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능 >
화장실에서 나온 우리 세 사람
누드 파티는 여기까지다.
섹스 후에 오는 현자 타임이 모두에게 왔는지, 광란의 모습은 사라졌고, 이제 다시 다들 속옷을 입었다.
그렇다고 해서 조선 시대 남녀칠세부동석으로 돌아간 건 아니다. 물론 아까처럼 다 벗고 다니는 것도 아니고.
우리는 열린 마음과 닫힌 몸으로 화장실에서의 섹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처음으로 입을 연 건 김소민이다.
"오빠. 히히히. 여자 두 사람이랑 한 건 처음이죠?"
"솔직히 말할게. 처음은 아니야."
두 사람은 깜짝 놀랐고, 다희는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나를 바라봤다.
"정말요? 이런 경험 있었어요?"
"응. 그때는 둘 다 삽입 했었어. 아니 이게 아닌데."
"그렇구나. 오빠는 대단한 거 같아요. 그럼 여자 세 명이랑은 해봤어요?"
...
다희야. 여기 호기심 섹스 천국이 아냐!
아찔한 질문에 머리가 어질해지는데 김소민이 말을 이어 갔다.
"흐음. 세 명이면 한 명은 누굴 불러야 하지. 세연이 불러야 하나?"
콜!!! 너희가 설득 좀 해줘!
아차차. 이씨 나도 말리네. 정신 차리자.
"넣지도 않아놓고는 허세 부리기는."
"히히히. 손가락은 넣었잖아요."
술을 마시던 다희가 궁금한 얼굴로 소민이에게 물었다.
"그런데 왜 안 했어?"
"나? 무서웠어. 왠지 거기서 다희 너랑 같이 박히면, 내일부터는 네 얼굴을 못 볼 거 같았어."
"그렇구나. 사실 나도 그랬어."
그게 무슨 소리야?
일단 잠시 두 사람 이야기를 들어보자.
다희는 술과 말을 계속 이어갔다.
"할 때는 좋았어. 진짜, 지금 다시 하고 싶을 정도로 너무 좋았어. 그런데, 끝나니깐 왜 허무한지 모르겠어. 죄책감도 들고. 너한테 미안하기도 하고."
"사실 나도 그래. 아까 화장실에서는 당장 오빠한테 당하고 싶을 정도로 흥분했었거든. 특히 다희 네가 내 손 잡았을 때 있잖아, 그때 정말 좋았어. 지금이라도 저 침대에 나란히 엎드려서 오빠한테 당하고 싶어."
- 전하!!!
미친놈아! 좀 닥쳐! 지금 그럴 분위기 아냐!
두 사람 이야기를 듣다 보니 막대기가 발딱 섰다.
"그런데. 끝나니깐 조금 이상해. 후회되지는 않은데 왜이라 허무하고 죄책감이 드는지 모르겠어."
"그게 일탈인 거야."
마지막은 내가 한 말이다.
다희와 소민이는 고개를 들어 나를 봤고, 나는 소주를 입에 넣었다.
"나도 친구 따라 이런 경험한 적 있거든. 그때는 팬션 잡고 남자 두 명 여자 세 명 해서 파티처럼 했었어."
"정말요?"
"오빠. 대단하다."
다희야. 눈빛에 존경을 담아서 나를 보지 마.
"그런데 하고 나니깐 허무하더라고. 그리고 죄책감도 느껴지고 주위 사람에게 미안하기도 하고. 사실 지금도 그래. 실컷 즐겨놓고 이런 말 하는 건 양아치지만, 사실은 사실이니깐. 소민아, 네가 마지막에 넣지 말라고 한 것도 그 죄책감 때문일 거야. 일탈
이 그런 거 아니겠어? 해보기 전에는 두근거리고 설레지만, 막상 하고 나면 허무해지는 거. 오늘 우리가 그런 거지 뭐."
두 사람에게 술을 따라주며 말을 이었다.
"임석훈이 말해줬는데, 이건 사람 성향 차이래. 매운 음식 좋아하는 사람처럼 자극적인 상황에 끝없이 따라가는 사람이 있고, 순한 음식 좋아하는 사람처럼 멈추는 사람이 있는 거지. 아마도 다희 소민이 그리고 나. 우리 세 명은 순한 사람인가 봐. 가끔은
매운 음식 먹으면서 땀 흘리고 싶지만, 항상 먹고 싶지는 않잖아."
"음... 오빠! 김소민 궁금한 거 있어요!"
"귀여운 척하지 마라. 뭔데?"
"오빠는 처음 한 다음에 어떻게 했어요? 계속 막 자극적인 섹스를 찾아다니고 그랬어요?"
훗. 한때는 섹키호테였던 시절이 있었지.
"나? 나는 그냥 되는대로 했어. 굳이 인위적으로 안 하고 상황이 되면 하고, 안 되면 안 하고. 섹스를 좋아하지만 목메고 싶지는 않았거든. 섹스가 목적이 되면 사람을 섹스의 수단으로만 생각할 거 같았어."
"히히히. 그 말 기분 좋다! 섹스하고 싶은 마음에 우리랑 친해진 건 아니네요?"
"당연하지. 그리고 너 그렇게 매력적이지 않아."
"이래도요?"
미쳤니?
김소민이 갑자기 브래지어를 위로 올려서 커다란 가슴을 보여줬다.
- 전하!!!!!!
좀 닥치래도 인마! 그럴 때 아니야!
"...저거 술 취했네. 다희야 네 친구 말려라."
"소민아 그럴 바에는 그냥 풀어."
다희는 브래지어 후크를 풀어주려고 한다.
"야! 야! 너희들 왜 그래?"
"히히히. 당황하는 거 보니깐 귀엽다. 현찬 오빠가 당황도 하네~"
"됐거든. 너희들 할 생각 없는 거 얼굴에 다 나와 있어."
"칫. 하여튼 눈치는 빠르단 말야."
여자의 몸이 닫혔는지 열렸는지 구분 못 할 정도로 바보는 아니란다.
두 사람은 지금 섹스보다는 오늘의 섹스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은 눈치다.
첫 경험이다 보니 머리가 많이 복잡하고 할 말이 많나 보다.
"너희 오늘 이후를 한번 잘 생각해봐. 이래라저래라 하는 건 아닌데, 적어도 더 자극적인 상황을 찾아갈 때, 그 일 다음에 자기가 느낄 감정은 생각했으면 해. 뭐. 솔직히 나는 어린 나이에 다 즐겨보자는 생각이어서 후회고, 죄책감이고 밀려와도 별 상관이
없어. 20대 때는 막살기로 이미 마음먹었거든. 누가 욕해도 상관없어. 내가 내 인생 사는 거니깐."
술을 한 모금 더 마셨다.
"다희 네가 어떻게 하든 내가 뭐라 할 거는 못 되지만, 적어도 자극을 찾은 뒤 밀려오는 감정은 고민했으면 좋겠어. 작가 지망생이라면 자기감정 정도는 고민해봐야지. 그게 또 도움이 될 거야. 이씨 말하다 보니 꼰대 되었네."
"후훗. 고마워요. 오빠. 저는 솔직히 좋아요. 한 번 더 하고 싶어요. 아까 소민이가 침대 위에서 같이 당하고 싶다고 할 때 여기가 젖었어요."
다희는 팬티 위 계곡을 슬쩍 문지르며 말했다.
"그런데 앞으로 소민이와 같이하는 건 안 할까 싶어요."
"왜? 죄책감 때문에?"
"후후. 아니요. 어색해질 거 같아서요. 그리고 저는 역시 모르는 사람한테 몰래 보여주는 게 더 흥분되는 거 같아요. 그렇다고 아무에게나 보여주는 건 죽어도 싫고. 참. 이게 딜레마예요."
김소민이 복면 쓰면 안 될까?
...
진지한 분위기에 초 치지 말자.
노출증 참 어렵구나. 섹스 판타지라고 단순하게 생각했는데, 감정과 섞이자 디테일이 필요해졌다.
우리는 한동안 섹스 이야기를 더 했다.
굵직한 이야기는 이미 다 했고 뭐 오빠게 커서 좋다느니, 누가 더 좁냐느니....
시불! 이야기가 너무 찐해! 정신이 아찔해진다. 게다가 행동 없이 말만 하니깐 오히려 힘들다.
시간은 어느덧 새벽 세 시가 되었고, 꾸벅꾸벅 조는데 김소민이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오빠! 김소민 또 할 말 있어요!"
"귀여운 척하지 말래도 뭔데."
"일단 전부 다 잔에 술을 다 채워요!"
나와 다희는 술잔을 가득 채웠다.
"자! 여러분! 오늘 우리는 광란의 밤을 보냈습니다. 특히 민현찬 씨는 오늘 세 번이나 쌌죠. 맞나요 민현찬씨?"
"맞습니다!"
"저랑 다희는 처음으로 한 남자를 같이 받아들였고요! 맞나요 민다희씨?"
"소민아. 너는 안 넣었잖아."
"여튼! 우리는 오늘 광란의 밤을 보냈습니다! 하지만 매번 이럴 수는 없죠. 그러니깐 말이죠!"
김소민은 커다란 가슴을 출렁이며 말을 이었다.
"오늘 이 술 먹고 다 잊어요! 다음에 이런 상황이 오면 오는 거고! 일단은 오늘은 다 잊어버립시다! 내일부터 안 볼 사람 아니잖아요! 나는 이제 다희 보면 오빠랑 같이 세면대에 엎드린 거만 생각나요! 이래서는 안 됩니다!"
너 정치해라. 말 잘하네.
"우리 오늘 술 많이 마셔서 필름이 끊겼던 거로 해요! 모든 일을 머릿속에서 지워 버립시다! 어때요?"
그래, 끝과 맺음은 확실한 게 좋지만, 때로는 개판으로 끝나는 것도 나쁘지 않다.
"네! 민현찬은 김소민 말에 찬성합니다!"
"민다희도 찬성해요."
"좋습니다. 여러분! 자 그럼 원샷!!! 내일을 위하여!"
"너 존나 아저씨 같다. 그래! 내일을 위하여!"
"후훗. 그래요. 내일을 위하여!"
세 사람의 술잔이 부딪쳤다.
다희와 소민이가 고개를 높이 들고 술을 마시는데, 하얀 가슴골이 눈에 들어왔다.
꿀꺽.
조금 전까지 멋진 척 개소리를 했지만, 솔직해지자.
두 사람의 가슴을 볼 수 있는 이 상황이 너무 좋다!
*
우리는 다음날 같이 나가서 국밥까지 한 그릇 먹고 헤어졌다.
어색해지지 않아서 다행이다.
사실 정작 나는 민망했는데, 두 사람은 쿨했다.
원래 야함이 있는 아이들인 건가? 몰라. 조금 더 지내보면 알겠지.
여튼 그날은 어정쩡한 상태로 끝이 났고, 이제 11월이다.
나는 한 달 동안 무난한 나날을 보냈고, 지금은 피시방에서 주식 차트를 보고 있다.
- 매수 체결되었습니다.
"끝!!! 드디어 다 샀다!"
몇백만 원치 주식 살 때는 몰랐는데, 수식 업씩 사는 건 보통 일이 아니었다.
게다가 금융위기 때문에 주식도 폭락했고, 시총이 낮아서 티 안 나게 매수하다 보니 거의 한 달 가까이 걸렸다.
하지만, 나는 해냈어!
걸스 제네레이션을 보유한 SX엔터 주식 40억.
K시리즈를 내보낼 기X자동차 주식 10억 어치를 매수 완료했다.
이외에도 가지고 있는 자산은 박인혜한테 빌려준 10억, 박인혜 오빠한테 받을 돈 15억, 땅 10억.
전부 다 합치면 85억 정도를 가진 부자가 되었다.
몇조 원씩 가진 부자들에 비하면 어린아이지만, 나는 이 정도면 충분하다.
다시 태어난 인생의 제일 중요한 건 섹스니깐.
섹스할 때마다 은근히 벌리는 돈도 쏠쏠하게 도움이 되었다. 포인트 쌓이는지도 몰랐는데, 정산 해보니 5억 정도가 되어 있었다.
"흐음... 앞으로 섹스를 더 열심히 해야겠어."
"지금 나 따먹고 싶다는 말이야?"
깜짝이야. 인기척 좀 내고 등장해라.
어느새 유소라가 끓인 라면을 들고 내 옆에 서 있다.
"놀래라. 섹스는 항상 하고 싶지만, 지금 너를 먹겠다는 건 아니야. 아니 이게 아닌데. 씨. 라면이나 어서 줘."
"여기 있습니다. 주식 드디어 다 샀어? 참 돈도 많다."
"어쩌다 보니 오래 걸린 거야. 어? 그런데 라면에 웬 스팸이야? 계란후라이도 있고."
"맨날 라면만 드셔서 조금 챙겨 봤습니다. 라면 그만 먹고 밥 좀 먹어! 고등학생인 내 동생이랑 똑같아."
"아이고. 우리 엄마 같은 잔소리는 좀 그만해라. 그리고 사람이 어떻게 밥만 먹고 사냐? 라면도 먹고 살아야지."
"치. 웃기네. 그럼 나나 좀 드시던지요."
소라는 옆자리에 앉으면서 다리를 꼬았다.
짧은 치마가 말려 올라가면서, 하얀 허벅지가 드러났다.
"치마 좀 긴 거 입어라. 사람들 다 보겠다."
"어? 잠시만 오빠 뭐라고 했어?"
"치마 긴 거 입으라고. 왜?"
"흐음. 이상하네."
소라가 얼굴을 내 코앞까지 들이밀었다. 눈을 슬쩍 깔자 D컵 가슴골이 살짝 출렁이는 게 보였다.
"뭐가 이상한데?"
"내가 섹드립을 날려도 전혀 당황하지 않는단 말야."
"그게 섹드립이었어? 그냥 하는 말이잖아."
"오빠 잠시만. 설마!"
"설마 뭐?"
"쓰리섬 했어?"
푸!!!!!!!!!!!!!!!!!
미친! 이게 갑자기 뭔 소리야?
"너 솔직히 나 암살하려고 라면 끓여준 거지? 사례 걸려 죽을뻔했네."
"키키키. 진짜 한 거야? 와 대박이다!"
"했을 리가 없잖아! 아니 그전에 갑자기 무슨 말이야? 그 이야기가 왜 나와?"
"옛날에는 슬쩍 보여주면 좋아 죽으려던 사람이 지금은 무덤덤하잖아. 당황도 안 하고 부끄러워도 안 하고. 이 정도는 이제 익숙하다는 건데. 그 이유는 딱 한 가지밖에 없지. 더 야한 섹스를 한 경우야."
"탐정 나셨네요. 손님들 다 듣겠다."
"우리밖에 없거든요. 오빠~ 소라 지금 먹어주세요~ 우리 지금 할래?"
"괜찮거든요. 사양하겠습니다."
"이것 봐! 진짜 했나 봐! 너무 태연해!"
"안 했대도!"
소민이에게는 삽입 안 했으니 쓰리섬 한 건 아니야!
그런데 유소라 말이 맞다. 다희 소민과 같이 한 이후로 섹스 역치가 올라간 거 같다.
팬티가 보이는 소라 허벅지를 봐도 당황이 안 된다.
나는 승급했다.
...
아니! 승급이 아니라! 이게 아닌데.
여튼 나는 덜 순진해졌다. 이제 자극적인 소라의 유혹도 그냥 덤덤하다.
"치~ 재미없어졌어. 옛날에는 놀리는 맛이 있었는데. 근데 누구랑 했어?"
"안 했대도."
"세연 언니랑 선미 언니?"
"그 두 사람이 해주겠냐?"
"그렇긴 하네. 그럼 소민 언니랑 다희 언니구나."
"그 두 사람은 해주겠냐?"
"해줄걸? 특히 다희 언니는 노출하는 거 좋아하잖아. 두 사람인가 보네. 어땠어?"
"아니래도. 너 주식은 다 샀어?"
"말 돌리기는. 내 가슴이나 잡고 돌려주지. 주식은 예전에 다 샀어. 돈 벌면 꼭 오빠한테 보답할게. 나도 쓰리섬 해줄까?"
"...갑자기 예전처럼 머리가 어지러워진다. 주식은 샀고, 엿은 샀어?"
"나는 엿 보다는 오빠 거 먹고 싶은데. 그런데 엿은 왜 사라고 한 거야?"
"조금 있으면 이세연 수능이잖아. 너 국물 튀긴 거 잊은 건 아니지? 미안하면 응원은 해줘야지. 그리고 세연이가 너 아끼잖아."
"언니가 나 많이 아껴주지. 쳇. 세연 언니랑 같이 먹히겠다는 말은 차마 못 하겠네. 그러고 보니 수능 일주일 남았구나. 아! 세연 언니 언제 나온 데? 어떻게 된 게 한 번을 안 나와."
"그러게 말이다. 막상 공부 들어가니 정신없어서 못 나왔단다. 마지막 컨디션 조절한다고 오늘 나온대. 나 지금 데리러 가야 해."
"정말? 그럼 나도 오후에 엿 사러 가야겠다."
"엿 사고 세연이 데리러 같이 갈래? 아!!! 갑자기 왜 때려?"
유소라가 막대기를 주먹으로 툭 쳤다.
"오빠는 바보야? 이런 날은 혼자 가야지. 어서 라면 먹고 가."
"여기서 그 멘트를 날려?"
"탕비실 갈래? 팬티만 내리고 박으면 되는데."
"...미안. 섹드립으로 이기려 한 내가 미친놈이다. 라면만 먹고 어서 가야겠다."
"나중에 응원할 때 나 불러줘. 언니 얼굴 보고 선물 줘야겠어."
"오케이. 알았어."
수능 기원 파티라도 해야겠네.
어서 라면 먹고 이세연 데리러 가자.
*
기숙학원 건물 앞. 오늘 나오는 사람이 많은지 나 말고도 많은 부모님들이차를 끌고 기다리고 있다.
한쪽 귀퉁이에서 담배를 피우면서 주위를 둘러봤는데, 다들 얼굴에 긴장감이 가득하다.
특히 부모님들 얼굴에는 걱정이 한가득하다.
그때 멀리서 170cm의 여자 한 명이 사람을 담을 수 있을듯한 캐리어를 들고 걸어 나왔다.
이세연인가 싶어서 봤는데, 이세연인데 이세연이 아니다.
왜 저렇게 변했어?
"세연아!"
나는 서둘러 달려가서 앞에 섰고, 이세연은 힘없는 얼굴로 나를 보며 희미하게 웃었다.
"오빠. 왔어요? 우리 오래간만에 보내요."
"오래간만인 건 둘째치고 무슨 일 있었어? 기숙사에서 누구한테 괴롭힘당했어?"
반쪽이 되어 있다. 얼굴과 몸에는 뼈 밖에 안 남아 있다.
누가 괴롭힌 게 분명하다! 시불 어느 개새끼야!
그때 다른 아이들이 지나가더니 이세연에게 90도로 인사했다.
"언니. 저희 가보겠습니다."
"누나. 저희 가볼게요."
"세연아. 우리 가볼게."
한 사람은 나이가 더 많은 거 같은데도 90도로 고개를 숙였다.
괴롭힘당한 건 아닌가 보다.
"수고했어."
찰나의 순간 옛날 미친년 모습이 살짝 보였고, 아이들은 겁을 먹었다.
아이들이 가고 다시 혼자가 되자 이세연은 병약한 모습으로 돌아왔다.
"누가 괴롭힌 건 아닌 거 같고. 무슨 일 있었길래 살이 다 빠진 거야?"
"밥을 못 먹어서 그래요. 스트레스 때문에요."
"부르지 그랬어? 몇 번 와도 바쁘다고 나오지 않더니... 이렇게 지내고 있었어?"
"너무 예민해서 오빠한테 짜증 낼 거 같아서 못 불렀어요. 그래도 공부는 엄청 열심히 했답니다. 마지막 모의고사는 전국 100등 안에 들었어요."
"단기간 살 빠진 거로는 전국 10등 안에 들겠다. 어서 가자. 뭐 좀 먹자."
"킥킥. 오빠 보니깐 좋다. 네. 어서 빌라로 가요."
나는 세연이에게 캐리어를 받은 후, 차에 실었다.
< 수능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