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임 >
- 오빠 일어나요~ 오빠~!
환청 같은 소리가 귀에 맴돈다.
눈을 떴는데, 세연이가 얼굴을 코앞까지 들이밀고 있었다.
"악! 깜짝이야!!!"
"꺅! 나도 깜짝이야!"
"하... 완전 놀랬네. 왜 그렇게 달라붙어서 깨워?"
"하도 안 일어나니깐 그랬죠. 일 나가야 하는데 왜 아직도 자고 있어요."
"어제 누구누구누구 때문에 너무 고생해서 그래."
"누구누구누구가 누군데요?"
"일단 너는 확정이야. 아윽!"
나는 기지개를 켜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흐음... 어제 뭔가 엄청난 사건이 있었던 거 같은데.
아! 예슬 누나!
화들짝 놀라서 고개를 돌렸는데, 소파에 예슬 누나는 없었다.
"세연아. 예슬 누나 어디 갔어?"
"언니 집에서 씻고 나온대요. 여기 쪽지 남기고 갔어요."
- 나 집에서 씻고 올게. 다들 벡스코에서 봐~ ♡
하트가 왜 적혀져 있지? 혹시 어제 일을 기억하고 있는 건가?
에이! 기억하면 뭐 어때! 토한 사람 챙겨준 것만 해도 감사해야지.
나는 예의 있게 했고 잘못한 거 없다.
머릿속에서 예슬 누나를 지워 버리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향긋한 샴푸 냄새에 고개를 돌렸는데, 이세연은 씻었는지 머리가 축축하게 젖어 있었다.
"벌써 씻었어?"
"오빠 말고 우리 다 씻었거든요. 그러게 어제 술을 왜 그리 많이 마셨어요? 늦잠이나 자고."
"오래간만에 진심으로 억울하네. 너 어제 기억 안 나?"
"저요? 얌전히 와서 잤잖아요. 술집 나오고 정신 차리니 리조트던데요."
"그사이에 많은 일이 있었는데, 됐다. 말해서 뭐 하겠어."
"야 민현찬!"
응? 마지막으로 들린 목소리는 이선미인데?
고개를 돌리자 선미가 어느새 옷마저 갈아입은 채,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선미야. 어제 술 많이 마셨다고 뭐라 할 거면 미리 말할게. 무지개 반사다."
"어제 토를 화장실 바닥에 하면 어떡해? 아침에 일어나서 그거 씻겨 낸다고 죽는 줄 알았네."
"그거 예슬 누나..."
...
시불!!! 예슬 누나가 했다고 하면 어떻게 수습했는지 물어볼 게 뻔하잖아.
신이시여! 왜 나를 오늘까지 괴롭힙니까?
눈치 빠른 이선미는 화들짝 놀라면서 나에게 물었다.
"예슬 언니가 토했어?"
"그냥 묵비권 행사할게. 확실한 건 난 어제 너희 때문에 개고생했었어. 잠시만, 너 그 표정 뭐야? 지금 아무것도 기억 못 하는 얼굴인데?"
"응. 뭔가 내 머리를 때린 것만 얼핏 기억나. 네가 나 때린 거 아냐?"
"네가 펀치 머신에 헤딩한 거야. 됐다. 모르는 게 약이다. 나도 어서 씻기나 해야겠다."
나는 선미와 세연이 사이를 가로지르며 화장실 앞으로 가서 문을 잡았다.
그러자 이세연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렸다.
"오빠! 잠시만요! 안에 진희."
딸깍.
문이 열리네요. 진희가 보이네요. 첫눈에 난 속옷 입은 모습을 보았죠.
바지와 브래지어만 입은 채 상의를 입고 있는 진희가 눈에 들어왔다.
"꺅!!! 선배!!!"
"야! 너는 왜 문을 안 잠가!!!"
"민현찬 이 변태 새끼야!"
"변태 오빠! 지금 뭐 하는 거예요!"
"세연아~ 선미 선배~ 저 괜찮아요. 옷 입고 있었어요!"
진희는 황급히 상의를 입고 나왔지만, 이미 이세연과 이선미는 나를 변태라고 부르며 때리기 시작했다.
"내가 알았냐! 야! 야! 그만 때려!"
"너는 한 번은 걸릴 줄 알았다."
"오빠는 진짜! 왜 그렇게 조심성이 없어요!"
...
나 학교로 돌아갈래!
여자들 사이에서 생활하는 건 정말 힘들구나.
빨리 행사가 끝났으면 좋겠다.
*
남은 행사는 별일 없이 지나갔다.
다만, 나와 예슬 누나 사이가 조금 미묘했다.
예전처럼 웃고 떠들었지만, 당사자들만 아는 어색한 기류가 맴돌았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사실 내가 문제다.
예슬 누나만 보면 E컵 가슴과 탄탄한 허벅지, 터질 것 같은 엉덩이, 그리고 민둥산인 계곡이 머릿속에 떠오른다.
"현찬아 왜? 뭐 묻었어?"
"네?"
"아니. 뚫어지라 쳐다봐서."
"아픈 건 괜찮나 궁금해서요."
"아하하. 누나 걱정해주는 거야? 많이 컸네. 맞아보면 알 수 있을 거야."
"사양하겠습니다. 악!"
그럴 때마다 예슬 누나는 로우킥을 나에게 날렸는데, 아프지가 않다.
이대로라면 다섯 대는 버틸 수 있을 거 같은데.
혹시 살살 때리는 게 나에게 메시지를 보내는 건가?
...
괜한 착각하지 말자.
여튼, 남은 일주일의 행사는 큰일 없이 끝났고, 우리는 마지막 뒤풀이를 하러 왔다.
행사에 참여한 모두가 모이는 만큼 큰 술집을 잡았고, 지금 다들 뒤풀이를 즐기고 있다.
"너희들 술 많이 먹지 마라."
나는 앞에 앉은 선미, 세연, 진희한테 말했다.
"응. 알겠어."
"오빠! 오늘은 많이 안 먹을게요!"
"선배 저도 적당히 먹겠습니다!"
사건 다음 날 민우 형한테 진상을 들은 진상 세 명은, 오늘 얌전한 강아지가 되어서 내 앞에 앉아있다.
"그날 고생한 게 갑자기 머릿속에 떠오르네."
"오빠! 미안하다고 했잖아요."
"세연아 고양이 인형."
"오빠... 미안해요..."
"선배~ 소주 한 병만 마시면 안 될까요?"
"진희야 강아지 인형."
"오늘은 얌전히 있겠습니다."
"짜슥들. 이제야 좀 사람 같네. 이선미 불만 있냐? 왜 그렇게 노려봐?"
"어머~ 제가 노려봤다뇨~ 현찬아~ 나는 아무 불만 없어~"
가식적인 선미 모습에 세연이와 진희는 배신당했다는 얼굴로 쳐다봤다.
선미 칭찬해.
이제 세 명에게 사과를 받았고 자제도 시켰는데,
"아하하! 오늘 죽자 우리~~"
예슬 누나는 저번처럼 또 달리고 있었다.
술 처먹다가 부하한테 살해당한 장비가 환생했나 보다.
우리는 그런 예슬 누나와 의도적으로 떨어져서 마셨고, 다들 적당히 취했을 때 민우 형이 우리 테이블에 왔다.
"이 테이블은 오늘 스님들이야? 다들 왜 술을 안 마셔?"
"형. 나는 그 고생 다시는 하기 싫어요. 형은 예슬 누나 안 말려요?"
"오늘은 컨디션 좋아서 괜찮을 거야. 예슬이 평소에 네 병까지도 거뜬히 마시거든."
"괴물이네! 괴물. 술이 어디에 저장되는지는 대충 알겠네요."
"어디에 저장되는데?"
깜짝이야. 화들짝 놀라서 고개를 돌렸는데, 예슬 누나가 커다란 가슴을 앞세우며 서 있었다.
"누나 머리에 돈데크만 매달려 있는 거 아니에요? 거기에 술이 저장되는 거 같은데."
"너 지금 돌머리라고 누나 놀리는 거지?"
"아니요. 깡통이라고 놀린 겁니다."
"아하하. 좀 맞자!"
예슬 누나는 진심 펀치를 내 어깨에 날렸다.
"아! 진짜 아파요! 잠시만! 스톱!"
"흐음~ 이제 서열정리가 되어 가네~ 그래도 현찬아, 고생 정말 많이 했어. 네 덕분에 편하게 지냈다."
"그럼요. 고생 엄청나게 했죠. 알아준 거는 고맙네요."
"하여튼 요 얄미운 녀석. 현찬이 말고 너희들도 진짜 고생했어~ 다들 한 잔씩만 받아."
예슬 누나는 선미, 세연, 진희에게 술병을 내밀었는데, 세 사람은 나만 바라봤다.
"너희들 마셔도 돼."
그제야 세 사람은 예슬 누나의 술을 받았다.
세 사람에게 술을 따라준 예슬 누나는 신기한 얼굴로 나에게도 술을 부어 줬다.
"오~ 민현찬! 어떻게 했길래 세 사람이 네 말을 듣는 거야?"
"누나. 저거 일부러 나 놀리는 거예요. 내 눈치 보기는 개뿔."
"아하하. 그런 거면 이해된다. 그런데 너희들 오늘 계속 얌전히 있을 거야?"
"네. 우리는 오늘은 많이 안 마실 겁니다."
"그럼 노래라도 불러."
"...갑자기 무슨 노래요?"
예슬 누나는 턱으로 술집의 한쪽 벽을 가리켰다.
거기에는 노래방 기계가 턱 하니 있었다.
"술을 마실래? 노래를 부를래?"
"캬! 이 누나 또 모르시네. 나 노래 엄청나게 잘 불러요. 우리 중에 예비 가수도 있답니다."
"예비 가수는 누구야?"
"진희요. 진희 노래 부르면 여기 끝나요."
그때 한 봉사활동 참가자가 노래방 기계 앞에 섰다.
그리고 노래를 예약했는데, 서시였다.
- 해가 지기 전에 가려 했지.
갑자기 분위기 발라드?
허허... 못 부르는 건 아닌데, 이 분위기 어떻해 할 거냐?
그래도 다들 착한 사람들이라서 그런지 즐겁게 노래를 들어줬다.
그 후로도 한 사람씩 노래를 불렀는데, 다들 무난하게 불렀다.
이제 더 나오는 사람이 없자 예슬 누나가 내 뒤에서 목에 가슴을 붙이면서 말했다.
"이제 너희 차례가 된 거 같은데. 민현찬 실력 한번 볼까?"
"보고 놀라지나 마요. 진희야 준비됐어?"
"네? 선배 뭐라고요?"
...
아씨! 왜 저 세 명 앞에 소주 네 병이 비어 있는 건데!
그나마 다행이다. 셋 다 알딸딸한 정도다.
선미는 기분 좋은지 큰 소리로 웃었다.
"아하하하! 현찬아! 오래간만에 노래 듣자! 노래 불러줘."
그 옆에 이세연도 숟가락을 얹었다.
"오빠! 진희랑 듀엣 한번 해요! 우리 과 실력을 보여주세요!"
"이세연 여기 학교 아니거든. 진희야 너는 어때? 노래 부를래?"
"아... 노래방 기계 있었구나."
진희는 나를 보며 생긋 웃었다.
"네 선배 좋아요~~"
"그래. 그럼 같이 나가자."
우리는 노래방 기계 앞에 섰다.
멀리서 기대에 찬 민우 형과 예슬 누나가 보인다.
그런데 무슨 노래를 불러야 하지? 고민하는데 진희가 노래방 기계 버튼을 눌렀다.
"진희야 뭐 부르려고?"
"이런 분위기에 딱 맞는 노래 있어요!"
"너 발라드 부르려고 하는 거지?"
"아니요~ 헤헤헤 저만 믿으세요."
호오~ 진희 입에서 믿으라는 말이 나오다니. 어떤 노랜지 한번 보자.
조금 있자 진희가 예약한 노래가 흘러나왔다.
아니 이 노래는?
나는 마이크를 잡고 바로 불렀다.
"베이비 리슨 모습도 똑같은데이~"
진희도 바로 이어 불렀다.
"왜 내게만 자꾸 도망갈까?~"
캬! UP의 뿌요뿌요네. 딱 좋다.
경쾌한 리듬에 사람들의 어깨가 조금씩 들썩거린다.
"언제라도 네게 잘 보이길 원했고~"
나 춤 실력도 샀었지? 한동안 아이템을 잊고 있었네.
노래와 함께 90년대 춤을 추자 사람들이 환호했다.
멀리 있는 예슬 누나는 환호를 넘어서 놀라는 표정까지 지었다.
"왜 너는 몰랐던 거야~ 눈물이 나게 한 거야~"
이제 진희 파트다. 앞으로 나와서 노래를 부르는데 헉. 왜 이리 귀엽니?
'눈물이 나게 한 거야' 이 부분에서는 손으로 우는 표정을 지었는데, 다들 귀엽다고 난리다.
"아직 너만은 절대"
"포기 못 해~"
나머지는 나와 진희의 하모니였다. 우리 둘은 철이와 미애처럼 호흡을 맞추면서 사람들을 들썩이게 했다.
이제 마지막 하이라이트 여자 고음 파트다.
"널 사랑해~ 사랑해~"
일부로 이렇게 부른 거야?
진희는 몇 음정도 높게 내질렀고 사람들의 환호가 가득 찼다.
뿌요뿌요로 환호를 지르게 하다니. 대단하다.
"영원히 내 사랑아~"
"아~~~ 예~!"
노래가 끝나면서 마지막으로 진희와 손을 마주쳤고,
- 와!!!!!
- 두 사람 잘한다!!!
- 환상의 듀오야!!!
사람들은 환호를 해줬다.
캬. 오래간만인데도 우리 합은 여전하네.
나는 진희와 웃으며 다시 자리에 돌아왔고, 예슬 누나는 내 등을 팡팡 쳤다.
"와! 너희 대박이야! 진짜 잘해!"
"이 정도는 기본이죠. 맞지 진희야?"
"헤헤헤. 네~ 다음에는 발라드도 같이 불러요~"
"현찬이도 현찬이인데 진희 네가 진짜 잘 불러~"
예슬 누나와 민우 형이 달라붙으면서 진희를 칭찬했다.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고.
...
나는! 시불 나는!
쳇. 뭐, 그래도 진희가 칭찬받으니 기분 좋다.
나는 사람들을 놔두고 담배를 하나 피우러 나왔다.
담배에 불을 붙이고 한 모금을 마시는데, 옆에서 누가 또 내 팔을 팡팡 쳤다.
고개를 돌리니 예슬 누나가 서 있었다.
"저기 예슬 누나 불량배세요? 그만 좀 때려요!"
"아하하! 너 타격감이랑 반응이 너무 좋아!"
"안 되겠네. 다음에 일대일 신청 합니다."
"뭐로? 레슬링으로?"
"레슬링 하면 바로 암바 걸 거예요."
"그럼 그때 걸지 그랬어?"
응? 그때라뇨?
고개를 돌려 예슬 누나를 봤는데, 씩 웃고 있었다.
"누나. 지금 미소가 매우 음흉한데요. 그때라니 무슨 말 하는 거죠?"
"알면서 그러는 거야? 아니며 내가 모른 척해야 하는 거야? 발가벗길 때는 언제고."
"필름 끊긴 거 아니었어요?"
"기억은 하고 있었어. 술에 취해서 몸이 안 움직였을 뿐이지. 나 그런 적 처음이었어."
"저도요. 자기 몸에 토한 사람은 처음 봤어요. 아! 누나! 잠시만요! 누나가 잘못 한 거잖아요!"
예슬 누나는 커다란 가슴을 출렁이며 나를 때렸다.
"좀! 디테일은 빼고 이야기해라!"
"넵. 알겠습니다. 여튼 누나 기억하고 있었구나. 그거 내가 잘못한 거 아닙니다! 나는 누나를 위해서 최선을 다한 거예요! 그리고 옷도 누나가 벗었고요."
"누가 잘못했대? 그런데 한가지 궁금한 게 있어."
"뭐요?"
"왜 그냥 가만히 놔뒀어?"
"뭐를요?"
"발겨 벗은 나를 말야."
예슬 누나는 가슴을 앞세우고 내 코앞까지 다가왔다.
"...그럼 가만히 놔둬야지 뭘 해요?"
"술 취한 여자잖아. 게다가 발가벗었고. 나쁜 짓 해도 몰랐을 건데~"
"일단 누나는 매력이 없어요."
"아하하~ 지금 네 말이 거짓말인 건 확실히 알겠어. 왜 다가갈수록 얼굴이 빨개지는 거야?"
...
매력이 없다는 말은 취소.
E컵 가슴골이 슬쩍 보여주는데, 하... 침이 꼴깍 넘어간다.
예슬 누나는 그런 나를 계속 몰아붙이면서 물었다.
"진짜 궁금해서 그래. 왜 가만히 둔 거야?"
"그게 그렇게 궁금해요?"
"응."
"그게 상식이잖아요."
"뭐?"
내 말에 예슬 누나는 화들짝 놀랐다.
"누나. 술 취해서 제정신이 아닌 사람은 가만히 놓아두는 게 상식입니다. 그리고 여자라고 무조건 좋다고 달려들면 그게 사람입니까? 개지."
"아하하. 나 이래 뵈도 체대에서 퀸카였었어. 나 어떻게 해보려고 술 들고 온 남자만 해도 해운대에서 광안리까지 세울 수 있어."
"그 사람들 어지간히 할 일이 없었나 보네요. 하여튼 나는 아닙니다. 몸매가 좋고 안 좋고가 문제가 아니에요. 그냥 상식적으로 행동했을 뿐이에요."
"그래?"
해운대의 바닷바람이 예슬 누나 머리카락을 휘날렸다.
"고마워."
"...돈데크만이 고장 났나? 아!"
"하여튼. 얄밉단 말야."
"때리지 좀 마요. 뭐가 고마워요?"
"착해서 고맙다고. 나는 체대 나왔잖아. 거기 진짜 늑대 같은 애들 많았거든. 운동만 하는데 어지간하겠어? 그래서 술 취했을 때 달려든 남자 진짜 많았어. 물론 한 번도 당한 적은 없었지만."
"그때는 술 안 마셨어요?"
"응. 애들 눈빛 보고 술 안 마셨었어. 위험하면 집에 갔었고. 그런데 너희랑 마실 때는 이상하게 조절이 안 되더라. 그래서 만취했었어."
"여자들이 더 많으니까 안심했나 보죠."
"그런가 봐. 그런데 화장실에 네가 들어왔을 때는 엄청나게 놀랐어. 아. 이거 어떡하지라는 생각이 들더라고."
"그건 저랑 같네요. 저도 누나가 내뱉은 물질들을 보고 어떡하지라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하... 이제 때릴 힘도 없다. 그런데, 너는 아무런 나쁜 마음 없이 그냥 씻겨주고 나를 안고 가더라. 참 기분 좋았었어. 그리고 착한 친구라는 생각이 들었어."
"그랬구나. 누나 운 좋은 줄 알아요. 나 아니었으면 큰일 날 뻔했으니깐."
"아하하. 그래. 인정할게. 고마웠어, 현찬아. 나 이 말 하고 싶어서 나왔어."
"다음에는 말 말고 실제로 보답해주세요."
"실제로 보답이라~ 너 올해 4월쯤에 뭐해?"
"4월쯤에요? 글쎄요? 아마 취업 준비하고 있을 듯한데."
"그때 모토쇼 행사하는데 너도 참가해. 내가 스탭 하게 해줄게요."
"오케이! 콜! 이게 보답해주는 거예요?"
예슬 누나는 갑자기 내 팔을 자기 가슴골 사이에 붙였다.
"그때는 다른 애들은 놔두고 혼자서 와. 그럼 보답이 뭔지 가르쳐 줄게."
...
나를 뭐로 보고!
지금 어디서 의리를 저버리라 합니까.
"알았어요."
다들 바쁠 수도 있으니 거절은 하지 말자.
< 모임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