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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지 못했던 여사친들-209화 (209/295)

< 돈 >

선미는 서둘러 우리 집에 와서 요리했고, 이세연은 옆에서 주워 막다가 안 되겠는지, 밥공기를 가져와 가슴에 품고 음식을 먹었다.

민간의학에 신뢰가 조금씩 생기기 시작한다.

내 막대기는 정말 봉침이었던 건가?

감기에 걸린 소민이도 살리고 소화불량에 걸린 이세연도 살렸다.

"진짜 맛있어~~ 언니! 어서 빨리 요리해 줘요."

"천천히 좀 먹어. 체하겠다!"

"아냐. 아냐. 오늘은 먹고 죽을 거야."

너 그러다가 진짜로 먹다 죽겠다.

이세연은 결국 선미에게 잔소리를 한 번 듣고, 식탁에 얌전히 앉아 다시 밥을 먹었다.

와... 먹방 유튜브세요? 끝없이 들어가네.

요리를 다 한 이선미는 마지막 전복죽을 세연이 앞에 놓고는 나에게 왔다.

"무슨 일 있었던 거야? 재 갑자기 왜 저렇게 잘 먹어?"

"글쎄? 다음에 너한테도 가르쳐 줄게."

"어? 너 방금 뭐라고 했어?"

"너한테도 가르쳐 준다고."

"쓰읍. 왜 이리 기분이 더럽지? 됐어. 뭔지는 몰라도 나한테는 하지 마."

왜! 너도 민간의학 아니, 민현찬 의학 맛을 한 번 봐야지!

하여튼 이선미 귀신이란 말야. 눈치는 칼이다.

나와 선미는 나란히 서서 밥을 먹는 세연이를 계속 봤다.

이제 마지막 전복죽 차례다. 뜨거운 전복죽을 호호 불며 먹어야 하는데, 그냥 들이마셨다.

"야! 너 입에 화상 입어!"

"어뻬베베 뜨거워!!!"

"아오! 저 미친년! 현찬아 찬물 어딨어?"

"진짜 쟤 때문에 우리가 못 살겠다. 잠시만 있어 봐."

서둘러 찬물을 세연이에게 가져다줬다.

"아뜨. 아뜨거!! 아! 오빠 고마워요. 하~ 이제 살겠다. 다시 먹어야지."

입을 식힐 새도 없이 이번에는 호호 불어가며 전복죽을 먹었다.

조금 있자 전복죽은 바닥을 보였고, 이세연은 배를 통통 두드렸다.

"아~ 살 거 같아. 그래! 먹는 건 정말 행복한 거였어! 언니 오빠들~ 헤헤헤."

"왜? 고맙다고 하려고?"

"선미야. 제 표정 봐라. 이상한 소리 할 거 같은데."

"우리 술 한잔해요. 으하하하."

음식은 행복을 가져다준다지만 너무 과하게 가지고 왔네.

이세연은 뭐가 재밌는지 혼자 낄낄거리며 웃었다.

나는 식탁 위에 있는 접시를 치우며 세연이에게 말했다.

"술은 무슨. 참아. 곧 수능이잖아."

"수능은 무슨. 그런 조빱 수능 내가 다 발라 버릴 수 있어요."

"너 30분 전에 수능 안치면 안 되냐고 징징댄 거 잊었어?"

"그런 나약한 이세연은 없습니다. 이제 당당한 이세연만 있어요!"

일어나서 양손으로 뽀빠이 아저씨처럼 팔 근육을 보여준다.

가슴이 커진 거 같은 건 기분 탓이겠지?

"하이고. 이거 조울증이네! 조울증이야. 너 내일 되면 또 운다."

"아니거든요. 나 이제 진짜 자신감 붙었어요! 언니! 언니 음식 덕분이에요!"

"내가 음식을 그렇게 잘하지는 않은데.... 이번 한 번은 현찬이 편들게. 너 조울증 맞아."

"아니래도요! 언니 이러기예요!"

"시끄럽다. 가시나야!"

뒤에서 세연이 머리를 한 대 쥐어박았는데, 갑자기 실성한 사람처럼 웃는다.

"헤헤헤. 배부르니깐 너무 기분 좋아! 맞아도 좋아!"

미... 미쳤다! 이세연이 미쳤다.

"언니, 오빠~ 나 사실 못 먹어서 스트레스 진짜 많이 받았어요. 기숙학원 식당 밥이 너무 쓰레기더라고요. 그래서 안 먹다가 보니 소화불량 오고 뭐 이렇게 된 거죠."

"하이고. 빨리도 말해준다. 왜 진작 말 안 했어? 그럼 나랑 선미랑 뭐라도 사 들고 갔을 건데. 아니, 선미가 매주 요리해서 가져다줬을 건데."

"민현찬. 개소리하지 마. 세연이가 귀여워도 그런 건 못해."

"네. 여튼 왜 말 안 했어?"

"그거는 아까 정리했잖아요. 그냥 미안해서 말 안 했다고요. 여튼 그러다가 맛있는 집밥 먹으니깐 너무 좋아요~ 아하하하 신난다~ 신난다~~"

이세연은 양팔을 덩실덩실하며 춤까지 췄다.

이 구역의 미친년이 부활했구나. 아니지, 이건 도른년인가?

선미는 그런 이세연을 보도니 어이없는 얼굴로 나에게 말했다.

"쟤 수능 걱정 안 해도 되겠다. 이번에는 잘 보겠네."

"그러게. 내가 생각해도 이번에는 무난하게 볼 거 같다."

"우리도 의대 동생 한 명 생기는 거야?"

"의대도 좋은데, 세연이 점수 잘 나오면 치대로 보내자."

"싫어. 피부과 보내서 공짜 진료받을 거야."

"그것도 괜찮은데. 오케이 콜!"

"으하하하. 싫은데요~ 나는 비뇨기과 갈 건데요!"

"...세연아. 선미가 너 지금 먹은 거 다 뱉으란다."

"진짜야 다 뱉어."

"언니 오빠들 메롱입니다~ 헤헤헤! 아! 기분 좋아!"

시불. 비뇨기과를 왜 가려고 해? 설마 잘라서 가져간다는 게 진심인 거야?

어떻게든 꼬셔서 피부과로 보내야겠다.

여튼 이세연 컨디션은 완벽하게 돌아왔다.

수능 당일 날.

내 차에 나, 이세연, 유소라가 타고 있다.

이세연 고사장은 대학교 근처의 한 고등학교였다.

멀지는 않았지만, 우리는 혹시나 하는 맘에 아침 일찍 모여서 출발했다.

그런데, 쟤는 서울에서 시험 안 보고 왜 여기에 신청했어?

결국, 우리가 가족이 되었다. 선미는 아침부터 점심 도시락까지 챙겨줬고, 네 시부 터 움직여서 피곤하다고 그대로 잠들었다.

그만큼 정성이 가득 담긴 도시락이라서 그런지, 조수석에 앉은 이세연은 꼭 끌어 앉고 콧노래를 흥얼거렸다.

"흐응~ 흐응~ 네가 참 좋아~ 짝짝짝"

"나는 네가 참 싫다. 왜 이리 기분 좋아? 긴장 안 돼?"

"하나도 안 되는데요. 어서 시험 보고 싶어요. 수능 조밥 새끼. 조져 버릴 거야."

...

배부르고 애가 성격이 이상해졌어.

세연이는 일주일 동안 계속 수능 보고 조밥이라고 한 판 붙어보자고 쉐도우 복싱을 했다.

뒤에 있던 유소라가 그런 세연이를 거든다.

"언니 맞아요! 수능 조밥이에요! 그냥 패고 오세요!"

"그 조밥에게 두들겨 맞아서 우리 학교 와놓고는 뭔 소리야."

"오빠도 맞아 놓고는! 아하하. 소라야~ 언니가 수능 다 패고 올게. 내가 두 사람 복수 꼭 하고 올게요!"

"두들겨 맞고서나 오지 마라. 독수리 오 형제처럼 나도 잡혀 왔다고 하는 건 아닐지 모르겠다."

"오늘 저녁에 결과 보고 놀라지나 말아요. 아! 소라야 그리고 엿 고마워~ 잘 먹을게!"

"그거 소라가 너 진심으로 엿 먹인 거야."

"현찬 오빠. 나랑 세연이 언니 사이 가르지 말아 줄래요? 헤헤헤 언니 더 큰 거 못 해드려서 미안해요."

"괜찮아. 언니가 수능 끝나고 맛있는 거 사줄게. 오빠도 먹고 싶은 거 말만 하세요! 제가 다 사줄게요!"

"푸아그라 사줘. 거위 간이라는데 맛있대."

"맨날 술 먹는데 지방간이나 없으면 몰라."

"맞아요. 언니! 오빠 맨날 라면 먹는데 지방간 있을 거예요."

...

잔소리가 곱하기 두 배가 되었네.

"내가 무슨 30대 아저씨냐? 지방간은 무슨. 너희만 속 안 썩이면 건강해. 이제 도착했다. 워~ 사람들 많네."

학교 앞에 많은 사람이 모여있다.

선배님 수능 잘 보세요 플랜카드든 고등학생들도 보이고, 발을 동동 굴리는 학부모님도 보이고.

한 사람 빼고는 얼굴에 긴장이 가득하다.

이세연은 신난 아이처럼 기지개를 켰다.

"아~ 드디어 수능이구나. 어떤 놈인지 한번 보자!"

"너 뭐 잘못 먹었지? 그래도 자신감 있는 모습은 보기 좋네."

"너무 잘 먹어서 상태 좋은 거예요. 선미 언니~ 점심도 잘 먹을게요~"

도시락을 얼굴에 비비고 좋아한다. 수능 미끄러질 걱정은 안 해도 되겠다.

우리는 차에서 내린 후, 다 같이 정문으로 갔다.

세연이는 정문 앞에서 우리를 보더니 씨익 웃었다.

"이세연! 수능 잘 보고 오겠습니다!"

"그래. 밀려 쓰지만 마."

"언니! 파이팅! 수능 잘 쳐요."

"오빠. 잠시만요."

"왜?"

사람들이 많이 있는데, 이세연이 나를 꼬옥 끌어안았다.

"오빠. 정말 고마워요. 투덜대고 신경질 부려도 다 받아주고. 너무 감사해요."

"세연아."

"네?"

"오늘 내 모든 행운을 다 너에게 줄게. 수능 잘 봐."

"후훗. 네. 그럼 갔다 올게요!"

이세연은 환하게 웃으며 학교로 들어갔다.

정말 내 모든 행운을 줄게, 꼭 시험 잘 봐라.

걱정 가득한 마음으로 세연이를 보는데, 옆에서 소라 목소리가 들렸다.

"으 추워. 세연 언니 수능 잘 봐야 할 건데. 그런데 언니 몸매 진짜 좋다."

츄리닝을 입은 이세연 뒷모습을 봤는데, 엉덩이가 다시 빵빵해져 있다.

좋네. 좋아. 그래. 역시 저 엉덩이야.

"그럼. 당연하지. 내가 얼마나 고생해서 키웠는데."

"어떻게 키웠길래 그래? 밤에 마사지라도 해줬어. 나도 좀 해줘."

"너 이세연 갔다고 바로 반말한다? 마사지는 무슨. 그리고 너도 내 덕분에 다이어트 했잖아. 요요 안 오고 잘 유지하네."

"그럼. 내가 이 떡감을 유지하기 위해서 얼마나 노력하는데. 씨! 그런데 맛 보여줄 곳이 오빠밖에 없네. 어때? 지금 맛보러 갈래?"

"맛은 무슨. 배고프다 밥이나 먹으러 가자."

"키키키. 떡 치러 가자면 세연 언니 보내자마자 그런 생각 하냐고, 너무 한다고 하려고 했는데 안 걸려드네."

웃기네. 진심이었으면서. 방금전 세연이가 나를 끌어안은 것 때문에 질투하나 보다.

"쓸데없는 소리 하기는."

"아! 때리지 마. 아파!"

유소라 머리를 콩콩 쥐어박는데, 휴대 전화가 울렸다.

박인혜다.

어라? 이 시간에? 왜지? 달갑지 않은 손님인데.

나는 거북한 마음으로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 현찬 씨 잘 지내셨죠?

"이제 주주도 아닌 저에게 웬일이세요?"

- 아하하. 왜 이리 차갑게 말하세요~

"대표님이 따뜻하게 말하니깐 제가 차가워 지내요. 이래야지 밸런스가 맞잖아요. 어쩐 일이에요?"

- 오늘 회사 관련해서 이야기 좀 할 수 있을까 싶어서요.

돈 때문이겠네. 그게 아니면 회사 관련해서 나와 무슨 이야기를 해.

"이야기요? 저 오늘 오후는 바쁘고 지금 잠깐 시간 가능해요. 30분 안에 학교 앞에 오시면 잠시 만날 수는 있을 거 같네요."

- 잘됐네요. 저 지금 학교에 있습니다.

"네? 학교라고요?"

-네. 그만큼 중요한 이야기라서 새벽에 달려왔어요.

허. 행동력은 좋은데?

만날지 못 만날지도 모르는 나를 보기 위해 아침부터 학교에 왔다라.

무슨 일인지 궁금은 하다. 이야기는 들어보자.

"알겠습니다. 학교 도착하면 연락 드리겠습니다."

- 네. 꼭 부탁드릴게요.

뚝. 전화를 끊었고, 옆에서 유소라가 궁금한 얼굴로 나를 바라봤다.

"오빠. 표정 왜 그래? 엘리베이터에서 떡 치다가 걸린 얼굴이야."

"너 걸려봤냐?"

"노 코멘트! 그런데 진짜 무슨 전화길래 그래?"

"별거 아니야. 빚쟁이가 돈 더 빌려달라고 전화 온 거지. 아! 너 오늘 뭐 해? 바빠?"

"아니. 나 이제 가서 자려고."

"그럼 알바 좀 하자. 나랑 같이 빚쟁이 만나러 가자."

"같이 가자고? 나 부담스러워."

"상대방도 부담스러워할 거 아니야? 돈 빌려달라는 소리 무시하려면 사람 많이 모아서 가는 게 좋아."

"그런가? 알았어. 같이 갈게."

유소라를 토템으로 데리고 가자.

아마 상대방에게 침묵 효과는 발동시킬 수 있을 거다.

나는 유소라와 함께 차에 올라탔다.

박인혜가 문자로 보내준 커피숍에 왔다.

아침부터 연 곳도 있네.

문을 열고 들어가자 한쪽에 앉아서 창밖을 보는 박인혜가 보였다.

허. 사업가 다 됐네.

예전에는 날카롭고 깐깐한 일 잘하는 이미지였다면, 지금은 부드럽고 성공한 CEO 이미지다.

상장 이후로 이미지 관리의 필요성을 느꼈나 보다.

나는 소라와 함께 의자에 앉았고, 박인혜는 부드러운 미소로 나에게 꾸벅 인사했다.

"현찬 씨 오래간만이네요."

"그렇네요. 대표님 이미지 완전히 변하셨네요. 다른 사람 된 거 같아요."

"감사합니다. 사람들을 많이 만나다 보니 변하게 되더라고요. 아. 뭐 드실래요? 커피?"

"카라멜 프라푸치노 부탁합니다. 소라야 너는 뭐 먹을래?"

"아... 저는 커피 마시겠습니다."

유소라 완전히 얼어 있네.

하긴, 소라에게 박인혜는 완전 어른이지.

박인혜는 그런 소라를 보며 부드러운 이모 미소를 보여줬다.

"옆에 분은 누구예요? 여자친구예요?"

"아는 동생입니다. 학교 수업 가는 길이었거든요."

"후훗. 좋은 오빠를 두고 있네요. 그럼 앉아 계세요. 음료 가져오겠습니다."

"아! 저도 따라갈게요."

"소라야. 괜찮아. 앉아 있어. 박 대표님 부탁드리겠습니다."

"별말씀을요."

박인혜는 얼굴 하나 안 바뀌고 커피를 가지러 갔다.

"오빠. 저 사람 어른인데, 왜 그래."

"나한테는 빚쟁이일 뿐이야. 그리고 시험도 해봐야 하고."

"무슨 시험?"

"예전이랑 똑같은지 달라졌는지 봐야지. 돈맛을 알고도 안 바뀌는 사람은 믿을 수 없거든."

자리가 사람을 만드는데, 실무자처럼 뛰어다닐 때랑 똑같으면 안 되지.

적어도 대표이사 바로 아래 자리인데, 그만큼 품격은 있어야 한다.

그게 없으면 우직한 게 아니라 고리타분한 사람일 뿐이다.

...

시불! 나 왜 이런 걸 생각하고 있어? 또 돈 빌려줄 마음 생긴 거냐?

먼저 빌려 간 돈 갚지도 않고, 또 돈 빌려 달라는 이야기만 해봐라.

합체권 사용해서 그냥 확 마!

휴... 진정하자.

조금 있자 박인혜가 커피를 가져왔다. 내 앞에 놓는데 소리 하나 안 나도록 부드럽게 놓았다.

"여기 커피숍 맛있어요. 친구랑 자주 오는 곳이에요."

"아. 그 교수님인 친구요? 그러고 보니 은미는 연기 잘하고 있대요?"

"예전보다는 잘하는 거 같은데, 평은 사실 좋지 않아요. 그래서 아쉬워요. 비주얼은 정말 좋은데."

"감정이 부족한 거겠죠."

"어떻게 아시나요?"

"친구니깐 알죠. 박 대표님이 제 지분을 뱉어내게 했던 이유잖아요."

"그때는 제가 많이 부족했었죠. 늦었지만, 사과드릴게요."

"괜찮습니다. 덕분에 저도 어른들의 세계를 많이 배웠거든요. 어른대 어른으로 여쭤볼게요. 어쩐 일로 저를 찾아오셨죠?"

"...그런데 옆에 동생분 있는데 말해도 괜찮은가요?"

"네. 괜찮습니다. 이 친구도 경영 과인데 실습하면 좋죠."

옛날에는 돈 많은 걸 숨겼지만, 이제는 아니다.

어차피 사회 나가기 직전이다.

돈에 따라 바뀌는 주위 사람을 필터링할 때가 되었다.

이 자리는 소라와 박인혜 둘 다 시험하는 자리다.

"그럼. 말씀드리죠. 혹시 우리 회사에 3자 배정 유증을 받을 생각 없나요?"

"금액은요?"

"대략 30억 정도 됩니다."

"30억이라. 그렇게 큰돈은 아니네요. 지금 시총이 얼마죠?"

"250억 정도입니다. 주가는 1.500원 정도로 떨어졌습니다."

...

그렇게 떨어졌어? 박인혜 오빠는 시총 500억 정도로 주식 사서 갔는데.

하이고. 12월 말에 돈 갚으려면 배 아파 죽겠네.

"보아하니 유증 목적은 운영 자금일 거 같고. 1,500원이면 30만 주 정도 되겠네요."

"후. 할인율을 너무 세게 잡으시는 거 아닌가요? 30%는 너무 한데요. 3자 배정의 경우 10%가 최대 입니다."

"뭐 방법은 천천히 이야기하면 되는 거고요. 3자 배정이라... 3자 배정이라..."

고개를 돌려 소라를 봤는데, 토템으로 데리고 왔더니 진짜 토템이 되어 있다.

큰 금액에 놀랐는지, 입을 벌리고 아무 말도 못하고 있다.

"흐음..."

"일단 검토할 수 있도록 자료는 제가 준비해 왔는데요."

박인혜는 가방에서 서류를 꺼냈다.

나는 찬찬히 처음부터 끝까지 읽었다.

괜찮네. 중국을 공략한다는데, 적어도 4~5년 동안은 호황기인 건 사실이다.

"더 궁금한 거 있으시면 얼마든지 물어봐 주세요."

"크게 궁금한 건 없습니다."

"네? 정말요?"

"네. 궁금할 게 왜 있나요."

"왜 민현찬 씨에게 찾아왔는지, 왜 3자 배정 방식인지, 이 돈과 지분이 어떻게 쓰이는지 안 궁금하세요?"

"네. 안 궁금합니다. 왜냐하면요."

나는 박인혜를 보며 씨익 웃었다.

"제가 지금은 돈이 없거든요."

이 아줌마야. 내가 무슨 재벌 집 아들이냐?

돈 이미 다 투자해서 빈털터리야.

그리고 무엇보다 품위를 유지하는 박인혜를 보자 느낌이 왔다.

아직 덜 익었다.

< 돈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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