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별과제 >
눈물의 정체는 나중에 밝히고 일단 특허 연극부터 하자.
서둘러 우리는 자리에 앉았고 조금 있자 교수님이 들어왔다.
"허허허. 드디어 발표날이네요. 첫 발표다 보니 많이 기대됩니다."
교수님 왜 그렇게 즐거워하세요?
"그럼 지금부터 시작하겠습니다. 아무래도 4학년이 있는 조가 모범을 보여야겠죠?"
교수님은 나를 보며 씨익 웃으셨고, 다른 학생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4학년 두 번 하면 수업까지 하겠네요.
여튼, 우리 조가 첫 순서다. 나는 후배들을 보며 입을 열었다.
"다들 준비됐어?"
"형! 준비됐습니다."
"혜리야 할 수 있겠어?"
"네. 괜찮아요."
혜리는 퉁퉁 부은 눈으로 힘없이 대답했다.
불안하지만, 내가 주인공 하기는 싫다. 연습한 게 있으니 괜찮겠지.
우리는 앞으로 나갔다. 준비한 피피티를 띄우자 칠판 한쪽의 스크린에 시골 풍경이 꽉 찼다.
후배들은 커다란 자동차 모양의 전지를 들고 시골 풍경 앞에 섰고, 앞 좌석에는 혜리가, 뒷좌석에는 환영이가, 본네트가 있는 부위에는 치헌이와 병주가 앉았다.
첫 멘트는 나부터다. 나는 강의대 앞에 선 후, 사람들을 향해 입을 열었다.
"어느 여름날 한 가족이 여행을 가고 있었습니다."
일부러 성우처럼 목소리를 냈는데, 아무런 반응 없이 조용했다.
...시불. 민망하네.
다음은 혜리 차례였고, 운전하는 연기를 하면서 콧노래를 흥얼거렸다.
"흐응~ 여름에 여행 가는 건 너무 즐거워요! 그치 환영아~"
"네 엄마~ 엄마랑 함께 여행가니깐 너무 즐거워요!"
환영이가 애교까지 부리며 엄마라고 했는데, 사람들은 미동도 없었다.
"환영아 뭐라고? 엄마 운전한다고 하나도 안 들려~"
"엄마~ 엄마랑 여행가니깐 더 즐겁다고요!"
"응 뭐라고? 하나도 안 들리는걸?"
"아이참. 엄마~ 이러면 들려요~?"
환영이는 축구 할 때 쓰는 삼각 콘을 두 개 꺼내서, 하나는 혜리 귀에 다른 하나는 자기 귀에 붙였다.
커다란 종이컵 전화기로 통화하는 모습이다.
"엄마~ 엄마랑 같이 여행 가서 너무 즐거워요~~"
혜리는 그제야 깔깔 웃었다.
"아하하~ 이제 정말 잘 들려~ 차에도 전화기가 있어야겠어~"
...
강의실에 시베리아 바람이 불었다.
미안 얘들아. 이렇게 반응 안 좋을지는 몰랐어...
하지만, 혜리는 굴하지 않고 꿋꿋하게 연기를 이어 나갔다.
"어머! 그런데 여름에 운전하니깐 얼굴에 화장이 지워졌네. 누가 대신 화장을 해줬으면 좋겠는데~"
본네트에 숨어있는 치헌이가 립스틱을 혜리 얼굴에 들이밀었다.
"지이잉. 지금부터 자동 화장 시스템이 작동합니다. 지이잉."
혜리 입술에 립스틱을 발랐는데, 제대로 발릴 리가 없지.
립스틱은 점점 입을 벗어났고, 혜리의 뺨에 그림을 그렸다.
- 저 여자 어떻게 해.
- 너무 한다.
...
망했어요! 우리는 망했어요!
우스꽝스러운 모습에 빵 터질 줄 알았는데, 분위기는 냉담했다.
선미, 세연, 진희가 웃은 건 그냥 분위기상 맞춰준 거구나.
걱정돼서 후배들을 봤는데, 우리의 혜리는 굴하지 않은 얼굴이었다.
볼에 립스틱 범벅이 된 채, 혜리는 시원한 웃음 한 번 지르고 다시 연기를 이어갔다.
"아하하~ 화장도 예쁘게 되니깐 기분이 너무 좋아~ 아 그런데 목이 마르네."
이번에는 병주가 콜라를 꺼냈다.
"지이잉. 자동 콜라 서비스가 시작됩니다."
"아니야~ 목 안 말라졌어~ 혜리 목 안 말라요~"
"지이잉. 한번 입력된 명령은 취소가 안 됩니다. 지이잉."
콜라는 뚜껑이 열리더니 혜리를 향해 다가갔다.
- 어떡해. 옷 다 젖겠다.
사람들의 걱정하는 목소리가 들린다.
다들 슬랩스틱 몰라요? 이거 예상 못한 분위기인데? 그냥 내가 주인공을 해야 했나?
하지만 늦었다.
콜라는 혜리 입에 콸콸 쏟아졌고,
"아하하. 아하하하. 시원해. 맛있어~ 그만~ 그만~ 어푸푸~ 그만해!!!"
혜리는 콜라를 뺏어서 병주에게 부었다.
그리고 연극은 끝났는데, 이 분위기 어떡하냐.
연기를 마친 일학년 세 명은 일자로 섰고, 웃는 사람은 강의실 안에 혜리 혼자뿐이었다.
"짜잔! 지금까지 준비한 연기였습니다!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밝은 혜리 모습에 사람들이 마지못해 박수를 쳐줬고, 교수님은 나를 보면서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흐음... 이 연극에서 보여주려는 게 뭐지? 내가 보기에는 장난 같은데."
"네 교수님. 저희 연극은 장난에 불과합니다. 진짜 발표는 지금부터입니다. 자료를 보시죠."
피피티 화면이 휘릭 넘어가면서 자동차 모습과 특허가 하나 나왔다.
"이 특허는 국내 H사에서 출원한 특허입니다. 뒷좌석과 앞 좌석 사람의 원활한 대화를 가능하게 하는 통신 시스템에 관한 내용이죠. 만약 이런 특허가 상용화된다면요."
나는 한 손으로 삼각 콘을 들었다.
"이런 삼각 콘으로 번거롭게 이야기할 필요가 없어지겠죠. 다음 특허를 보여 드리겠습니다."
다음 피피티에는 자동차 도어트림에 화장대를 설치한 특허가 있었다.
"이것은 국내 G사에서 제출한 특허입니다. 여성들을 위해서 암레스트에 화장대를 만들어 놓은 거죠. 혜리 얼굴에 립스틱이 발릴 때 다들 장난이라고 생각하셨겠죠? 하지만, 우리가 장난이라고 생각할 때 그 누군가는 현실로 만들고 있었습니다."
교수님뿐만 아니라 학생들도 어느새 나의 발표에 빠져들었다.
피피티를 한 장 더 넘겼고, 이번에는 컵홀더에 대한 특허가 모여 있었다.
"국내 자동차 회사들은 컵홀더 하나에도 무수히 많은 특허를 내고 있습니다. 다단 컵홀더, 버튼을 누르면 컵이 들리는 컵홀더, 냉장기 능이 있는 컵홀더. 어쩌면 지금 이 순간, 누군가는 양손으로 핸들을 잡는 운전자를 위해, 자동으로 음료를 마실 수 있는 특허를 개발하고 있을 수 있습니다."
다음 피피티에서는 스티브 잡스의 아이폰 1세대 발표 동영상이 흘러나왔다.
"미국 애플사의 스티브 잡스의 스마트폰 발표입니다. 아직 한국에서는 유행하지 않지만, 곧 유행이 예상되는 휴대전화입니다. 전화도 되고 인터넷, 음악 등 모든 게 되는 미니 노트북이나 마찬가지인 제품이죠."
아는 사람은 '오~' 하고 모르는 사람은 '저런 것도 있었어' 하는 얼굴이다.
"그런데, 이걸 한국에서도 생각한 사람이 있었습니다. 그 사람의 글과 반응을 보여주겠습니다."
피피티에 인터넷 커뮤니티 캡쳐 사진이 올라왔다.
"여기 이 사람은 미래의 휴대전화에 대해서 커뮤니티에 적었었습니다. 보시면 아시겠지만, 전화도 되고, 인터넷 검색도 되고, 사진도 되고, 지도도 가능하고, 네비게이션도 된다고 적었죠. 이 글을 본 사람들의 반응은 어땠을까요?
밑에 댓글을 제가 읽어 드리겠습니다. 왜 노트북에다 핸드폰을 박아 쓰지 씹새야."
-아하하하.
댓글을 그대로 읽자 사람들과 교수님이 웃었다.
"영화나 만화 그만 보기를. 007 존나 많이 본 듯. 뭐 이런 댓글들이 있네요. 이 댓글이 적힐 때 미국에서는 방금 보여준 스마트폰이 이미 현실화 되어 있었습니다."
사람들이 고개를 끄덕이며 '오~' 라고 나지막이 외쳤다.
이제 마지막 장이다. 하이라이트를 터트리자.
나는 목소리에 힘을 줬다.
"어쩌면 방금 일학년들이 한 연극은 아무 의미 없는 장난에 불과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에도 누군가는 작은 장난을 특허로 만들고 있다는 걸 아셔야 합니다. 저희는 특허에 대한 접근법에 대해 말하고 싶었습니다.
여러분들 머릿속에 상상력이 있다면 아무리 장난 같아도 특허가 될 수 있습니다. 이것으로 1조 발표를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특허 등록 절차가 졷같아서 그렇지 틀린 말은 아니다.
여튼 발표는 끝났다. 나는 사람들을 쭉 둘러봤는데,
짝짝짝
우렁찬 박수 소리가 강의실에 울렸다.
...
너희들 필요 없어! 교수님의 칭찬이 중요해!
조심히 고개를 돌려 교수님을 봤는데 입이 귀에 걸리도록 웃고 있었다.
"와하하하. 좋아! 이래서 다들 조별 발표를 시키는구만. 너무 좋은 내용이었어! 자네들 모두 조별 과제는 에이쁠 이라네!"
교수님의 말에 후배들 네 명은 서로를 얼싸안으며 좋아했다.
애들아 수고했어. 고생한 보람은 있었어.
*
수업이 끝났다.
치헌, 병주, 환영이는 갔고, 진희는 다른 수업 갔고, 이제 혜리와 나만 남아있다.
나는 지금 화장실 앞에서 혜리를 기다리고 있다.
조금 있자 혜리가 나왔는데, 얼굴이 깨끗해져 있었다.
"세수했어?"
"네~ 아~ 개운해! 옷이 문제네. 씨... 콜라 다 묻었어요."
"'그러게 왜 여벌 옷을 왜 안 챙겨 왔니!'라고 말하고 싶지만, 너무 고생해서 '왜 여벌 옷을 안 챙겨 왔니 바보야'라고는 말 못 하겠다."
"아씨! 두 번이나 했으면 말한 거나 마찬가지잖아요! 오빠는 진짜 못 됐어요!"
"그래? 착한 짓 한번 해주지머. 너 오늘 정말 잘해줬어. 기대 이상이야. 포상으로 옷 하나 사줄게."
"헤헤헤. 괜찮아요."
"이거 흔한 기회 아니다."
"오빠야 한테 신세 지기 싫어서요. 우리 엄마가 어디 가서 밥 빌어먹지 말라고 했단 말이에요."
"밥이 아니라 옷이잖아."
"그래도 싫어요~ 헤헤헤."
싫다는데 뭐 어쩔 수 없지.
건물을 나가려는데 혜리가 내 옆에 꼭 붙었다.
"오빠야! 옷 대신 오늘 나랑 같이 돌아다녀 주면 안 돼요?"
"어디를?"
"저 휴대폰 하나 새로 사야 해서요."
"그래? 알았어."
"좋아요! 그럼 우리 집부터 먼저 가요."
"그렇게 좋냐? 너 입이 귀에 걸렸어."
"혼자 가기 진짜 싫었단 말이에요~ 아싸라비야~ 콜롬비야~"
혜리는 미친년처럼 덩실덩실했다.
애가 참 밝아서 좋네.
우리는 같이 걸어서 혜리 원룸 앞으로 갔다.
*
원룸 앞에서 기다리자 혜리가 옷을 갈아입고 나왔다.
그런데 여전히 밋밋하고 수수한 패션이었다.
"오빠야~ 나 왔어요!"
"너 촌애 같아!"
"그래요? 에이. 그냥 신경 안 쓸래요."
"무슨 일 있었어?"
"아니요~ 아무 일도 없었어요. 우리 이제 가요~~"
우리는 나란히 걸었고, 원룸촌을 빠져나가자 휴대폰 가게가 나왔다.
가게 안에 들어가자 사장님은 '호구 왔능가'를 외쳤지만, 어림없지!
전생에 공짜란 이유로 L쥐사의 뷰1, 뷰2를 샀던 나다!
휴대폰에서만은 호구란 없다구! 에헴!
치열한 줄다리기 협상이 이어졌고 혜리는 적절한 가격에 휴대전화를 맞췄다.
"냐하하. 오빠야 덕분에 싸게 맞췄다. 진짜 고마워요! 제가 밥 살게요."
"됐어. 4학년이 후배한테 밥 얻어먹으면 취업이 안 된다는 전설 몰라? 그런데 너 뭐해 안 갈 거야?"
"잠시만요. 이것만 보고 가요~"
하이고. 진짜 강아지 한 마리 데리고 다니는 거 같네. 가만히 있지를 못해.
혜리는 어느새 한쪽 구석에 가서 휴대폰 줄을 보고 있었다.
"흐으응~ 어떤 줄로 고르지. 아! 오빠는 그러고 보니 왜 휴대폰 줄 안 해요?"
"그냥. 귀찮아서."
사실 어색해. 미래에 스마트폰이 나오면 이건 다 사라지거든.
같이 구경해주는데, 혜리가 휴대폰 줄 하나를 잡으며 씩 웃었다.
"아하하. 이거 진짜 귀엽다."
"뭔데? 마린블루스네?"
혜리는 마린블루스의 쭈꾸미양을 잡고 있었다.
"네. 너무 귀여워요."
"그런데 너랑은 이게 더 어울려."
불가사리 군을 잡아서 주자 내 팔을 팡팡 친다.
"불가사리군은 남자잖아요!"
"아! 이게 이제 심심하면 선배 치네! 네가 선 머슴아니깐 어울리잖아."
"이게 뭐가 나랑 어울려요! 너무하다! 오빠는 휴대폰 줄 한다면 어떤 거 할 거예요?"
"글쎄? 아무래도 주인공인 성게군 하겠지? 제일 잘 생겼잖아."
"뾰족 머리가 뭐가 잘 생겼어요. 나는 쭈꾸미양 살래요~"
혜리는 쭈꾸미양을 하나 골랐고, 쪼르륵 달려가더니 계산을 했다.
"이제 가요."
"그러자. 응?"
뭐지? 팔에 느낌이 와서 고개를 숙였는데, 어느새 나에게 팔짱을 끼고 있었다.
귀엽네. 사촌 동생 데리고 다니는 기분도 든다.
가게에서 다섯 걸음 정도 벗어났나? 혜리는 갑자기 팔짱을 풀더니 손뼉을 마주쳤다.
"아! 오빠야! 가게에 지갑 놔두고 왔어요!"
"...하이고. 이 비글. 기다려봐. 내가 가져올게."
"안 돼요! 오빠야가 가면 안 돼요! 내가 가야 해요! 무조건 여기서 기다리세요."
또 왜 그래?
혜리는 후다닥 뛰어서 가게에 들어가더니 1분쯤 있다가 다시 후다닥 나왔다.
"혜리야. 네가 살 안 찌는 이유는 알겠다. 그렇게 바쁜데 살찔 리가 없지."
"저도 많이 먹으면 찌거든요. 오빠~ 휴대폰 좀 보여주세요."
"왜?"
"묻지 말고 어서요. 빨리 주세요~~"
나한테 떼 쓰면서 매달린다.
나는 웃으면서 휴대전화를 건네줬고, 혜리는 고개를 돌리더니 뭔가를 꼼지락거렸다.
"뭐해?"
"헤헤헤. 잠시만요~"
조금 있자 다시 돌아서더니 내 얼굴 쪽으로 휴대폰을 들이밀었는데, 성게군이 걸려 있었다.
"예쁘죠? 귀엽죠?"
"너 언제... 아! 방금 갔다 왔구나. 이거 살려고 혼자 간다고 한 거야?"
"맞아요~~ 쭈꾸미군 사주려고 했는데, 봐준 거예요!"
"예쁘네. 고마워."
"조금 더 고마워해 주세요!"
"지이이이인짜 고마워! 이제 됐어?"
"헤헤헤. 네~"
나를 보며 생글생글 웃는 진혜리. 20살의 귀여운 행동에 웃음이 지어진다.
그러자 갑자기 팅팅 부은 눈이 굉장히 신경 쓰인다.
그냥 넘어가려고 했는데 안 되겠다. 이유를 알아야겠다.
"혜리야."
"왜요 오빠~ 너무 고마워서 다시 감동이 올라왔어요? 아!!! 옵하야 뭐해요?"
뭐하기는. 양손으로 뺨을 눌러서 붕어빵을 만들었지.
그 상태에서 엄지로 눈을 살짝 닦아줬고, 혜리는 두 눈을 꼭 감았다.
"어제 왜 운 건데? 신경 쓰여서 안 되겠다. 말 해줘."
"오빠야... 오빠도 내가 시끄러워요?"
"약간?"
응?
엄지손가락에 눈물이 느껴진다.
"전부 나를 싫어하는구나. 으아아앙..."
갑자기 나에게 매달려서 대성통곡을 하기 시작했다.
우리 혜리... 마음 아픈 일이 있었나 보다. 그런데 여기 길 한복판이야.
시불. 지나가는 사람들이 나를 여자 울리는 개새끼로 보잖아!
여러분 아니에요. 정말 아니에요!!!
일단 이곳을 떠야겠다.
*
한적한 공원에 앉았고, 이제 혜리는 눈물을 그쳤다.
캔 커피를 하나 건네주자 홀짝거리며 마셨다.
"무슨 일인데? 누가 괴롭혔어?"
"···"
"나한테 말 못 할 일이야? 잠시만! 혹시 박호빈 아니지?"
"아니에요. 호빈 선배님은 저 도와줬어요."
"뭐? 호빈이가 도와줬다고? 갑자기 백배 궁금해졌다. 이야기 좀 해봐."
"...얼마 전에 선배 후배 모이는 자리 있었어요. 거기서 술 먹고 재밌게 놀았어요."
"잘했네. 그런데 왜 나는 안 불러 줬어?"
...
"방금 들은 말은 무시해라. 그래서?"
"그러다가 제일 친한 애가 없어져서 술 취해서 어디 쓰러졌나 걱정돼서 찾으러 나갔는데 말이에요."
"음... 여튼 네가 찾으러 나갔다는 말이지? 그래서?"
"다른 동기들한테 내 욕을 하고 있었어요. 나보고 촌년이 주제 파악 못 하고 나댄대요. 씨... 거지 깽깽이 같은 년. 또 눈물 나요. 으아아앙."
...
너도 우리 과 여자 맞구나.
한동안 써니에 빙의해서 미친 듯이 방언으로 욕을 해댔다.
와우! 요즘 애들 무섭네. 라떼는 말이야! 동기들끼리 어! 잘 지내고 어! 그랬었는데!
그런 혜리를 보고 있는데, 누군가가 나를 불렀다.
"선배. 여기서 뭐해요?"
고개를 들자 진희가 서 있다.
...
후배, 저한테 불만 있죠? 왜 눈을 그렇게 뜨세요?
...
아!!!
"야! 미리 말하는데 혜리 내가 울린 거 아니다."
"아아아앙. 응? 진희 언니!"
"혜리야. 왜? 현찬 선배가 뭐라고 했어."
"흐아아앙!"
"선배. 뭐라고 했기에 애가 이렇게 대성통곡을 해요?"
"내가 울린 거 아니래도!"
"으아앙. 언니야~~ 언니야 으아아앙~~"
진희는 혜리를 꼭 안은 채 두 눈을 가늘게 뜨고 나를 쳐다봤다.
...
시불. 피곤하다. 갑자기 집에 가고 싶어진다.
< 조별과제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