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블랙아웃 >
섹스가 끝난 후 이제 김소민은 살 것 같은지 스스로 수건으로 몸을 닦았다.
"하~ 역시 땀 빼니깐 살 거 같아! 아~ 개운해!"
"너무 확 살아나는 거 아니야?"
"약 때문인 거 같아요. 아까는 진짜 죽는 줄 알았어요."
"그런 거 같았어. 그래도 다행이네."
나는 다행히 아니지만.
아니, 어제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젠장! 아무리 머릿속을 두드려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
한참을 고민하고 있는데, 김소민은 속옷을 입고 다시 침대에 누웠다.
"너 속옷만 입고 있을 거야?"
"네. 더워 죽겠어요."
"거기 땀 엄청나게 묻었을 건데."
"으~ 진짜네. 히잉~ 속옷 갈아입어야겠다."
소민이는 자리에서 일어난 후 브래지어와 팬티를 벗었다.
허벅지를 타고 말려 내려가는 팬티를 보자 다시 막대기가 발딱 섰다.
...
이차전을 시작해 볼까?
- 미친놈아. 어제 기억 안 난다고 걱정한 지 10초도 안 지났다.
아! 맞다! 지금은 섹스보다는 기억 조각을 맞춰야 할 때지.
속옷을 갈아입은 김소민은 침대에 퍼질러 누웠고, 나는 옆에 착 달라붙은 뒤 손을 브래지어 안으로 집어넣어 말캉한 가슴을 만졌다.
"어제 무슨 일 있었던 거야? 이야기 좀 해줘."
"진짜 기억 안 나요? 그리고 브래지어 위로 만져요. 답답해요."
"싫어. 맨살이 느낌 좋거든. 너 아까 마음껏 만져 주게 해주겠다는 약속 지켜라."
"칫. 하여튼. 진짜 변태란 말야. 잠시만요."
딸깍.
김소민은 브래지어를 벗은 뒤 내 손을 잡고 자기 가슴 위에 올렸다.
"...소민아. 열이 뇌를 익힌 거는 아니지? 갑자기 왜 적극적으로 변했어?"
"오빠가 오늘 저 챙겨 줬잖아요. 가슴 만지게 해준다고 약속도 했고."
"그럼 가슴 안 만질게. 키핑 해놓자."
"히히히~ 싫거든요~ 오늘 지나면 사라지는 쿠폰이랍니다!"
"그럼 빨면서 들을게."
"아하하. 오빠는 진짜 변태란 말야. 어제도 변태라 생각했는데 오늘은 더하네."
젠장, 어제라는 단어만 들어도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
일단 이야기를 들어보자.
나는 소민이 가슴을 주물렀고, 소민이는 어제 일을 이야기했다.
"어제 술집에서 먹고 우리 헤어졌거든요. 나랑 오빠, 다희 이렇게 세 명이랑 다른 사람으로 나뉘었었어요."
"잠시만. 술집에서는 별일 없었어?"
"네. 아예 없지는 않았는데. 별거 아닐 거예요."
"뭔데! 이야기 좀 해봐!"
"오빠가 화장실 간다고 나갔는데, 하도 안 와서 다희가 찾으러 갔어요. 그리고 20분 정도 있다가 두 사람 같이 온 게 다예요."
...
20분이라니! 화장실 벽에 머리 박으면서 섹스하고 싶다고 외친 게 틀림없다!
다시 불알 달렸는데 군대 지원해 볼까? 젠장! 환생하고 이상한 술버릇이 생겨버렸어.
"하... 그럼 일단 나랑 다희가 20분 정도 있다가 왔다라고만 정리하고. 그래서? 우리 술집 나와서는 어디 갔는데?"
"노래방요. 집에 가는 길에 내가 노래방 가자고 졸랐거든요. 두 사람도 좋다고 같이 갔어요. 그래서 세 명이 노래방 갔는데."
"갔는데?"
"거기서 오빠랑 다희가 야하게 놀았어요. 사실, 그게 다예요."
"그렇게 축약하기에는 너무 큰 사건이다. 너도 너무 쿨한 거 아냐?"
"에이~ 뭐요. 술 취해서 그럴 수도 있지. 그리고 오빠는 잘 못 한 거 없어요. 당한 건 오빠니깐요."
"내가 당했다고? 뭐를? 자세히 좀 이야기해줘."
"처음에는 그냥 재밌게만 놀았어요. 오빠 말달리자 부르고, 맨발의 청춘 부르고. 그러다가 힘들어서 소파에서 쉬는데 다희가 오빠 옆에 앉더라고요."
젠장. 내 이야기인데 왜 남의 이야기처럼 흥미진진하냐?
"그래서?"
"두 사람 막 뭐라 뭐라 이야기하던데, 갑자기 다희가 오빠 무릎 위에 앉았어요."
"다희가 정말? 혹시 네가 앉아 놓고는 착각하는 거 아니지?"
"아니에요! 오빠 진짜 기억 안 나요?"
"하나도 안 나. 그래서?"
"오빠는 당황했죠. 그런데 다희는 아무렇지 않게 오빠 손을 잡더니 한 손은 자기 허벅지 위에, 다른 한 손은 가슴 쪽으로 당겼어요."
"미치겠네. 너 엄청 놀랐겠다."
"그렇게 놀라지는 않았어요."
"네가 놀라지 않았다는 게 나는 더 놀랍다. 왜 안 놀랐어?"
"오빠 다희랑 잤다면서요. 그래서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했어요."
...
끝내 정보가 새어 나갔구나. 이렇게 된 거 쓰리섬으로 간다!
아니 이게 아닌데. 정신 차리고 듣자.
소민이는 가슴을 만지는 내 손을 잡으면서 말을 이었다.
"예전이었으면 놀랬을 건데, 얼마 전에 다희랑 둘이서 술 마시면서 이야기를 좀 했거든요. 나랑 오빠랑 한 거, 오빠랑 다희랑 한 거. 다 이야기했어요."
"...갑자기 내가 감기 걸리는 기분이다."
"풋. 아하하. 우리는 쿨한데 오빠는 왜 그래요?"
"너희는 쿨하다고?"
"네. 그냥 각자가 좋아서 한 거니깐요. 아! 오빠를 반으로 나눴으면 좋겠다는 말은 했었어요."
그거 이미 다른 애들이 써먹은 멘트야.
세연이랑 진희는 나를 좋아하지만, 이 두 사람은 나와의 섹스를 좋아한다. 특히 다희는 나를 연예인으로 동경하고 있다.
AV 배우를 보는 거와 같은 건가?
여튼 그래서 집착 같은 거 없이 쿨한가 보다. 마이애미 스타일이네.
소민이는 내 손을 다른 가슴으로 당기면서 말을 이었다.
"그리고 그날 서로 섹스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는데, 다희는 아는 사람이 보는 데서 해보고 싶대요. 그때 너무 놀라서 이번에는 안 놀란 거 같아요."
"그건 내가 깨닫게 해준 건데... 다음에는 그런 자리에 나도 불러줘라. 그건 그렇고. 너는 그 이야기 듣고 다희를 다르게 보던가 하지 않았어? 사실 평범한 판타지는 아니잖아."
"히히히. 내가 그날 다희한테 뭐라고 했게요~?"
"뭐라고 했어?"
"나는 당하는 게 좋다고 했어요. 아하하하~~"
...
너희들 내 탓하지 마라. 원래 그런 성형이 있는 걸 깨닫게 해준 거뿐이야.
이 대화에서 알게 된 사실은 두 사람이 엄청 개방적인 사람으로 변했다는 거다.
소민이는 수건으로 몸을 닦으며 다시 말을 이었다.
"그래서 어제 다희가 오빠 무릎 위에 올라가도 그리 놀랍지는 않았어요. 아마 술 탓도 있었을 거예요. 워낙 많이 마셔서 나도 제정신이 아니었거든요. 오히려 막 환호하고 신나고 그랬어요."
"둘이서 나 데리고 잘도 놀았네. 나는 어떻게 했어?"
"오빠는 어쩔 줄 몰라 하면서 다희를 만지는 둥 마는 둥 했어요. 그러다가 다희가 오빠 손 잡고 자기 옷 속으로 집어넣었는데."
"넣었는데?"
"정색하면서 이건 아니라고 화냈어요. 헤헤헤. 오빠 그때 좀 멋있었음!"
...
술 취한 민현찬 개새끼야!!!!!
병신 쪼다 팔푼이 뽕아 아메바 단세포 고질라 같은 새끼야!!!!!!
그 찬스를 그렇게 놓치냐!!!
"아!!! 이 병신아!!!"
"오빠 갑자기 왜요?"
"아쉬워... 아니다. 그래서 다희는? 민망해했겠네."
"아니요. 오히려 좋아하던데요~ 그때부터 완전히 오빠한테 껴안고 비비고 장난 아니었어요. 노래 부를 때는 두 사람 딱 달라붙어서 불렀어요. 뭐, 결국 오빠가 못 참겠는지 정색했고, 분위기 이상해져서 우리는 노래방 나왔어요."
...
아... 그 좋은 기억이 내 머릿속에 없다니.
진짜 어제의 민현찬 너는 천하의 나쁜 놈이다. 즐길 거는 다 즐기고 미래는 칼같이차단하다니!
원통함에 눈물이 쏟아져 내린다.
"그런데 재밌는 게 뭔지 알아요?"
"뭔데? 내가 혹시 바지라도 벗었어?"
"아니요. 히히. 오빠가 다희랑 그렇게 붙어 있으니깐 질투가 나더라고요. 그래서 내가 원룸으로 꼬셔서 온 거예요."
"아! 그래서 혹시 내가 팬티만 입고 있었던 거야?"
"아니요. 그건 오빠가 알아서 벗은 거예요. 원룸 들어오자마자 다 벗고는 침대에 쓰러지던걸요."
"...잘 때 팬티만 입고 자서 그래. 너는 왜 속옷만 입고 있었어?"
"나는 옷 입고 잤다가 몸에 열나서 벗었어요. 끝! 이게 어제의 진실입니다!"
섹수깨끼는 모두 풀렸다.
결국, 나는 꿀 찬스를 노쇼 한 거다. 시불. 이제 강날두 욕 못하겠네.
하... 젠장! 술 취하자 숨어있던 호구력이 샘솟았나 보다.
그런데 다희는 갑자기 왜 나에게 들이댄 거지? 아무리 판타지라지만, 그것만으로는 이해하기 어렵다.
화장실에서 단둘이 있었던 20분이란 시간. 그 시간에 뭔가가 있었던 게 틀림없다.
그나저나 참 팔자가 달라졌다. 전생의 나는 절대 열리지 않는 함곡관처럼 보수적이었는데, 이번 생은 자동문이다.
뭐, 이런 삶도 살 수 있을 때 살아봐야지. 대학생 때나 즐길 수 있는 거니깐.
한참을 생각하는데, 소민이가 나를 불렀다.
"오빠. 다희한테 뭐라고 할 거예요? 술 마시고 그런 건데 화내지 마요."
"화를 왜 내. 너희들은 왜 나를 무서워하냐?"
"오빠 은근히 카리스마 있어요. 싫은 건 딱 싫다고 하는 성격이잖아요. 어제 칼같이 다희 밀어내는데 무서웠어요."
전혀 싫지 않아. 완전 좋아!
그런데, 그걸 떠나서 다희랑 진지하게 이야기는 해 봐야겠다.
내가 개방시켜준 판타지인데, 이러다가는 브레이크 없이 산으로 가겠다.
전생의 인연이 망가지는 모습은 보기 싫다. 그리고 이번 생에 쌓은 추억도 만만치 않다.
일탈은 있어도 탈선은 안 된다.
"다희는 그래서 뭐래? 이야기해 봤어?"
"어제 노래방 나왔을 때 술 좀 깼었는데, 조금 혼란스러워 하는 거 같아요."
"제정신 차려지니깐 민망한가 보네. 이야기 한번 해봐야겠다. 너 오늘 봉사활동 갈 거야?"
"그럼 가야죠!"
"그래. 그럼 씻고 가보자. 나도 가서 다희 만나야겠다."
혹시나 가만히 놔뒀다고 소라네명 까지 갈 수도 있다.
오지랖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괜히 안 좋게 변하면 죄책감이 느껴진다.
최소한 판타지와 현실을 구분은 할 수 있게 해줘야지.
이것은 백치 아다다를 가졌던 자의 책임이다.
...
아니! 시발! 왜 섹스에 대해서 이렇게 심도 있는 고민을 해야 하냐고!
문란한 생활도 아무나 하는 게 아니구나!
*
나는 소민이와 봉사활동에 갔다.
다희는 어제의 사건이 민망한지 내 차를 타지 않고 혼자서 왔다.
다희야. 나 피하는 거 아니지?
맞네. 절에서 다희와 마주쳤는데, 눈을 마주치지 않는다.
나는 슬쩍 다희 옆에 가서 어깨에 손을 올렸다.
"다희야."
"···네?"
"속은 좀 괜찮아?"
"네."
젠장. 오래간만에 시베리아 바람이 불어온다. 다희는 쌀쌀맞게 나를 지나갔고, 임석훈은 그런 우리 둘을 보더니 내 어깨에 손을 툭 올렸다.
"어제 무슨 일 있었어?"
"내가 궁금하다. 기억이 안 나."
"쫄보인 네가 뭔가를 하지는 않았을 것이고. 다희가 너에게 대쉬 했는데 무시했나 보네."
"...안 보고 어떻게 알아?"
"뻔하지 뭐. 네가 작업 쳤다면 여자가 저런 반응은 안 보이거든."
"어떻게 반응하는데?"
"둘 중 하나겠지. 둘이서 사귀던가 아니면 감방 가 있던가."
···
그래. 임석훈 너 말이 다 맞다.
하여튼 이런 쪽으로는 비상하게 논리적이란 말이야.
"만약 그런 일이 있었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간단해. 여기서는 이야기하지 말고 둘이 따로 만나서 풀어. 어제 컨디션 사 오고 하는 거 보니깐 너한테 마음 있나 보네. 아마 커피 한잔 먹자고 하면 못 이기는 척 따라올 거야."
임석훈 말대로 해 봐야겠다.
나는 봉사활동 끝날 때까지 다희에게 말을 걸지 않았고, 시베리아 바람 속에서 봉사활동은 끝이 났다.
혼자 간다는 다희를 소민이가 억지로 차에 태우고 우리는 다시 학교로 왔다.
소민이는 먼저 갔고, 이제 차에는 나와 다희만 있다.
옛날이었으면 안절부절 못했겠지만, 지금은 다르다. 마음의 여유가 있고 기다릴 줄 안다.
차는 어느새 다희 집 앞에 도착했고, 다희는 문을 열고 내렸다.
그런데? 문 닫히는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고개를 돌렸는데, 다희는 초조한 표정으로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다희야. 뭐해?"
"...흑흑..."
"울어?"
"흑흑.. 오빠. 죄송해요."
"아냐! 미안해하지 마. 어제는 나도 제정신 아니었어. 다시 한번 하면 제대로 하면 돼. 아니, 이게 아니라. 여튼 울지마 이 바보야!"
"흑흑···"
본드걸이라는 놀림을 받아도 안 울었던 다희인데.
너는 어제 일로 지금 어떤 심경인 거니?
이야기 좀 해줘라.
"흑흑... 흑..."
그 전에 다희 좀 달래야겠다.
나는 우선 차에서 내렸다. 뒷좌석으로 가서 문을 닫은 후, 다희 손을 잡고 한쪽에 있는 놀이터로 갔다.
"잠시만 있어. 편의점 갔다 올게."
편의점에 가서 여명과 커피를 산 후 다시 돌아왔는데, 다희는 여전히 울고 있다.
딸깍.
여명 캔 뚜껑을 열었다. 다희는 울다가 딸깍 소리에 고개를 들어서 나를 빤히 바라봤다.
"흑흑.. 오빠. 여명 뭐예요?"
"어제, 나 술 깨라고 여명 사줬었잖아. 나도 너 술 깨라고 여명 사 왔어."
"저 술 안 마셨는데..."
"그런데 이렇게 울어? 나는 술 마신 줄 알았네."
"...재미없어."
"그거 코로 마시면 재밌다. 코로 마셔봐."
"풋. 코로 어떻게 마셔요. 흑흑..."
"보여줄까?"
나는 여명을 코에 붙였다. 들이부으려는데, 왜 안 말리니?
"다희야 안 말려?"
"후훗. 구경할래요."
"오케이. 내가 마시는 거 잘 봐. 대신 반은 네가 마셔야 한다."
"아! 오빠 잠시만요!"
그제야 일어나더니 눈물을 닦고 여명을 뺏어서 마셨다.
"후~~ 으~ 맛없어."
"어때? 이제 좀 정신 차려지지?"
"네. 고마워요."
"고마우면 왜 울었는지 좀 말해봐. 그렇게 큰 실수는 아니었잖아."
"어제 오빠가 저한테 엄청 화냈어요. 오빠 안으니깐 미쳤냐고 하지 말라면서. 큰소리는 안 쳤지만, 저를 밀었었어요."
"시발!"
"...아직 화가 안 풀렸구나."
"그런 거 아니야. 너에게는 화 하나도 안 났어."
나 자신에게 화가 났을 뿐이야.
현찬아~ 현찬아. 이 멍청한 놈아...
아마도 전생의 유교 사상에 따라 남녀칠세부동석을 외치면서 율곡 이이를 멘토로 삼는 민씨 집안 32대손의 버릇이 나왔나 보다.
간단히 말하면 병신력이 샘 솟은 거지.
그렇게 놓친 여자가 몇 명인데, 아직도 그게 멋있는 건 줄 알고 정색하다니.
아니다! 다르게 말하면 어쩌면 기회일지도 모른다.
어제 했다면 재미는 다 보고 기억에 없잖아? 그래! 오늘 다시 하면 된다!
- ... 너는 제대로 미친놈이다.
이것도 다 치료입니다.
"으하하하하."
"오빠 왜 웃어요?"
"갑자기 좋은 생각이 나서. 여튼 어제는 내가 술 취해서 너에게 화낸 거야. 그러니깐 오해하지 마. 너 그래서 오늘 종일 나 피한 거야?"
"네. 무서웠어요."
"말하지 그랬어. 나 진짜 그런 일로 화내지는 않아. 그런데 어제 왜 그렇게 적극적으로 나한테 매달렸어?"
"어제 오빠가 너무 안 돼 보였어요."
"내가? 왜? 추운 날 핫팩 가져온 거?"
"아니요. 화장실 가서 안 오길래 가 봤는데, 벽에 머리 박으면서 섹스하고 싶다고 외치고 있었잖아요."
···
전생의 선비가 되는 술버릇이 없어지면서 섹무새가 되는 술버릇이 생겼네.
앞으로 술 적당히 먹어야겠다. 얼굴 안 잘생겼으면 감방 자유 이용권 끊었다.
다희는 안타까운 눈으로 나를 보며 말을 이었다.
"얼마나 하고 싶었으면 그런 말을 할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내가 괜히 허벅지를 만지게 해서 그런가 싶기도 하고요."
"음. 그냥 어제의 민현찬은 미친놈이었던 걸로 하자. 아! 좋아! 다희야 이렇게 하자!"
"네?"
"어제 술 먹고 내가 너에게 화를 냈지? 그리고 너는 나에게 실수했고."
"네."
"그러니깐 일대일이야. 무승부인 거지. 어때?"
"후훗. 오빠 알았어요."
"그런데 어제 너는 어땠어? 노래방에서 나 만졌을 때 되게 신났던 거 같은데."
"어제요? 솔직히 좋았어요. 저 노래방에서 그냥 오빠랑 하고 싶었어요."
"왜? 노래방이라는 장소 때문에?"
"그건 모르겠어요. 그냥 좋았어요."
"음음. 아까 일 대 일이라고 했잖아. 그럼 승부를 봐야 하지 않을까?"
"네?"
"아니 그러니깐. 승부가 아니라. 그래! 어쩌면 어제 일은 너에게 트라우마가 될 수도 있어. 노래방에서 누군가를 안았는데 갑자기 나와의 일이 떠올라서 상처로 다가오는 거지. 그래! 그래서는 안 돼. 그 트라우마를 치료하자."
"조금 말이 안 되는 거 같은데? 그래서 어떻게요?"
"한 번 더 하면 돼! 어제 했던 것처럼 오빠한테 해. 내가 이번에는 다정하게 받아줄게."
- 저놈의 주둥이는 이제 사기꾼이 다 되었어.
훗. 이것이 바로 눈물의 똥꼬쇼 입니다.
나의 적극적인 설득에 다희는 고개를 끄덕였다.
"후훗. 알겠어요. 그럼 술 마셔야 하나?"
"원한다면. 대신 조금만 먹자."
"네. 그리고 소민이도 불러요."
"소민이는 왜?"
다희는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봤다.
"어제 소민이가 있어서 더 흥분했던 거 같아요. 누가 보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술기운까지 더해지니깐 못 참겠더라고요. 그래서 나중에는 제가 더 안달 나서 오빠 안았었어요. 소민이한테는 제가 이야기해 볼게요."
다희 판타지가 노출이었지. 모르는 사람이면 거부감이 들 텐데 아는 사람이라서 오히려 더 흥분되나 보다.
그래도 소민이를 부르면 안 된다! 내 멘탈로는 이런 상황은 커버하기 힘들다. 그리고 김소민이 미친놈아 하면서 나를 잡아 죽일지도 모르고.
다희를 말리려는데 이미 늦었다. 전화기를 들고 뭐라 뭐라 하고 있다.
젠장. 김소민 나보고 미친 변태 새끼라고 욕하는 건 아닐지 모르겠네.
조금 있자 다희는 전화를 끊었고, 나를 향해 씨익 웃었다.
"후훗. 오빠. 소민이 나온대요."
···
뭐? 레알? 이게 어찌 된 일이야?
일단 셋이서 만나 봐야겠다.
< 블랙아웃 > 끝