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먹지 못했던 여사친들-235화 (235/295)

< 2월 >

일부로 불가능한 걸 시켜서 '아~ 선배 어떻게 해요~' 이런 반응이 나오길 바랐었는데.

실제로 물구나무서기를 할 줄은 상상도 못했거든.

여튼 나는 후배한테 물구나무서기를 시킨 미친놈이 되었고, 진혜리는 단번에 인기스타가 되었다.

그래도 얻은 수확이 없지는 않다.

첫 번째는 진혜리가 물구나무서기를 할 정도로 운동신경이 있다는 거다. 남자들이야 어떻게든 한다고 해도 여자가 하기는 힘들잖아. 아마 팔 힘도 제법 있을 거다.

두 번째는 얼굴만 까만 게 아니라는 거다. 물구나무서기를 했을 때 옷이 살짝 아래로 내려왔었는데, 나는 그때 군살 하나 없는 까만 배를 보았다.

흐음... 까만 피부라. 주위에 없던 기출 유형이다.

...

시불! 내가 왜 이런 생각을 하고 있지?

이제 09학번이고 더구나 신입생인데 건드릴 생각을 하다니!

- 지랄. 이세연, 진희, 유소라 전부 다 신입생일 때 건드려 놓고는.

호구신님. 건드렸다뇨!

- 그럼 뭔데?

저는 거대한 파도에 몸을 실었을 뿐입니다.

- 이번에도 몸을 실어.

누군지 알아야지 몸을 실어보죠.

아무리 머릿속을 헤집어도 까만 피부의 여자는 전혀 떠오르지 않았다.

넌 누구냐? 정녕 내 인생 속에 없었던 사람이냐?

아쉬운 마음에 담배 하나 피울 겸 자리에서 일어났다.

3층 복도를 지나 테라스로 가는데, 진희가 나를 쫄래쫄래 따라온다.

"선배 어디 가요?"

"스모킹 타임~~"

"치. 담배 좀 끊어요~"

"담배는 몸에 해롭다. 모두 피워 없애자~ 나는 담배를 다 죽이고 말 거야."

"그러다가 선배가 죽겠어요."

딸랑.

우리는 테라스로 나왔다. 담배에 불을 붙였는데 진희는 콜록거리면서도 내 옆에 있었다.

"너 담배 냄새 배겠다. 그런데 웬일로 짧은 치마 입었어? 원래 이런 치마 안 입잖아."

"그냥 한 번 입어봤어요. 이상하죠? 역시 너무 짧나?"

진희는 살짝 말려간 치마를 손으로 잡아 내렸다.

"아냐! 아냐! 아냐! 하나도 안 짧아!... 흠흠. 너무 변태 같았네. 미안. 그런데 진짜 잘 어울려. 언제 샀어?"

"헤헤헤. 변태 선배다! 수강 신청한 날 소라랑 가서 비슷한 스타일로 하나씩 샀어요~"

"그래? 결국, 유소라가 꼬셨나 보네. 그런데 왜 혼자 입고 왔어?"

"네? 오늘 소라도 치마 입었는데요?"

그래? 아까 만났을 때 주의 깊게 안 봤었는데, 원통하다.

"그래? 나중에... 아니다. 알아서 잘 입었겠지, 뭐."

"선배는 왜 소라한테만 떽떽거려요?"

"너도 나중에 알게 될 거야. 그런데 아까 신입생 장난 아니다."

"혜리요? 저도 깜짝 놀랐어요! 거기서 물구나무서기를 할 줄은 상상도 못 했어요."

"애가 활발한 게 현아 뒤따라서 과대하겠네."

"헤헤헤. 제가 봐도 그럴 거 같아요."

딸랑.

양반은 안 되는구나.

테라스 문이 열리면서 진혜리가 들어왔다.

"선배님! 안녕하십니까! 여기 계셨습니까?"

혜리는 90도로 인사하면서 나와 진희 앞에 섰다.

가까이 온 김에 다시 한번 찬찬히 보자.

키는 대략 164 정도 되어 보이고, 가슴은 정확하게는 모르겠지만 최소 B컵이다.

얼굴은 세련된 도회적인 느낌보다는 순박하게 예쁜 편이고, 피부는 썬텐을 한 것처럼 까맣게 그을렸다.

가까이서 보니깐 낯이 익는 거 같기도 한데...

툭툭.

응? 팔에 감촉이 느껴져서 고개를 돌렸는데, 진희가 인상을 살짝 쓴 채 나를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선배... 혜리 뚫어지겠어요."

"아는 사람 같아서 그래. 혜리라고 했지. 너 혹시 나 몰라?"

"네. 처음 뵙습니다!"

"너 그런데 말투가 왜 그래? 부모님이 군인이셔?"

"아닙니다!"

"흐음... 어디서 왔어?"

"비밀입니다!"

이건 새로운 종류의 미친 아이인가? 아니면 컨셉인가?

계속 군인처럼 말하는 게 꽤 이질적이다.

진희도 나와 같았는지 웃으면서 혜리를 말렸다.

"혜리야~ 여기 선배님은 박호빈 선배처럼 무서운 사람 아니니깐 말 편하게 해도 돼~"

"괜찮습니다!"

"진희야 내버려 둬. 원래 말툰가 보지 뭐. 여튼 아까 물구나무 시켜서 미안해. 진짜 할 줄 몰랐어."

"아닙니다. 덕분에 재미있었습니다."

"쓰읍. 안 되겠다. 혜리야 너 말투 어떻게 안 되겠니?"

"많이 이상합니까?"

"군대 휴가 나온 동생 같다. 호빈이 알티니깐 너랑 잘 어울리겠네."

"아! 호빈 선배는 너무 무섭습니다."

호빈아 뭘 했길래 1학년이 널 무서워하냐?

여튼 말투 때문에 한 가지 확실해졌다.

진혜리는 내가 모르는 사람이다. 전생에 이런 말투의 사람은 없었다.

재밌는 캐릭터인데 인연이 아닌 사람이라니, 나는 아쉬운 미소를 지었다.

그런 내 표정과는 다르게 혜리는 여전히 신나 있었다.

"오늘 현찬 선배님 덕분에 정말 즐거웠습니다."

"그래 인공지능. 나도 네 덕분에 재밌었어."

"제가 왜 인공지능입니까?"

"어디서 왔는지도 몰라, 말투는 딱딱해. 딱 인공지능이지."

"너무 하십니다. 진희 선배! 뭐라고 좀 말해주십시오."

"아하하. 현찬 선배 농담하는 거야~ 그래도 선배가 농담했다는 말은 마음에 든다는 뜻이야. 아무한테나 농담 안 하거든."

"정말입니까? 그럼 기분 좋습니다."

나한테 관심을 드러낸 혜리는 들어가려는 나를 놓아주지 않았고, 기다림에 지친 진희는 피곤한지 하품을 했다.

"하아~ 선배 졸려요. 저 먼저 들어가서 자야겠어요."

"그래? 나도 피곤하네. 이제 서서히 들어가자."

그제야 혜리는 하품하면서 몸을 출입구 쪽으로 돌렸다.

"저도 같이 들어가겠습니다. 하아~ 잠 온다."

"그래. 우리 이제 들어가... 어이 진혜리 잠시만!"

혜리가 고개를 돌려서 나를 봤다.

"너 방금 뭐라고 했어?"

"네? 저도 같이 들어간다고."

"잠 온다? 잠 온다고 했지? 너 고향 어디냐?"

"무슨 말씀입니까?"

"서울 사람은 잠 온다고 거의 안 해. 보통 졸려 라고 하지. 잠 온다는 경북 경남 쪽에서 많이 쓰는 말투인데..."

"아..."

어쭈? 이것 봐라. 혜리는 내 말에 당황스러워했다.

"너 설마 사투리 티 안 내려고 일부러 딱딱하게 말하는 거야?"

"아... 아닙니다!"

"맞는데~ 니 고향 어데고? 솔직히 까 봐라~"

"어? 선배 경상도 사람이가? 아! 압!"

으하하하. 맞네! 혜리는 사투리가 나오다 못해 반말까지 나왔다.

잠시만! 그런데 많이 듣던 억양인데...

그 순간 전생에 유난히 사투리를 못 고쳤던 여자아이가 머릿속에 떠올랐다.

"야! 너 말숙이 맞제?"

"어? 내 이름 우째 알아요? 아. 아씨. 이러면 안 되는데! 선배! 사투리 그만 써요."

머릿속 퍼즐이 맞춰졌다.

옛날 이름은 진말숙, 현재 이름은 진혜리. 경남 진해에서 올라온 애다.

전생에 피부는 완전 하얗지는 않았지만, 이렇게 검지도 않았었다.

고향에서 낚시하고 수영하고 살 때는 까맣게 탔었는데, 도시 와서 하얘졌다는 말을 얼핏 들은 적 있다.

진혜리란 이름은 개명한 이름이다. 요즘 시대에 말숙이는 너무 하잖아.

전생에 진혜리 싸이월드에서 친구들을 파도 타고 다니다가 우연히 본명을 봤다.

전혀 안 친했던 나는 친해지려고 모두가 있는 곳에서 '말숙아' 했다가 욕을 무진장 먹었었다. 아마도 이름이 트라우마였나 보다.

그날부터 혜리는 나를 외면했고, 주눅 들었던 나는 결국 사과도 못한 채 졸업하고 말았다. 사소하지만 돌리고 싶은 기억 중 하나다.

그래서 나와의 인연은 그리 깊지 않았다.

시불. 그러고 보니 전생의 나는 참 눈치 없는 놈이었네.

그리고 지금도 마찬가지고.

자기 옛날 이름이 들킨 말숙이는... 아니, 혜리는 울 것 같은 표정을 지었다.

진희는 그런 혜리에게 궁금한 얼굴로 물었다.

"혜리야. 그럼 너 이름 두 개야?"

"아... 선배님. 그게."

"잠시만. 진희야 스톱! 우선 혜리야, 너의 옛날 이름을 아무 생각 없이 부른 거 사과할게. 선배가 잘못했고, 앞으로 다시는 그런 실수 하지 않을게."

예상 못한 타이밍에 들어온 사과였는지, 혜리는 조금 감동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진희야. 혜리 옛날 이름은 그냥 못 들은 거로 해줘. 개명할 정도면 혜리에게는 상처일 수 있거든."

"그렇구나. 헤헤헤. 알겠습니다. 혜리야 잘 부탁해."

"선배... 다들 감사합니다."

전생에 못한 사과를 다시 태어나서야 하네.

별거 아닌데도 참 오래 걸렸다.

"아니야. 내가 미안하지. 너 그런데 말투는 언제까지 그럴 거야? 그냥 사투리 써."

"촌 애라고 놀릴까 봐요. 오빠야는 어떻게 고쳤는데? 아씨... 선배. 죄송해요. 사투리 쓰면 나도 모르게 반말이 나와요."

"나중에는 욕까지 하겠다. 나도 다 못 고쳤어. 아직 억양 남아 있잖아. 그냥 편하게 쓰다 보면 나아질 거야. 그리고 차라리 사투리 쓰는 게 더 좋을걸?"

"왜요?"

"오빠야 한 번 해봐~"

혜리는 해맑게 웃으며 입술을 열었다.

"오빠야~"

"거기에 경기도 남자들 다 녹아."

"진짜요?"

"그럼. 웃으면서 '오빠야. 진짜가?' 하면 다들 마시멜로 돼. 못 믿겠으면 박호빈한테 한 번 시험해봐."

"선배! 조금만 기다려요. 저 한번 해보고 올게요!"

...

얘는 활동력이 왜 이리 좋아?

혜리는 바로 달려 나갔고 나와 진희는 혀를 내둘렀다.

"혜리 대단하네. 어쩌면 나를 능가할 거 같아."

"맞아요. 저렇게 활동적인 애는 처음 봐요. 그런데 시골에서 와서 왠지 순진할 거 같은데요."

"그러게. 그런데 쟤가 왜 저렇게 순하지?"

"네 무슨 말이에요?"

"아... 아니야."

기억이 안 난 이유 중 하나는, 전생의 혜리는 굉장히 차가운 아이였었다.

어떤 일이 있었던 걸까? 혹시 사투리 때문에 놀림 받아서 차가워진 건가?

여튼, 지금의 밝은 모습을 보니 신기하기까지 하다.

와장창창!

"깜짝이야!"

갑자기 테라스 문이 거칠게 열리더니 혜리가 튀어나왔다.

성공했나 보네. 신난 아이처럼 해맑게 웃고 있다.

"선배! 선배!"

"하... 야! 놀라 죽을 뻔했어."

"아하하~ 오빠야! 애 떨어질 뻔했나? 아! 죄송해요! 계속 말이 왔다갔다 해요!"

"...그냥 반말해. 로봇보다는 반말이 낫다. 그리고 여기서 들으니 구수하고 좋네. 호빈이 만났어?"

"네! 호빈 선배한테 '오빠야~'라고 했는데요~"

"했는데?"

혜리는 손으로 V자를 그리며 씨익 웃었다.

"아하하~ 너무 좋아하던데요? 같이 바람 쐬러 나가자고 해서 지금 나가려고요!"

지금 새벽 1시인데 박호빈이 바람 쐬러 가자고 했다고?

쓰읍. 다른 사람이라면 몰라도 박호빈이라면 음흉한 의도가 있을게 백프로다.

너 그런데 왜 그렇게 해맑니?

...

설마 순진하게 진짜 바람 쐬러 가는 줄 아는 건가?

나와 진희는 화들짝 놀라며 얼굴을 마주쳤다.

"진희야. 아무래도 혜리는 같이 바람 쐬러 나가자는 게 무슨 의미인 줄 모르는 거 같다."

"그런 거 같네요. 남자 조심해야 하는데, 큰일이네요."

"그건 너도 마찬가지인 거 같은데. 여튼 쟤를 어떻게 하냐."

우리 둘은 양쪽 눈에 걱정을 가득 담아서 혜리를 봤고, 혜리는 아무것도 모르는 얼굴로 고개를 갸웃거렸다.

별수 있나? 우리는 한동안 밖에 바람 쐬러 가자는 게 무슨 의미인지 말해줬다.

"선배! 그럼 나가자는 게 그 짓 하려고 부른 거예요?"

바람 쐬러 나가자는 게 작업의 방식이라고 설명해 줬는데, 혜리는 저 달나라에서 쿵덕쿵덕하는 것까지 생각했나 보다.

"그 정도까지는 오바고. 그냥 집적거릴 테니 관심있으면 나오라는 신호야."

"으아앙! 위쪽 사람들 무서워요!"

"거기까지는 아니래도!"

혜리를 보면 한 마리의 비글을 보는 거 같다. 에너지가 너무 넘쳐서 기가 빨린다.

진희는 다 빨렸는지, 어느새 고개를 내 어깨에 기대고 꾸벅꾸벅 졸고 있다.

"진희 언니야~ 많이 피곤하나?"

"으응. 나 졸려."

"아응~~ 나도 잠 오... 졸려요. 오빠야는요?"

"나도 졸린다. 우리 이제 진짜 자러 가자."

진희는 졸린 눈으로 나를 봤다.

"하응~ 선배는 어디서 잘 거예요?"

"남자들은 따로 잘 곳 없잖아. 나는 차에서 자야겠어. 진희 너는?"

"여자방은 따로 있더라고요. 우리는 거기 가서 잘게요. 혜리야~ 같이 가자~"

"네! 네! 헤헤헤~ 친한 언니야 있으니깐 좋아요~"

두 사람 나름 잘 어울리네.

두 사람은 팔짱을 끼고 테라스를 나갔고, 나는 차에 왔다.

더 놀아도 되지만, 오티만 네 번째다 보니 이제 귀찮다.

차에 누워서 히터를 틀고 창문을 슬쩍 내렸다. 그리고 의자를 최대한 뒤로 젖혔는데,

똑똑.

누가 창문을 두드렸다.

진희가 내려왔나?

창문을 스르르륵 내리자 밖에는 유소라가 서 있었다.

"오빠! 뭐해?"

스르륵. 다시 창문을 올렸다.

딸깍. 그러자 문이 열리더니 소라가 차에 탔다.

"아니! 사람이 물었으면 대답을 해야지 왜 문을 닫아?"

"안으로 들어오라는 메시지였어."

"흐음~그래? 뭐 때문에 차에 들어오라고 하셨을까?"

허억. 그제야 짧은 치마가 눈에 들어왔다.

소라는 조수석에 타자마자 다리를 꼬았는데, 하얀 허벅지가 거의 다 보였다.

"추워서 차에 타라고 한 거거든. 일학년들이랑 잘만 놀더니 왜 이제야 나 찾으러 왔냐?"

"삐졌어?"

"삐지기는. 애들은 어때?"

"다들 숙맥에 재미없어. 아까 걔들은 착해서 챙겨준 거야. 오빠는 학생회장 해봐서 알잖아. 그런 애들은 술자리에서 말 한마디 못하고 쭈그려 앉아 있다는 거. 첫 대학교 오티인데 그런 기억만 가져가면 너무 슬프지. 에휴 어쩌겠어? 나라도 챙겨줘야지 뭐."

이런 거 보면 소라는 참 착하단 말야.

"어떻게 챙겨줬는데?"

"그냥 커피 하나 사주면서 같이 바람 쐬었어. 오티 때, 나 같은 예쁜 선배랑 밖에서 커피 마신 것만 해도 걔네들한테는 큰 추억이 될걸?"

"이건 자기 자랑이야 아니면 자기 과시야? 여튼 잘했네. 그런데 왜 나한테 왔어?"

"애들이랑 같이 올라왔는데, 오빠 안 보여서 찾으러 내려왔지."

"스토커다! 경찰에 신고해야겠다!"

"뭐야? 갑자기 왜 호들갑이야. 들어오자마자 좋다고 내 다리만 봐 놓고는. 치마 예쁘지?"

"아! 맞다! 너 진희한테 너무 짧은 치마 사준 거 아냐?"

"풋. 나는 '이거 어때요. 언니?' 한마디밖에 안 했어. 그러니깐 알아서 사던데? 오빠~ 알고 보면 그 언니 참고 사는 걸지도 몰라."

그래? 오호!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그런데 너 뭐하냐?

소라는 다리를 꼰 채로 얼굴을 내 쪽으로 들이밀었다.

"...뭐하냐?"

"신입생들 갔으니 이제 나도 좀 즐기려고."

"그런데 왜 가까이 와? 나 지금 신입생 한 명 때문에 기운 빠져서 힘없어."

"키키키. 이래도?"

뭐가 이래도야?

고개를 돌렸는데, 소라는 검은색 긴 머리를 들어서 내 뺨을 훑었다.

어라?

소라의 머리카락에서는 기분 좋은 샴푸 냄새가 났다.

"너 설마?"

"키키키. 나 씻고 왔는데~"

"...나는 안 씻었거든."

"그게 무슨 문제야?"

소라는 대시보드 위에 놓인 물티슈를 몇 장을 뽑았다.

"내가 닦아 주면 되는데~"

...

그래? 그거 괜찮은 생각이네!

- 하이고. 박호빈 나무랄 거 없네.

호구신님. 저랑 박호빈은 어찌 되었든 친구입니다.

유유상종이지 뭐. 사실 그놈이 그놈이다.

< 2월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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