"그건 소라한테 물어보시죠."
"응? 잠시만. 유소라. 스톱. 왜 도망가? 발걸음 멈추고 입이 있으면 한 번 이야기 해봐라."
"아하하. 창민 오빠한테 선배가 맞고 있다고 했거든. 결과론적으론 틀린 말은 아니잖아? 그런데 선배 진짜 잘 싸우더라~ 너무 멋있었어!"
"이제 너랑 싸우려고. 진심으로 덤벼라. 나도 진심으로 상대해줄게."
"현찬 선배! 아니 현찬 오빠 미안! 악! 악!"
나는 유소라 머리를 콩콩 쥐어박았다.
왜 남의 이름을 파니.
일단 소라는 정리됐고 이제 혜리를 보자.
진혜리를 보는데 일기토의 여파 때문인지 머리가 다 뜯겨서 산발이 되어있었다.
그건 자리를 뜨려고 하는 임청아도 마찬가지다.
두 사람이 제일 과격하게 싸웠는데, 이 와중에도 서로를 노려보고 있다.
"씩... 씩... "
"뭐가 그렇게 화나 있어?"
"저 미친년이 오빠야 멱살 잡았잖아요! 어? 오빠야 코피 나요!!!"
응? 진짜?
손으로 코를 닦자 피가 슬쩍 묻어 나온다.
"으아아앙. 어떡해!!!"
"미안해서 그런 거면 눈물 그쳐라."
"네! 아. 그런데 진짜 죄송해요. 괜히 나 때문에."
"알면 됐다. 그나저나 이대로 끝낼 수는 없지?"
"어? 코피 때문에 그래요? 안 돼요! 오빠야 인제 그만 싸워요!"
혜리는 나에게 매달렸고, 그러자 가슴이 느껴졌다.
...
젠장 머리가 총명해지면서 굉장히 이성적인 사람이 된다. 너 전생에 나 친구라고 생각 안 했구나.
이건 나중에 정리하고, 이성적으로 해야 할 게 떠오른다.
이대로 끝나면 학교 분위기는 개판 된다. 정리할 건 정리하자.
"안 싸워. 서로 이야기를 나눌 시간은 가져야지. 야! 임청아!"
내 말에 청아가 화들짝 놀랐다.
빡빡머리도 놀라서 나를 바라봤다.
"임청아, 유소라, 진혜리 너희 세 명은 나랑 이야기 좀 하자. 너희 이렇게 개판 쳐놓고 학교 웃으면서 다닐 수 있어? 서로 만나면 또 머리 쥐어뜯고 싸우겠네. 셋 다 나 따라와.
창민 형 이쪽은 내가 정리할게요. 거기 청아 오빠분. 서로 때리고 맞은 건 나중에 경찰서 가서 이야기하든지 하고요. 이 문제아 세 명은 저랑 면담 좀 해야겠네요. 불만 없으시죠?"
"네. 없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아. 그리고 아까는 죄송했습니다."
이성이 돌아왔나? 나에게 90도로 고개를 숙였다.
이 사람도 분노조절잘해 구만.
갈 사람은 가고 남을 사람은 남자.
오늘 이 사태의 주인공인 세 명은 혼 좀 확실하게 내야겠다.
< 뚝방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