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먹지 못했던 여사친들-214화 (214/295)

< 감정 >

전화는 계속 연결되어 있었지만, 나는 아무 말 없이 가만히 있었다.

박인혜 아직도 정신 못 차린 건가?

돈 받아야 할 사람보고 오라고 하네.

전화기에서는 적막함만이 감돌았고,

좌릅. 좌릅.

차 안에서는 은미가 막대기를 빠는 소리만이 감돌았다.

...

은미야! 지금 이럴 때 아니야!

아씨. 박인혜와 통화 중인데 그만 빨라고 말할 수도 없고.

일단은 현 상황을 유지하자.

나는 막대기를 빠는 은미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을 이었다.

"오빠분이 아주 급하지는 않나 보네요. 아니면 다리를 다치셨던지요."

- ...현찬 씨. 저는 오빠의 말을 전해줬을 뿐입니다. 직접 연락하라고 번호를 줬는데, 한사코 저보고 연락하라고 하더라고요. 지금 어찌 되었든 지분 중 일부분이 오빠에게 있다는 걸 이해해 주세요. 매끄럽게 처리하지 못해서 죄송합니다.

응? 박인혜 목소리가 매우 공손하다.

나는 나고, 오빠는 오빠라고 말하는 뉘앙스다.

"제가 조금 더 이해하기 쉽게 말해 주실 수 있나요?"

- 오빠랑 저를 따로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저번에 본 것처럼 사이가 좋은 편은 아니거든요.

"그래도 가족이잖아요."

- 가족이라고 같은 편은 아니더라고요.

박인혜는 오빠와 사이가 좋지 않나 보네. 남매끼리는 사이좋게 잘 지내야지.

뭐, 누나 전화번호를 스팸 처리한 지 일 년이 넘어가는 내가 할 말은 아니지만.

그리고 내가 신경 써야 할 부분도 아니다. 나는 돈만 받으면 된다.

나는 부드러운 은미 가슴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무슨 말인지는 알겠습니다. 그래도 저보고 오라 가라 하는 건 좀 그렇네요. 이건 나중에 따로 한 번 서로 기분 상하면서 이야기하기로 하고요. 일단은 오빠랑 약속을 잡아주시죠. 내일 은미 데려다줄 겸 제가 올라가겠습니다."

- 감사합니다. 그리고 다시 한번 불쾌하게 해서 죄송합니다.

"네. 아무쪼록 투자의 열쇠는 내가 쥐고 있다는 걸 잊지 말아 주세요."

뚝. 나는 거칠게 전화를 끊었다.

박인혜 여전한 모습이 있네. 하긴, 사람이 그렇게 쉽게 변하지는 않지.

투자할지 안 할지는 모르겠지만, 확실한 건 박인혜는 투자가 없으면 나를 개차반처럼 대할 게 뻔하다.

"현찬아. 대표님이야?"

은미가 입에 내 막대기를 문 채 물어본다.

...

너! 통화할 때 이러면 어떡해! 너무 좋았잖아!

"응. 박 대표님인데 너 잡아 오래. 사무실은 지금 너 가출한 줄 알고 난리 났어."

"그거 말고 다른 건 무슨 말인데? 투자 이야기가 왜 나왔어?"

"대표님이 나한테 회사에 투자해달라고 하더라고."

"정말? 아! 혹시 나를 빌미 잡아서 협박한 거 아니야? 대표님 저번에도 그랬다면서. 선미가 말해줬는데, 너 병원에 있을 때 박 대표님이랑 이야기하고 나서 돈 이야기만 계속했다던데. 험상궂은 얼굴로 말야. 혹시 그때도 투자하라고 한 거야?"

"뭐. 비슷하기는 한데. 너는 신경 쓰지 마. 우리 은미는 연기만 열심히 하세요~"

"현찬아..."

은미는 막대기에서 입을 때고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

"나에게 그만 투자해도 돼. 이런 말 할 자격은 없지만... 나 솔직히 말해도 돼?"

"뭐든지 말해도 괜찮아. 무슨 일 있어?"

"아니. 네가 나 생각해주는 건 너무 고마운데, 한편으로는 너무 미안해. 그래서 성공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너무 강해. 그게 아니라도 성공은 하고 싶지만, 너에게 은혜는 갚아야 하니..."

울 것 같은 표정으로 고개를 푹 숙였다.

하이고. 우리 은미 다 컸네. 그런 것도 알고 있어?

적절한 압박감은 인생에 도움이 되지만, 과하면 오히려 역효과다.

세연이도 그래서 수능 망쳤다가, 압박감이 사라지자 잘 됐잖아.

은미 연기 실력 폭발을 위해서라도 부담감은 조금 덜어줘야겠다.

나는 은미의 맨 가슴을 양손으로 부드럽게 잡았다.

- 왜 가슴을 잡냐?

호구신님! 너무 탱탱해서 안 잡을 수가 없어요.

유두를 엄지로 살살 돌리자 은미가 입을 쭈뼛 내민다.

"은미야. 투자하는 이유가 너 때문인 건 아니야. 그러니 너무 부담 가지지 마."

"그럼 왜?"

연예인 소속사 파티 이런 거 가고 싶어서...

사실을 말할 수는 없으니 적당히 둘러대자.

"그냥 내 나름대로 너희 회사의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해서 투자를 고민하는 거야."

"정말이야?"

"그럼. 그중에 가장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하는 건 은미 너고. 네가 지금 너희 회사 원탑이니깐, 잘해야 해. 하지만 너무 스트레스 받지는 마. 그냥 묵묵히 네 일을 하다 보면 좋은 결과가 꼭 있을 거야.

아! 참고로 여기서 말하는 네 할 일은 댄스 가수 아니다. 연기 말하는 거야."

"쳇. 너도 내 춤 별로라고 생각했구나. 헤헤헤. 알았어. 나 왠지 이제는 연기 잘 할 수 있을 거 같아. 다음 주에 오디션 있는데, 안 간다고 대표님한테 말했는데 보러 가야겠어."

"그래. 다시 힘내서 연기자의 길을 가보자. 은미 너는 할 수 있어!"

"고마워 현찬아. 그런데 왜 내 머리를 계속 끌어당겨?"

"안고 싶어서."

"안고 싶은데 왜 여기로 당기는 거야?"

은미가 코앞에 있는 막대기를 꽉 쥐었다.

허거걱! 언제 고추까지 은미 얼굴을 당겼지?

본능은 무서운 거구나.

"아... 그게. 음. 계속해주세요!"

"응? 아하하. 뭐야~ 싫어! 안 해줄 거야!"

"왜!!! 딱 세 번만 해줘."

"싫어요~ 헤헤헤. 이래야지 현찬이 네가 다음에도 나 찾지."

"잠시만, 그 말은 다음에도 할거라는 거지?"

"응! 오디션 끝나고 우리 차 말고 넓은 곳에서 하자!"

"그래? 그럼 혹시 기구 같은 거 들고 와도 돼?"

"그런 것도 있어?"

"응. 딜도라고 있는데, 혹시 알아?"

"잘 몰라. 그게 뭐야?"

"삼국시대 때 남근이라고 왜 나무로 만들어진 거 있잖아. 그게 현재에 맞게 재질이 바뀌어서 나온 거야. 이상한 거 아니니 오해하지 마라. 우리나라 민속놀이 같은 거야."

"정말? 헤헤헤. 그럼 가지고 와봐. 나 구경할 래."

구경 말고 체험은 어떻니?

...

왜 순진한 애 사기 처먹는 기분이 드는 걸까.

"그래. 다음에 가지고 올게."

"응! 오늘은 우리 여기까지만 하고, 이제 올라가자. 선미 기다리겠어."

"그러자."

나와 은미는 옷을 입고 각자의 차로 돌아갔다.

왕좌지의 게임도 아니고, 딜도의 주인이 누가 될지 갑자기 궁금해진다.

다음날, 은미 차로 소속사 앞에 왔다.

은미는 한결 당당해진 발걸음으로 들어가려고 하는데, 나는 입구 앞에 멈춰 섰다.

"현찬아 안 들어가? 대표님 보기로 하지 않았어?"

"어제의 귀여운 은미는 사라지고 연예인 은미만 남았구나. 말투가 너무 차가워서 슬퍼."

"어? 헤헤헤 아니야~ 어서 들어가자."

"농담이지롱~ 대표님이랑 밖에서 만나기로 했어. 은미야."

나는 은미의 양손을 꼭 잡았다.

"부담감 느끼지 말고 편하게 해. 너는 잘 할 수 있어."

"현찬아... 고마워. 다음에는 당당한 은미를 보여줄게. 나 이제 어서 들어가서 대표님한테 너 왔다고 전해줄게. 오디션 끝나고 우리 꼭 봐!"

"그때는 다 같이 보자."

"다 같이 보면 못하지 않아?"

응? 그러고 보니 나와 은미 사이에 왜 섹스가 자연스러워졌지? 이게 혹시 그... 유명한 파트너 그런 건가?

...

에라 모르겠다. 그래! 다 연기에 도움이 되기 위해서다!

- 합리화 쩌는 거 봐라.

호구신님. 팩폭 하지 맙시다.

"그것도 그렇네. 그래도 오래간만에 애들한테 얼굴 좀 비춰. 다들 너 보고 싶어 해. 올 때 이혜민도 좀 잡아 오고. 예는 뭐 하는지 코빼기도 안 보여."

"헤헤헤. 그러고 보니 혜민이 못 본 지 오래되었네. 알았어. 그럼 조만간 다 같이 봐."

은미는 가벼운 발걸음으로 건물 안으로 들어갔고, 조금 있자 무거운 발걸음으로 박인혜가 나왔다.

"대표님 안녕하세요."

"현찬 씨. 안녕하세요."

왜 고개를 90도로 숙이세요?

"어제는 제가 실수했습니다. 힘드신 걸음 해주셔서 정말 감사드려요."

어제 하루 동안 나름대로 생각을 많이 했나 보다. 얼굴이 다시 예전처럼 간절하다.

"뭐 그럴 수도 있죠. 그 이야기는 다음에 하기로 하고, 오빠분은 어디 계세요?"

"아직 도착 못 했다고 합니다. 한 시간 정도 걸릴 거라고 하네요."

"대단하시네요. 누가 보면 제가 돈 못 갚는다고 온 사람 같습니다."

"...죄송해요. 집안의 첫째라서 오냐오냐 커서 그래요. 재산도 부모님이 다 주신 거고. 하... 계속 까먹기만 하는데, 부모님은 왜 오빠를 계속 믿는지 모르겠어요."

"뭐. 그게 부모님 마음이겠죠. 그래도 박 대표님 마음이 조금은 이해되네요."

"네? 무슨 말이죠?"

"보니깐 오빠 분이 컨트롤 안 되는 사람인가 봐요. 아마 오늘도 막무가내로 늦게 온다고 했겠죠."

"맞아요. 아! 진짜 그 개새끼는 시간관념이 없어요!"

박인혜는 한동안 자기 오빠 욕을 나에게 했다.

...

거. 친오빠한테 개새끼 소새끼는 너무하잖아요.

그나저나 내 생각보다 오빠랑 사이가 많이 안 좋나 보다. 하긴, 날린 돈이 몇억이 넘는다는데, 좋을 리가 없지. 오죽하면 엄마가 이번 한 번만 더 날리면 공장에 보내버리겠다고 말했단다.

아빠 공장 임원으로... 시불, 부러운 인생이다.

"진짜 가정교육을 어떻게 받았는지 모르겠어요."

"대표님. 그거는 누워서 침 뱉기입니다. 계속 이렇게 서서 기다릴 수는 없으니 일단 어디라도 들어가죠."

"네. 그러시죠. 정말 죄송합니다. 어? 잠시만요."

그때 휴대전화가 울렸고, 박인혜가 받았다.

뭐라 뭐라 하더니 깊은 한숨을 내쉬며 나를 보았다.

"지금 막 도착했다네요. 저기 앞에 커피숍에서 기다린다고 전해달라네요."

"그래요? 그럼 어서 들어가시죠."

"현찬 씨 어떻게 할 건가요?"

"뭐를요?"

"돈 말이에요."

"어떻게 했으면 좋겠어요?"

"...솔직히 받아냈으면 좋겠어요. 건물이든 뭐든지 간에요. 지금 못 받으면 우리 회사에 투자는 없는 거잖아요."

"지금 받아도 투자는 없을 수 있습니다. 여튼 복잡한 가정사에 엮이고 싶지는 않고요, 제가 알아서 하겠습니다."

나는 앞장서서 박인혜가 가리킨 커피숍으로 들어갔다.

커피숍에 들어가자 박인혜 오빠가 심드렁한 얼굴로 앉아 있다.

나는 환한 미소와 함께 90도로 고개 숙여서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오래간만에 뵙습니다."

"이제 왔어? 어린놈이 어른을 기다리게 하고 말야."

"오빠가 늦었잖아!"

"대표님. 가만히 계세요. 그러게 말이에요. 늦어서 죄송합니다."

내가 다시 꾸벅 인사를 하자 박인혜 오빠는 기분이 좋은지 씨익 웃었다.

인간아. 좋아할 수 있을 때 좋아해라.

우리는 박인혜 오빠 앞에 나란히 앉았다.

"시간이 정말 빨리 가는 거 같습니다. 벌써 입금일이 다가오네요."

"인사말은 치우고, 인혜한테 들었지?"

"네. 상환이 조금 어렵다고 들었습니다."

"내가 돈을 빌린 건 아니니 상환은 아니지. 여튼, 그래. 돈 줘야 하는 날짜를 조금만 연기해줘. 너는 급한 돈 아니잖아."

"그럼요. 당연히 연장해 드려야죠."

내 말에 박인혜는 화들짝 놀랐고, 박인혜 오빠는 앞니를 보여주며 웃었다.

"하하하. 이 친구 보면 볼수록 요즘 애들 같지 않은 구석이 있어."

"아무렴 그럼요. 보자~~"

나는 어린애 같은 장난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하루 정도 연장해드리면 되나요?"

"뭐? 뭐라고?"

"아니면 이틀 정도요?"

"뭐..."

"혹시 잘 안 들리시나요? 그럼 삼일?"

"이 새끼야! 지금 장난해?"

박인혜 오빠가 씩씩거리며 테이블을 쾅 쳤다.

개꿀잼.

내는 계속 웃으며 말을 이었다.

"네~ 당연히 장난이죠. 저보고 어린놈이라면서요? 원래 애들은 장난이 많잖아요. 예잇. 기분이다. 일주일 연장해드릴게요."

"뭐? 뭐 이런 미친 새끼가 다 있어?"

"어린애가 다 그렇죠. 15억이 걸려 있지만, 저는 어린애라서 그리 큰지 잘 모르겠습니다. 어르신. 일주일 연장해드리겠습니다."

"너 이 자식! 장난 그만두지 못해? 진지하게 이야기 해!"

"저는 이 자식이 아니라 민 자식이구요. 어른대 어른으로 진지하게 이야기하고 싶으세요? 그럼 정중히 저에게 부탁하세요. 어른스럽게 이야기해달라고요. 어린애라 할 때는 언제고. 헷갈리게 하고 난리 야!"

너희 남매와는 다르게, 나는 저 15억이 당장 필요하지 않아.

오빠가 돈 안 주면 동생이 투자를 못 받을 뿐이지 뭐. 나는 급할 게 없다.

박인혜 오빠는 속에 열불이 나는지, 차가운 아메리카노를 단번에 마셨다.

"하... 그래. 네 말대로 해주지. 민현찬 씨. 상환을 좀 연장해줘야겠어."

"이제 상환이라는 단어를 쓰시네요. 연장이라..."

"이봐. 너도 애도 아니고 돈 굴려봐서 알잖아. 돈이란 거 막힐 때가 있는 거야. 이번에 기다려주면 내가 이자를 더쳐서 돈 돌려줄게."

"얼마 정도 더 해줄 건가요?"

"5,000만 원. 딱 일 년만 더 기다려줘. 그럼 5,000만 원 얹혀서 줄게. 어른대 어른으로서 너에게 부탁하는 거야. 아까 너를 애처럼 대한 것도 진심으로 사과할게."

박인혜 오빠는 유리잔을 깨부술 듯이 세게 쥐며 말했다.

자기보다 20살 가까이 어린애한테 부탁하는 게 자존심 상하나 보다.

"흐음... 그렇다면 저도, 어린티를 좀 벗고 진지하게 말씀드리겠습니다."

"그래. 일 년 기다려 줄 거지?"

"12월이 지나고 입금이 안 되는 순간, 압류 들어갈 겁니다."

"뭐? 이 새끼야 뭐라고?"

"거. 커피숍 혼자 빌린 것도 아닌데, 조용히 좀 합시다. 법으로 이야기하는 거, 이게 어른들의 세계잖아요. 모르셨습니까? 아니면 부모님 아래에 편하게 살아서 잊으신 겁니까?"

"하. 너... 너..."

"혈압 괜찮으세요? 이번에 의대 간 동생 있는데, 제가 부탁해서 고혈압약을 하나 보내드릴게요. 어르신. 만약에 어르신이 가난했으면 연장해드렸을 거예요. 그런데 부자시잖아요. 건물도 있고요. 돈이 없으시면 건물을 넘기셔도 되면서 왜 아끼시는 거예요?"

내 질문에 갑자기 박인혜 오빠가 쿡쿡거리며 웃었다.

"그 건물 너 말고 다른 사람에게도 담보 잡혀 있다고는 생각 안 해봤어?"

"안 잡혀 있던데요? 제가 그것도 안 알아보고 왔을 거 같습니까?"

"뭐?"

"건물 근처 부동산 12월 초에 이미 한 바퀴 돌았습니다. 가격도 많이 내려갔더라고요. 일 년 전에는 20억 근처던 건물이 지금은 시세가 15억 이하라니. 금융권 대출받아도 10억 근처로 나오겠네요.

정 안 되면 대출받아서 나에게 돈 줄 생각이었죠? 그런데 이걸 어떡해요. 대출받아도 돈이 모자라는데."

"하... 너... 혹시 함정 팠던 거야?"

"혼자 영화 찍지 말고요. 그럴 머리도 없습니다. 저는 법 하나 안 어기고 모든 걸 정석대로 했습니다. 지금 떼쓰는 분이 누구 신데요.

그럼 결정하세요. 어르신께서 건물을 넘기던지, 아니면 제가 압류를 들어가던지. 둘 중 하나만 이뤄질 거고 다른 선택은 없습니다."

박인혜 오빠는 입술을 질근 깨물었다.

"선택에 도움이 될 거 하나 말씀드릴게요. 우리가 적은 차용증이 공증되었다는 걸 잊지 말아 주세요."

"..."

"저도 바쁘겠네요. 지급명령 신청서는 어떻게 작성해야 하나? 아. 모르겠다. 그냥 차용증을 팔아야겠네."

"차용증을 판다고?"

"네. 제가 동생분 때문에 돈이 급해서요. 아는 사채업자한테 팔아서라도 급한 돈을 마련해야겠네요. 그 사람은 돈독이 오른 형사도 알고 있으니, 소송 넣기도 편하겠네요.

자 간단합니다. 돈이나 건물 둘 중 하나를 안 주면 지저분해지는 겁니다."

박인혜 오빠는 분노 대신에 이제 얼굴에 두려움이 가득 찼다.

예전의 민현찬 아니야.

소송 들어가고 개판 되고, 설령 내가 건물을 못 받는다고 하더라도, 연장은 없다.

< 감정 > 끝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