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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지 못했던 여사친들-228화 (228/295)

< 모임 >

선미가 부산 온다는 주말이 왔고, 나와 세연이가 일한 지는 일주일이 지났다.

토요일 아침, 우리는 여느 때처럼 아침 일찍 벡스코에 왔고, 나는 본격적으로 일하기 전에 흡연 구역에서 담배 하나를 피우고 있는 중이다.

"후~~ 날 좋네~"

하늘에서 따스한 부산의 햇살이 커튼처럼 내려온다.

쓰읍. 그런데, 선미와 함께 온다는 사람은 누구지? 이상하게 신경 쓰이네.

일주일 내내 잊을 만하면 머릿속에 계속 떠올랐다.

"무슨 생각을 그렇게 심각하게 해?"

고개를 돌리자 민우 형이 한 손에 담배를 든 채 흡연 구역으로 오고 있었다.

"응? 아. 민우 형. 좋은 아침이네요."

"그리 좋지는 않아. 아씨 엄청나게 춥네."

"오늘 따뜻하잖아요. 혹시 감기 걸렸어요?"

"감기는 아니고 몸살 난 거 같아. 일주일 정도 되니깐 체력이 서서히 떨어져."

"하긴. 형 나이에는 걸어 다니는 것만 해도 감사해야 하죠."

"야. 우리 열 살 정도밖에 차이 안 나. 형한테 너무하는 거 아니야?"

"열 살이면 고르바초프를 아느냐 모르느냐 정도 차이인데 엄청 크죠."

"아오! 진짜! 깐죽거리는 건 네가 최고다."

"하나라도 꼭 최고가 되고 싶었던 게 제 목표였거든요. 그리고 또 하나 최고인 분야가 있죠."

"뭔데?"

"담배 불붙여 드리는 겁니다. 여기 있습니다. 형님!"

"일부로 예의 바르게 하는 게 더 얄밉거든. 여튼 쌩큐."

칙!

우리는 같이 담배를 피우면서 낄낄댔다.

고생하면 친해질 수밖에 없나 보다. 어느새 나와 민우 형 그리고 예슬 누나와 세연이는 아주 친해졌다.

"현찬아. 너 혹시 이쪽 행사 본격적으로 해 볼래?"

"네? 갑자기 요?"

"너 지금 에이스잖아. 여기서 네가 일 제일 잘해. 내가 보기에는 적성에 맞아."

"괜찮습니다. 대신 혹시나 다른 행사 있으면 연락주세요. 시간만 된다면 전국 팔도 어디든지 간에 달려갈게요."

"그래 주면 나는 쌩큐지. 오늘은 주말이라서 많이 바쁘겠다. 세연이는 좀 어때? 안 힘들어해?"

"의외로 잘해요. 한 이틀은 힘들어하더니 지금은 저 다음으로 잘하는 거 같아요."

"애가 워낙 가녀려서 쓰러지는 건 아닐지 모르겠다."

"오빠! 쓰러지기는 내가 쓰러질 거 같은데요!"

"두 사람 왜 내 이야기 하고 있어요?"

고개를 돌렸는데 예슬 누나와 예슬 누나에게 팔짱을 낀 세연이가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었다.

누나 가슴은 여전히 안녕하시네요. 두꺼운 니트를 입었는데, 달덩이 두 개가 이제 태양이 되어있었다.

예슬 누나는 우리 근처에 오더니 민우 형에게 말했다.

"오빠. 우리 비상약 없어요?"

"무슨 약?"

"몸살약 같은 거요. 아... 추워 죽겠어요."

"너도 몸살 났어? 나도 몸살 났는데."

나는 담배를 끄고 두 사람을 향해 화들짝 놀라는 표정을 지었다.

"잠시만요! 두 사람 다 몸살이 났다고요? 두 사람 다~ 두.사.람.이! 이것 봐요. 어제 같이 뭐 했네. 뭐 했을까? 사귀네. 사귀는 게 맞아! 악!!! 누나 잠시만요. 몸살 났다는 사람이 왜 이렇게 생생해요?"

예슬 누나가 커다란 가슴을 출렁이며 내 정강이를 찼다.

"너는 맞으려고 발악을 하는구나. 딱 대! 오늘 기어 다니게 해줄 게."

"내가 무슨 말 했다고요. 두 사람 같이 몸살 걸렸으니 어제 데이트라도 했나 싶어서 그런 거죠."

"민우 오빠랑 데이트할 바에는 혼자 수변공원에 가서 술 먹고 말아."

"갑자기 가만히 있는 나는 왜 꺼내냐. 너 그런데 어쩌다가 몸살 걸렸어?"

"예슬 누나라면 보자... 아마도 어젯밤에 혼자 운동한다고 해변이라도 달린 건 아닐까요?"

"너 어떻게 알았어?"

"언니 진짜예요?"

나, 민우 형, 이세연은 화들짝 놀라면서 예슬 누나를 봤다.

"응. 어제 으스스 춥길래 밤에 조깅했거든."

"누나 미친 게 확실하네요. 아니, 추운데 왜 조깅을 해요?"

"너 바보야? 뛰면 땀나잖아. 그러면 추운 게 사라지고."

"...혹시 머리 대신에 돈데크만 주전자 매달고 다닐 생각 없어요? 그러면 적어도 과거로 돌아갈 수는 있으니 살아가는데 더욱 도움 될 거 같은데."

"아오! 이 깐죽이. 그냥 처맞자!"

나는 다시 흔들리는 달덩이를 구경하면서 처맞았다.

잠시만, 나 혹시 출렁이는 가슴을 보려고 일부러 도발하는 건가?

여튼 개이득!

이세연은 그런 예슬 누나 등에 달라붙으며 나에게 입을 열었다.

"오빠. 아픈 언니 그만 놀려요. 예슬 언니 우리 본죽 가서 뭐 먹고 와요."

"역시 세연이밖에 없어~ 우리는 죽 좀 먹고 올 테니까 두 사람 부스 좀 책임져줘요."

"예슬아 나도 아픈데..."

"민우 오빠는 구석에 가서 자면 되잖아요. 그럼 갔다 올게요."

예슬 누나와 세연이는 쫄래쫄래 걸어서 벡스코를 빠져나갔고, 민우 형은 쭈글이가 되어서 담배를 마저 피웠다.

"형도 고생 많네요. 그런데 엉덩이 좀 보여줄 수 있으세요?"

"미친놈아. 왜?"

"로우킥 다섯 대 맞고 엉덩이 멍들었는지 궁금해서요."

"현찬아... 형 아프다. 그만 놀려라. 나는 어제 피곤해서 쓰러져서 잤어. 쓰읍. 그런데 큰일이네."

"왜요? 사랑이 다시 피어나기 시작했나요?"

"으하하하. 죽는다 인마. 아니, 너 죽여 버릴 거야."

"알았어요. 그만 놀리겠습니다! 그런데 왜 큰일이에요?"

민우 형은 남은 담배를 재떨이에 비벼끄면서 말했다.

"행사한 지 일주일 지났잖아. 그러다 보니 서서히 체력에 한계가 오는 사람들이 나와. 사실 쉬는 날 없이 내내 하는 게 진짜 힘들기는 하거든."

"예비 멤버 같은 건 없어요?"

"응. 이번에 예산이 타이트해서 못 뽑았어. 이번 주말만 어떻게든 버티고 월요일 오면 널찍해서 괜찮을 듯한데. 오늘 내일이 고비겠다."

"그렇네요."

"그러니깐 잘 부탁한다."

"뭐를요?"

민우 형은 나에게 어깨동무했다.

"우리 에이스가 2~3인분 해줘야지! 너만 믿는다 현찬아."

"...형. 사실, 저도 몸살이 났어요. 콜록! 콜록! 감기 걸린 거 같아요. 아~ 어지러워."

"4월에 모토쇼 행사가 있을 건데. 레이싱 걸도 나온다나?"

"형! 목숨 걸고 일하겠습니다!"

"으하하하. 나는 네가 이래서 좋아!"

"저도 이래서 형이 좋아요! 그때 꼭 불러줘요!"

"그래! 그때 너만 믿을게. 레이싱걸 좀 꼬셔봐라."

"노력할 필요는 없네요. 가만히 있어도 나에게 올 거니깐요."

"으하하. 미친 새끼네 이거!"

우리는 덤 앤 더머처럼 낄낄 대면서 다시 행사장으로 돌아왔다.

확실히 다들 체력에 한계가 왔다.

많은 사람이 힘들어하는 게 눈에 보인다.

특히 오늘은 주말이라서 방문객도 평소의 두 배는 되었고, 많은 인파 속에서 설명을 계속하다 보니 목이 나간 사람도 몇 명 보였다.

"여러분~ 전자레인지 원리가 뭐냐면요~"

그 와중에도 이세연 대단하다.

강철 체력이니? 첫날보다 오히려 더 컨디션이 올라 와있다.

부스 한쪽에서 그런 세연이를 기특하게 보는데 예슬 누나가 내 옆에 서서 말을 걸었다.

"세연이 진짜 대단하다. 저렇게 여린데 어떻게 지치지를 않아?"

"그러게요? 겉만 멀쩡한 누구랑은 다르네요. 아! 민우 형 이야기입니다."

"오늘 그냥 사람들 많은 데서 죽자. 하 큰일이다. 벌써 몸살 나서 세 명 조퇴했어."

"조퇴한 사람들 내일 나올 수는 있대요?"

"아니. 못 나올 거 같아. 민우 오빠가 지금 추가로 사람 구하고 있는데, 까닥 잘못해서 못 구하면 다들 내일 더 힘들어지겠다."

"민우 형 못 구하면 돌아오지 말라고 해요."

"오케이. 내가 꼭 전해줄게. 그런데 오늘 아는 사람 온다고 안 했어?"

"네. 저번에 진짜 예쁜데 침대에서 백설 공주처럼 자고 있다는 애 있잖아요. 어디서 왕자가 나와서 키스했는지 잠에서 깨어나서 온대요."

"오~ 그렇게 예뻐? 세연이가 그 애, 아는 사람이랑 같이 온다고 해서 현찬이 네가 엄청 신경 쓰고 있다던데. 만약 남자친구랑 같이 오면 멘탈 좀 나가겠어."

"내가 왜요?"

"아하하. 내가 한 말 아니다. 세연이가 그렇게 말하더라고."

"그 말의 정확한 의미를 말해줄게요. 그건 말을 하나도 안 해줘서 멘탈이 나간다는 의미에요. 누나, 민우 형이 갑자기 여자친구가 생기면 어떨 거 같아요?"

"당연히 축하해줘야지! 오빠도 이제 결혼할 사람 만나야지."

"...됐습니다. 어? 왔나 보다. 전화 왔네요."

휴대전화를 들었는데, 이선미 목소리가 들렸다.

- 너희 어디에 있어? 우리 지금 벡스코에 도착했어.

"우리? 누구랑 같이 왔는데? 어머님이야?"

- 아니. 나 남자랑 같이 왔어. 풋. 하하하.

"진짜? 그런데 뭐가 그렇게 재밌어서 웃어? 임석훈이지?"

- 아하하. 임석훈은 아니야. 일단 보면 알 거야. 어딘데?

"들어와서 왼쪽으로 쭉 오면 우리 부스 있어."

- 나 지금 근처인데? 어! 너 보인다!

고개를 두리번거리자 코트에 짧은 치마를 입은 이선미가 보였다.

우리 쪽으로 걸어오는데, 같이 봉사활동 하는 사람들의 시선이 선미에게 꽂힌다.

하지만, 나는 그 옆에서 같이 걸어오는 모자 쓰고 마스크 쓴 남자에게만 시선이 꽂혔다.

"누나. 나랑 세연이 잠시 시간 좀 빼주세요."

"그래. 알았어. 너 표정 그런데 왜 그래? 심각해 보여."

"심각하지 않아요. 세연이 끝나면 저기 왼쪽으로 오라고 해줘요."

"응."

나는 행사에 방해되지 않게 한쪽 구석으로 갔고, 선미와 의문의 남자는 나를 따라왔다.

한쪽 구석에 서자마자 선미에게 질문을 던졌다.

"너 어쩐 일로 여기까지 왔어? 옆에는 누구야?"

"그냥. 놀러 왔지~ 내 남자친구야."

이선미는 의문의 남자에게 팔짱을 꼈는데, 얼굴에는 터져 나오는 웃음을 참고 있었다.

"안녕하세요. 선미 친구 민현찬입니다."

"안녕하세요. 선미 누... 남자친구입니다."

"감기 걸리셨나 봐요. 목소리가 가라앉았네요."

"아... 네..."

나는 의문의 남자 손을 잡았다.

"우리 선미 잘해주세요. 두 사람 꼭 진심으로 결혼까지 하기를 바랍니다."

"네?"

"민현찬 너 무슨 말 하는 거야?"

"그리고 두 사람 연애가 세상 널리 널리 퍼지길 바랍니다. 실루엣이 익숙한 거 보니 우리 과 사람인 거 같은데, 제가 꼭 소문 내드릴게요."

"아... 행."

"아하하 이 새끼 눈치챘어!"

"야! 당연히 눈치챘지! 세상에 이런 덩치를 가진 사람은 한 사람밖에 없어!"

나는 의문의 남자 모자를 벗겼다. 그러자 바리깡으로 민듯한 머리카락이 튀어나왔다.

"일병 아니, 이제 상병인가? 상병 엄성현! 고향 선배 만났는데 인사 똑바로 안 하냐?"

의문의 남자가 마스크를 벗자 덤성이의 웃는 얼굴이 튀어나왔다.

"단결! 신고합니다. 상병 엄성현은 2009년 1월."

"야! 야야! 쉿! 사람들 다 보고 있어! 휴가 나왔으면 미리 연락했어야지! 인마!!!"

반갑다 덤성아! 너는 덤성이를 꽉 끌어 앉았다.

"행님! 저도 오늘 선미 누나 부산 온다는 말 듣고 급히 온 겁니다."

"너 부산에 있었어?"

"네. 저 어제 휴가 나왔습니다."

그때 뒤에서 해맑은 목소리가 들렸다.

"덤성이? 꺄!!! 덤성이다! 덤성아! 휴가 나왔어?"

"이세연 이 가시나. 니는 요즘 편지 안 써주나?"

"야! 저번에 썼는데 답장 안 한 사람이 누군데!"

"아. 미안하다. 니 의대 갔다면서. 다가오지 마라. 부담스럽다."

"아하하! 뭐래! 덤성 덤성 덤성 덤성!!!"

이세연은 신나서 덤성이 머리를 만지며 놀렸고, 덤성이는 도망갔다.

선미는 그런 두 사람을 보면서 입을 열었다.

"두 사람 이렇게 노는 거 보니깐 좋네."

"맞아. 옛날에는 맨날 보던 장면이었는데. 그런데 너 진짜 왜 내려 온 거야? 네가 덤성이 휴가 나온 걸 알 리가 없을 거고."

"덤성이 말고 다른 사람이 내려가자고 해서 왔어."

"누군데?"

"네 뒤에 있는 사람."

응? 내 뒤에 있는 사람이라고?

나는 고개를 돌렸다. 짧은 시간이 슬로우 모션처럼 지나갔고, 내 뒤에는 해맑게 웃는 진희가 서 있었다.

"진희야! 진희? 진짜 진희야?"

"헤헤헤. 선배 저 왔어요~"

와락.

진희는 아기 같은 팔을 나에게 뻗더니 와락 안겼다.

"진희야! 미리 연락하지! 언제 왔어! 야! 진짜!"

"헤헤헤. 미안해요 선배~ 놀라게 해주고 싶었어요. 선배에~ 너무 보고 싶었어요."

나도 보고 싶었어.

그런데 가슴이... 왜 D컵이 되어있지? 이게 스테이크의 위력인가?

....

시불. 이 상황에도 가슴을 체크하는 내가 밉다.

"한국 오면서 왜 말을 안 했어!"

"헤헤헤. 오빠야말로 미국 놀러 오기로 했잖아요! 너무 해요!"

...아 맞다.

나 미국에 놀러 간다고 했었지. 깜빡한 게 뭔지 이제야 기억났네.

나는 미안함에 진희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어 줬다.

"미안! 미안! 잘 지냈어?"

진희는 기분이 좋은지 얼굴을 내 가슴에 부비부비했다.

"괜찮아요. 이렇게 선배 보는 것만 해도 너무 좋아요. 저 너무 잘 지내서 살만 찐 거 같아요."

"오~ 발음을 조금 굴리는데?"

"뤠얼리?"

"으하하 뤠얼리래!"

"부끄러워~ 웃지 말아요 선배~"

그때 세연이 목소리가 들렸다.

"오빠. 누구예? 어! 진희야!"

"세연아!!"

"야! 너 언제 왔었어!!!"

"헤헤헤. 깜짝 놀래켜 줄려고 몰래 왔었어. 선배 잠시만요. 세연아~"

"오빠! 비켜요! 진희야~"

이것들! 둘 다 나를 밀어내고 서로를 끌어 앉았다.

나는 그런 진희의 모습을 잠시 봤는데, 많이 변했네.

살이 조금 붙었다. 예전에는 깡말랐었는데, 이제 그라비아 모델처럼 살짝 통통해져 있었다.

제일 놀라운 건 머리카락이다.

자유로운 영혼이 되었나? 보라색 머리카락을 하고 있다.

나는 끌어 앉은 두 사람 옆에 서서 진희 머리카락을 살짝 잡았다.

"야. 세연아. 진희 머리카락 봐."

"어? 꺄!!! 너 염색했어?"

"응~ 어때 어울려?"

"너무 예뻐~ 아하하. 우리 진희가 왔어! 너무 좋아!"

"나도 좋아~ 세연아 의대 축하해!"

"킥킥. 제일 먼저 축하해줘 놓고는~ 고마워 진희야."

그때 짧은 머리를 한 덤성이가 팔짱을 끼고 두 사람을 쳐다봤다.

"야! 너희들 나는 안 보이냐?"

"덤성아 너 잠시만 와봐!"

덤성이는 진희와 세연이 옆에 섰고, 두 사람은 각각 덤성이의 머리와 뺨을 꼬집었다.

"덤성~ 덤성덤성 덤성~ 까까머리 덤성아~"

"덤성~ 덤성덤성 덤성~ 아기 볼살 덤성아~"

"야! 그만해라! 내는 휴가 나온 군인이다!"

"덤성아~"

"덤성이다~ 헤헤헤"

두 사람은 괴롭혔고, 덤성이는 다시 한쪽 구석으로 도망갔다.

저 세 명은 내 기준으로는 임석훈 이선미 같은 사이겠지?

흐뭇하게 보고 있는데 선미가 옆에 섰다.

"휴. 애들 데리고 온다고 죽는 줄 알았네."

"어떻게 된 거야?"

"진희가 연락 왔더라고. 몰래 놀래 줄려고 빌라 갔는데, 아무도 없다고. 그래서 너희 부산 내려갔다고 하니깐, 자기도 놀러 간다네."

"그래? 너는 웬일로 따라왔어?"

"미국에서 한국 왔는데, 다시 혼자 부산 가는 진희 모습 떠올리니깐 마음이 찡하더라. 마침 진희가 덤성이도 휴가 나온다고 해서 같이 온 거야."

"너도 착해 빠졌다. 숙소는 잡았어?"

"응 해운대 쪽에 리조트 하나 잡았어. 오늘 오래간만에 다들 모여서 한잔하자."

"오~ 전직 총무다운 행동력인데? 좋아. 오늘 한잔하자. 애들 언제 올라 간데?"

"진희랑 나는 월요일 올라갈 생각인데. 왜?"

나는 선미를 보며 씩 웃었다.

"그럼 너, 진희, 덤성이 내일 할 일 없겠다."

"응? 그렇지 뭐."

"그럼 내일 일 좀 하자."

"어디서?"

"여기서."

"뭐? 야! 뭐라고?"

미안 선미야. 우리 지금 세 명이 필요해.

놀러 온 김에 행사 좀 하고 가라.

< 모임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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