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월 >
끼이이익.
오티 장소인 리조트에 차를 주차하고 내렸다.
리조트 입구에는 많은 대학생이 술을 깨기 위해 돌아다니고 있었다.
이 풍경 오래간만에 보니깐 반갑네.
나는 트렁크를 열고 준비한 양주를 꺼냈다. 놀러 오라고 불렀어도 양손은 무겁게 해서 가야지.
- 그런데 시계랑 옷은 왜 차려입고 왔냐?
호구신님! 그래도 새내기 보는데 멋있게는 입고 와야죠.
나는 잔뜩 멋을 낸 채 리조트를 향해 걸었고, 건물 근처에 도착했을 때 누군가가 나를 불렀다.
"선배님! 오셨어요?"
고개를 돌렸는데, 유소라가 몇몇 남자들과 같이 서 있었다.
"잘 쉬고 있는 사람을 왜 부르고 그래."
"선배님 보고 싶어서 불렀죠~ 그런데 쉬고 있던 사람치고는 너무 차려입고 온 거 아니에요?"
"평소에도 이렇게 입고 다녀. 옆에는 누구야?"
"아! 얘들아. 인사해~ 06학번 선배님인데 4학년이셔. 아까 술자리에 말했던 선배가 이 선배님이야."
"안녕하세요! 09학번입니다!"
"반갑습니다. 선배님!"
남자애들이 90도로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너희들 나 나이 많다고 일부러 이러는 거지?"
"네? 아닙니다. 선배님!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애들이랑 3살 차이구나. 조금 서글퍼진다.
"그래. 재밌게 놀아. 소라야 진희는 어딨어?"
"안에 있어요."
"술 많이 안 마셨지?"
"네."
갑자기 소라가 얼굴을 내 옆까지 당겼다.
"오빠 없으면 안 마신다는데? 교육 잘했어."
"...이 가시나야!"
"아! 선배~ 머리카락 잡아당기지 마요~"
"안 뽑은 걸 다행으로 알아라. 하여튼, 말하는 꼬라지 하고는. 너 애들 있어서 한 번 참아준다. 우리 과는 어디야?"
"3층으로 가면 돼요~"
"그래. 조금 이따 보자."
유소라랑 일학년들을 놔두고 리조트 안으로 들어갔다.
기다란 복도를 지나서 3층에 도착하자, 단번에 우리 과가 어딘지 알 수 있었다.
"선배! 현찬 선배!!!"
"이현아 오래간만이다."
현아가 사람들과 함께 방에서 튀어나오고 있었다.
"선배! 왜 이제 왔어요!"
"4학년이 일찍 오면 민폐지. 안 오려다가 불러서 어쩔 수 없이 왔어. 이번에 학생회장은 누가 하기로 했어?"
"하하하. 바로 저입니다!"
현아는 당당한 자세로 손으로 자기를 가리켰다.
"너라고?"
"네~ 제가 하기로 했어요!"
"와~ 신입생 오티 때 세면대에 오바이트했던. 읍! 읍!"
"아니~ 이 선배님이 오늘따라 왜 이리 쓸데없는 말을 하실까?~"
"읍! 읍! 하! 얘들아! 너희 학생회장이 말야!"
"아하하. 일학년들은 들어가 있어~ 누나가 조금 있다가 아이스크림 사줄 게~ 선배 여기로 좀 와봐요!"
하이고. 이현아 많이 컸네.
나를 구석으로 끌고 갔다. 그래도 씩씩한 모습 보니깐 보기 좋다.
나는 한쪽 베란다에서 담배를 물었고 현아는 일학년 때처럼 밝게 웃으며 내 옆에 섰다.
"행사해보니깐 어때?"
"진짜 스트레스 많이 받아요! 선배가 얼마나 고생했는지 이제야 알겠어요. 그래도 그때는 재밌었는데. 선배만큼 사람들을 잘 이끌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09학번은 너희만큼 망나니는 아닐 거니깐 괜찮을 거야."
"선배! 저 궁금한 거 하나 있어요. 비밀 보장 조건으로 하나만 물어봐도 돼요?"
"내 말을 듣고는 있는 거냐? 뭐가 궁금한데?"
"원래 작년 집행부가 사사건건 간섭하는 거예요?"
고개를 돌렸는데 이현아는 뿔난 얼굴이었다.
"아니. 원래는 하나도 간섭 안 해. 그런데 왜?"
"호빈 선배요. 오늘 시작부터 와서 하나하나 다 꼬투리 잡는데 짜증 나 죽겠어요."
"박호빈 왔어?"
"네! 지금 일학년 사이에서 술 마시고 있는데, 아오! 꼴 보기 싫어!"
...
박호빈 이 미친 새끼야...
눈치껏 와야지 왜 시작부터 와서 난리 치고 있냐?
"여전하네... 복학한 사람들 중에 내 동기들 있잖아. 개들은 뭐라고 안 해?"
"다들 갓 복학해서 그런지 그냥 하하하 웃기만 하던데요?"
"원래 우리 동기들이 좀 착하기는 해. 흠... 현아야."
"네. 선배."
"미안. 나도 호빈이랑은 엮이기 싫다. 넌 잘 해낼 수 있을 거야! 파이팅!"
"아! 선배! 좀 도와줘요! 딱 한 마디만 해줘요!"
"미안. 우리 엄마가 위험한 사람은 피해라고 했어. 그럼 이만~"
"선배~!!!"
현아를 뒤로하고 발걸음을 옮겼다.
어설프게 개입했다가 피곤해지기 싫다. 오늘은 일학년 얼굴만 보고 가자.
나는 리조트 방 안으로 들어왔다.
고개를 쭉 돌리며 사람들을 구경하는데, 반가운 목소리가 귀에 들어왔다.
복학한 동기들이다.
"민현찬이다!"
"애들아! 민현찬 왔어!"
"야! 민현찬!"
동기들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나에게 다가왔다.
"이 새끼들! 복학했으면서 왜 연락을 안 해?"
"지랄! 여자랑만 다닌다고 우리는 신경도 안 썼던 놈이!"
"그건 아니지! 이렇게 양주도 가져왔는데!"
"오!! 민현찬!!! 멋있다!"
우리는 한동안 서로를 끌어안으며 반가움을 나눴다.
"너 아직도 은미랑 사귀냐?"
"야! 그게 언제적 일인데 아직도 기억하고 있어?"
"우리 과에서 제일 예쁜 애를 꼬셨으면 책임을 져야지! 우리 그때 다 울었었어!"
"웃기네. 그래서 책임져서 연예인 만들었잖아."
"으하하. 이 새끼 봐봐! 자기가 만든 것처럼 말해."
"너희가 모르는 것들이 있어. 우리 일단 앉자. 계속 서 있다가는 주인공인 일학년들이 소외되겠다."
"그래 일단 앉자."
양주를 나눠주고 우리는 자리에 앉았다.
일학년들보다 동기들 보는 게 더 반갑네.
한참 동안 옛날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는데, 갑자기 뒤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야! 야! 이런 건 좀 치우면서 마셔라. 애들 걸려서 넘어지면 다쳐."
고개를 돌리자 박호빈이 뿔난 영감님처럼 서 있었다.
"호빈아~ 박호빈아~ 너 뭐하냐?"
"응? 어! 민현찬! 현찬아!"
"이 새끼 졸라 반가운 척하네!"
"반갑지 인마! 잘 지냈었어?"
애는 왜 나한테만 살갑게 굴어?
그런데 다가오지 마! 너마저 여기 오면 안 돼!
호빈이는 내 옆에 앉았고, 우리 자리는 이제 06학번의 경로당이 되었다.
크흑! 신입생들 사이에서 하하 호호하는 모습을 꿈꿨는데, 하지만 어림없구나.
"애들아. 소주 치우고 막걸리 먹자."
"왜?"
"우리한테는 그게 더 어울리는 거 같아. 너희들 뭐해? 왜 애들이랑 안 어울려?"
"야. 복학하니깐 어색해서 못 어울리겠어."
"그러다가 아싸 된다. 호빈아. 네가 좀 도와주지 그래?"
"많이 도와줬어."
동기 남자 중에 진헌이가 술을 마시면서 버럭 했다.
"지랄하네. 애들한테 '이 선배님 무조건 챙겨라. 안 챙기면 죽는다'라고 말한 게 도와준 거냐? 부담돼서 내가 나왔다."
"요즘 애들은 그렇게 갈궈야 해."
"이 새끼 알티 하더만 군대 물만 잔뜩 끼었네. 너 장교로 가면 개욕 처먹을 거야."
"야! 나는 장교여서 너희들보다 위야."
...
호빈아. 그거 아니야. 군대는 빨리 전역한 사람이 제일 위야.
모두가 박호빈 말에 빵 터졌다.
"으하하. 그래. 잘해봐라. 파이팅."
"왜? 틀린 말 아니잖아. 그리고 면제 민현찬도 있는데 왜 나한테만 뭐라고 해?"
"내 얘기는 왜 꺼내냐."
"그래. 현찬이는 어차피 신의 아들이잖아. 제일 부럽다."
"진헌아 부러울 건 없고, 여튼 너희들 지금 아싸 됐다는 말이네? 내가 도와줄게."
"하하하! 은미랑 선미한테 바짝 잡혀 살았던 네가 뭘 도와줘!"
"진헌아. 네가 내 변한 모습을 모르는구나. 그런데 너희들 돈은 좀 있어?"
"돈은 갑자기 왜?"
"후배들 밥 사줄 돈 말야."
"그럭저럭 있어."
"그럼 됐다. 자! 따라와."
나는 진헌이와 다른 동기들 두 명을 데리고 일학년들이 있는 술자리에 끼였다.
그런데 내 옆에 앉은 이 여자애 누구냐?
짧은 치마에 눈이 확 간다. 하얀 허벅지를 보면서 침을 삼키는데, 옆에 앉은 여자애가 입을 열었다.
"선배. 빨리도 오네요."
"누구세요? 저 아세요? 어! 진희였어?"
너 치마가 왜 이리 짧아?
조금만 잘못 움직이면 팬티가 보이겠다. 자기도 신경 쓰이는지 치마를 꽉 잡고 있다.
"하이고. 술 안 먹은 이유가 치마 때문이었네. 잠시만 있어 봐."
나는 외투를 벗어서 진희 치마 위에 덮었다.
"이제 좀 편해 보이네."
"선배. 이거 비싼 옷이잖아요. 부담스러워요."
"토해도 괜찮으니까 그냥 놔두고 편하게 술 마셔. 옷이 중요하냐 네가 중요하지."
"오~~~"
"민현찬 멋있다~~"
"선배님 멋있어요~~"
응?
고개를 들자 동기들은 환호하고 있었고, 일학년들은 나를 우러러보고 있었다.
...
그냥 내뱉은 말인데.
여튼 개이득. 열 명 남짓한 이 술자리의 주도권이 단번에 나에게 왔다.
"자~ 애들아~ 그럼 다 같이 게임 하자. 우리 쿵쿵따 할래?"
"아~ 미친! 쿵쿵따가 뭐야~"
"선배~ 쿵쿵따라뇨!"
동기들과 진희가 나를 야유했다.
짜슥들. 내 계획대로 움직여 주네.
갈굼 당하는 내 모습을 본 일학년들은 재밌는지 웃었고, 몇몇은 따라서 야유까지 했다.
좋다. 술자리에 나이의 경계선이 많이 사라졌다.
이제 게임으로 넘어가서 본격적으로 분위기를 띄우자!
"야! 너희들! 다들 선배한테 너무하는 거 아냐? 나 지금 4학년이야. 선배로서 그리고 동기들한테는 친구로서 해야 할 충고가 있어. 다들 집중해봐."
갑자기 정색한 내 목소리에 모두의 시선이 집중됐다.
"너희들 말야. 아무리 그래도. 민현찬이 좋아하는 랜! 덤! 게! 임! 일!"
게임은 이렇게 바로 시작해야지!
다들 눈만 멀뚱멀뚱 뜨는데 까무잡잡한 피부의 일학년 여자애가 손을 들면서
"이! 저는 살았습니다!"
다음 숫자를 외쳤다.
어쭈 저놈 봐라? 눈치가 있네. 그리고 가슴도 있고...
시불. 가슴만 보면 눈 돌아가네. 정신 차리자.
다음에 내 동기랑 일학년이 숫자 3을 같이 외쳤고. 둘은 나에게 치사하다고 말하면서 벌주를 마셨다.
그걸로 게임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다들 선배 후배를 잊어버린 채 서로의 뒤통수를 쳤고, 어느새 우리는 술자리에 미친 대학생이 되어 있었다.
"아... 너무 어지러운데."
"괜찮아?"
"에이~ 그래도 마셔야지!"
일학년 여자아이가 벌칙에 걸렸는데, 술이 약한지 난감해한다.
흑기사가 나올 타이밍이네.
나는 그 옆에 앉은 내 동기 진헌이를 봤다.
"진헌아! 네가 흑기사 해줘!"
"어? 내가?"
"그래! 흑기사! 흑기사! 흑기사!"
"야~ 갑자기 무슨 흑기사야..."
"붸~~ 안 들리는데! 흑기사! 흑기사! 흑기사!"
"미친놈아!"
응. 나 미친놈이야. 그리고 여기 전부 미쳤어.
모두가 흑기사를 외쳤다.
진헌이는 어쩔 수 없이 일학년 여자애 대신 술을 마셨는데, 내 옆에 앉은 진희가 씨익 웃으며 입을 열었다.
"진헌 선배~ 흑기사 해줬으면 소원 빌어야 하는 거 아니에요?"
나이스 어시스트!
진희는 나를 보면서 잘했죠? 라는 표정으로 씨익 웃었다.
응! 잘했어.
원래 술자리에서는 흑기사 흑장미 하고 서로 소원 들어주면서 친해지는 거지.
나는 진희 말에 숟가락을 올렸다.
"그럼. 당연히 소원 빌어야지!"
다른 남자 동기들도 숟가락을 올렸다.
"진헌아 소원 말해~"
"사귀자고 해~"
"야! 쟤는 패라."
"현찬아. 이거 아니야?"
"응 아니야. 어서 제압해!"
사람들이 사귀라는 말을 한 동기를 제압했고, 모두가 웃었다.
그리고 모두의 시선이 진헌이에게 집중됐다.
"소원은 무슨 됐어."
"오케이! 됐다고 했으니깐 찬스 끝! 이제 일학년 네가 진헌이한테 소원 말해."
"네? 제가요?"
"응 소원 흑장미야."
"그런 게 어딨어!!!"
"진헌아. 그러게 소원 말했어야지 멍청아! 자~ 일학년 어서 소원 말해!"
이제 모두의 시선이 일학년 여자에게 집중됐다.
"아... 저도 괜찮은데."
그럼. 그럼. 부담스러운 게 당연하지. 내가 넌지시 등을 밀어줄게.
그때, 눈치랑 가슴이 있는 까무잡잡한 피부의 일학년 여자애가, 나보다 한발 앞서서 입을 열었다.
"민아야! 그럼 밥 사주세요는 어때? 원래 일학년 때는 선배한테 밥 얻어먹는 거라잖아."
"아! 그러면 되겠다. 진헌 선배 밥 사주세요~"
"어? 너희들 이거 짜고 치는 거 아니지? 아... 알았어. 밥 사줄 게~"
"후훗. 감사합니다."
일학년은 웃었고, 진헌이 얼굴에도 웃음꽃이 피었다.
짜슥! 그렇게 좋아? 너 잘되면 나한테도 밥 사라.
그나저나 나보다 한발 앞선 일학년, 눈치 진짜 빠르네. 안 그래도 까만 피부라서 눈에 띄는데, 재빠른 행동에 더욱 호기심이 생긴다. 나중에 말이나 걸어봐야겠다.
여튼 흑기사 작전까지 성공했고 우리 자리는 더욱 화기애애 해졌다.
후배들은 선배들한테 밥을 얻어 냈고, 경험이 있는 선배들은 적당히 술을 마시면서 술자리 템포를 조절했다.
깔끔한 밸런스네.
흐뭇하게 보고 있는데, 이번에는 내가 벌주에 걸렸다.
"흐음... 나도 어지러운데. 진희야 어디 흑장미 없을까?"
"선배. 왜 저를 보면서 이야기해요?"
"이제 편해졌으니 술 마셔도 되잖아?"
"헤헤헤. 선배 흑장미는 언제든지 환영해요."
진희의 손이 내 소주잔으로 오는 순간.
사락.
더 빠른 사람이 있었다.
까만 손이 재빠르게 술잔을 가져갔고, 고개를 돌리자 까만 피부의 일학년 여자애가 단번에 술잔을 입에 털어 넣은 후였다.
"캬~ 선배! 흑장미는 제가 했습니다!"
"...너 누구세요?"
"저는 이번에 입학한 진혜리 입니다!"
활... 활기차네요.
나와 진희는 진혜리라는 아이의 기세에 압도당했다.
갑작스러운 행동에 어안이 벙벙한데, 진헌이가 낄낄대며 웃었다.
"오~~ 일학년이 흑기사 해주고~ 민현찬 여전히 인기 많아."
"닥쳐. 너도 해줬잖아. 어... 여튼 혜리야. 흑장미 고마워. 소원 있으면 말해."
"저는 소원 없습니다!"
"군대 갔다 왔냐? 왜 이리 씩씩해? 진짜 소원 없어?"
"네! 진짜 소원 없습니다."
"그래? 알겠어."
"잠시만!"
"진헌아 너는 또 왜?"
"규칙 잊었어? 네가 한 말 있잖아?"
"내가 무슨 말 했는데?"
"술 마셔준 사람이 소원 없다면! 네가 소원을 말해야지!"
아... 그랬었지.
고개를 돌려서 진혜리를 봤는데, 무슨 소원이든 다 말해라는 눈빛이다.
흐음. 이것 봐라. 왠지 이 상황을 노린 듯한 얼굴인데.
조금 놀려 보자.
"그럼 여기서 물구나무서기 해."
"네?"
"으하하하. 내 소원이야!"
"와~ 저 미친 새끼."
"너 흑장미한테 너무하는 거 아냐? 게다가 일학년인데."
동기들이 나를 나무랐다.
"내 소원인데 뭐가 너무해?"
"야 그래도 가능한 걸 부탁해라."
"저 할 수 있습니다!"
응? 뭐라고?
우리 모두의 시선이 혜리에게 집중됐다.
혜리는 씨익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한쪽 벽에 물구나무서기를 했다.
...
하지 마! 네가 하면 내가 미친 새끼가 돼!
아니나 다를까 방에 있는 모두가, 갑자기 무슨 일인가 싶어서 쳐다봤다.
혜리는 그 시선 속에서 5초 정도 물구나무서기를 한 후 아무렇지 않게 똑바로 섰다.
"헤헤헤. 선배~ 그럼 소원 들어드린 겁니다."
"네..."
"하하하. 민현찬을 당황하게 하는 신입생이라니! 아하하하."
"왜? 왜? 무슨 일인데?"
"전부 닥쳐! 아무 말도 하지 마."
"현찬 선배가 말이에요~"
"진희야! 너도 고자질하지 마!"
막았지만 이미 늦었다.
나는 졸지에 신입생을 물구나무 시킨 미친 선배가 되었고,
"너 대단하다."
"아닙니다. 선배님들."
"오~~ 이번 후배 에이스는 너다!"
혜리는 올해의 주목받는 신입생이 되었다.
혜리라...
가슴도 적당한 거 같고 얼굴도 예쁜데 왜 기억이 가물가물하지?
미인만 쫓아다녔던 전생의 내가 모를 리가 없는데 말이야.
아무리 생각해도 전생에 저렇게 피부가 까만 애는 떠오르는 사람이 없다.
흐음...
갑자기 호기심이 확 생긴다.
< 2월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